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0
(2)
어떻게든 초급 헌터가 되었다.
류한빈이 세저리에게 물었다.
“제가 할 만한 일이 있을까요?”
“염두에 둔 의뢰가 있나요?”
오히려 세저리가 반문했다.
잠시 고민하다 한빈은 무난한 대답을 했다.
“던전 탐사라든가……
“굽!”
바로 비웃음이 돌아왔다.
“에이릭 씨 레벨로요? 꿈 깨세요.”
비웃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꽤 친절한 성격인 듯했다.
잠시 고민하더니 세저리가 말을 이었다.
“레벨 5 정도로 단독 의뢰를 받는 것은 무리일 테고, 다른 헌터팀에 합류해 잡일부터 시작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딴짓하던 홀 안의 헌터들이 또 수군덕대기 시작했다.
“에에, 팀에 끼우기에도 레벨 5는 너무 낮잖아?”
“그러게. 최소 레벨 10은 되어야지.”
“거참, 겉만 번지르르한 녀석일세. 산속에서 나무만 벴나?”
“그래도 그렇지, 저 몸으로 레벨 5냐? 근육이 아깝다, 쯧쯧.”
류한빈은 무심한 눈으로 헌터들을 바라보았다.
‘아니, 그 레벨로 사람 무시해 봤자……
저들의 레벨은 대충 이렇다.
「종족 : 인간. 검사 lv. 13j 「종족 : 인간. 창술가 1V. 15」
「종족 : 인간. 궁사 1V. 으」
참으로 조촐한(?) 레벨이었다.
류한빈의 발 차기 한 방에 나가 떨어진 에피르조차도 레벨 27은 되는 것이다.
그냥 에피르를 여기 풀어놔도 몰살당하는 데 몇 분 안 걸릴 지경이다.
‘그런데 사람을 대상으로 해도 역시 종족명과 레벨밖에 안 보이 네?’ 셀하 라트나에서 마견과 싸울 때도 그랬고, 에피르나 사트 수림의 몬스터들과 조우했을 때도 마찬가지 였다.
몬스터의 보유 스킬이나 능력치까지는 파악할 수 없다.
당시 가이드라인의 답변은 이랬다.
「가이드라인의 탐색 능력은 라트나 대륙의 측정 마법에 기원을 둔 것으로 타인의 종족과 직업, 레벨까지만 확인이 가능합니다.」
상대 종족에 대한 보편적인 정보가 입력되어 있을 경우 추가 설명이 붙을 순 있지만, 이름이나 보유 스킬, 능력치 같은 개인적인 정보는 무리라는 것이다.
심지어 측정석의 경우엔 가이드라인보다도 성능이 낮다.
오직 직업과 레벨만 확인이 가능하다.
‘이건 다행이군. 저 측정석이란 물건이 내 엽기적인 능력치까지 드러내 버렸다면 난리가 났을 테니.’
하여튼 그렇게 다른 헌터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세저리가 미안해하며 류한빈을 달래기 시작했다.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원래 검술을 정식으로 익히지 않고 육체 단련만 하신 분들 중엔 에이 릭 씨 같은 경우도 간혹 있답니다.”
몰래 가이드라인을 확인하는 류한빈의 모습이 그녀 눈에는 차가운 현실에 절망한 초짜 헌터로 비친 것이다.
하기야, 겉보기엔 넋 놓고 있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에이릭 씨는 기본이 워낙 튼튼해 보이니까 금방 레벨이 오를 거예요.”
“아, 예……
류한빈이 어색해하며 말을 흐릴 때였다.
홀 안쪽에 앉아 있던 건장한 사내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네, 에이릭이라고 했던가?”
갑옷 차림에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40대 초반의 장년인이었다.
한빈 정도는 아니지만 꽤나 거구에, 인상도 강인해 보였다.
‘음? 이 사람은 그래도 제법 하네.’
「종족 : 인간. 검사 1V. 25j에피르만도 못한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 홀 안에선 제일 레벨이 높다.
사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우리 팀에 들어오지 않겠나?”
“어머나, 버크만 씨. 스카우트하시게요? 이분이 마음에 드셨나 보네요?”
“아, 레벨이 낮으면 좀 어때?
몸이 죽이는데! 이 정도 육체면 레벨 10 정도 차이는 씹어 먹고도 남는다고!”
버크만이라 불린 사내가 류한빈의 어깨를 툭툭 치며 사람 좋게 웃었다.
“우리 팀엔 마법사와 영술사도 있어. 자네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은 조건도 없을 걸세. 어떻게 생각하나, 에이릭 군?”
한빈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맨땅에 헤딩하는 처지잖아, 나? 그렇다면 최소한 헬멧이라도 써야겠지.’
현지인 옆에서 이 세계의 상식을 익히고 적응할 절호의 기회였다.
아주 훌륭한 ‘헬멧’인 셈이다.
류한빈이 넙죽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정식으로 내 소개를 하겠네.
