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158)
0살부터 슈퍼스타 1158화
-나 한ㅈㅅ 팬인데, 한ㅈㅅ가 이ㅅㅈ보다 연기 잘하는 듯.
“오.”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그러나 아주 보기 드문 악플에 액터스 홍보팀 직원이 탄성을 흘렸다.
“뭐 있어?”
“이 댓글요. 여기저기 달고 다니는데 아무래도 한 배우님 안티인 것 같죠?”
그에 옆자리 직원이 모아놓은 악플들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진짜 팬이면 자기 배우 이름 적으면서 다른 배우랑 비교하는 댓글은 잘 안 달지.”
물론 어떤 배역에 자기 배우가 더 잘 어울렸겠다, 하는 댓글들은 달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자기 배우의 이름을 당당히 (초성으로 쓰여 있긴 하지만) 내걸며 비교하지는 않을 터였다. 아무래도 배우까지 욕먹으니까.
“게다가 비교 대상이 다른 배우도 아니고 이 배우님이면 뭐, 말 다 한 거지.”
다른 배우들과 비교를 했다면 이래저래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 비교 대상은 다름 아닌 이서준이었다.
[쉐도우맨1]을 시작으로 오스카 시상식에서 최연소, 한국인 최초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성인이 되기 전 칸 영화제에서 감독만 받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성인이 되고 난 후 오스카 시상식에서 두 번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리고 지금까지 흥행에 실패한 작품이 단 하나도 없는 배우 이서준.그런데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이서준 배우보다 연기를 잘한다?
그건 오히려 비교 대상이 되는 배우가 욕먹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이 배우님 팬들 반응은 어때?”
거기에 이런 댓글이 달릴 때면 언급된 배우의 팬들까지도 분노에 차올라 상대배우를 욕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대부분 ‘먹이 금지’ 하고 댓글을 달려 무시하려고 하지만.
이번 대상은 무려 이서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팬이 수두룩한, 게다가 일반인들까지도 좋아하고 연기력을 인정한 배우였다.
악플러는 아마 사방에서 쏟아질, 한준서에 대한 욕을 기대하며 이런 댓글을 썼을 터였다.
“그게 말이죠.”
그에 직원이 웃으며 그 아래에 달린 댓글 하나를 보여주었다.
그래, 하나.
=음.
그것밖에 없었다.
옆자리 직원까지 작게 웃고 말았다.
그 한 글자만으로도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새싹의 마음이 아주 잘 느껴졌다.
“비교도 적당한 상대하고 해야지.”
그래서 보통 논란을 만들고 싶다면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거나 비슷한 경력을 가진 배우와 비교하지, 이서준은 거의 건드리지 않는다.
“물론 한 배우님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건 아니지만, 쌓아온 경력 자체가 다르니까.”
한준서보다 다양한 경력을 쌓은 다른 배우들과 이서준을 비교해도 비슷한 반응일 터였다. 그만큼 이서준이란 배우가 쌓아온 기록은 아주 대단했다.
게다가 이서준이 얼마나 배우들을 좋아하는지 새싹들도, 대중도 잘 알고 있었다.
다른 배우와 비교한다면 서준이 얼마나 슬퍼하고 미안해할지 예상될 정도로 말이다. [팬텀] 루카스 터너의 일도 있었고.
‘음.’이라는 한 글자만 써놓고 말이 없는 새싹들에게 답답했는지 악플러가 구구절절이 대댓을 적어 놓은 것이 보였다.
=운명에서 한ㅈㅅ 진짜 연기 잘했음. 이ㅅㅈ이 만약 그 캐릭터를 연기했으면 절대 그렇게 연기 못 했을걸. 첫 폭망작이 나왔을지도 모름.
그러나 그 아래로 달리는 댓글은 하나도 없었다.
‘음’ 한 글자만 적어놓고 사라진 것이었다.
“다른 악플들도 비슷해요. 먹이 금지의 정석이죠.”
“역시 이서준 배우님 팬들이라서 그런가 단합력이 장난 아니네.”
악플만 쓸쓸하게 남겨져 있는 상황에 두 직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근데 갑자기 왜 이런 글들이 올라올까요? 다른 작품 때는 안 이랬는데 말이죠. 팬텀 때도 옛날 작품 때문이었지 연기력 때문은 아니었잖아요.”
“뭐 그거야, 한 배우님과 이 배우님이 서로 처음 보는 사이니까 그렇겠지.”
“처음 보는 사이요?”
고개를 갸웃하는 직원에 옆자리 직원이 말을 이었다.
“할리우드 배우들은 건드리기 어려우니까 제외하고. 한국 작품들은 이 배우님이 어렸기도 하고 또 친한 배우들이 한 명씩 있었잖아. 동기든 선배든 후배든. 비교를 하려고 해도 배우끼리 친한 사이니까 딱히 타격은 없겠다고 생각한 거겠지.”
“아. 한 배우님과는 아예 친분이 없다고 생각한 거네요.”
“게다가 주연이기도 하고.”
