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184)
0살부터 슈퍼스타 1184화
-/그럼 한준서 배우도 오는 거지?/
“/네./”
리첼 힐의 물음에 서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준서에게도 [워킹맨!]에서 섭외 제안이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락도 했단다.
-/이야기 듣고 꼭 만나보고 싶었는데! 운명도 되게 재미있게 봤어!/
-/연기도 좋았지./
“/그쵸? 같이 연기할 때도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아앗.
들뜬 목소리의 서준과 에반 블록에, 리첼 힐은 ‘이거 주제를 잘못 꺼냈네!’ 하고 생각했다.
물론 리첼 힐도 연기하는 걸 좋아하고 재미있어하지만, 이 두 사람의 열정을 따라가긴 조금 힘들었다.
-/처음에는 연극을 했다며?/
“/네. 그래서 몸을 되게 잘 쓰세요./”
뭐, 그래도 익숙하고 재미있으니까.
-/확실히 연극에서 좋은 점만 가지고 왔더라!/
리첼 힐도 얼른 그 대화에 끼어들었다.
***
새집의 공사가 끝났다.
부모님과 함께한 마지막 점검도 끝났고, 친구들과 지인들이 사준 가전제품과 가구들도 모두 제자리를 찾았다.
“이제 이사할 일만 남았네.”
손 없는 날로 이삿날을 정한 서준과 부부는 조금씩 준비하던 이삿짐을 본격적으로 싸기 시작했다.
서준의 옷부터 책과 대본, 필기구 같은 작은 물건들과 새싹들이 준 소중한 편지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몬스터 인형들과 트로피까지. 또 연습실의 카메라들과 모니터도 챙겼다. 최신형으로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들이었다.
“이것 봐, 서준아.”
서준의 집에 장식해 둘 추억이 담긴 사진을 고르던 엄마가 웃으며 사진 하나를 모여주었다. 그에 사진을 본 서준도 하하 웃었다.
[쉐도우맨2]를 준비할 때, 영 마음대로 되지 않는 연기에 심술이 난 꼬마 서준의 사진이었다.“이 사진도 봐봐.”
“귀엽네!”
어느새 아빠까지 와서 사진을 보았다.
짐을 싸다 말고 추억 여행을 시작한 가족이었다.
“아참. 짐 싸야지!”
그러다 다들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준비한 상자에 옷과 물건들이 차곡차곡 들어갔다. 매직으로 상자에 무슨 물건이 들었는지 적어놓기도 했다.
지이익!
마지막 상자에 테이프를 붙인 서준이 고개를 들어 방 안을 둘러보았다.
텅 비다 못해 휑해 보이는 자신의 방이 참 낯설었다. 이렇게 넓었나 싶기도 했다.
“여기서 참 오래 살았는데.”
중학교 입학할 때 이사 와서 지금까지 거의 10년이 넘게 살고 있는 곳이었다.
그때는 부모님과 같이 이사 갈 준비를 했었는데, 지금은 혼자 이사 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 싱숭생숭했다.
‘앞으로는 혼자 지내게 되겠지.’
촬영 때문에 해외에서 지낼 때가 꽤 많긴 했지만 그거랑은 좀 다른 느낌이랄까.
이제 촬영이 끝나고 돌아오면 ‘잘 다녀왔어?’ 하고 반겨줄 부모님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 같이 식사를 하던 것도, 서로의 감상을 나누며 드라마를 보던 것도 이제 드물어질 터였다.
사이 좋았던 가족인 만큼 서준도, 엄마 아빠도 서로의 빈자리를 크게 느낄 게 분명했다.
지금도 조금 그렇고.
‘……자주 와야지.’
서준은 그렇게 생각하며 마지막 상자를 다른 상자 위에 올려두었다.
다음 날.
이삿날인 오늘은 아침부터 움직였다.
그래도 가전제품들도 가구들도 이미 다 들어와 있는 상태다 보니, 서준의 짐만 옮기고 정리하면 돼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드레스룸에 상자에서 꺼낸 옷들을 정리해 넣고 서재의 책꽂이에 가져온 책과 대본들을 꽂아두고, 새 연습실에 카메라와 모니터를 설치하고 진열대에 그동안 서준이 받아왔던 트로피를 올려두었다. 또 냄비와 그릇, 샴푸같이 미리 사둔 제품들로 부엌과 화장실 등을 정리하고 본가에서 가져온 반찬들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깔끔하게 청소하면 정리 끝.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
서은혜의 말에 이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넓은 서준의 집을 둘러보았다.