나는 버크만 로어폴. 레벨 25 검사라네.”
버크만이 테이블에 함께 앉아 있던 이들을 가리켰다.
“그리고 이들이 우리 팀원이지.”
왼쪽에 앉아 있던 구릿빛 피부의 갈색 머리 여성이 입을 열었다.
“엠버 바네트, 레벨 21 창술가야.”
뒤이어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호리호리한 체구의 남자도 일어 섰다.
“난 휴버트 크루타스, 레벨 18마법사다.”
마지막으로 한빈 또래의 통통한 여인이 수줍어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에윈 로어폴, 레벨 16 영술사예요.”
모두의 소개를 받으며 류한빈은 머쓱해했다.
‘자기소개 되게 어색하네……
게임도 아니고, 멀쩡히 살아 있는 인간이 육성으로 ‘저는 레벨 몇 검사예요?.’라고 하다니?
‘하지만 이것이 이 세계에선 당연한 문화겠지?’
그도 정식으로 인사를 했다.
“에이릭 가룬입니다. 레벨 5 검사……인 모양이더군요. 저 돌멩이에 따르면.”
버크만이 껄껄 웃으며 한빈의 등을 쳤다.
“고마운 돌멩이잖나? 자네도 종종 측정석을 확인하는 게 좋아.
자기 레벨이 얼마나 올랐는지 본인은 정확히 알 수 없거든.”
이계인은 가이드라인 덕분에 보자마자 상대의 정보를 알 수 있지만, 원래 라트나 대륙의 측정마법은 그런 식이 아니다.
측정석이라는 마도구에 직접 접촉해야 마법이 발동한다.
또한 측정 당사자의 동의도 필요하다.
강제로 타인의 레벨을 알아낼 수는 없다는 의미다.
다른 팀원들도 한마디씩 했다.
“레벨 5라……. 좀 많이 낮긴 하군.”
“상관없어, 버크만의 안목이라면 믿을 수 있다.”
“저도요.”
꽤나 신용을 받고 있는지, 버크만의 결정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내심 안도하며 류한빈은 테이블에 앉았다.
“그럼 이제 뭘 하면 됩니까?”
얼마 전, 온프로스 시에서 3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인적 드문들판에 새로운 던전이 하나 출몰했다.
알파트 던전이라 명명된 이곳에서 온갖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니 인근 주민들의 고통이 이루말할 수 없었다.
이에 온프로스 헌터 길드는 정식으로 마물의 토벌을 의뢰했고, 현재 많은 헌터들이 알파트 던전을 드나들며 피땀을 흘리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은 류한빈이 물었다.
“그 던전을 공략하는 겁니까?”
버크만이 어이없다는 듯 대꾸했다.
“그럴 리가 없잖나?”
던전 공략은 최소 레벨 30은 넘는 상급 헌터들이나 가능하다.
버크만 팀의 레벨로는 어림도 없는 만용인 것이다.
“우리는 던전 바깥 놈들을 상대 해야지.”
던전 내 몬스터들 사이에도 약육강식의 법칙이 존재한다.
일단 던전이 라트나 대륙에 자리를 잡으면 상대적으로 약한 마물들은 밖으로 도망친다는 모양이다.
“도망 나온 드볼크 무리가 레트론 마을 근처에 자리 잡고 난동을 부리고 있다더군.”
드볼크는 원숭이를 닮은 하급 몬스터로 대략 레벨 12 전후, 하나하나는 약하지만 떼로 모이면 만만치 않은 놈들이 었다.
“거의 백 마리 넘게 모였다는 모양이야. 우리가 맡은 의뢰는 그놈들을 토벌하는 것일세.”
“그렇군요.”
던전 탐사가 아니라는 말에 살짝 실망했지만 류한빈은 이내 수긍했다.
따져 보면 이것도 나쁜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금은 이 세계를 배우는 게 우선이니까, 눈길을 끌지 않는 쪽이 유리해.’
그 실망을 ‘의욕만 앞서는 초짜의 패기’로 봤는지 버크만이 웃으며 달랬다.
“자기 레벨을 항상 명심하라고.
덩치 크다고 칼이 안 박히는 건 아니잖나?”
하여튼 꽤 괜찮은 사람이다.
성품도 좋고 호감이 간다.
테이블에서 일어나며 버크만은 말을 맺었다.
“내일 출발할 예정이라네. 아침 일찍 북쪽 성문 앞에서 모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5k
*
*
온프로스 시티를 출발한 지 사흘째.
버크만 팀은 이펜 평야 외곽의 한 능선에서 드볼크 척후대를 만나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카카카카!
케케케!
사방에서 드볼크들이 발톱과 이빨을 내세우며 달려든다.
동작이 느린 드볼크지만 그 숫자가 스물이 넘다 보니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게다가 그 괴력은 성인 장정을 단번에 찢어발길 정도!
그럼에도 버크만은 한 발자국도 밀리지 않았다.
“어림없다, 이놈들!”
