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02
여신의 축복자(3)
“첩!”
레온하트가 몸을 날렸다.
대지를 박차며 쏘아진 살처럼 류한빈을 향해 돌진한다.
아까와 같은 움직임이었지만 다른 점이 있다.
콰콰콰쾅!
충격파가 대지를 파헤치며 쏘아진다.
발을 내디디며 소론디의 기운을 함께 발한 것이다.
‘상하 공격인가?’
한빈은 눈을 가늘게 떴다.
위로는 레온하트가, 아래는 흙의 파도가 날아들고 있었다.
류한빈이 움직였다.
“타앗!”
한 걸음 앞으로 디디며, 눈앞의 충격파에 블레이드 오러를 내리친다.
일격에 일렁이는 땅거죽이 뭉개지며 돌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영술권사 상대는 처음이지만..
동시에 내리친 반동을 이용해 기간트를 비스듬히 쳐올린다!
‘마검사는 지겹게 상대해 봤어!’
기본 대련 상대가 에피르였다.
다른 마검사와의 전투도 자주 겪었다.
충분히 익숙한 것이다.
‘원래 마검사란 종자는 물불 안가리고 날리면서 몸도 함께 던지는 게 기본이지!’
한빈의 블레이드 오러가 상대의 어깨를 노렸다.
레온하트가 몸을 틀며 펀치를 날렸다.
화염의 회오리가 일어나 블레이드 오러를 비껴 흘렸다.
그렇게 파고들며 채찍처럼 왼발을 사선으로 내리찍는다!
파지지직!
뇌전의 기운이 깃든 킥이 한빈의 정수리를 노릴 때였다.
‘흥! 누군 다리 없냐?’
류한빈이 높은 하이킥으로 응수했다.
“헙!”
칼잡이라고 발차기 날리지 말란 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아니, 검왕의 검술에선 오히려 권장 사항이다.
콰아앙
오러와 뇌전의 킥이 서로 충돌해 폭음을 일궜다.
둘의 자세가 일순 흔들렸다.
물러선 건 레온하트 쪽이었다.
“윽!”
땅을 디디고 있는 류한빈은 균형이 흔들려도 금방 원상 복귀가 가능하다.
반면 허공의 레온하트는 자세 제어가 쉽지 않다.
둘의 체급 차이도 상당하다.
‘기회다!’
한빈이 연격을 날렸다.
내려치고 올려 베고 사선으로 비껴 그으며, 폭풍 같은 참격을 이어 간다.
모든 공세에 살기가 가득한,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다.
생포해야 하는데 이렇게 죽어라 덤벼들어도 되나 싶겠지만, 그는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영술사는 방어와 치유에 특화된 직종이다.
라트나 최강의 영술사, 생사초월자 홀리엔의 경우엔 목숨이 아홉 개 있다는 말조차 전해져 내려올 지경이다.
레온하트 역시 대륙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초고위 영술사.
상대가 즉사할까 봐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마음껏 전력을 다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타아앗!”
붉은빛의 광풍이 레온하트를 감쌌다.
휘감긴 모든 것을 찢어발기는 검의 폭풍이었다.
하지만 레온하트는 단 일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호오, 그 나이에 이 정도의 기량인가?”
흐름을 타고 연신 공세를 피하며 물러선다.
그 와중에 감탄할 여유조차 보인다.
“역시 검왕께서 후계자로 삼을 정도는 되는구나!”
‘거참, 계속 애송이 취급하네?
자기도 겉보기엔 애송이인 주제에.’ 20대로 보이지만 저자의 실제 나이가 40대 중반이란 건 잘 안다.
그런데, 그럼 류한빈은?
24세 때 바위산에 떨어져 22년을 꼬박 갇혀 살았다.
따지고 보면 오히려 그가 나이는 더 많은 것이다.
뭐, 사회 경험이 없으니 나이 헛먹었다고밖엔 못 하겠지만.
‘그렇다고 따질 수도 없고, 원.’
무뚝뚝한 발타라 전사로 위장하고 있으니, 그저 기합만 열심히 터트릴 수밖에.
“타아아앗!”
한빈의 공세가 더욱 매서워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승기를 잡을 순 없었다.