이제 막 이사 온 터라 아직 조금 휑한 느낌이지만 이제부터는 살림살이가 하나둘 늘어날 터였다. 그리고 그만큼 서준의 추억도 쌓이겠지.
“이 집에서도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네.”
“그러게.”
작년 3월의 일이 있긴 했지만, 그것 빼고는 좋은 기억만 있었던 본가였다. 그래서 가족은 행복했다.
그러니 새로운 집에서도 좋은 일만 있었으면 하고 부부는 바랐다. 서준이라면 잘할 터였다.
“그럼 이제 점심 먹을까? 역시 이삿날엔 짜장면이지?”
씩- 웃으며 말하는 이민준에 서은혜는 조금 느끼고 있던 걱정과 쓸쓸함을 날려 버리고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저녁.
서은수 가족과 김수빈 가족이 서준의 집에 집들이를 하러 왔다.
“우와아아!”
“여기가 서준이 형 집이구나!”
서준의 집에 처음 오는 은수와 수빈이는 현관으로 들어올 때부터 잔뜩 들뜬 얼굴이었다.
“우리가 이사 도와준다니까.”
“짐이 별로 없어서 금방 끝났어. 서준이 친구들도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괜찮다고 했고.”
두 손 무겁게 사온 음식들을 건네주며 말하는 김희상에 이민준이 웃으며 말했다.
음식을 잔뜩 사 온 두 가족 덕분에 따로 음식을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거기에 집들이 선물도 있었다.
“다들 먼저 다 사줘 버리는 바람에 뭘 사야 할지 엄청 고민했어요.”
서은찬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부모님들끼리 음식을 차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서준은 동생들과 함께 집구경을 했다.
“여긴 서재야.”
“서재!”
은수와 수빈이가 눈을 반짝이며 서재를 구경했다.
연습실 빼고 다른 곳은 그렇게 많이 신경 쓰지 않았지만 서재는 생의 도서관을 모티브로 삼아 꾸며보았다. 뭐, 생의 도서관에 있는 것들과 비슷한 디자인의 책상과 책장을 찾아본 정도이긴 하지만 말이다. 의자는 오래 앉아 있을 때가 가끔 있으니 좋은 걸로 샀다.
“여긴 침실이고.”
“침실!”
“여긴 홈짐.”
“홈짐!”
하나하나 설명할 때마다 격하게 반응하는 동생들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미성년자인 아이들에게는 서준이 독립했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하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여긴 연습실이야.”
두꺼운 문을 열자 넓고 깔끔한 연습실이 보였다. 본가의 연습실처럼 벽 하나가 전부 거울로 뒤덮여 있고 여기저기 달려 있는 카메라도 보였다.
“저번 집 연습실보다 크네! 와! 피아노도 있어!”
“바이올린도!”
“여기가 방음이 잘 되거든.”
연습실 한쪽에는 쉴 수 있는 공간과 함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따로 방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작은 곳보다 넓은 곳에서 연주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여기에 놔두었다.
“서준이 형 집 엄청 좋아!”
“나도 독립하고 싶어!”
실컷 집구경을 하고 거실로 온 수빈이와 은수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
그날 이후, 여러 사람들이 집들이를 하러 왔다.
“역시 연습실에 제일 공을 많이 들였네. 멋지다!”
“이거 카메라 기종이 뭐야, 서준아?”
“나도 여기 살면 안 돼? 월세 낼게!”
“안 돼.”
호시탐탐 서준의 집을 노리는 친구들과,
“이서준 사단 모임은 앞으로 여기서 할까?”
“그거 괜찮은데?”
“저는 좋아요.”
역시 서준의 집을 노리는 지인들,
“그 작던 서준이가 독립을……!”
“하하.”
또 오랫동안 함께해온 코코아엔터 사람들과,
>리첼 힐: /나도 갈 거야!/ 집들이!
>리첼 힐: /예약!/
>조나단 윌: /나도 예약!/
[/언제든 오세요!/아직 오지 못해 집들이를 예약하는 지인들까지.
모두 즐겁게 맞이하는 집주인, 서준이었다.
“앞으로 휴지랑 세제는 안 사도 될 것 같네.”