오히려 코웃음을 치며 커다란 방패로 선두의 드볼크를 밀쳐 낸다.
그리고 곧바로 손에 쥔 장검을 교묘하게 휘둘러 급소를 찌른다.
꾸에에엑!
엠버 역시 연신 화려한 창술을 펼치는 중이었다.
“느려!”
버크만과 엠버의 엄호를 받으며 마법사 휴버트가 마법을 영창한다.
“불꽃의 폭우, 파이어 레인!”
영술사 에윈 역시 수인을 맺어 팀원의 기력을 회복시키고 있었다.
“프렐류의 바람이여, 이곳에 임하소서!”
검풍이 불고 창날이 춤춘다.
불꽃이 비처럼 내리고, 치유의 바람이 전장을 잔잔히 맴돈다.
드볼크들의 비명이 연신 메아리쳤다.
끄억!
게에엑!
스무 마리가 넘는 드볼크 무리를 상대로 버크만 팀은 압도적인 무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이미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만큼 이들의 전투에는 빈틈이 없었다.
그리고 류한빈은
‘……다들 잘 싸우네.’
능선 검불 뒤에 몸을 숨긴 채 멍하니 쪼그려 앉아 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엄청 커다란 배낭 하나를 짊어지고 전투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팀원들의 짐을 몽땅 합쳐 놓은 배낭이 었다.
왜 한빈이 팀원들 짐을 전부 들고 있냐고?
자, 생각해 보자.
레벨은 엄청 낮다. 덩치는 엄청 크다. 힘도 엄청 좋다.
장거리 여행에서 이런 인재를 써먹을 만한 곳은?
짐꾼이다.
애초에 그의 전투력을 기대하고 팀에 끼운 게 아니었던 것이다.
딱히 버크만이 한빈을 속였다고 할 수도 없었다.
원래 갓 헌터가 된 초짜들은 팀의 잡일을 하며 경험을 쌓는 것이 이 바닥의 관례였으니까.
한숨을 쉬며 류한빈은 뺨을 긁었다.
‘거참, 내가 상상했던 그림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분명 버크만은 짐꾼 역할로 류한빈을 팀원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내내 짐꾼으로만 부려 먹을 생각은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었다.
‘생초짜 헌터, 레벨 5 검사 에이릭’을 위해서 적절한 전투 경험도 쌓게 해 줄 생각이었으니까.
한창 전투 중이던 엠버가 버럭소리를 질렀다.
“에이릭! 그쪽으로 한 놈 도망간다! 처리해!”
무리가 와해되며, 드볼크 하나가 허겁지겁 류한빈이 숨은 쪽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일단은 전투에 익숙해지는 것부터 시작하게. 그동안 무턱대고 설치다 레벨도 못 올리고 죽은 아까운 초보들을 많이 봤거든.
수익 분배는 정확히 5등분해 줄테니 걱정 말고.
버크만의 인자한 목소리를 떠올리며 류한빈은 한숨을 쉬었다.
“나 생각해 줘서 하는 말인데 뭐라 할 수도 없고, 참……
어쨌거나 임무를 맡았으니 일은 해야 한다.
한빈이 등에 메고 있던 흑색 대검을 꺼내 가볍게 휘둘렀다.
정말이지 살짝, 아주 살짝 휘두른 것에 불과했다.
부우우웅!
그런데 광풍이 불며 성인 장정만 한 크기의 드볼크가 두 동강났다!
그것도 그냥 두 동강 난 정도가 아니라, 뼈와 살이 분리되고 가죽이 휘말려 찢어지며 피 분수가 사방으로 튄다!
파아아앗!
흩날리는 피 보라를 보며 마법사, 휴버트가 입을 쩍 벌렸다.
“켁! 뭐야, 저거?”
무슨 검력이 저리 무자비하단 말인가?
버크만이 전력으로 내리쳐도 저렇게는 안 될 것 같았다.
에윈과 엠버 역시 비슷한 표정이긴 마찬가지였다.
“저 사람, 레벨 5 검사라면서요?”
“세상에, 뭔 힘이 저리……
반면 버크만은 기뻐하고 있었다.
“역시 내 눈이 정확했어! 저 정도 육체라면 레벨 10 정도는 씹어 먹을 수 있다니까!”
류한빈 입장에서나 살짝이지, 버크만 눈에는 전력을 다해 참격을 날린 것으로 보인 것이다.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그가 한빈을 칭찬했다.
“대단한 자질이야! 자네는 금방 강해질 걸세.”
“가, 감사합니다.”
그럭저럭 모든 드볼크 무리를 처리했다.
일행이 다시 한자리로 모였다.
“이걸로 척후대는 다 해치웠으니……
사방에 즐비한 드볼크의 사체들을 바라보며 버크만이 지시를 내렸다.
“사체들 처리하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야영을 하도록 하세.
내일 새벽에 이놈들의 본거지를 쳐야 할 테니까.”
맨땅에 헤딩할 땐 헬멧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