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instinct RAW novel - Chapter 233
콰아아아아.
굉음과 함께 레드 드래곤 브레스가 양쪽으로 갈라졌다. 폭발은 최초의 한번 뿐. 승기는 모세가 바다를 가르듯 레드 드래곤 브레스를 쪼개며 시전 자에게 다가갔다.
“!”
렙탈리안 제 8계급 홍염의 렙탈리안 일족, 카이드세린.
그 앞에.
척.
승기가 마검 이그펠트를 치켜들었다. 히죽 웃으며 경악하는 카이드세린에게 검을 휘둘렀다. 카이드세린의 몸이 정확하게 반으로 갈렸다.
“크아아아아! 인간 주제에.”
카이드세린이 괴성을 토했다. 직후, 그녀의 몸에 생겨버린 선을 따라 용암과도 같은 불꽃이 새어나왔다.
승기가 코웃음을 치며 마검 이그펠트를 가로 방향으로 휘둘렀다. 카이드세린의 몸에 선이 하나 추가 되었다. 마검 이그펠트가 만든 십자 모양의 선을 따라 불꽃이 흘러나왔다. 초단위로 기세를 올려 카이드세린의 몸을 삼켰다.
렙탈리안 카이드세린은 불덩이가 되어버렸다. 승기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렙탈리안 주제에, 감히.”
라고 중얼거렸다. 비웃어 주고 싶었다. 이때, 트리엘이 승기의 배후에 내려서며
“폭발한다.”
라고 말해주었다.
“폭발?”
승기가 의문을 표했다.
“나에게 몸을 맡겨라. 해를 끼치지는 않겠다. 기억을 봉인할 생각도 없어.”
트리엘이 그런 말을 하며 승기를 뒤에서 껴안았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트리엘의 가슴이 승기의 등을 압박했다. 승기가 그 느낌에 뭐라 말하기도 전에 트리엘이 지면을 박찼다. 승기가 들고 있는 마검 이그펠트 때문에 힘의 출력이 빠르게 감소했지만 레어까지 이동할 정도는 되었다.
콰쾅.
폭음이 하늘을 나는 승기와 트리엘의 청각을 자극했다. 배후로 부터 열풍이 몰아쳤다. 승기는 이제 생각났다는 듯이
“옷… 괜찮은 거냐? 너 알몸이다.”
라고 말했다. 트리엘은 본의가 아니라는 얼굴로
“말하지 마. 부끄럽다.”
라고 답했다.
그렇게 해서 레어.
트리엘은 승기를 내려놓고 벽에 손을 댔다. 눈을 감고 주문 같은 것을 웅얼거리니 금빛 기운이 빌딩 전체와 창밖 거리, 세상을 덮었다. 카이드세린의 브레스와 승기가 부딪히면서 만들어낸 모든 피해가 복구 되었다.
충격파에 파괴된 유리창.
떨어지는 유리 파편 피한다고 방향 틀다 가로수에 들이박은 자동차.
대충 그런 것들.
시간이 사건 전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부서진 사물에 한해서 원상 복귀 되었다. 동시에
“소소한 싸움이 있었다. 별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마라. 다친 자는 병원에 가도록. 조치를 취해두겠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걸 빌미삼아 의료비 아끼려고 엉뚱한 상처까지 치료받는 놈은 추징금을 얻어맞을 것이
다. 이상. 너희들의 영주 에스펠 시티 에인션트 골드 드래곤 트리엘 이름으로 선포한다.”
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영주?”
승기가 의문을 표했다. 트리엘이 벽에서 손을 떼었다. 얕게 한숨을 쉬고는 승기에게
“이렇게 보여도 에스펠 시티를 운영하는 행성 로코스 최고 책임자다. 혼자 모든 것을 도맡아 처리하는 것은 아니다만.”
라고 말했다.
에인션트 골드 드래곤 트리엘, 행성 로코스와 에스펠 시티의 주인.
트리엘의 진정한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승기는 알아들었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 후, 침대로 이동했다. 걸터앉으며
“영주가 거리에서 남자를 사냥하나?”
