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153)
0살부터 슈퍼스타 1153화
물론 그렇다고 한번에 한준서와 ‘첫 생’을 완벽하게 구분하여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다.
‘첫 생’은 서준의 삶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쳤고, 사람 생각이라는 게 그렇게 무 자르듯 단번에 바뀔 수는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한준서가 느끼기에는 꽤 많이 달라진 듯 제법 기뻐 보였다.
서준의 생각대로.
한준서도 서준의 변화를 눈치챘다.
이전에는 정말 잘 자란 자식을 보는 부모의 눈빛이었다면 지금은 동료배우로서 동등한(물론 한준서 자신은 후배고 실력적으로도 아직 부족한 점이 꽤 있었지만.) 시선으로 바라봐주고 있었다.
그게 꼭 인정받은 것 같아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
덕분에 더욱 열심히 연습을 하게 된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덩달아 서준도 그 열연에 의욕이 샘솟았다.
‘첫 생’이니 환생이니 다 잊고 바라본 눈앞의 ‘동료배우’는 그 자체로도 멋지고 빛나는, 언제고 같이 연기하고 싶은 그런 배우였다.
“준서 너 서준이한테 뭐 잘못했냐?”
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여전히 뜨거운 시선이었지만.
크랭크인을 불과 며칠 앞둔 터라 배우들의 연습상황을 보러온 김수한 감독이 서준의 뜨거운 눈빛에 그렇게 묻자, 한준서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아니.”
“진짜? 너도 모르는 사이에 실수한 거 아니고?”
김수한 감독이 서준과 함께 촬영하는 건 아역배우들과 함께했던 공익영상 [한 걸음] 이후 처음이라서 서준의 저런 눈빛을 잘 알지는 못했다.
“실수라면 어떤 거?”
한준서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에 김수한 감독이 잠시 생각했다. 성격 좋은 서준이라서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저렇게 바라보지 않을 터였다.
“……서준이가 읽던 대본을 뺏어서 바닥에 내팽개……칠 리가 없지.”
한준서도 대본을 제1순위로 생각하니까.
지금도 봐라.
말을 꺼내자마자 서준과 한준서의 눈빛이 사납게 변하지 않나.
“농담. 농담.”
김수한 감독이 얼른 두 손을 들며 말했다.
확실히 서준의 뜨거운 눈빛과 살벌한 눈빛이 어떻게 다른지는 잘 알 것 같았다.
“서준이가 원래 다른 배우들이 연기할 때는 이런 눈빛으로 바라본대. 연기랑 배우를 엄청 좋아해서.”
하고 설명하는 한준서에 서준이 민망한 듯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이렇게 말로 들으니 좀 부끄러웠다.
“어쩐지!”
한준서의 설명에 김수한 감독은 단번에 납득했다.
“딱 호랑이가 사냥감을 노리는 눈빛이더라.”
비유가 약간 무시무시했지만.
“그 정도는 아닌데요…….”
사냥감을 노리는 호랑이라니.
연극 [MOEB-436]을 준비하면서 본 호랑이 다큐멘터리 속, 새까만 어둠 속에서 빛나던 두 개의 노란 눈동자를 떠올린 서준이 볼을 긁적였다.
“아니, 완전 그 정도였어. 사냥감의 생각은 어때?”
“음. 한 삼 일 굶은 호랑이 같더라.”
장난기 가득한 김수한 감독과 한준서의 대화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김수한 감독과 한준서도 따라 웃었다.
“다행이네. 연습 잘되어가는 것 같아서.”
김수한 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어쩐지 닮은 구석이 많은 서준과 한준서가 잘 지낼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더 친해진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그럼 이 둘의 연기는 걱정할 것 없겠고.’
물론 전혀, 단 0.1%도 걱정하지 않았지만.
“다른 배우분들은 어때?”
김수한 감독은 시간 괜찮으면 서준과 한준서와 함께 연기 연습을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서준과 한준서 모두 좋아하며 승낙했다.)에 하던 일도 내팽개치고 달려온 배우들을 떠올렸다. 그렇게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닌데 일찍부터 합류해 열심히 연습하는 고마운 배우들이었다.
‘물론, 서준이랑 준서의 연기를 보고 또 조언을 들으면서 연기력을 갈고닦을 생각이겠지만.’
그것도 [아드 리비툼]에 도움이 되는 일이니, 감독으로서는 마냥 좋기만 했다.
“다들 열심히 하셔서 그런지 바로 촬영 시작해도 될 것 같아요.”
“특히 상훈이 형이 열심히 하시던데…….”
조용한 연습실.
감독과 두 배우의 대화가 이어졌다.