폭풍 같은 검격을 유려하게 파고들며 레온하트가 반격에 나섰다.
“예센의 분노가 내 손에 깃들고!”
화염의 권격이 한빈의 어깨를 스친다.
불길이 피어오르며 열기가 전신을 강타한다.
“람니아나의 격류가 풍랑이 되니!”
앞차기, 옆차기, 돌려 차기의 3연타가 한빈의 신체 중심선을 두들긴다.
타격과 함께 피가 끓어오른다.
“윽!”
다급히 오러를 끌어 올리며 한 빈은 스며드는 프라나에 대항했다.
덕분에 체내의 피해는 막았지만, 움직임이 둔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레온하트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엑토플라즘 인탱글!
유백색의 촉수가 땅에서 솟구쳐 한빈의 두 다리를 감쌌다.
그리고 이어지는 백스핀 너클과 로킥의 연타!
콰쾅!
프라나가 깃든 타격이 발이 묶인 류한빈을 위아래로 강타했다.
꼼짝없이 얻어맞으며 한빈은 이를 갈았다.
“젠장!”
백스핀 너클에 이은 로킥, 무기 든 상대에게 했다간 당장 목 달아날 미친 짓이다.
하지만 두 발이 묶여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 정도쯤이야!”
이를 악물며 한빈이 양다리에 힘을 줬다.
우두둑!
강철보다 단단한 엑토플라즘 촉수가 뿌리째 뽑혀 나와 소멸했다.
실로 엄청난 괴력이었다-레온하트가 혀를 내둘렀다.
“과연 발타라 전사, 힘만큼은 상대할 자가 없겠군.”
그렇다고 놀랄 이유도 없었다.
발타라 전사가 힘센 거야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으니까.
“힘만 세지.”
사실 류한빈의 장점은 괴력뿐만이 아니다.
스피드와 방어력, 반사 신경이나 지구력 등 신체 능력이 전반적으로 어마어마하다.
단순히 힘만 세다고 폄하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스피드나 방어력 등은 레온하트도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오직 파워에서만 좀 밀릴 뿐이다.
반면 기술적인 면에선 그가 훨씬 뛰어나다.
“알티아의 장벽이여!”
빛의 방벽을 이용해 전면을 방어한다.
물론 한빈의 블레이드 오러에 이내 박살 나 버렸지만, 잠깐 빈 틈을 만드는 걸로 족하다.
호기를 잡은 레온하트가 검풍의 영역 안쪽으로 더더욱 파고들었다.
그리고 연달아 킥과 펀치를 뻗어 냈다.
“타아아앗!”
한빈도 물러서지 않았다.
_가로 베기!
-세로 베기!
-찌르기!
섬전 같은 참격을 뻗고 또 뻗으며, 바위산 시절의 숙련된 기본기로 계속 맞선다.
하지만 도무지 통하지 않았다.
“예센의 불길이 내 손에 임해!”
움직임을 완전히 간파당해 버려 계속 연타를 허용한다.
육중한 타격이 신체 곳곳에 꽂힌다.
“프렐류의 진노로 내 적을 태우리라!”
그때마다 영술의 불길과 뇌전이 체내로 파고든다.
그때마다 오러를 소모하며 급속도로 지쳐 간다.
전투가 이어질수록 밀리는 건 류한빈 쪽이었다.
“큭! 으윽!”
신음하며 한빈은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검왕의 검술은 분명 위력적이지만 그만큼 동작도 단순했다.
딱히 복잡한 변화 따위 없으니 움직임을 간파하기도 쉬운 것이다.
물론 진정한 경지에 오르면 단순함 속에 내재된 오묘한 변화를 펼칠 수 있겠지만, 아직 류한빈은 그 수준까지 오르지 못했다.
‘검술을 바꿔야겠어!’
*
*
*
다리를 넓게 벌려 신체 중심을 낮춘 상태에서 강격을 날리던 형태를 버리고, 스탠스를 좁혀 검을 신체 가까이 붙이며 머리 위로 쳐든다.
그 상태로 연격을 날린다.
잘게, 빠르게, 예리하게, 장타나 강타보다는 끊어 치는 위주로!
몸놀림을 빨리하며 신체 이동에 중점을 둔다!