이서준과 같은 비중인 주연이면서 전작이 천만 영화일 정도로 연기를 잘하는 데다가 서로 처음 보는 사이라니.
잘하면 불화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딱 건드리기 좋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이가 아니지.”
옆자리 직원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두 배우의 첫 만남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던 직원도 킬킬 웃었다.
“진짜 공개되면 어떤 반응일지 제가 다 기대돼요.”
“그러게 말이야.”
***
“레디, 액션!”
전화를 받고 나온 최동현은 다시 식사를 이어나갔고 이재하도 다시 밝은 얼굴로 재잘댔다.
아침 식사가 끝난 다음에는 설거지를 해야 했는데, 이재하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해본 적 있어?”
영 믿음이 안 간다는 최동현의 표정에 이재하는 조금 움츠러들면서도 말했다.
“……아뇨. 그래도 밥은 형이 차려주셨잖아요. 저도 도와야죠!”
그렇게 말하며 호기롭게 수세미를 들고 세제를 찾는 이재하였다.
“이거야.”
“아!”
물론 찾아준 건 최동현이었지만.
한손에 하얀 거품이 가득한 수세미를 든 이재하가 다른 손으로 그릇을 잡았다. 막 수세미 질을 하려던 찰나, 거품 탓인지 그릇이 미끄러져 아래로 추락했다. 싱크대 쪽으로 떨어졌으면 모르겠지만 아예 바닥으로 떨어져 버리는 바람에 와장창! 깨져 버렸다.
“……죄송해요.”
이재하가 시무룩해진 얼굴로 말했다. 관자놀이를 가볍게 누른 최동현이 쭈그려 앉으며 입을 열었다.
“비켜봐. 발 조심하고. 비닐봉지 같은 거나 못 쓰는 걸레 같은 거 찾아와봐. 빗자루나 쓰레받기를 가져오면 더 좋고.”
“네.”
이재하가 얼른 찾아온 못 쓰는 걸레로 깨진 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정리한 최동현이 일어나 고무장갑을 끼고 말없이 설거지를 시작했다.
이재하는 기가 죽은 얼굴로 그런 최동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역시 난 피아노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나 봐.’
아버지의 말처럼.
오래도록 쌓여왔던 비난의 말에 잘게 잘게 부서진 마음이 또 한 번 상처를 입고 아래로 아래로 추락했다.
기분 좋을 때는 하늘까지 닿았다가 시무룩할 때는 지하까지 내려앉는 그 모습은 꼭 조울증인 것만 같았다.
“……신경 쓰지 마. 처음 하는 거니까 못 할 수도 있는 거야.”
등 뒤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최동현이 입을 열었다. 이재하가 눈을 끔벅였다.
“나도 지금 피아노를 쳐보라고 하면 한 곡도 못 치니까.”
그에 얼른 이재하가 말했다.
“연습하면 잘할 거예요. 저도 처음엔 못했는걸요.”
“너도.”
고무장갑을 벗은 최동현이 옆으로 비켜나며 말했다.
“연습하면 잘할 거야.”
싱크대 안에는 바닥에 떨어져도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수저와 반찬 통만이 남아있었다.
이재하의 눈이 함지박만 하게 커졌다.
“해봐.”
“어…… 제가요?”
“그럼 내가 하라고? 돕겠다며?”
이렇게 자신에게 맡기는 게 더 귀찮지 않냐고 말하려던 이재하는 담담한 최동현의 얼굴을 한번 바라봤다가 저도 모르게 슬며시 웃고는 싱크대 앞에 섰다. 이번에는 고무장갑도 끼고 수세미를 들었다.
–!
그리고 싱크대에 두 번, 바닥에 한 번 떨어뜨리긴 했지만 무사히 설거지를 마쳤다.
“왜 자꾸 바닥으로 떨어질까요, 형?”
“힘 조절을 해. 안 떨어지게.”
“힘 조절!”
이재하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나갔다 온다.”
“아, 네!”
시간을 확인한 최동현이 밖으로 나가자, 마중한 이재하는 집에서도 항상 그랬듯 피아노 앞에 앉았다.
“좋아.”
어쩐지 즐겁게 연주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후.
이재하와 최동현의 생활은 비슷하게 흘러갔다.
최동현이 주로 집안일을 하고 이재하가 조금씩 도왔다.
물론 이런 일이 처음인 이재하는 실수를 많이 했고 수습은 다 최동현이 했다. 때로는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최동현은 해탈한 듯한 얼굴로 이재하를 바라보았다.
“……돈 더 드릴까요?”
“……그래.”
최동현이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일이 며칠간 이어지니, 실수할 때마다 아버지의 비난을 떠올리며 지하까지 땅을 파고 자신에게 실망하던 이재하도 제법 뻔뻔해졌다.
오늘은 통돌이세탁기에 세제를 너무 많이 넣는 바람에 거품이 흘러넘치고 말았다.
“형! 다 치웠어요!”
“그래.”
최동현도 어느새 그런 일상에 익숙해졌다.
