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185)
0살부터 슈퍼스타 1185화
그날 저녁.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우와…….”
저도 모르게 나오는 감탄에 촬영하던 [워킹맨!] 제작진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어디를 봐도 영화나 미드에서 본 배우들이 가득했다.
“진짜 눈 돌아가겠어요.”
“그러니까…… 헉! 나 저 배우 엄청 좋아하는데!”
레드카펫 위로 스타들이 나타나자 환호성이 들렸다.
사진을 찍기 위한 플래시가 번쩍번쩍 터지고 생방송으로 인터뷰를 내보내고 있던 카메라와 리포터가 얼른 다가갔다. [워킹맨!] 제작진은 허가받은 곳에서 그 모습을 촬영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또 다른 스타들이 나타났다.
와아아아아!
지금까지의 환호성보다 몇 배는 되는 듯한 커다란 함성에, 모두 그쪽을 바라보았다.
“/생존자들이다!/”
“/준! 주우운!!/”
“/으아악! 데비!!/”
“/밀란! 여기요!/”
“/바네사아악!!/”
서준 리, 데이비스 가렛, 밀란 첼런, 바네사 올슨.
[생존자들]의 출연자들이 다 함께 등장했다. 개봉한 지 10년이 되는 영화 [생존자들]이었지만 다들 알고 있는 듯했다. 물론 10년 사이 밀란 첼런과 바네사 올슨이 여러 작품을 통해 더욱 유명해진 것도 한몫했다.“앤드류 워커가 후보라서 다 같이 왔나 보네.”
“그러게요.”
제작진이 얼른 카메라로 레드카펫 위를 걷는 [생존자들]팀을 촬영했다.
레드카펫 위의 서준 리은 오늘도 멋졌다.
오직 서준을 위해 만든 것만 같은(맞다.) 정장은 더 올라갈 곳이 있나 싶은 서준의 매력을 더욱 업그레이드시켰고, 화장이며 헤어며 액세서리까지 어울리지 않는 게 없었다.
하지만 역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서준, 그 자체.
잘생긴 외모에 누가 봐도 스타라고 말하는 듯한, 시선을 뗄 수 없는 빛나는 아우라를 내뿜는 서준의 모습에 다들 저도 모르게 감탄을 흘리며 서준의 이름을 외쳤다. 그에 서준은 그 환호성을 능숙하게 받아들이며 더욱 빛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매번 느끼긴 하지만 정말로 슈퍼스타 같았다.
“오!”
레드카펫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을 보며 웃던 서준이 이쪽을 보았다. [워킹맨!] 제작진이 눈이 마주친 것 같다고 생각할 때, 서준이 친밀감을 담아 빙그레 웃었다. 약간 변해도 멋지고 근사하고 귀엽고 다하는 그 미소에 으아아악! 하고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여기서 우릴 발견한다고?”
“대단하네!”
역시 이서준!
제작진은 감탄하면서도 서준과 스타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잠시 후.
아카데미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And The Oscar goes to……!”
차례차례로 시상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워킹맨!] 제작진은 시상식 전체를 찍기보다는 서준과 [생존자들], 그리고 서준과 함께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을 중심으로 촬영했다.
수상자들의 이름이 불리고 무대에 오르고 소감을 말할 때마다 집중하고 있는 서준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그리고 마침내.
“/남우조연상 수상자는……!/”
남우조연상 수상자의 이름이 불릴 차례가 되었다.
서준과 [생존자들]팀이 자신의 일인 것처럼 긴장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히려 모니터에 얼굴이 뜬 후보, 앤드류 워커가 더 담담해 보였다.
“/그냥 넋이 나간 것 같은데?/”
“/그러게요./”
데이비스 가렛의 말에 서준이 긴장을 조금 풀고 킥킥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밀란 첼런도, 바네사 올슨도, 중간에 합류한 제프리 로덕스 감독도 작게 웃었다.
그런 [생존자들]팀의 귀로 사회자가 외치는 수상자의 이름이 들려왔다.