라고 말했다. 의문이었던 것이다.
“취미다. 하렘을 운영하는 놈들도 있지만 세금 낭비다. 인간들은 예뻐하면 기어오른다. 수염 뽑으려 하지. 이거 가지고 싶다, 저거 가지고 싶다. 말로 하지는 않아도 옆에서 보면 안다. 모를 수가 없지. 그렇게 해줘도 때가 되면 자신만의 여자와 가정을 꾸리고 싶어하더군, 할 수 없는 일이지. 우리는 드래곤. 너희들은 인간. 그 정도가 딱 좋다.”
트리엘은 복잡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승기는
“인간? 드래곤은 어디다 두고? 청혼 많이 받았다면서.”
라고 물었다. 의아했던 것이다. 트리엘은 오른손으로 뒤통수를 긁적이고는
“술이나 한잔 하지. 어때?”
라고 물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 하지만 옷은 입어라.”
승기가 살짝 화제를 돌렸다.
“귀찮아.”
트리엘은 그대로 승기의 방을 빠져나가 바(Bar)로 향했다. 승기는 잠시 망설이다 하체 속옷과 바지만 입고는 트리엘의 뒤를 이었다. 라샤는 전부 입었다. 그렇게 해서 승기와 라샤가 바(Bar)로 향했다.
트리엘은 바텐더를 부르지 않았다. 그녀 자신이 테이블 안쪽에서 칵테일을 제조하고 있었다.
검은색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검은색의 술.
보기만 해도 섬뜩한 느낌이었다. 트리엘은 테이블 안쪽에 앉아, 그것을 홀짝이고 있었다. 승기는
“먹을 수 있는 거냐?”
라고 물었다.
트리엘이 들고 있는 잔에 있는 액체는 도저히 먹을 수 있는 걸로는 보이지 않았다.
“맛은 거지같지만 먹을 수는 있다.”
트리엘이 답했다.
“이름은?”
승기가 물었다.
“드래곤 하트브레이크.”
트리엘은 그렇게 말하고는 잔을 비웠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며 숨을 토하자, 불길이 솟구쳤다.
“… …”
승기는 말문이 막혔다. 먹으면 입에서 불길이 나오는 칵테일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한잔 줄까?”
트리엘이 권했다.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거냐?”
승기는 불안했다.
“그래봐야 술이다. 먹고 견딘 인간은 없지만, 너라면 도전해볼만 하지.”
트리엘은 그런 말을 한 뒤, 히죽 웃었다. 인간이 인간의 특성을 가진 채로 진화한 너라면 먹어도 될 것 같다는 의미다.
“줘봐.”
승기가 답했다.
“후후. 그래. 아무 때나 먹을 수 없는 거다. 운이 좋은 거야.”
트리엘은 어쩐지 감상적이었다. 호흡을 가다듬고는 칵테일 제조용 컵을 앞에 놓았다. 빠르게 몇 가지 술과 음료를 넣고는 지긋이 바라보았다.
똑.
트리엘의 눈에서 눈물이 몇 방울 떨어졌다. 승기는 물론이고 라샤 역시 깜짝 놀랐다. 드래곤의 눈물이 첨가 되는 칵테일? 이름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수다. 다시 만들어야겠다. 평소대로 하다 보니. 미안하다. 기다려.”
트리엘이 그런 말을 하며 잔을 들었다. 테이블 안쪽의 싱크대에 버릴 생각이었다. 승기는
“먹을 수 있는 거지? 그냥 줘.”
라고 말했다.
“본래 한 방울이면 충분하다. 나는 드래곤. 몇 방울 들어가도 상관없다만, 너는 인간이다.”
트리엘이 손을 멈추고 말했다.
“줘봐. 먹어보게.”
승기는 물러나지 않았다.
“그럼, 일단 잔을 작은 걸로. 먹는 걸 보지.”
트리엘은 그런 말을 하고는 양주잔을 꺼냈다. 그것의 2/3 정도 채워서는 승기의 앞에 놓았다. 만들어진 드래곤 하트브레이크는 옆에 두었다.