또 최동현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받으러 방으로 들어가거나 몇 시간 동안 일하러 가기 위해 외출하고는 했다.
그러면 집에 홀로 남은 이재하는 콩쿠르에 대비해 피아노를 연습했다.
“컷! 오케이!”
♬♪-♬♬-
감미롭게 들려오는 서준, 아니, ‘이재하’의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고 있던 스태프들이 김수한 감독의 목소리에 아쉬워했다.
“촬영장 올 때마다 듣고 있는데도 좋네.”
“그러니까.”
연습한다고 한 번, 촬영한다고 한 번, 시간이 남는다고 한 번.
때때로 스태프들의 요청에 따라 연주해 주는 서준 덕분에 귀가 호강하고 있었다.
거기에 NG도 거의 없으니 이렇게 좋은 촬영장도 없었다.
“내일도 오늘 같았으면 좋겠지만 힘들겠죠?”
“어쩔 수 없지. 야외촬영이니까.”
벌써부터 구경 온 사람들을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에 스태프들의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래도 이번엔 좀 쉬울 것 같더라.”
“그래요?”
뒤이어 선배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오, 하고 스태프들이 탄성을 흘렸다.
***
“뭐야? 웬 사람이 이렇게 많아?”
어느 아파트 단지 입구.
보통 때라면 한산해야 하는 어두컴컴한 밤인데 왠지 안쪽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가족과 함께 할머니 집에 갔다 온 임예나의 질문에 엄마가 아, 하고 탄성을 흘리고는 대답했다.
“오늘 영화촬영 한다고 하더라.”
그에 임예나의 눈이 번뜩였다.
‘최근 촬영 중인 영화가 뭐가 있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서준의 차기작 [피아노(가제)]였지만, 덕계못(덕을 계를 못탐)의 묘리를 잘 알고 있는 임예나는 절대로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웹툰 원작이라는 그건가?’
임예나가 엄마에게 물었다.
“무슨 영화?”
“제목은 안 가르쳐주던데? 촬영 전까지 비밀유지를 해야 한다더라고. 그래도 장소대여비를 받아서 아파트 수리하는 데 쓴다니까 다들 찬성했지.”
임예나가 눈을 가늘게 뜨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그 너머, 촬영하고 있을 영화제작팀을 바라보듯 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물건, 장소 협찬 후기글이 떠올랐다.
오래된 물건을 못 쓰게 만들고 장소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고 촬영한다고 시끄럽게 떠들고 가던 길도 막아서 통제한다던.
“촬영 다 하고 엉망진창으로 해놓고 가는 거 아니야?”
“청소까지 다 하고 간다고 했대. 믿을 만한 곳이라던데?”
“그럼 다행이고.”
안심하니,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졌다. 아는 배우도 있으려나?
촬영한다는 곳에서 영 시선을 떼지 못하는 딸에 엄마가 웃으며 제안했다.
“궁금하면 보러 갈까?”
“그럴까?”
“난 먼저 들어간다.”
임예나가 눈을 반짝이고 아빠가 먼저 집으로 향하려던 때.
주민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준서가 왔다고?”
“나 운명 진짜 재밌게 봤는데!”
그에 아빠의 발걸음이 멈추고 임예나가 입을 쩍 벌렸다.
‘한준서!?’
한준서의 차기작은 [피아노(가제)]고, [피아노(가제)]에는 서준이 나온다.
‘그, 그, 그렇다면……!?’
눈이 거의 튀어나올 정도로 커다랗게 변한 임예나에게 엄마가 물었다.
“예나야, 서준이 차기작에 같이 나오는 배우가 한준서 배우라고 했지?”
“…….응.”
“서준이도 있으려나?”
“크흠. 나도 한번 구경이나 하고 갈까?”
“그러자니까. 우리가 또 언제 영화 촬영하는 걸 보겠어. 그치, 예나야? ……예나야? 딸?”
엄마가 돌아본 장소에 임예나는 없었다.
이미 촬영장으로 달려간 것이었다.
[우리 아파트에서 피아노 촬영하고 있어!!!>송유정: 뭐어어어!?
친구 송유정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송유정: 그게 무슨 소리야?! 피아노? 서준이 차기작???
[ㅇㅇㅇ나도 방금 알았어!임예나의 얼굴이 한껏 상기되었다.
‘서준이의 영화촬영을 보게 되다니!’
서준이 깨어나 퇴원했다는 소식, 상을 받았다는 소식 다음으로 기쁜 소식이었다.
촬영장 근처는 제법 떠들썩했다. 아직 촬영을 시작하지 않은 것 같았다.
새싹들로 가득한 행사들로 익숙해진 임예나가 요령 좋게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왔다.
‘근데…… 좀 많이 적다?’
서준과 한준서가 촬영하러 왔다면 아파트 주민들 전부 나와서 구경하고 있을 텐데, 눈에 띄게 사람이 적었다. 게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듯한 사람들도 보였다.
“아……!”
곧 촬영장에 도착한 임예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촬영구역이 커다란 천으로 막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