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176)
0살부터 슈퍼스타 1176화
“오! 커피차!”
오늘도 [아드 리비툼]의 촬영장에는 커피차가 왔다.
서준의 지인들이 퇴원 후 첫 촬영이라 보내기도 했고 한준서의 지인들이 서준과의 인연을 알고 재미있어하며 보내기도 했으며 김수한 감독의 지인들이 ‘나 진’과의 촬영을 축하하며 보내기도 했다. 그중에는 한준서와 김수한 감독의 세 고등학교 친구들이나 한준서가 엑스트라일 때 친하게 지냈고 서준과 함께 [섬섬생활]을 촬영한 민재원처럼 겹치는 지인들도 있었다.
“서준아! 준서야!”
오늘 커피차를 보낸 이도 서준과 한준서, 둘과 친한 배우들이었다.
“지석이 형! 종호 삼촌!”
“어서 오세요.”
서준과 한준서가 환하게 웃으며 커피차와 함께 온 이지석과 김종호를 반겼다.
이지석과 김종호도 빙그레 웃다가 서준의 옷차림을 보고 굳어졌다. 환자복이었다.
“……서준아, 왜 그런 걸 입고 있어?”
이 둘도 서준이 입원해 있을 때 병문안을 갔던 터라 약간의 PTSD가 올라오려는 것 같은 듯했다.
그에 서준이 건강한 얼굴로 아하하 웃었다.
“병원 씬이 있어서요.”
“그래…… 그렇겠지…….”
촬영장에서 환자복을 입을 이유가 그것 말고 또 있겠냐마는.
가늘어진 눈으로 서준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살펴본 이지석과 김종호가 이내 편안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서준은 아프다기엔 너무 생기가 넘쳤다.
‘평소랑 똑같네.’
촬영할 때의 서준은 원래 이 정도 텐션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이쪽은 김수한 감독님이세요.”
서준의 소개에 바짝 굳어 있던 김수한 감독이 인사했다. 김종호도 이지석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배우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두 배우도 신기하다는 얼굴로 김수한 감독을 바라보며 인사했다. 나 진의 첫 팬에 한준서의 고등학교 친구라니. 참 재미있는 인연도 다 있다 싶었다.
김수한 감독과 인사를 나눈 후에는 촬영이 준비되는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번에 커피차를 보내준 이지석과 오늘 커피차를 보내준 김종호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원래는 좀 더 일찍 놀러 올 생각이었는데, 촬영에 방해될까 봐 이제 왔어.”
그에 이지석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둘이 따로 오는 것보다 같이 오는 게 덜 귀찮잖아.”
“귀찮긴요. 저흰 와주셔서 좋은걸요.”
“맞아요.”
한준서의 말에 서준이 동의한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웬 환자복이야? 음악영화 아니었어?”
“음. 완벽한 음악영화는 아니에요. 공식 기사도 보면 피아니스트라고 했지 음악영화라고는 안 적혀 있고요.”
김종호의 물음에 서준이 작게 웃으며 답했다.
공식기사를 보고 따라 쓰는 기사들은 그 기사를 쓴 기자들의 의견이 들어가 음악영화라는 말이 들어가긴 했지만 말이다.
“그 착각도 반전요소가 될 것 같아서 일부러 정정 안 하고 있어요. 피아노라는 가제도 그렇고요.”
뒤이어 들려온 한준서의 이야기에 두 배우가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반전요소라…….”
음악영화의 반전요소라니.
어떤 것일지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마침 오늘 그중에 한 장면을 찍을 예정인데, 스포일러 괜찮으시면 보고 가세요.”
서준의 말에 김종호와 이지석이 단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두 배우도 감독만 허락한다면 촬영하는 걸 보고 가려고 했다.
‘스포일러야 배우로서 항상 겪는 일이고.’
아무것도 모른 채 영화관에서 [아드 리비툼]을 온전히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서준의 연기를 바로 눈앞에서 직접 볼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어떤 장면을 촬영하는데?”
“그러니까…….”
두 배우의 물음에 서준과 한준서는 [아드 리비툼]에 대해 아주 간단히 이야기했다.
