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154)
0살부터 슈퍼스타 1154화
“무슨 일 있어요? 눈이 빨간데.”
준비를 끝내고 나와 이 사람 저 사람 인사를 하던 한준서가 눈가가 붉은 김상훈을 발견했다. 서준도 놀란 듯 눈을 조금 크게 떴고, ‘이재하’와 ‘최동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할 아역배우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에 김상훈이 얼른 손을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열심히 연기해야겠다 싶어서.”
가족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캐스팅해 준 김수한 감독님과 화 필름을 위해서도, 열심히 가르쳐준 서준과 한준서를 위해서도.
“저도 열심히 할 거예요!”
‘이재하’의 아역배우도 눈을 반짝이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함께 연습했던 배우들도 비슷하게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김수한이라는 재능있는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함께 출연하는 배우가 서준과 한준서라니.
처음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거의 기절할 뻔했고, 지금도 마음이 벅차다 못해 가끔 꿈인가 싶었지만, 준비되고 있는 고사상이나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는 스태프들을 보면 현실이 분명했다.
‘열심히 해야지!’
다시 없을지도 모르는 좋은 기회였다.
굳센 얼굴로 다짐하는 배우들에 한준서와 서준도 웃고 말았다.
“다들 의욕이 넘쳐서 좋네.”
“그러게요. 저도 열심히 해야겠어요.”
화기애애하고 의욕에 불타오르는 배우들의 모습에 스태프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올랐다. 배우들의 사이가 나쁜 것보다야 좋은 게 훨씬 좋았으니까.
“잘 찍고 있지?”
“당연하죠!”
화 필름은 그런 배우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하나는 오늘 기사로 내보낼 사진으로, 나머지 하나는 [아드 리비툼]의 홍보를 위한 메이킹필름으로.
특히 메이킹필름은 서준과 한준서를 중심으로 촬영 중이었다.
영화의 중심이 되는 주연배우들이기도 했지만, 아주 흥미진진한 두 배우의 첫 만남 이야기를 알게 되면 다들 두 배우의 평소 모습을 궁금해할 테니까 말이다.
“메이킹필름 공개하는 날이 기대되네.”
“그러게 말이에요.”
으흐흐흐, 하고 악당처럼 웃는 홍보팀장과 직원들이었다.
잠시 후.
고사 준비가 모두 끝났다.
상 위에 여러 음식들이 올라가 있었고, 진짜 돼지머리 대신 파인패드에 돼지머리 이미지를 띄워두었다.
“진짜 돼지머리로 안 하네요?”
그 정도 돈은 있을 텐데?
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몇몇 사람들에 화 필름 직원이 대신 설명해 주었다.
“화 필름 전통이에요. 독립영화 화 찍을 때도 저 이미지를 썼거든요. 그다음부터 화 필름에서 고사 지낼 때는 항상 저 사진을 써요. 화의 기운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요.”
아하!
다들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미신이라고는 하지만 그 ‘운’이 가장 필요한 곳이 영화계였다.
흥행을 위한 온갖 미신이 떠도는 이런 곳에, 대학생들끼리 만든 독립영화였다가 전 세계 개봉까지 해버린 [화]의 고사상에 썼던 돼지머리 사진이라니.
“안 쓰는 게 이상하지.”
“화라면 그럴 만하죠.”
“이 이야기가 기사로 나가면 다른 영화 고사상에서도 똑같은 돼지머리 사진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여기저기서 동감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후, 축문을 시작으로 고사가 진행되었다.
기도할 사람은 기도를 하고 절할 사람은 절을 했다.
방식은 달랐지만 누구 하나 빠짐없이 배우와 스태프들의 안전과 영화의 흥행, 문제없는 촬영이 되기를 간절히 빌었다.
***
[화 필름, 영화 ‘피아노(가제)’ 내일 크랭크인 앞두고 고사 지내!] [고사상에 오른 돼지머리 사진! 이 영화 고사에서도 썼다!] [배우 이서준, 한준서 주연 ‘피아노(가제)’ 내일부터 촬영 시작!]-오. 드디어 크랭크인!!
=근데 개봉은 내년…… 내년 언제 오냐고요ㅠ
=아직 9월인데 벌써 내년을 기다리는 나.
=22 올해 개봉했으면 좋겠다.
=난 내년 개봉이라서 좋음. 올해 수능이라서ㅠ
=아앗……
-요새도 고사 지내는 곳이 있네.
=영화 쪽은 종종 지냄. 고사 안 지냈다가 사고 나면 찝찝하니까.
