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game alon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93
제193화
193화
“솔직히 좀 X같은 기분이긴 하네.”
“……건우 님.”
그 말을 들은 레이나의 눈에 그렁그렁하게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나는 길어 봐야 3년 남짓한 기억을 잃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
“잃어버린 기억이 거의 50년 정도 되는 건가?”
그리고 건우는 자신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레이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힘들었겠다. 혼자 그 모든 것들을 해결하려면.”
“……그래도 해야만 했어요. 건우 님 말씀처럼 무려 11억 명을 죽이고 얻은 기회잖아요.”
그에 건우는 살짝 웃었다.
“건우 님이야말로 고생 많으셨어요. 고문도 당하셨잖아요.”
“뭐, 그게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어라 싸우던 그들은 갑작스럽게 건우와 레이나가 너무나도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자,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레, 레이나 님! 도대체.”
“아.”
그에 레이나는 이내 몸을 돌려, 뒤쪽에 있는 이석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사과하였다.
“죄송해요.”
“예? 무엇이…….”
그러나 레이나는 결국 쉽게 입을 떼지 못했고 결국 한숨을 내쉰 건우가 입을 열었다.
“내가 설명해 줄게.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레이나도 이 내용은 모를 테니까.”
“……아, 거기까지 설명해 주시는 거군요. 네.”
그리고 건우는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너희가 레이나에게 어디까지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너희도 그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해 봤겠지? 과연 아포칼립스는 왜 터진 걸까, 그리고 시스템은 뭘까, 그런 것들.”
“…….”
“그거에 대한 답은 간단해. 모두 외계인의 소행이야.”
“외계인?”
그런 건우의 설명에 바로 앞에 있는 레이나 또한 눈을 빛냈다. 그녀도 결국 세상의 비사까지는 알 수 없는 입장이었을 것이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 건우와 함께 터미네이터의 방주에 간 적이 있었지만, 지진으로 인해 방주가 무너졌고 그로 인해서 얻은 정보는 굉장히 한정적이었다.
“우리 인류보다 훨씬 이전에 태어난 어떤 외계 종족들은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어. 그리고 더 이상 발전이 필요가 없어진 시점에 이르렀을 때, 그들은 전 우주를 돌면서 새로운 지적 생명체를 찾아 나섰지.”
“…….”
“반쯤은 재미로,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은 우리를 찾아냈고 우리에게 시련을 내렸어. 그 시련이 아포칼립스야.”
그러자 그들은 멍한 표정으로 건우를 바라보았다.
“이 시련을 이겨 낸 이들에게는 엄청난 기술력을 전달해 주고 그걸 바탕으로 문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왔어. 하지만 실패하면 결국 멸종하도록 유도했지.”
“……그 말은.”
“그래. 우리가 아포칼립스라고 부르는 이 모든 것들이 그 결과야. 결국, 인류는 실패했지.”
그리고 건우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그게 이 세상의 진실이야.”
“너는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런 이석준의 물음에 건우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과거의 외계인들은 AI를 이 지구에 남겼어. 그리고 소수의 인간들에게 그 AI를 지키도록 만들었지.”
“그럼 설마, 네가…….”
“아니, 나는 그걸 막으려는 쪽이야. 그때 그 소수의 인간들. 그들은 스스로를 터미네이터, ‘종결자’라고 부르면서 때가 올 때까지 음지에 숨어서 힘을 키웠어.”
계속되는 건우의 설명에 이석준은 가만히 그 이야기를 들었다.
“외계인 AI의 도움을 받은 그들은 엄청난 기술력을 가질 수 있었고, 그 힘으로 음지에 숨어서 사람들이 이 진실을 알지 못하도록 막았어.”
“…….”
“그리고 그들은 모든 디데이에 맞춰 진실과 지식이 담긴 방주를 제작했고, 나는 그 방주를 통해서 이 모든 정보를 얻게 된 거야.”
“……그 방주는 어떻게 찾은 거지?”
그의 물음에 건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내가 그 방주를 가장 처음 찾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약 20년이 지나서야.”
“……뭐?”
“근데 아쉽게도 20년 후에 그 방주는 지진으로 인해서 파손되어 있었어. 그래서 그곳에서 나는 ‘터미네이터’라는 존재들이 있었다는 것과 그들이 이 아포칼립스를 터트렸다는 것밖에는 몰랐지.”