***
부산에 살고 있던 중년의 연극배우 김상훈이 캐스팅 제안을 받은 건 몇 달 전이었다.
“……절 어떻게 아시고……?”
[피아노(가제)]라고 적힌 대본을 든 김상훈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에 화 필름에서 온 캐스팅디렉터가 웃으며 말했다.“저희 주연배우가 추천했습니다. 예전에 부산에서 연극을 봤는데, 김상훈 배우님의 연기가 아주 인상 깊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아…….”
“저희도 오늘 연극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캐스팅디렉터의 옆에 앉아 있던 김수한 감독이 웃으며 덧붙였다.
동시에 김상훈의 뒤쪽이 조용히 시끌벅적해졌다.
“우리 연극이 재밌으셨대!”
“삼촌! 한다고 해요! 얼른!”
다른 감독도 아니고 김수한 감독이었다.
일반인들에게는 나 진의 첫 팬으로 유명한. 그러나 영화계에서는 지금껏 실패한 적이 없는 재능 있는 감독으로 더욱 유명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하늘이 내려주신 기회예요!”
“야야, 조용히 해!”
그에 조용해지긴 했지만 흥분한 단원들의 눈빛만큼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희한하게도 그런 분위기에 익숙한 모양인지(화 필름도 이런 분위기다.) 캐스팅디렉터와 김수한 감독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김상훈은 조금 멍한 얼굴로 그 이야기를 들었다.
“……조금 생각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참. 대본이 일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유출은 조심해 주세요.”
빙그레 웃은 김수한 감독과 캐스팅디렉터가 떠나고, 단원들이 단번에 몰려들었다.
“삼촌 왜 바로 한다고 안 했어요!?”
“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에 김상훈이 찹찹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회사 가야 하니까.”
촬영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으나, 연차로 커버할 수 있을 만큼 짧지는 않을 터였다. 딸이 둘, 게다가 둘 다 대학생이니 직장에 소홀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정말 좋은 기회니까, 가족분들하고 이야기 나눠보세요.”
단원들의 말에 김상훈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던 중 김상훈이 이야기를 꺼냈다.
“당연히 해야지! 김수한 감독님 엄청 유명하시잖아.”
“엄청까지는 아니지.”
“그래도 유명하신 건 맞잖아. 게다가 제작사가 화 필름이라며? 거기도 엄청 좋은 곳이고!”
“그건 그렇지. 나도 찬성.”
두 딸이 김상훈보다 더욱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회사는 걱정할 것 없어. 나도 일하고 있고 모아둔 돈도 좀 있거든. 이번 기회에 한번 제대로 도전해 봐.”
너무 순순한 허락이라 김상훈이 다 어리둥절할 지경이었다.
“그동안 일하느라 영화 촬영도 짧게만 다녀왔었잖아. 내가 좋아하는 건 연기하는 당신인데. 옛날부터 좀 더 오래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이렇게 말하네.”
“나도 아빠가 연기하는 게 좋아. 우리는 장학금 받으면 돼.”
“……그…… 나도 노력해 볼게.”
그에 김상훈의 눈동자가 촉촉해졌다.
“여보…… 얘들아…….”
“한번 해봐! 화에 나왔던 배우들도 여기저기 엄청 나오시잖아.”
김상훈이 반했던 그 씩씩한 모습으로 아내가 말했다.
“맞아. 아빠도 그만큼 유명해질 거야!”
두 딸도 눈을 반짝이며 아빠를 응원했다.
그에 김상훈도 용기를 얻었다.
“그럼…… 한번 해볼까?”
물론 독립영화 [화]에 ‘고성댁’과 ‘이 씨 아저씨’로 출연해 유명해진 배우들처럼 엄청나게 유명해지진 못할 터였다. 그건 이서준 배우가 함께 출연해서 화제성을 엄청나게 끌어모은 덕분이니까.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
김상훈은 바로 캐스팅디렉터에게 답장을 보냈다.
캐스팅디렉터의 환영한다는 말이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
“그 영화 제목이 뭐야, 여보?”
“피아노. 근데 임시 제목이야.”
그리고 얼마 후.
서울에 올라가기 위해 회사에서 인수인계를 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문자와 바나나톡 메시지도 휴대폰 화면을 가릴 정도로 쏟아졌다.
>아빠아아!!! 이서준!!!
>삼촌!! 이서준!!
>미친! 이서준!! 한준서!!!
어쩐지 내용은 전혀 없고, 다들 이서준과 한준서라는 이름만 보내고 있었다.
“뭐지?”