벌컥.
승기는 잔을 비웠다. 목구멍을 넘어갈 때는 칼칼한 아픔이, 뱃속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요동쳤다.
“하아.”
자신도 모르게 입으로 숨을 뱉었다. 작은 불길이 승기의 입에서 솟구쳤다. 이에 트리엘이
“너, 인간이냐? 드래곤으로 전향해라. 그게 낫겠다.”
라고 말했다.
“나는 인간이야. 전향할 생각 없어. 네가 인간이 되라.”
승기가 답했다.
“인간의 삶은 짧다. 기본적으로는 100년을 넘지 못하고, 깨달음을 얻어 나름대로의 강함을 얻었다 해도 천년이 한계지. 100년이든 1000년이든 우리들에게는 짧은 순간이다. 한숨 자고나면 수백 년이 흘러버려. 알고 지내던 인간들은 전부 죽고. 우리들에
대한 기억도 대부분 단절되지. 우리들과 너희들은 같은 길을 걸을 수 없다.”
트리엘의 말인 즉.
우리 드래곤이 인간이 되는 것보다, 인간이 드래곤이 되는 편이 낫다. 둘은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
승기는 웃으면서
“술이나 줘. 오래 사는 것을 따지면 알테인 제국도 마찬가지다. 아스가르드의 기술을 빌리면 늙지 않을 수 있다. 그것 아니라고 해도 나야 DNA 구조상 오래 살수밖에 없지만.”
라고 말했다.
또르르.
트리엘이 잔에 드래곤 하트브레이크를 채웠다. 그러고는 승기에게 잔을 밀어주고
“너에게는 목적이 있다. 우리들은 목적이 없지. 그저 살아가는 것이 목적이다. 섣불리 죽는 것도 선택할 수 없어. 죽어서 렙탈리안으로 태어나면… 그게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들이 보기에 그들은 벌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만, 조금 다르지.”
라고 말했다.
“뭐가 다른데?”
승기가 물었다. 드래곤 하트브레이크를 쭉 들이켜 반쯤 삼킨 후, 천장을 바라보았다. 뱃속을 요동치던 차가운 기운이 불길로 변해 토해졌다. 그러고 나면 뱃속이 뜨거워졌다.
“렙탈리안에게는 예술이 없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아. 먹기 위해 사는 놈들이다. 그에 비해 인간은 살기 위해 먹는다. 타인과 교류하길 원하고, 그것을 소중히 하지. 우리도 예전에는 그런 것들의 가치를 몰랐다. 알 생각도 없었지. 문명을 발전시키고, 종족을 보존하는데 있어 예술은 필요 없는 행위다. 인간들은 달랐지. 가치가 있는 것. 순간을 살다 죽는 자들이 영원을 꿈꾸며 만들어내는 것. 포식자의 공포를 잠시나마 잊기 위해 마음을 달래는 것. 그런 것들을 위해 쓸모없는 것들을 만들어 냈다. 우리들이 그것의 의미를 이해했을 때, 놀랐다. 그런 쓸모없는 것들을 버린 자들과 품에 안고 살아가는 자들이 만들어낸 다른 문명은 충격적이었다. 렙탈리안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을 한다. 인간은 놀기 위해 일을 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들 대형 파충류 진화 라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료한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무언가다. 열중할 수 있는 무엇. 드래건은 본래 단순히 커다란 파충류였다. 우리들의 조상은 티라노사우르스 같은 것들이다. 살기 위해 계속해서 몸집을 불렸다. 계속해서 몸집을 키웠지. 그러다 어느 순간 먹이를 두고 싸움이 벌어졌다. 서로를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몸집이 큰 놈이 유리하게 되었지. 그것이 한계를 맞이하는 순간 우리들은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먹지 않고도 몸집을 유지하는 길. 그래서 자연 그대로를 먹는 쪽으로 진화했다. 공기, 물, 흙, 불. 그런 것들. 그것을 먹게 되자 별이 황폐해졌다. 자연스럽게 우주 공간에 적응을 하게 되었지. 우리들의 시작 역시 그들과 다를 바
가 없다는 뜻이다. 먹어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진화. 렙탈리안은 몸집을 줄여서 먹이를 적게 먹는 쪽으로 진화한 라인이다. 같은 곳에서 시작했지만 명백하게 다르지.”