그쯤 되자 그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대충 알겠지? 나는 미래에서 왔어.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정도 지난 미래에서 아포칼립스가 터지기 3년 전, 2023년으로.”
“미래?”
“응. 여기 있는 레이나와 함께.”
“…….”
그 말을 들은 이석준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
“그렇다는 말은…….”
“맞아. 세이비어는 본래 내가 세운 단체야. 더 정확히는 국가지.”
“그럼……? 아냐, 그럴 리가. 그녀는 분명.”
“미안해요……. 하지만 건우 님이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는 당신과 한정호 씨가 필요했어요.”
“…….”
그러자 이석준은 입을 떡하니 벌린 채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굳이 얘가 필요했던 이유가 뭐야?”
“건우 님의 기억을 되찾게 하기 위해서는 2가지 조건이 필요했어요. 하나는 체내의 마약이 모두 사라져야 했고, 나머지 하나는 감정이 폭발적으로 나와야 했어요.”
그녀의 설명에 건우는 상황을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알겠다. 이전의 나는 약해서 목숨을 위협하면 감정적으로 만들 순 있었겠지만, 마약이 체내에 남아 있었으니까 기억이 돌아오진 않았겠네.”
“네. 그래서 결국 건우 님의 기억을 되찾게 하기 위해서는 건우 님에게 체내의 마약이 있다는 걸 알려야 했고, 그 이후에 건우 님을 감정적으로 몰아야 했어요. 근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저 둘이 필요했다?”
그런 건우의 말에 레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한테는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이게 인류를 위한 일이니까요. 어쩔 수 없었어요.”
“하지만 그 말대로라면 이미 세상은 끝난 거잖아!”
“맞아, 끝났지. 근데 기회가 없는 건 아니야.”
“……뭐?”
“이번이 첫 번째 회귀였거든. 미래에 우리 둘은 터미네이터라는 존재만 알았을 뿐 그들을 어떻게 막아야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전혀 몰랐어.”
그에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로 건우를 바라보았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우리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모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야.”
건우와 레이나는 수나의 아들인 레일이 성장하는 25년 동안 한 가지 계획을 세웠다. 그것은 바로 인류를 구원하는 계획이었고, 그 긴 시간 동안 고민하고 수정한 덕분에 이런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정보가 너무 없었어. 그렇지만 이제는 아니야. 만약 나와 레이나가 한 번 더 회귀하게 되면, 그때는 인류를 지킬 수 있어.”
“결국, 나는 뭘 위해서……. 지금까지 내가 해 왔던 모든 일들이 내 원수를 돕기 위해서…….”
그에 가만히 서 있다가 이내 소리쳤다.
“웃기지……!”
타앙.
그에 건우는 바로 들고 있던 소총으로 이석준의 머리를 쐈다. 그대로 그는 절명했고, 건우는 천천히 쓰러지는 이석준의 시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 너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차피 수십 년 후에 내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게 되면 모두 없던 일이 될 테니까.”
“…….”
“그리고 그때는 아포칼립스도 터지지 않을 거고, 그러면 나와도 전혀 모르는 사이가 될 테니까. 이 악연은 이생에서 끝내는 거로 하자고.”
그렇게 이석준이 쓰러지자, 레이나는 그에게 미안했는지 눈을 감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건우는 고개를 돌렸고 이내 뒤쪽에 있던 한정호가 뭔가를 깨달은 듯이 소리를 내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에 건우는 소총으로 그의 목숨까지 빼앗은 이후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진짜로 끝났네.”
“고생하셨어요.”
“너야말로 혼자서 고생했어.”
그러자 레이나는 미소를 지었고 건우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까지 합시다.”
“…….”
그에 그들은 이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지고 있던 총기를 건우 앞으로 가지고 오기 시작했다.
“대충 정리만 하고 집에 가서 좀 쉬자. 힘들다.”
“네.”
그리고 건우는 앞에 쌓이는 총기들을 회수했고 뻥 뚫려 있는 동서울 캠프의 외벽을 막기 시작했다.
.
.
.
“……어, 그러면.”
“응?”