“……귀신?”
상상도 못 한 내용에 두 배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준과 한준서가 하하 웃었다.
***
잠시 후.
촬영 준비가 끝났다.
서준과 간호사 역을 맡은 단역배우 둘만 나오는 장면이라 한준서과 이지석, 김종호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 인사를 나눌 때 덜덜 떨던 두 단역배우가 서준과 진지한 표정으로 합을 맞춰보는 모습이 보였다.
“빙의라…… 서준이가 하고 싶어 할 만하네.”
“그러게. 1인 2역 같은 거잖아.”
김종호의 말에 이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보통의 1인 2역도 아니고 ‘몸’은 똑같고 영혼만 다른, 특별한 배역이나 다름없었다. 서준이 연기하고 싶어 할 만도 했다.
“지금도 봐봐. 엄청 즐거워 보이네.”
환하게 웃는 서준의 모습에 보는 사람들까지도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밝아서야 악귀에게 빙의된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지도 모르겠지만, 여기 있는 그 누구도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서준.
그 이름만으로도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배우였으니까 말이다.
지금도 봐라.
‘액션!’ 소리가 들리자마자 분위기가 변하지 않나.
병실로 꾸며진 세트장 위.
서준, 아니, 정체 모를 것이 침대 위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동시에 스튜디오 안도 적막에 휩싸였다.
그건 촬영이 시작되어서가 아니라 저기 앉아 있는 ‘것’ 때문이었다. 인간과는 다른 무언가가 앉아 있는 듯했다.
간호사가 들어왔던 처음에는 그 ‘다름’이 미세했다.
그냥 얌전히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동기 간호사의 말대로 약간 쎄한 느낌이 드는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점점 시간이 흐르자 그 특유의 분위기는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진짜 전혀 안 움직이네…….”
밤이 되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조명팀이 빠르게 움직이는 동안에도 서준, 아니, 침대 위의 ‘그것’은 마치 ‘지금의 몸’이 익숙하지 않은 듯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끔 눈만 천천히 깜빡이는 것이 소름이 끼쳤다.
그때.
가만히 있던 ‘그것’이 처음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에 숨도 못 쉬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스튜디오 안의 모두가 저도 모르게 놀라 덜컹! 하고 몸을 움직였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촬영감독마저도.
“……컷! NG!”
흔들리는 앵글에 넋을 놓고 서준의 연기를 바라보고 있던 김수한 감독이 얼른 정신을 차리고 NG를 외쳤다.
그와 동시에 스튜디오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무겁고 싸한 분위기가 안개 걷히듯 사라졌다. 침대 위 ‘그것’도 어느새 밝은 서준으로 되돌와 있었다. 여기저기서 턱! 막혔던 숨을 내뱉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지석과 김종호도 그랬다.
“이스케이프 때 생각나네. 서준이가 좀비 연기했을 때도 이랬는데.”
“그러게.”
물론 본능으로 움직이는 좀비와 악의에 가득 찬 악귀는 전혀 달랐지만 말이다.
“이전 촬영 때도 이랬어, 준서야? 귀신인 이재하를 촬영할 때 말이야.”
그에 한준서는 ‘이재하’가 공포에 잠식되던 모습을 떠올렸다.
두려움에 떠는 서준의 연기에 한준서의 눈에 마치 보일 리가 없는 어둠이 보이는 것 같았었다.
“아뇨. 그때도 대단하긴 했는데…… 분위기가 전혀 다르네요.”
확실한 건 두 연기 모두 저절로 감탄이 흘러나오는 정도라는 거였다.
모두의 감탄이 잦아들고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다.
촬영감독이 손바닥에 가득 찬 땀을 바지에 닦고 다시 카메라를 잡았다. 다른 스태프들도 비슷했다.
“레디, 액션!”
김수한 감독의 외침과 동시에 서준은 능력을 발휘했다.
[(악)시체 키메라의 꼬리가 발동됩니다.] [(악)시체 키메라의 꼬리-최하급]사형집행자가 시체로 만든 살아 있는 장난감, 키메라입니다.