고개를 갸웃한 김상훈이 무슨 일인지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서준, 배우 한준서와 함께 김수한 감독의 영화 [피아노(가제)] 출연!]자신이 출연하는 영화는 김수한 감독의 [피아노(가제)].
이서준과 한준서가 출연한다는 영화도 김수한 감독의 [피아노(가제)].
‘그럼……?’
입이 쩍 벌어졌다.
>아빠!! 대박!!!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
그때부터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캐스팅디렉터에게서 자신을 추천한 주연배우가 한준서라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도 듣고, 주연배우들과 같이 연습하겠냐는 제안도 받았다.
그에 가족들이 얼른 짐을 싸서 김상훈을 서울로 보냈다.
“크랭크업 때까지 딱 붙어 있어. 여보.”
“눈에 보이는 건 다 배워와, 아빠!”
어쩐지 쫓겨난 것 같기도 했다.
물론 김상훈도 이번 연습 기간 동안 서준과 한준서의 연기를 보고 배울 마음이 가득했지만 말이다.
‘어떠려나.’
서준과 한준서의 성격이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개인 연습도 바쁠 텐데 함께 나오는 장면이 별로 없는 자신에게 그렇게 신경을 쓸 것 같지는 않았다.
‘작은 조언이라도 들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하며 갔더니, 어느새 서준과 한준서에게 연기 수업을 받고 있었다.
[피아노(가제)]에서 맡은 ‘이재하의 아버지’ 역할의 연기를 중심으로 다른 것까지.‘???’
굉장히 어리둥절한 상황이었지만, 좋은 기회였다.
잘 배워서 부산에 있는 단원들에게도 가르쳐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김상훈은 열심히 배우고 몸에 익혔다.
세계적인 배우에게 직접 배우는 연기라니, 이런 호화로운 수업도 없을 터였다.
언제까지고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쁜 시간은 언제나 빠르게 흐르는 법.
눈 깜짝할 사이에 오늘이 되었다.
>아빠, 오늘도 연습해?
>화이팅!
딸들이 보낸 메시지를 읽던 배우 김상훈이 빙그레 웃었다.
지금 김상훈이 있는 장소는 평소 가던 연습실이 아니라, 완성된 [아드 리비툼]의 세트장들이 설치되어 있는 실내 스튜디오였다.
“여기 준비하면 될까요?”
“그래. 딱 좋네!”
게다가 조용한 연습실과 달리 사람이 많아서 시끌벅적했다.
연기 연습을 하면서 친해진 배우들과 ‘뭐 필요한 건 없나요?’ 하고 친절하게 묻던 화 필름 직원들 그리고 [아드] 팀 스태프들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마치 부산에서 함께 연극을 하던 단원들과의 모습과 비슷했다.
물론 김상훈이 참여했던 영화들 중에도 분위기가 좋은 곳은 많았지만, 이곳은 특별한 것 같았다.
‘이서준 배우…… 서준이 덕분이려나.’
아무래도 흥행이 거의 보장되어 있으니 다들 부담감을 덜 느끼는 게 아닌가 싶었다. 투자자가 서준의 소속사인 코코아엔터기도 하고 한준서 배우도 출연하는 데다가 대본도 좋았다.
실패하는 게 더 어려운 조건이지 않을까.
‘내가 이서준 배우를 서준이라고 부르게 되다니…….’
처음 인사를 하고 함께 연습한 지 몇 주나 지났지만, 여전히 서준의 이름만 부르는 것이 어색하면서도 좋았다. 그 이야기를 들은 두 딸과 아내도 비명을 질렀었다.
“저, 팀장님.”
“네! 무슨 일이세요?”
“오늘 고사 지내는 거 가족한테 말해도 될까요?”
지나가던 [아드 리비툼]의 홍보팀장에게 김상훈이 물었다. 그에 팀장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괜찮아요. 곧 기사도 나갈 거라서요. 내일부터 촬영한다는 것도 말씀하셔도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환하게 웃은 김상훈이 얼른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은 연습실이 아니라 스튜디오에 있어. [고사를 지낼 예정이거든. [그리고 내일부터 촬영 시작이야.>와!!!
>나도 기도할게! 영화 대박 나라고!
일하고 있을 아내에게도 메시지를 보내려고 할 때, 준비를 마친 두 주연배우가 나타났다.
와아아…….
정말로 주연배우들은 뭐가 달라도 다른 듯, 이서준과 한준서는 평범한 옷차림인데도 불구하고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진짜 주연배우들은 다르네. [후광이 보이는 것 같아.김상훈의 진심 어린 감탄에 아내에게서 답이 돌아왔다.
>나한텐 언제나 당신이 주인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