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19
키브리엘 교단(2)
류한빈은 지구인이다.
이 세계, 라트나의 인간이 아니다.
그럼에도 키비에는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한빈은 다른 이계인과 달리 마신을 적대한다.
지구로 돌아간다는, 여신을 도울 분명한 이유도 있다.
전투 능력이며 잠재 능력 면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다.
키비에가 아는 한 류한빈은 분명 바오톨트를 대신할 최고의 조력자였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하지만 이젠 나보다 훨씬 훌륭한 대타가 있잖아.”
영술권사 레온하트 카텔 프렐시스그는 바오톨트와 같은 여신의 축복자이며 달인의 경지에 오른 절대 강자였다.
실력 자체는 류한빈과 비등할지 몰라도 전투 경험은 훨씬 높았다.
또한 키브리엘 교단의 템플러로드인 만큼, 속세에 행사할 수 있는 권력과 영향력도 훨씬 강하다.
“아무리 봐도 나보다는 레온하트가 성물을 취하는 쪽이 훨씬 나을 것 같거든. 그런데 굳이 나일 필요가 있었어?”
골렘 스티드를 몰고 있던 레온 하트가 신기해하며 한빈을 돌아보았다.
“놀랍군, 그 정도의 힘을 얻고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무인의 긍지인가, 아니면 욕심이 없는 건가?”
류한빈은 고개를 저었다.
“딱히 그런 건 아니야. 나도 더 강해지는 쪽이 당연히 좋지. 하지만 최종 목적을 생각하면 이쪽이 최선일 것 같다는 의미다.”
한빈의 최종 목표는 어디까지나 키비에가 여신의 신성을 되찾아, 자신을 지구로 돌려보내 주는 쪽이다.
“누가 됐건 최강의 3인을 해치울 수만 있으면 되는 거잖아.”
그러자 레온하트의 눈빛이 부드러 워 졌다.
그가 키비에를 돌아보았다.
“의외로군요, 힘을 얻고도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이는 의외로 드문데.”
“어때, 내가 성물의 주인을 꽤 잘 골랐지?”
어깨를 으쓱인 뒤 그녀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레온하트는 안 돼.”
“그녀의 말대로다. 난 성물을 얻을 자격이 없어.”
“어째서? 여신의 축복자잖아.
자격은 충분히 입증된 것 아닌가? 당장 그걸로 봉인도 풀었고.”
키비에와 레온하트가 설명을 이었다.
“그 ‘여신의 축복자’라는 게 문제야.”
“아쉽지만, 내가 어둠의 성물을 취할 경우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레온하트는 여신의 축복으로 제한적이나마 불로의 존재가 되었다.
그에겐 이미 여섯 여신의 힘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섯 여신의 권능은, 어둠의 성물과 충돌한다.
“그런 레온하트가 성물을 취해도, 한빈 너만큼 극적인 효과는 얻을 수 없어.”
기껏해야 프라나가 지금보다 50%쯤 더 강해지는 정도가 한계라는 것이 키비에의 설명이었다.
물론 이것도 보통 일은 아니지만, 오러가 몇 배나 폭증한 류한 빈에 비교하면 확실히 효과가 적다.
“그런 이유였나?”
납득하려던 한빈이 문득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검왕은? 원래는 이 성물, 검왕 주려고 했다며? 그런데 검왕도 여섯 여신의 축복을 받긴 마찬가지잖아?”
그녀가 쓴웃음을 지었다.
“당연히 바오톨트라도 성물 효과가 그리 크진 않았겠지. 아마 오러양이 한 20% 정도 늘어나는 게 전부였을걸.”
하지만 검왕에겐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원래부터 최강의 3인보다 월등히 강한 자였으니까.
거기서 오러양이 20%가 더 늘어나면 충분히 절대적 격차가 되어 버린다.
반면 레온하트는 달랐다.
성물을 얻어 프라나가 50% 이상 늘어나 봐야 홀리엔 한 명을 상대하기 힘들다.
