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03
여신의 축복자(4)
저택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그때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고 건물에 금이 간다.
프렐시스 남작가의 가주, 테자 른은 복도에 숨어 벌벌 떨고 있었다.
“으아아
훌륭한 영주가 되기 위해 기사 훈련도 착실히 받은 그였다.
하지만 그래 봐야 레벨 30대 중반에 불과했다.
원래 인간에겐 타고난 재능이란게 있는 법이다.
레벨 100이 넘는 천상의 괴수들이 전투를 벌이는데, 숨어서 떠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다.
‘설마 저들이 형님의 적이었을 줄이야!’ 저런 악당들을 좋다고 초대했다니, 스스로의 어리석음에 치가 떨린다.
그렇게 테자른이 자기혐오에 빠져 있을 때였다.
“무사하십니까, 남작님!”
파편이 떨어지는 복도 너머에서 중년인이 뛰어오고 있었다.
자고 있던 파울이 난리 통에 눈을 떠 그를 찾은 것이다.
“오오! 파울 집사장!”
반색하며 테자른이 물었다.
“어, 어찌해야 좋겠소?”
파울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따윈 없습니다! 어서 피신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형님이 싸우고 계시지 않은가? 우리도 힘을 보태야
“무슨 힘을 보탠단 말입니까?”
세 번째 여신의 축복자와, 그에 필적하는 젊은 발타라 전사.
둘 다 자신들 같은 범인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초인들이었다.
힘을 보태긴 고사하고, 오히려 레온하트의 발목만 잡을 게 뻔했다.
“기사와 병사를 모아야 합니다!”
“그, 그렇군.”
납득하며 테자른은 고개를 끄덕였다.
프렐시스 가문의 기사들과 병사들은 성하 마을에 묵고 있다.
그 숫자를 다 동원하면 이백 명이 넘는 군세가 된다.
그 숫자로 저놈들을 상대하면…….
‘……상대하면?’
테자른의 표정이 순간 멍해졌다.
‘상대하면 뭘 어쩔 건데?’
저 귀엽게 생긴 은발의 소녀조차도 자그마치 레벨 72의 마검사였다.
당장 이 영지의 모든 병력이 총 출동해도, 발타라 전사는 고사하고 저 소녀 하나 상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서글플 정도로 레벨 차이가 극심한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파울도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이, 일단 이곳에서 피신하시죠, 남작님. 레온하트 님이 설마 패하실 리 있겠습니까?”
고위 영술의 폭격이 원거리에서 이어진다.
-엑토플라즘 자벨린!
동시에 빛의 장벽을 펼쳐 움직임을 제어한 뒤…….
“알티아의 장벽이여!”
그 틈을 파고들어 정신없이 근접 타격을 쏟아 낸다!
“타아아앗!”
흉포한 야수처럼 레온하트는 류한빈을 사방에서 몰아붙였다.
“윽! 으윽! 큭!”
계속해 밀리며 한빈이 식은땀을 흘렸다.
‘젠장, 손쓸 방법이 없어……
어떻게든 반격의 실마리를 잡으려 해도 통하지 않았다.
일단 기술에서 너무 밀렸다.
작정하고 덤벼드는 레온하트의 기량은 실로 압도적이었다.
기간트를 휘두를 때마다 킥이나 펀치가 도중에 파고드는데, 그때 마다 절묘하게 공격의 맥이 끊긴다.
붙었다가 떨어지고, 떨어졌다가 다시 붙고, 타격에서 폭격, 폭격에서 초근접전이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콰콰콰쾅!
무수한 폭음과 함께 류한빈의 부상은 늘어만 갔다.
어느새 전신이 피투성이였다.
그럼에도 쓰러지진 않는다.
“으아아아!”
포효와 함께 한빈이 블레이드오러를 연거푸 날렸다.
두 팔을 휘둘러 참격을 걷어 내며 레온하트가 인상을 썼다.
제대로 공세를 흘렸음에도 두 팔이 저렸다.
블레이드 오러가 워낙 강렬하다 보니 비껴 흘리는 것만으로도 충격이 남는 것이다.
‘단순히 힘만 센 건 아니었나.’
이 검왕의 후계자에겐 괴력 말고도 그보다 뛰어난 점이 하나 더 있다.
‘오러양도 나보다 월등히 높다.’
성질이 다른 오러와 프라나를 일대일로 정확히 치환할 수는 없겠지만, 대략적으로만 판단해도 최소 자신의 두 배는 되는 듯했다.
이대로라면 두들겨 패던 레온하트의 프라나가 오히려 먼저 고갈 될 지경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마무리를 지어야겠군.’
결심을 굳히며 레온하트가 수인을 맺었다.
