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143)
0살부터 슈퍼스타 1143화
월요일 아침.
기념행사라는 중요한 일정을 끝낸 서준은 가뿐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이제 오늘부터는 학교와 차기작에만 집중하면 된다. 6월 말까지 이어질 기념행사의 팝업스토어나 이벤트들은 코코아엔터와 담당 회사들이 알아서 잘 운영해 줄 터였다.
“음.”
코코아엔터 생각에 서준이 볼을 긁적였다.
1, 2월은 서준의 생일 준비로, 3월은 사고 대처로, 4월부터 6월까지는 기념행사 준비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6월 말까지는 기념행사로. 아마 서준과 함께 일했던 기간 중 가장 바쁘고 정신없었던 6개월이 아닐까 싶었다.
“보너스 많이 드리자고 해야겠다.”
휴가도.
9월 크랭크인까지 따로 일정은 없어서 푹 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8월에 졸업식이 있긴 하지만, 그건 식은 죽 먹기고.
‘외국처럼 몇 주 동안 쉬어도 괜찮겠다.’
고 생각하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서준은 아침 먹기 위해 방을 나섰다.
잠시 후.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갈 준비를 하던 서준이 휴대폰을 보았다. 바나나톡에 메시지가 잔뜩 쌓여 있는 게 보였는데, 오케스트라 단톡방이었다.
>우리 기사 떴어요! (링크)
>오! 내 이름도 있네?
살펴보니, 단원들에 대한 기사들이 올라온 것 같았다.
기념행사 당일은 서준과 기념행사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던 기사란이었는데, 오늘은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야기도 몇몇 있었다.
물론 벤자민 교수나 제이슨 무어 등 유명인들에 대한 기사는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바로 떴었다.
>내가 상 받은 콩쿠르도 다 적어놨네.
>앗. 내 사진…….
>하필 저 사진을 쓰냐…….
아무래도 콩쿠르나 연주회 같은 대외활동이 많은 음악가들이라서 그런지 관련된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었던 모양인지 단원들의 사진과 이력도 써놓은 기사들이 종종 보였다.
그중 몇몇 단원은 괴상한 각도로 찍힌 자신들의 사진들에 흑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러다 저희 인터뷰 요청도 들어오는 거 아니에요?
정말 그럴 수도 있었다.
어떻게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게 된 것인지, 연습은 어떻게 했는지, 서준과 유명 음악가들은 어땠는지 등등.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이 잔뜩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럼 큰일인데. 내가 말을 잘 못해서.
>저도요ㅠㅠ
하루아침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어 기쁘면서도 당황스러워하는 단원들에게 서준이 웃으며 메시지를 보냈다.
[전에 말씀드렸던 대로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코코아엔터로 연락해 주세요.이건 오케스트라를 모집하면서부터 정해놓은 것이었다. 단원들의 숫자가 30명이 넘는 만큼 일은 많아지겠지만 컨트롤할 수 있는 편이 여러모로 좋으니까 말이다.
>알았어!
>고마워요, 오빠!
그 이후에는 간단히 어제 하루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정부터 가족과 함께 영상을 봤다는 단원, 서준의 사인을 보고 동생이 기절했다는 단원, 친구들과 기념행사 투어를 하고 왔다는 단원, ‘왜 그런 걸 하냐.’고 비아냥거렸던 동기에게 한 방 먹여줬다는 첼리스트까지.
단톡방에 웃음이 가득했다.
***
서준은 첫 강의 시간에 맞춰 한예대로 향했다.
물론 오케스트라 연습이 있는 지난 한 달 동안에도 성실하게 학교를 다녔다.
‘교수님이랑 제이슨, 드미트리랑도 왔었지.’
오케스트라의 연습이 없는 시간에는 다 같이 여기저기 구경하러 다니기도 했는데, 그중에는 서준이 다니고 있는 한예대도 있었다.
서준이 다니고 있는 한국 최고의 예술대학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또 예대 음악과 교수 중 벤자민 교수님의 지인이 있기도 했고. 한국 최고의 예술대학이니만큼 세계에서 활동하던 음악가가 교수로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제이슨: /오늘 6시?/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제이슨 무어의 메시지에 서준이 웃으며 휴대폰을 두드렸다.