=22 촬영 전에 다들 얼굴도 보고 그러는 거지, 뭐.
-저 돼지머리 사진이 화 때도 썼던 거라고?
=어쩐지 화 필름 작품 대부분 흥행하더라니. 앞으로 저 사진으로 고사 지낼 영화들이 많을 듯ㅋㅋㅋ
=ㄹㅇㅋㅋ 미신인 거 알지만, 그래도 화의 반만 성공해도 흥행이니까 해볼 만함. 돈도 안 들고ㅋㅋ
-아무 사고 없이 촬영 잘 끝났으면 좋겠다!
=22 서준이도! 다른 배우분들도!
***
다음 날.
첫 촬영 하러 가는 길.
점점 가까워지는 스튜디오에 서준이 활짝 웃었다.
죽다 살아난 후 첫 촬영이라서 그런지 유난히 설레고 들뜨는 것 같았다.
그래도 준비는 언제나처럼 철저히 했다.
연기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보여줄 능력들과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일어나더라도 금방 대처할 수 있는 능력들을 읽고 준비해 두었다.
‘전부 최하급 아니면 하급이라 효과는 적겠지만.’
그래도 연기는 전혀 걱정 없었고, 안전도 화 필름을 믿고 있으니 문제 될 건 없었다.
기쁜 마음에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그런 서준의 모습을 서준의 옆자리에 앉은 안다호와 운전석에 앉아 있던 최태우가 힐끗 바라봤다가 이내 조용히 웃었다.
퇴원 후 첫 촬영이라서 그런지 서준이 많이 들뜬 것이 보였다. 물론 안다호와 최태우도 이렇게 서준과 함께 촬영장으로 향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한 번 큰일을 겪고 나니, 평범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평화롭고 행복한 나날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고, 두 매니저는 소원했다.
곧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는 스태프들로 주차장부터 입구까지 벌써부터 시끌벅적했다.
“서준아!”
먼저 도착한 화 필름 직원들이 서준을 발견하고 부르자, 서준이 활짝 웃으며 달려가 얼른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왔다.
“?!”
슈퍼스타의 등장과 도움에 놀라는 스태프들도 있었지만, 화 필름 직원들은 익숙하게 도움을 받았다.
서준은 슈퍼스타였지만 함께 독립영화를 만들었던 동료기도 했다. 독립영화가 의례 그렇듯 [화]를 찍을 때도 손이 부족해 배우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었다.
“아, 그건 우리가 옮길게. 서준아.”
그렇다고 무거운 짐들까지 부탁하지는 않았다.
주연배우가 다치면 큰일이니까.
서준도 그걸 잘 알고 있어, 가벼운 것들만 들고 다 함께 스튜디오 안으로 향했다.
“이렇게 같이 촬영하니까 꼭 화 찍을 때 같아요!”
즐거워 보이는 서준에 안다호와 최태우도 그냥 웃으며 말리길 포기했다.
스튜디오 안도 촬영을 준비하는 스태프들로 북적거렸다.
매번 비슷한 풍경이었지만 서준은 언제나처럼 설레는 표정으로 촬영장을 바라보았다.
“서준아, 왔어? 어? 안 이사님도 오셨네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지시를 내리던 김수한 감독이 서준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다가왔다. 서준의 뒤로 보이는 안다호와 최태우에게도 인사했다.
“네. 서준이 퇴원 후 첫 촬영이라서 보러왔습니다. 오랜만에 촬영장에 오니 좋네요.”
김수한 감독의 물음에 안다호가 웃으며 대답했다. 서준도 오랜만에 매니저 안다호와 함께 촬영장에 와서 기뻤다.
“어제 봐서 알겠지만 오늘 촬영은 여기서 할 거야. 그리고…….”
김수한 감독은 서준을 데리고 세트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설명했다.
‘근데 왠지 이런 일이 전에 있었던 같은데.’
하고 생각하는데, 들려오는 서준의 말에 그 기시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이러니까 꼭 한 걸음 찍을 때 생각나네요. 그때도 수한이 형이 설명해 줬었는데.”
“그랬지. 그때 내가 조감독이었으니까.”
소방청 공익 영상 [한 걸음].
십 년도 전의 일을 떠올린 서준과 김수한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당시 조감독이었던 김수한은 어느새 여러 작품을 흥행시킨 감독이 되었고, 매니저였던 안다호는 코코아엔터의 배우팀 이사가 되었다.