건우에게 모든 사실을 들은 이혜정은 뭔가 생각난 듯이 말했다.
“둘은 결혼한 거예요?”
“나랑 레이나?”
“네.”
“그럼 결혼도 안 하고 50년을 같이 살았을까.”
“헐, 대박.”
그녀는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이 눈을 빛내며 말했고 그때 김지혜가 건우를 향해 말했다.
“저기, 저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궁금한 거?”
“네. 그러면 건우 님이 그 터미네이터에게 의심을 받게 된 그 사건이요.”
“아. 그 USB?”
“네. 그 안에는 뭐가 있었어요?”
그에 건우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AI.”
“네?”
“그 안에 있었던 게 외계인이 남긴 AI였어.”
그러자 이혜정과 김지혜는 물론이고 옆에 있던 레이나와 고지상 또한 크게 놀랐다.
“그럼 그 AI를 잠시나마 손에 넣으신 거였어요? 그럼 왜 파괴를 안 했어요?”
“그 USB에 있는 게 뭔지 알아내려고 컴퓨터에 연결해서 이것저것하고 있을 때 AI가 나에게 제안을 했지.”
“그냥 파괴하면 되잖아요.”
“그러니까 말했잖아, 컴퓨터에 연결한 상태였다고. 그리고 그건 인공지능이야. 심지어 시스템으로 발전이 가능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내가 그걸 파괴하려고 했으면 바로 도망쳤을걸?”
“아, 그건 그렇네요. 그럼 시스템이 먼저 제안을 한 거예요?”
그에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를요?”
“원래 나는 그 USB 안에 있는 게 뭔지 알아낸 후에 그걸 티 안 내고 회사로 복귀해서 돌려줄 생각이었어.”
“아아. 네.”
“근데 AI가 나에게 말했지. 뭔가를 알아낸 뒤에 자신을 회사에 돌려주면, 내가 AI의 존재를 알았다는 걸 아놀드 조에게 알리겠다고.”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고 생각했는지 그들은 모두 마른침을 삼키며 건우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근데요?”
“그래서 나는 그냥 가지고 도망치려고 했는데 걔가 나한테 제안을 했어.”
“뭐라고요?”
“어떤 식으로 하면 살 수 있는지 알려 줄 테니 이대로 자신을 회사로 돌려놓으라고. 그러면 내가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된 것도 알리지 않겠다고.”
“그래서요?!”
그에 건우는 자신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에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하잖아.”
“그렇죠?”
“그래서 나도 제안을 하나 했지. 킬코드를 입력할 수 있는 위치를 레이나에게 알리라고.”
“아. 그 내용이.”
그제야 뭔가 알았다는 듯이 레이나는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건우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건우는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근데 시스템이 약은 게, 그걸 아포칼립스가 터지고 나서 알려 줬다고 하더라고.”
“그 전에 알리면 레이나 님이 그걸 막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마도 그래서겠지.”
그리고 그때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고지상이 물었다.
“근데 왜 시스템이 갑자기 그런 제안을 한 겁니까?”
“나도 그때 그걸 물어봤거든? 어차피 너는 도망칠 수 있지 않느냐, 근데 왜 그런 제안을 하느냐, 하고 물었더니 그때 걔가 그랬어. 인기가 많아서 그렇다고.”
“인기가 많아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도 그때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었거든? 근데, 이제는 알겠어.”
“뭔데요?”
그런 그녀의 말에 건우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아마 잘나가는 드라마를 연장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네?”
곧 그들은 뭔가 깨달은 듯이 눈이 커졌다.
“아. 설마.”
“그래서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서 보고 있을 거야. 인사나 해.”
“……뭔가 좀 그렇네요. 기분이.”
이후 건우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이제 한 50년 정도 푹 쉬자.”
“와…… 휴가가 50년이에요? 장난 아니네.”
그런 김지혜의 말에 건우는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되고 있을진 모르겠는데, 우리 기준으로 생각하면 지금이 시즌 2 정도가 아닐까?”
“아, 외계인들이요? 우리가 일종의 TV 프로그램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는데요?”
그리고 건우는 가만히 소파에 누운 채로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시즌 3는 절대로 안 만들어야지.”
그 말을 들은 다른 인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