선물은 괜찮다고 했는데도 다들 챙겨준 덕분에 팬트리가 생필품들로 가득했다.
팬트리를 살펴보며 서준은 어느새 익숙해진 새집에 대해 생각했다.
처음엔 조용한 집이 좀 낯설었는데, 생의 도서관도 이렇게 조용했다는 생각이 떠오르니 금방 익숙해졌다. 집 하나를 혼자서 사용하는 것도 말이다.
“근데 벌써 떠나게 됐네.”
작게 웃은 서준이 팬트리에서 캐리어를 꺼내 짐을 챙겼다.
며칠 후에 있을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
[배우 이서준,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을 위해 출국!]“우리도 가자!”
[워킹맨!] 전민재 피디가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아무래도 미국이다 보니 다른 피디에게 맡기는 것보다 자신이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게다가 서준과 친분도 있었고 말이다.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13시간의 비행 후.
[워킹맨!] 선발대가 LA에 도착했다.“반갑습니다. 킹즈 에이전시에서 나왔습니다.”
이번 촬영은 서준의 에이전시인 킹즈 에이전시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물론 비용은 지불했다.
예상보다 조금 비싸긴 했는데, 미국에 오는 [워킹맨!] 멤버들과 스태프들 모두 케어해 준다고 했다. 거기에 보통의 에이전시도 아니고 할리우드 스타의 에이전시가 아닌가.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다른 촬영지에서 문제가 생겨도 금방 해결해 줄 것 같은 믿음이 있었다.
“그 정도로 일하는데 이 가격이면…… 우리 지인 할인 받은 거 아닐까요?”
“그렇지?”
제작진은 서준과 코코아엔터에 마음속으로 깊은 감사를 전했다.
첫날은 시차 적응을 위해 휴식을 한 [워킹맨!] 제작진은 다음 날 서준이 머물고 있는 LA숙소로 향했다.
“우와…….”
커다란 대문을 보자마자 감탄이 흘러나왔다.
가끔 서준의 사진 너머로 저택의 일부분이 보이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보니 느낌이 전혀 달랐다.
킹즈 에이전시 직원이 안으로 이동했다.
“잘 지내셨어요, 전 피디님?”
“서준아!”
그 안에서 서준이 최태우 매니저와 기다리고 있었다.
편하지만 멀끔한 모습으로 저택의 앞에 서 있는 것이 굉장히 자연스러워 보이면서도 잘 어울려서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바쁜 거 아니야? 오늘 오스카 시상식 열리잖아.”
“괜찮아요. 제가 후보인 것도 아니고요.”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들어오세요. 안내해 드릴게요.”
어쩐지 요즘 집 안내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서준이 작게 웃었다.
“여긴 제가 쓰는 방이고요. 여긴 가수팀에서 미국에 투어하러 올 때 사용하는 방이에요. 배우팀에서도 할리우드 오디션을 볼 때 여기서 지내고요. 이번에 두 분이 오디션에 합격하셔서 곧 영화를 촬영할 예정이에요.”
코코아엔터의 LA 숙소는 깔끔하면서도 생활감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가끔 가수팀의 굿즈나 배우팀의 흔적이 눈에 보일 때는 조금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제작진은 서준의 설명을 메모해 두었다. 방송 자막을 어떻게 붙일지 생각하면서.
촬영은 후발대가 오면 할 예정이었다.
그렇게 LA 숙소를 둘러보고 난 후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할 준비를 했다.
제작진이 킹즈 에이전시 직원과 촬영을 위해 시상식장으로 떠난 사이, 서준은 준비해 둔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많은 후보들이 있었지만 선택한 것은 아레시스에서 보내준 옷이었다.
“이번 정장도 정말 좋네. 잘 어울려.”
“그러게요.”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바로 하던 서준이 최태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니엘 티베 수석 디자이너의 실력은 원래도 좋았지만, 그 안에 담긴 진법이 조금 더 성장한 느낌이라 옷까지 더 좋아진 것 같았다.
진법하니 박민형이 떠올랐다.
세트장의 분위기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켜준 박민형의 진법. 덕분에 더욱 멋진 장면들을 촬영할 수 있었다.
‘바로 새 작품 시작한다고 하던데.’
신나게 영화에 쓸 소품이며 의상, 세트장을 만들고 있을 박민형이 생각나 서준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