몸의 일부인 꼬리에서 약간의 악의가 흘러나옵니다.
두어 번의 NG 끝에 카메라는 악의가 넘칠 듯 흘러나오는 남자를 클로즈업하며 따라붙었다.
거울 속.
어색하면서도 어울리는, 양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아름다우면서도 소름 돋게 웃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비쳤다.
“컷! 오케이!”
동시에 서준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풀리고, 스태프들의 한숨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어땠어요?”
“말해 뭐해. 잘했어.”
환하게 웃으며 물어보는 서준에 이지석이 엄지를 척 들어 올리며 대답했고 한준서가 동의하듯 웃었다. 고개를 끄덕이던 김종호가 아, 하고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지석이 너도 빙의 연기한 적이 있었지. 악령에서.”
“다행이지. 20년 전 영화라.”
농담과 진심이 섞인 이지석의 말에 서준과 한준서가 웃고 말았다.
그때.
어디선가 클래식 음악이 들려왔다.
“?”
갑자기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이지석과 김종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서준과 한준서가 작게 웃었다.
“이 음악은 뭐야?”
“바흐의 곡이에요. 귀신 퇴마용으로 쓰고 있어요.”
서준의 대답에도 이지석과 김종호의 머리 위에는 물음표가 떠다녔다. 그에 한준서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귀신 이야기를 하면 귀신이 온다잖아요. 게다가 서준이가 연기를 너무 잘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가끔 이렇게 음악을 들으면서 분위기를 환기하고 있어요.”
“효과도 꽤 있습니다.”
김수한 감독이 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스태프들도 마음의 평화를 얻은 듯한 얼굴로 다음 촬영을 준비했다.
효과가 있는 건 당연했다.
[(선)블루로디우스의 정화가 발동됩니다.] [(선)블루로디우스의 정화-하급]깨끗한 이슬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광석 블루로디우스입니다.
광석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으로 마기를 약간 정화할 수 있습니다.
서준이 능력을 사용했으니까 말이다.
“어제는 불교 경전을 들었어요. 이재하처럼 효과가 없는 귀신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하셔서요.”
스태프들이 적극 추천하고 직접 찾아오기까지 했다고 말하는 서준에, 눈을 끔벅이며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지석과 김종호가 이내 빵 터지고 말았다.
***
“레디, 액션!”
카메라가 남자를 비추었다.
거울을 보던 소름 끼치는 분위기의 남자는 마치 연습하듯 얼굴 근육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마구잡이로 움직이는 듯하더니 이내 어디서 본 것 같은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간호사?”
“맞네. 간호사 표정이네.”
이지석과 김종호가 낮게 중얼거렸다.
조금 전 단역배우가 연기했던 간호사의 표정이 지금 남자의 얼굴에서 재연되고 있었다. 성별도 생김새도 다른데 똑같이 느껴지는 표정에 뒷목이 서늘해졌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남자는 마치 시험해 보듯 ‘몸’을 움직여보았다.
주먹을 쥐었다 펴고 걸음을 걷는, 별것 아닌 행동임에도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이 저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분명 남자의 저 기이한 눈빛 때문이리라.
“아, 아…….”
거기에 남자가 입을 열어 내는 목소리도 오싹하게 들려왔다.
다른 장치를 쓰지 않았으니 온전히 서준의 목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일 게 분명한데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아생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기묘한 것이 눈앞에 있었다.
“……마, 음, 에, 드네.”
남자는 ‘몸’이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그 미소는 ‘드네’같이 부드럽게 나온 말투처럼 자연스러워 보였다. ‘몸’에 익숙해진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것이 저기에 있었다.
“오케이! 컷!”
하고 김수한 감독이 외치자 이지석은 얼른 음악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 빠른 속도에 뒤늦게 음악을 재생하려던 조감독이 눈을 끔벅였다.
“진짜 꿈에 나올까 봐 무섭네. 들을 만하네요.”
“그렇죠?”
어쩐지 자랑하는 듯 어깨를 으쓱하는 김수한 감독의 모습에 한준서가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