“키브리엘의 종으로서!”
허공에 빛의 장벽이 수십 개나 생성되었다.
“네놈을 무릎 꿇린 뒤! 감히 여신을 참칭한 저 무도한 이계인을 처단하리라!”
수많은 빛의 장벽이 겹겹이 중첩되어 커다란 빛의 망치로 화했다.
순간 한빈은 당황했다.
‘엑? 저거 원래 방어용 아닌가?’
레온하트가 손을 내리그었다.
“알티아의 중첩 장벽!”
빛의 망치가 가공할 속도로 류한빈을 머리부터 내리찍었다.
쿠웅!
순식간에 전신이 마비된다.
마치 무너지는 건물에 깔린 듯한 충격이다.
“으윽!”
신음하며 류한빈은 전력으로 오러를 끌어 올려 몸을 보호했다.
-오러 아머!
바닥이 깊숙이 파이며 반경 수미터가 넘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성되었다.
가공할 폭음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콰콰콰쾅!
폭연 사이로 한빈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간신히 버텨 낸 것이다.
‘무슨 위력이 이렇게……
파괴의 흔적을 보며 그는 혀를 내둘렀다.
이 세계에 떨어져 남의 파괴력 보고 감탄한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혀를 내두르긴 레온하트도 마찬가지 였다.
“이것마저 버틴단 말인가? 정녕 대단하구나.”
역시 오래 끌었으면 위험할 뻔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몰아넣었으니…….
“이제 끝이다!”
허공에 몸을 띄우며 레온하트가 영술의 수인을 맺었다.
상대가 휘청거리고 있는 지금이 최후의 일격을 꽂아 넣을 적기였다.
“만물을 잠재우는 키브리엘의 어둠이여!”
전신의 프라나를 모조리 끌어모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파괴의 일격으로 바꾼다.
어둠이 응집되어 거대한 기둥으로 화해 이글거린다.
“내 적을 응징하소서!”
블러디 로즈가 가장 자신 있어하는 광역 공격기라면, 이는 그가 지닌 가장 강력한 단일 공격기!
-고유 영술 : 흑암의 창!
짙은 어둠이 쇄도해 눈앞을 가득 뒤덮었다.
기겁하며 한빈은 기간트를 움켜쥐었다.
“빌어먹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건 못 피한다. 무조건 받아쳐야 한다.
못 받아치면 죽는다!
“타아아앗!”
거친 오러의 불길이 기간트를 모조리 감싼다.
모든 힘을 죄다 끌어내 정면으로 몸을 날린다.
가로 베기와 세로 베기, 찌르기로 이어지는 류한빈 최강의 기술이 발동했다.
삼중십자격, 크로스 임팩트!
힘과 힘, 권능과 권능이 격돌했다.
붉은 오러와 칠흑의 프라나가 광풍이 되어 날뛰며 무자비한 충격파를 낳았다.
콰콰콰콰쾅!
끔찍한 굉음 속에서 키비에와 아티스, 에피르는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그저 옆에서 보고만 있었는데도 버티기 힘든 파괴력이었다.
“윽!”
“으어??????
“저 괴물들!”
그리고 잠시 후…….
폭연 사이로 두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허 허허……”
?1, ?1 ?1 ?
레온하트는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안색이 창백하고 다리는 부들부들 떨리며 전신의 프라나는 모조리 고갈, 완전히 탈진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두 발로 서 있었다.
딱히 큰 상처도 없었다.
반면 류한빈의 모습은 처참했다.
피부가 찢어지고 근육이 갈라져 전신이 피투성이, 대검에 몸을 기댄 채 간신히 서 있었지만 그조차도 오래가지 못했다.
흑암의 창을 받아치는 데는 성공했다.
덕분에 간신히 목숨은 건졌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던 것이다.
‘젠장……
결국 한빈의 무릎이 힘없이 꺾였다.
털썩!
이 세계, 라트나에 떨어져 처음으로 겪는 패배였다.
*
*
*
레온하트는 웃었다.
“후후후……
힘겨운 전투였다.
과연 검왕이 후계자로 삼을 만한 강자였다.
하지만 결국 이겼다.
“다행이군, 죽이지 않고 끝낼 수 있어서.”
이 젊은 발타라 전사는 그저 이계인에게 속아 넘어간 어리석은 자일 뿐이다.
딱히 죽어야 할 정도의 죄를 범한 것은 아니다.
쓰러진 류한빈을 내려다보며 레온하트가 근엄하게 말했다.
“검왕의 후예여, 패배를 인정하는가?”
한빈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졌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참 다행이지.”
레온하트는 당황했다.
어째, 패한 자의 태도가 아니었다.