“/앤드류 워커!/”
—!!
환호성과 함께 커다란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그 대부분은 [생존자들]팀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생존자들]팀의 반응은 열렬했다.
자신의 이름이 불린 것을 깨달은 앤드류 워커가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감독과 배우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그러고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뒤쪽에 앉아 있던 [생존자들]팀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 귀여운 모습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튀어나왔다.
“/안녕하세요. 배우 앤드류 워커입니다!/”
상기된 얼굴로, 그러나 침착하게 소감을 이야기하는 앤드류 워커의 모습을 보던 서준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나고 애프터 파티가 열렸다.
[생존자들]팀은 오늘 수상한 팀들을 만나며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워킹맨!] 제작진은 조용히 서준을 따라다녔다. 물론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눈에 띌 수밖에 없어 무슨 촬영인지 묻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한국! 저번에 홍보차 갔었지!/”
“/엄청 유명한 예능이에요./”
“/오! 그래? 그럼 당연히 출연해야지. 멋지게 찍어주세요./”
찡긋 웃으며 말하는 할리우드 스타에 제작진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엄청 유명한 예능이라고 소개해준 서준에게도 표정으로 감사를 전했다.
“/준! 저 상 받았어요!/”
“/정말 축하해, 앤드류./”
앤드류 워커가 [생존자들] 팀에게로 왔다. 손에 든 오스카 트로피가 반짝반짝 빛났다.
서준과 배우들이 하하 웃으며 축하해주었다.
“/이쪽은 워킹맨 제작진분들이야./”
“/안녕하세요. 저도 방송 봤어요./”
“/! 저희 방송 보셨어요?/”
“/네. 고래 우리랑 로키 나오는 거랑 준이 나오는 편들뿐이지만요./”
앤드류 워커의 말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제작진이 좋아했다.
그렇게 애프터 파티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낸 제작진은 오래 머물지 않고 바로 나왔다.
파티에 참석한 배우들과 관계자들이 편하게 파티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어때요? 피디님?
>잘 찍었어요?
숙소에서 촬영본을 살펴보고 있던 전민재 피디에게 한국에 있는 제작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완전 대박! [(애프터 파티 사진)>!!!
애프터 파티에 참석했던 일부 배우들만 보여줬는데도 반응이 격렬했다.
>이것만으로도 교통비는 뽑겠네요.
[그러게. [지금 출발하는 거지?>네. 공항이에요.
>(사진)
한국 후발대가 보여준 사진에는 [워킹맨!] 멤버들과 한준서가 찍혀 있었다.
***
몇 주 전.
“미국?”
[워킹맨!] 멤버들이 제작진의 말에 눈을 끔벅였다. 제작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중에 여권을 달라고 했다.“아니, 갑자기 미국은 왜 가는데?”
“음. 스케줄 알아봐야 하는데…….”
“꼭 가야 하는 거예요? 한국에서는 못 찍는 건가?”
하면서도 여권이 어디 있나 생각하는 멤버들이었다.
“그게 이번에 섭외한 게스트가 이서준 배우랑 한준서 배우거든요.”
!!!!
“그럼 가야지!”
“지금 가져올까, 여권?”
“창현아! 내 여권 어딨어!?”
두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굉장히 협조적으로 나오는 멤버들이었다.
“아, 잠깐만. 근데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한국영화 아니었어? 제목이 외국어지만.”
“아드 리비툼, 자유롭게. 서준이는 피아니스트 이재하를 연기하는데…….”
눈을 반짝이며 설명하려는 새싹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하여튼 왜 미국까지 가서 찍는 거야?”
고개를 갸웃하는 멤버들에 제작진이 고래 우리, 로키와 늑대 켈리, 그리고 할리우드 스타들과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와…….”
“진짜 그걸 찍겠다고?”
“가능한 거예요?”
“그건 저희도 모르겠지만, 못 찍어도 분량은 나올 거예요.”
그건 그렇지.
제작진이 말했던 할리우드 스타들 중 한 명만 나와도 화제성이며 시청률은 보장될 게 분명했다.