트리엘이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래서 지금은? 뭘 먹지?”
승기가 화제를 돌렸다.
“우리들은 우주의 중심 구역에 들어서면서 육체와 영혼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상위 차원을 만들어 먹이가 부족해지지 않는 세계를 만들었다. 거기에서 엘로힘과 만났다. 본래 우리들에게 성별은 존재하지 않았다. 죽음도 없고 태어남도 없었지. 엘로힘과 인간은 달랐다. 우리들은 그들과 싸우면서 인간의 합리적이지 않은 행동을 배우게 되었다. 성별이 나뉘어, 유전자를 포획하여 진화하고 두 개체의 우월한 점만을 후손으로 물려주는 시스템도 이해할 수 없었지. 우리들에게 약함은 죄다. 강하지 않으면 뜯어 먹히지. 하지만 너희들은 달랐다. 강하고 약한 것과는 상관없이 공동체에게 해가 되느냐, 득이 되느냐를 따지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너희들은 그것을 통해 점차적으로 강해졌다. 즐거움을 누렸다. 즐거움, 우리들에게는 없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이었다. 우리들이 퇴화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그것이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여, 섹스를 해보았지. 사랑을 알기 위해 인간인 척도 했었다. 우리가 그런 것들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 우리들의 삶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알게 되
었다. 좀 더 많이, 좀 더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다른 것들을 없애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알게 되었지. 그 결과가 지금의 우리다. 우리들의 주식은 세상의 모든 것이다. 속성에 따라 다르지만, 나는 빛을 먹지.”
한동안 드래건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던 트리엘이 승기의 의문에 답을 내놓았다.
“섹스. 재밌었어?”
“우리들은 싸우는 것과 먹는 것만을 생각하던 생명체였다. 인간의 섹스는 상상 할 수 없었던 쾌락이었지. 잡아먹는 것만을 생각해 왔던 우리다. 그러다 자연 그 자체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무슨 재미가 있을까? 없어. 없다. 거기에 재미들인 드래건도 있었지만, 그들은 자멸했다. 불을 먹는 드래건은 항성에 가서 마음껏 불을 먹다 죽었고, 물을 먹는 드래건은 물로 이루어진 행성만을 찾다 수많은 행성을 파괴하고는 죽었다. 흙을 먹는 드래건들도 마찬가지.”
트리엘이 설명했다.
“섹스가 그렇게 충격이었어? 그런데 결혼은 왜?”
승기가 화제를 돌렸다. 트리엘은 머뭇거리는 얼굴로 망설이다
“인간이나 드래곤이나 어린 여자 좋아하는 것은 똑같아. 바람기도 마찬가지. 인간은 수도 없이 많지. 며칠이든, 몇 개월이든 질릴 때까지 데리고 놀다, 돈 좀 쥐어주고 내보내면 돼. 드래곤에게는 쉬운 일이지.”
라고 말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이라는 의미였다.
“나는 알테인 제국을 위해서라면 너라도, 어떤 드래곤이라도 상관없다. 누구라도 상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아이는 못 줘.”
승기가 본론을 꺼냈다.
“하아.”
트리엘이 한숨을 쉬었다. 드디어 쟁점이 나왔음을 알게 된 것이다. 잠깐의 고민. 트리엘은
“나에게 맡겨진 것은 너와 DNA를 교환하여, 알테인 제국을 보호하는 것. 아이 문제는 나와 관계없어. 게다가 네가 우리들 중 누군가를 임신 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도 아직은 모르는 일이야”
라고 말했다.
진실이었다. 동시에 은근슬쩍 쟁점을 흘려버리는 일이기도 했다.
“나는 기억을 되찾았다. 다시 봉인시킨다거나 하는 일은?”
승기가 물었다.
승기가 물었다.
승기가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