특히나 호승심이 하늘을 뚫는 발타라 전사라면 더더욱 그렇다.
“……뭐가 다행이라는 거지?”
류한빈은 쓴웃음을 지었다.
“당신이 죽지 않았잖아.”
삼중십자격, 크로스 임팩트는 위력 조절이 전혀 안 되는 것이다.
안 쓰면 죽을 상황이라 날리고 보긴 했지만, 생포해야 하는 입장에선 사실 굉장히 위험한 짓이었다.
탈진한 한빈이 뒤로 벌렁 누웠다.
“난 할 만큼 했다. 나머진 알아서 해!”
저만치 떨어져 있던 키비에와 아티스, 에피르가 빙그레 웃으며 대꾸한다.
“그래, 고생했어.”
“최선의 결과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네요.”
순간 레온하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아차!’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검왕의 후예를 이겼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었다.
아직 적은 셋이나 남아 있는 것이다.
그것도 최소 레벨 70 이상의 고위 헌터들이다.
평소라면 레벨 70대 헌터 따위 몇 명이 덤벼도 그의 적수가 될리 없겠지만, 지금은 체력도 기력도 완전히 고갈된 상태.
“이런!”
레온하트가 다급하게 전투태세를 취했다.
키비에와 에피르가 몸을 날렸다.
-오러 스플래시!
-마검식 : 뇌룡의 송곳니!
칠흑의 오러가 창날 가득 맺혀 유성우처럼 쏘아지고, 뇌전의 칼날이 허공을 번득인다.
“이 비열한 놈들이!”
좌우로 날아드는 공세에 레온하트도 영술을 펼치며 응수했다.
“알티아의 장벽이여!”
콰아앙
류한빈의 블레이드 오러조차 막아 낸 빛의 장벽이 고작(?) 에피르의 일격에 박살 나 버렸다.
이미 제 위력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지친 것이다.
곧바로 두 사람이 레온하트를 협공해 갔다.
정신없이 밀리며 레온하트는 이를 악물었다.
‘힘을 아꼈어야 했는데!’
물론 알았어도 그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류한빈은 힘을 아낀 채 쓰러뜨릴 만큼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으니까.
점점 공격을 허용한다.
점점 전신에 상처가 늘어 간다.
“큭! 으윽! 큭!”
연신 신음하면서도 레온하트는 쓰러지지 않았다.
“쓰러질 것 같으냐!”
이미 모든 힘이 고갈되었음에도 오로지 정신력만으로 버티고 또 버틴다.
“키브리엘 님께서 날 지켜보고 계신다!”
기회를 엿보던 아티스가 무심코실소했다.
‘뭐, 지켜보고 계신 건 사실이지.’
바로 그 키브리엘의 화신께서 지금 두 눈 부릅뜨고 레온하트를 두들겨 패고 있으니까.
지팡이를 겨누며 아티스는 마법을 날렸다.
“쇄도하는 빛의 일격, 아케인 스트라이크!”
빛의 기둥이 레온하트를 직격했다.
“크어 억!”
키비에와 에피르의 협공을 버티며 마지막 저력을 과시했지만, 아티스의 마법마저 감당할 순 없었다.
결국 레온하트가 무릎을 꿇었다.
“아, 안 돼……
절망한 녹색 눈동자 위로, 칠흑의 창을 든 흑발의 여인이 비친다.
“미안하다, 레온하트.”
오러의 창대가 그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하나도 안 미안해 보이는 장절한 마무리였다.
변명하듯 키비에가 중얼거렸다.
“영술사다 보니 어지간해선 쓰러지질 않잖아.”
과연, 이렇게까지 두들겨 맞고도 레온하트는 여전히 숨이 붙어 있었다.
그저 완전히 혼절했을 뿐.
아티스가 혀를 내둘렀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는데도 이 정도인가? 진짜 무시무시한 인간이군.”
“괜히 우리가 그를 세 번째 축복자로 선택한 게 아냐.”
아티스의 말을 받아치며 키비에는 힐끔 성하 마을 쪽을 바라보았다.
저택으로 올라오는 길목에 대규모의 기척이 느껴졌다.
피신했던 프렐시스 남작이 원군을 끌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대부분 레벨 20에서 30 사이, 그리 강한 병력은 아니다.
“상대하기는 어렵지 않겠지만……
키비에가 어깨를 으쓱였다.
“굳이 피를 볼 필요는 없겠지?”
저들도 알고 보면 라트나의 소중한 신민들이다.
가능하면 상대하지 않고 도망치는 게 좋다.
한빈 일행에겐 그럴 수단이 있었다.
자신의 목걸이, 폴리모프 네크리스를 매만지며 에피르가 배시시 웃었다.
“날아가 버리면 그만이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