“그럼 서준이는 미국에서 만나는 거야?”
“네. 한준서 배우님이랑 공항에서 만나서 같이 갈 거예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인천국제공항에서 [워킹맨!]과 한준서가 만났다.
“오랜만이에요! 준서 씨!”
“다들 잘 지내셨어요?”
반갑게 맞이해 주는 멤버들에 한준서가 웃으며 인사했다.
이전 할리우드 영화 [민들레]와 천만 영화 [운명] 등 몇몇 작품의 홍보차 [워킹맨!]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말씀 편하게 하셔도 돼요.”
“알지, 알지. 이제부터 편하게 할 거야.”
박영진이 웃으며 말했다. 멤버들도 활짝 웃었다.
표정을 연기하는 배우답게 한준서는 그 웃음 안에든 궁금증을 읽어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 모두 그랬으니까.
“궁금하신 거 물어보셔도 돼요.”
하하 웃으며 말하는 한준서에 눈을 반짝였던 멤버들이 이내 슬픈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서준이 집에 가서 이야기할 거니까. 지금 들으면 그때 리액션하기 조금 어려울 것 같아서 말이야.”
좀더 진실된 모습을 담고 싶었던 제작진의 의견이기도 했다.
“난 다시 들어도 신기할 것 같은데.”
“저도요.”
하긴.
작년 가을쯤에 나왔던 이야기인데도 여전히 흥미진진한 걸 보면 몇 번을 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긴 했다.
“근데 여긴 공항이잖아.”
탁 트인 공간이니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도 많았다.
벌써 멤버들과 한준서를 알아보고 놀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뭐, 홍보할 생각으로 공항에서 만난 것이니 문제는 없었다.
“촬영 다 끝났지? 요즘은 뭐 하고 있어?”
때문에 서준과 김수한 감독, [아드 리비툼]에 대한 이야기는 제외하고 근황을 이야기하는 멤버들과 한준서였다.
***
“여기가 LA!”
“2월인데 날씨가 좋네!”
길고긴 비행이 끝나고 [워킹맨!]과 한준서가 LA에 도착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제작진 선발대가 멤버들과 게스트를 반갑게 맞이했다.
“전 피디! 오스카 시상식 갔었다며!”
“어땠어요!?”
인사도 하기 전에 멤버들이 물어댔다. 거기에 후발대로 온 제작진들도 궁금한 듯 물어서 전민재 피디와 선발대가 하하 웃었다.
“엄청 좋았죠. 저 어셈블이랑 이레귤러스들도 전부 봤습니다.”
“부럽다!”
“나도 진짜 가고 싶었는데!”
멤버들의 말을 들으며 ‘언젠가 나도 꼭……’ 하고 다짐하고 있던 한준서가 어딘가를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검은 모자를 쓰고 스태프인 양 행동하고 있던 서준이 조용히 웃으며 눈을 찡긋했다. 그에 한준서도 웃고 말았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장면이라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오스카 시상식에 정신이 팔린 멤버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카메라가 그 모습을 담고 있었다.
잠시 후.
진정한 멤버들에게 전민재 피디가 말했다.
“여러분들이 LA에 지내는 동안 머물 곳은 이서준 배우가 LA에서 촬영할 때마다 지내는 곳입니다. 그리고 코코아엔터 가수분들과 배우분들도 LA에 스케줄이 있을 때 사용하는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오오!”
“또 할리우드 스타들과 파티도 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오오오!”
“그럼 이제 출발해 볼까요?”
버스에 멤버들과 한준서가 올랐다. 제작진과 검은 모자도 뒤따라 버스에 탔다.
“서준인 집에 있으려나?”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아, 서준 씨는 어제 아카데미 시상식 때문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조금 늦게 돌아오신다고 하더라고요.”
“아하.”
다들 전민재 피디의 말에 납득한 듯 순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후.
[워킹맨!] 버스가 코코아엔터 LA숙소에 도착했다.“이야…….”
차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이층 저택에 다들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리가 여기서 잔다고?”