[/네, 맞아요./오늘 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벤자민 교수님과 제이슨 무어, 드미트리는 내일 한국을 떠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좀 더 있으셨으면 좋겠지만.’
벌써 한 달 넘게 한국에서 지냈고 앞으로의 일정도 있어서 더 있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세 음악가 모두 즐겁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낸 듯해서 서준도 기뻤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휴대폰을 넣던 서준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연기과 건물이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레 일코를 풀었는데, 그걸 알아챈 후배들이 눈을 반짝이며 다가오고 있었다.
“안녕, 좋은 아침.”
서준이 웃으며 인사하자 후배들의 입꼬리가 더욱 올라갔다.
“저 어제 기념행사 상점가 갔었어요!”
“저는 해돋이 방송도 봤습니다!”
“나도 봤거든! 그리고 선배님 레시피로 만든 음식들도 사서 먹어봤어요!”
서준은 재잘대는 후배들과 함께 강의실로 향했다.
강의실에 있던 연기과 학생들도 서준을 반겼다.
“저 한강에서 봤는데 드론 쇼 진짜 멋졌어요!”
“저는 다른 나라 드론 쇼까지 보다가 한숨도 못 잤어요.”
“귀로 진짜 좋더라.”
쏟아지는 감탄에 서준이 하하 웃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다들 즐거웠다는 말에 뿌듯해졌다.
그런 서준의 모습에 학생들도 따라 하하 웃었다.
그 누가 이렇게 이서준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자신들도 같은 학교, 같은 과, 같은 강의를 듣는 게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일이었다.
‘원래 월요일 아침 강의는 고역이었지만…….’
거기에 서준 선배님이 계시다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게다가 연기과 수업이라서 실습시간이면 바로 눈앞에서 서준의 연기도 볼 수 있었다.
월요병? 그게 뭐야. 이렇게 좋기만 한걸!
“기말고사는 다다음 주입니다. 모두 체크해 두세요.”
……아.
생글생글 웃고 있던 학생들의 얼굴이 단숨에 그대로 굳어졌다.
벌써 기말고사 기간이었다.
‘대학생 마지막 시험이네.’
서준은 휴대폰에 시험 일정을 메모하며 생각했다.
‘자격증 시험을 치지 않는 이상 이제 이렇게 공부하고 시험치는 일은 드물겠지?’
오디션이나 작품의 흥행 여부, 프로젝트 등 열심히 준비하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시험과 비슷한 일들이 인생에 가득하겠지만, 그래도 학생 신분으로서 시험을 친다는 건 조금 느낌이 다르니까 말이다.
‘열심히 하자.’
학생으로서의 마지막 시험.
서준은 언제나 그렇듯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날 저녁.
서준과 김수빈, 벤자민 교수와 제이슨 무어, 드미트리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한 달 동안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먹어본 가게들 중 한국을 떠나기 전 한 번 더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점이었다.
“/맛있게 드세요./”
한식당답게 테이블 가득 메인 요리들과 반찬들이 가득 올라왔다.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맛있어 보였고 보기만 해도 만족스러웠다.
“/다들 돌아가시면 뭐 하실 거예요?/”
작은 솥밥에 각자 좋아하는 요리들을 함께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준의 물음에 당연하게도 제이슨 무어와 드미트리 모두 연주회 준비를 할 거라는 대답들이 돌아왔다.
“/시간이 나면 꼭 보러 갈게요./”
“/저도요!/”
“/그럼 고맙지./”
서준과 김수빈의 말에 드미트리와 제이슨 무어가 씩 웃었다.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야기도 했고, 서준과 김수빈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그럼 시험만 치면 졸업하는 거야, 형?/”
“/응. 맞아./”
김수빈의 물음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학의 일정이 의례 그렇듯 마지막 시험만 끝나면 그 학기도 끝이었다.
“/차기작 촬영은 언제라고 했더라?/”
“/9월 중순에 시작해요. 시험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준비해야죠. 물론 계속 연습하고 있었지만요./”
제이슨 무어의 물음에 서준이 답했다.
지난 한 달 음악가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했었다.