“서준이 넌 그때도 슈퍼스타였지!”
어쩐지 그렇게 말하는 김수한 감독이 더 뿌듯해 보여 서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준서 쟤는 그때 무명배우였는데, 지금은 천만배우가 됐네.”
입구로 들어오는 한준서를 발견한 김수한 감독이 그렇게 말했다.
“연기를 잘하니 잘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잘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약간의 흐뭇함이 담긴 김수한 감독의 말에 서준이 작게 웃었다.
“안녕, 서준아.”
“안녕하세요, 준서 형.”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한준서에게 김수한 감독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야, 나는 안 보이냐?”
“넌 어제도 봤잖아.”
“서준이도 어제 봤잖아!”
친구답게 보자마자 투닥거리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 투닥거림은 감독을 찾으러 온 조감독의 등장으로 얼마 가지 않아 끝났다.
“놀고 있을 시간 없어요, 감독님.”
“노는 거 아닌데!”
몇 년을 함께 해온 조감독에게 끌려가는 김수한 감독을 웃으며 바라보던 서준이 입을 열었다.
“우리도 준비하러 갈까요?”
“그래. 그러자.”
분장실로 가는 길, 서준은 한준서에게 김수한 감독에게서 들은 설명을 해주었다. 나중에 또 조감독이나 스태프가 알려주겠지만 말이다.
“민형아, 여기 있었네!”
분장실에는 화장과 헤어 담당자뿐만이 아니라, 배우들의 의상을 체크하러 온 박민형도 있었다. 서준과 인사한 박민형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 마지막으로 의상 점검 좀 하려고요.”
“의상만 체크하는 거야? 세트장은?”
“그건 다른 팀원들이 하고 있는데, 저도 의상 점검 끝나고 바로 가 볼 생각이에요.”
하고 말하는 박민형은 정말 즐거워 보였다.
그에 서준도 즐거워졌다.
“어쩐지 학생 때 생각나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여울예중 때는 [거울]로, 미리내예고 때는 [MOEB-436]으로, 한예대 때는 [신전 프로젝트]로 서준과 함께 했었다.
누군가는 재능 넘치는 미술을 계속하거나 유명 브랜드인 아레시스의 디자이너로 계속 일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지만, 박민형은 이렇게 영화나 연극을 만드는 것이 더 즐겁고 좋았다.
‘거기에 서준이 형까지 있으면 더욱 좋고!’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배우니까 말이다.
“불편하면 말해주세요!”
생기가 넘치는 얼굴의 박민형이 서준과 한준서에게 의상을 건네주었다. 그 밝은 표정에 서준은 물론, 한준서와 화장, 헤어 담당자들까지도 미소를 지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멋진지.
그리고 여기 또 다른 멋진 사람이 있었다.
“벌써부터 수정할 부분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오빠!”
한때 유망한 바이올리니스트였다가 음악감독으로 진로를 바꾼, [아드 리비툼]의 음악팀 팀장 권세아가 의상을 갈아입고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끝낸 서준과 한준서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대강의 준비는 끝났으나 촬영하는 걸 보면서 더욱 어울리는 곡들을 만들려고 왔는데, 주연배우들을 보자마자 딱 어울리는 선율들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바로 수정을!”
“서준랑 준서 오빠가 연기하는 것까지 보고 수정하는 게 어때, 세아야?”
“찬성. 그때 되면 또 바꿀 것 같은데.”
“으음. 그럴까요?”
음악팀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권세아의 모습이 아주 활기차 보였다.
아니.
여기 있는 모두가 멋졌다.
권세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음악팀, 박민형과 회의를 하고 있는 미술팀, 바쁘게 돌아다니며 조명을 점검하는 조명팀, 카메라를 몇 번이고 확인하는 촬영팀, 일정을 확인하는 매니저들과 담당자, 오늘 촬영이 없는데도 공부하기 위해 온 배우들.
“이 부분은 특히 주의해 줘.”
“알았어.”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수한 감독과 한준서 배우까지.
“진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서준은 벅찬 얼굴로 반짝이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뭐가, 서준아?”
안다호가 물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하고 같이 일하는 거요. 다들 정말 멋진 것 같지 않아요, 형?”
서준의 말에 안다호가 작게 웃었다.
안다호는 이 중 가장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더 잘하고 싶어서 노력하는 ‘멋진’ 사람을 알고 있었다.
“난 서준이 네가 제일 멋진 것 같은데.”
안다호의 말에 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었다.
서준에게 그보다 더 멋진 칭찬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