“진짜 괜찮은 거예요?”
전민재 피디는 놀란 멤버들과 한준서를 저택 안으로 안내했다. 정원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커다란 거실도 단정하고 아늑해 보였다. 부엌과 1층에 있는 각 방을 둘러보고 2층으로 이동했다.
“여긴 서준 씨 방입니다.”
“들어가도 돼?”
하고 조금 긴장한 얼굴로 멤버들이 방문을 열었다.
먼저 들어와 방송에 내보낼 빈방을 찍고 있던 검은 모자를 쓴 카메라맨이 멤버들과 한준서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었다.
와아.
별다를 것 없는 방이었지만 슈퍼스타의 방이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 방들은 여러분들이 쓰실 방입니다.”
가수들과 배우들이 썼다는 다른 방들도 좋았다.
생활감이 묻어나긴 했지만, 아무래도 미국에 스케줄이 있을 때만 쓰는 방이다 보니 서준의 방보다는 잠시 머무는 호텔방 느낌이 나긴 했다.
‘그런데…….’
레드크라운과 앰버의 멤버가 썼다는 방을 둘러보던 최소희가 눈을 가늘게 뜨며 한 스태프를 바라보았다.
검은 모자를 쓴 남자 스태프를.
일이 바빠서 떡진 머리를 모자로 감추는 건 다른 스태프들도 비슷했지만, 저 스태프는 뭔가 좀 다른 것 같았다.
그러니까, 언젠가 이랬던 적이 있는 것 같았다.
그건 아주 오래전.
지금처럼 오스카 시상식 직후의 일이었다.
“내 촉이 말하고 있어…….”
“어?”
최소희가 아까부터 자꾸만 얼쩡대던 검은 모자를 가리키며 외쳤다.
“너 서준이지!”
“!? 뭐어!?”
멤버들이 놀라 검은 모자를 바라보았다. 한준서의 눈도 동그랗게 변했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검은 모자가 뒤로 움직였다.
“! 진짜 서준이구나!”
“으아아! 일이 생겼다더니! 거짓말이었어!”
“서준이 처음 나왔을 때도 이랬었는데!”
멤버들도 그날을 떠올렸다.
바로 앞에 꼬마 서준이 있었는데도 촬영이 끝날 때까지 알아보지 못했던 그날을.
검은 모자를 쓰고 있던 서준을.
“잘했어! 소희야!”
“이번에도 촬영 끝날 때까지 못 보는 줄 알았네!”
물론 씨 세이브 센터나 더 마운틴에 가야 하니 그럴 일은 없었겠지만, 다들 스태프로 변장한 서준을 찾아냈다는 사실에 기뻐하느라 깨닫지는 못했다.
“자자, 서준아. 가면을 벗, 아니 모자를 벗고 이제 정체를 밝혀!”
“내가 일코한 서준이를 찾았어! 내가 바로 새싹이다!”
광기에 물든 것 같은 멤버들이 검은 모자에게로 다가갔다.
눈을 끔벅이던 한준서가 옆에 있는 스태프에게 말을 걸었다. 그 스태프도 검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제 정체 밝혀야 할 것 같은데, 서준아.”
“그러게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던 서준이 이내 웃음을 터뜨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앞으로 걸어나가며 모자를 벗었다.
“저 여기 있어요.”
……?
이히히히 웃으며 서준으로 추정되는 검은 모자에게 다가가고 있던 멤버들이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KTX를 타도 알아볼 것 같은 잘생긴 남자가 있었다. 그들이 찾아낸(?) 서준이었다.
“……서준아?”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서준의 깜짝 등장에 멤버들이 모두 멍한 얼굴로 서준과 검은 모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럼 이 사람은 누구야?”
그 물음에 검은 모자에게서 대답이 들려왔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스탭입니다.”
그저 열심히 일하고 있던 진짜 스태프였다.
그에 잠깐의 적막이 흐르고.
으하하하학!!!
멤버, 게스트, 제작진 할 것 없이 모두 빵 터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