“/아직 제목은 정해지지 않은 거니?/”
벤자민 교수가 물었다.
“/네. 감독님이랑 화 필름이 의논하고 있는데, 적당한 제목은 못 찾았대요./”
“/그럼 가제 그대로 하는 거야, 형?/”
“/아마 아닐 거야. 그건 좀 직접적이잖아./”
그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피아노는 좀 예상이 가는 제목이긴 하지./”
제이슨 무어의 말대로.
서준의 차기작 영화의 임시 제목은 [피아노]였다.
“/반대로 피아노의 ‘P’도 안 나오면 흥미로운 제목이 될 것 같긴 하지만……./”
벤자민 교수의 말에 서준이 작게 웃었다.
확실히 [피아노]라는 제목의 영화에 피아노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으면 그것 나름대로 신선할 것 같긴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차기작에서는 피아노가 많이 나올 예정이었다.
더욱이 서준이 맡은 캐릭터는 피아니스트였다.
“/준이 피아니스트라……./”
“/어떤 영화일지 기대되는구나./”
“/오버 더 레인보우 같은 게 하나 더 나오려나?/”
흥미로워하는 음악가들의 표정에 서준이 하하 웃었다.
***
벤자민 일행이 미국으로 돌아가고 이틀 후.
기말고사 공부를 하고 있던 서준은 김수한 감독의 부름에 화 필름으로 향했다.
“준서 형!”
“서준아.”
막 들어가려던 모양인지 사무실 건물 앞에 서 있던 한준서를 발견한 서준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불렀다. 그에 옆을 돌아본 한준서도 활짝 웃으며 서준을 반겼다.
“근데 수한이 형이 무슨 일로 불렀는지 아세요?”
“아니, 나도 잘 모르겠는데. 음. 드디어 영화 제목을 정한 게 아닐까?”
오.
그럴지도.
영화 제목이야 포스터를 만들거나 홍보 기사를 내기 전까지 정하면 된다지만, 그래도 일찍 정해지는 편이 좋기는 했다.
한준서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가니, 몇몇 직원들 빼고는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아마 다들 전국을 돌아다니며 작품과 잘 어울리는 야외 촬영지를 찾아다니고 여러 가지 세트장과 소품을 만들고 작품에 어울리는 곡들을 모으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일 터였다.
“안녕, 서준아. 준서 형, 어서 오세요. 수한이 형은 회의실에 있어요.”
서준과 한준서를 알아챈 직원이 웃으며 안쪽 회의실을 가리켰다.
그에 사온 커피와 디저트를 건넨(‘다들 이거 드세요.’, ‘와아아!’) 서준이 한준서와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
“뭐야, 둘이 같이 왔네?”
언제나처럼 김수한 감독이 환하게 웃으며 두 배우를 반겼다.
“이 앞에서 만났어.”
“커피랑 케이크 사왔어요.”
“오! 맛있겠다!”
서준이 사온 디저트와 커피를 먹으며 잠깐 기념행사에 대해 이야기(‘내의원 해피엔딩 아직도 못 찾았더라.’)하고 난 후.
김수한 감독이 입을 열었다.
“오늘 부른 이유는 피아노 때문인데.”
“네.”
“어.”
두 배우가 귀를 기울였다.
“준서 네 캐릭터 설정을 조금 바꿔야 할 것 같아.”
“내 캐릭터를?”
“설정을요?”
예상도 못 한 이야기에 한준서와 서준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에 김수한 감독이 얼른 손을 내저었다.
“그렇게 중요한 설정은 아니야. 그냥 개연성을 더해주는 장치를 하나 더 넣자는 거지. 대본도 아주 조금만 바뀔 거야.”
그에 눈을 끔벅이던 한준서가 물었다.
“어떤 설정인데?”
서준도 귀를 기울였다.
어떤 설정이길래 김수한이 바꾸려고 하는 걸까.
김수한의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쪽 다리를 저는 거야. 너무 심하게는 말고.”
……응?
“평상시에는 다리를 조금 저는데, 의식하면 힘들지만 똑바로 걸을 수 있는 정도로 말이야.”
……어라?
‘누군가’가 생각나는 설정에 서준의 표정이 이상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