“탓! 타앗! 하압!”
에피르가 가르쳐 준 막스브리드투술 스타일이었다.
공방을 주고받던 레온하트의 안색이 잠시 굳었다.
‘어라?’
이건 검왕의 검술이 아니었다.
원래 검왕 바오톨트는 사내다움을 가장 중시하는 성품, 이렇게 나비처럼 팔랑대는 움직임을 기피하는 자다.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놈, 검왕의 후계자가 아니었나?”
한빈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그는 자기 입으로 검왕의 후계자라고 한 적이 없다.
오해하건 말건 알 바 아니지!
“타앗!”
류한빈이 스냅을 이용해 채찍처럼 참격을 휘둘러 쳤다.
-오러 스플래시!
붉은 섬광이 허공에서 휘어지며 쇄도했다.
레온하트가 양팔로 방어하며 참 격을 튕겼다.
타앙!
방어하는 순간 모든 프라나를 팔뚝에 모은 것이다.
우로보로스의 방어력에 프라나까지 집중되니 블레이드 오러조차 튕겨 버리는 불굴의 방패가 된다.
뒤로 물러서며 레온하트가 혀를 찼다.
‘이건 또 틀림없는 검왕의 검술인데……
이 와중에도 그는 류한빈이 이계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여신의 축복자로 선정되었다는 소리는 그 누구보다도 이계인을 상대한 경험이 풍부하다는 의미다.
그는 이계인이 어떤 식으로 싸우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전사나 마검사 계열 이계인들은 사용하는 검술이 죄다 똑같다.
물론 전투 스타일은 저마다 다르지만 ‘소드 스킬’만큼은 전혀 차이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전원가이드라인에 수록된 기술을 게임 스킬 쓰듯이 쓰는 것이다.
물론 라트나의 검술을 따로 익히는 이계인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도 소드 스킬 자체를 새로 배우려 하진 않는다.
죽어라 노력해야 겨우 기술 하나 숙달하는 데 비해 가이드라인 스킬은 그냥 쓰면 완성된 기술이 나간다.
굳이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알레한드로가 막스브리드 투술을 익힌 것도 전술적 측면을 보강하기 위해서일 뿐이었다.
반면 류한빈은 라트나인과 다르지 않았다.
가이드라인의 검술 따윈 하나도 모른다.
전부 스스로 터득한 검술뿐이다.
레온하트가 본 류한빈은 틀림없는 발타라 전사였다.
단지 검왕의 후계자인지 아닌지가 애매할 뿐.
‘아니, 애매할 것도 없나?’
쏟아지는 공세를 연신 피하며 레온하트는 인상을 썼다.
상대의 리듬이 바뀌었다.
그도 더 이상 파죽지세로 나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보통 이런 경우엔 회피 위주에서 방어 위주로 바꾸며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 파고드는 것이 정석인데…….
‘파괴력은 여전하잖아!’
분명 계집애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니고는 있는데, 그렇다고 딱히 검력이 줄어든 것도 아니었다.
자세는 신중하고 날렵한데 한방 한 방에 ‘발타라스러운’ 무식 함이 물씬 깃들어 있다.
이 역시 어떤 의미에서 보면 검왕다운 모습이었다.
‘무조건 세게 후려치면 장땡이라는 양반이었으니.’
과거 만났던 바오톨트를 회상하며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쨌건 아까보다 상대하기 까다로워진 건 사실이었다.
이는 저 발타라 전사의 재능이 뛰 어 나서라기 보다는…….
“스승이 워낙 잘 가르쳤군.”
역시 검왕이라며 레온하트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어째서인지 저 멀리서 은발의 소녀가 몸을 꼬며 부끄러워하고 있었지만, 그거야 그가 알 바 아니고.
“그래도 아직 내 상대는 아니다!”
레온하트는 전신의 프라나를 끌어 올렸다.
확실히 저 ‘검왕의 후계자’는 강했다.
하지만 아직 미숙한 점이 남아 있었다.
엄청난 오러양과 신체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여신의 축복은 아무나 받는 게 아니란 걸 보여 주마!”
호탕한 기합과 함께 레온하트가 재차 류한빈에게 돌격해 갔다.
“타아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