차라리 성물의 힘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류한빈이 더 나은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바오톨트의 절기를 익힐 수 있을 때의 이야기지만.”
그러니 최선을 다해 달라며, 키비에가 한빈의 어깨를 툭툭 쳤다.
중압감을 느끼며 류한빈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 그래도 그거 너무 어렵던데……
오러양이 폭증하긴 했지만 여전히 ‘겨자씨 운운’은 뭔 소린지 감도 못 잡고 있었다.
아직까진 증폭한 오러를 다루기만도 벅찬 처지였다.
“이거, 어디 처박혀서 진득하게 수행이라도 해야 하나?”
레온하트가 그를 격려했다.
“걱정 말게. 나도 최선을 다해 도울 테니. 그것을 위해 교단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현재 마차는 칼드리스와 알렌디아의 국경을 가르는 란데아 산맥의 초입까지 도달해 있었다.
어둠의 교단 총본산, 스코타 스키아로 향하는 것이다.
교단에 화신 강림을 알려야 한다는 레온하트의 주장 때문이었다.
“최강의 3인은 속세의 지배자.
아무리 강하다 해도 개인의 힘만으론 상대하기 힘듭니다.”
그러니 일단 어둠의 교단의 협력을 얻어야 한다.
그러면 다른 다섯 교단도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고, 대륙3강의 지배에도 어느 정도 대항할 수 있겠지.
“사안이 중대하니만큼 일단은 카스탈로 성하와 세르멘 성녀님, 그리고 일부 수뇌부에게만 진실을 전달해야겠지만요.”
키비에는 반신반의했다.
“그들이 과연 나를 믿을까?”
레온하트 하나 설득하기도 그렇게 힘들었다.
그는 성물 덕분에 확실한 증거를 볼 수 있었지만, 과연 다른 사람들은?
에피르가 의아해했다.
“레온하트 님은 교단의 성전사장이잖아요. 그런 레온하트 님의 증언조차도 의심한단 말이에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카스탈로나 세르멘이라면, 레온하트가 속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테니까.”
한 교단의 수뇌부쯤 되면 함부로 경거망동할 수 없다.
오히려 저것이 올바른 자세다.
저들을 탓할 수는 없다.
뭔가, 그들도 납득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문제는 그런 방법 따위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지만.”
“실은 방법이 있습니다.”
고민하는 키비에에게 레온하트가 말을 건넸다.
“아마도 당신께선 미처 생각지 못한 듯하지만 말이지요.”
?
*
*
다음 날 오후, 한빈 일행은 스코타 스키아에 도착했다.
요새 관문에서부터 난리가 났다.
레온하트의 실종은 교단 내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그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움직였으니, 일개 하위 신관이라도 모를 수가 없었다.
신관들이 우르르 모여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맙소사! 레온하트 님!”
“무사하셨군요, 템플러 로드!”
수하들을 진정시키며 레온하트가 물었다.
“교황 성하를 뵙고 싶다. 어디 계시지?”
성전사 한 명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이미 연락이 갔습니다. 금방 자리가 마련될 겁니다.”
안 그래도 몇몇 신관들이 허겁지겁 소식을 알리러 달려간 참이었다.
“레온하트 공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는 분은 교황 성하뿐만이 아니니까요.”
이렇게 무사한 걸 보니 실로 키브리엘의 인도하심이라며 성전사들이 성호를 그었다.
그러다 말고 문득 물었다.
“그런데, 이분들은?”
레온하트는 홀로 복귀한 것이 아니 었다.
한 무리의 헌터 일행과 함께였다.
그런데 어쩐지, 레온하트를 납치했다는 그 정체불명의 이단자 일행과 굉장히 인상착의가 비슷하지 않은가?
“믿을 만한 이들이다. 함께 자리를 마련해 주게.”
경계하는 성전사들에게 딱 잘라 말하며 레온하트가 걸음을 옮겼다.
워낙 단호한 태도라, 상황을 이해 못 한 신관들도 일단 명에 따랐다.
“아, 알겠습니다, 템플러 로드.”
*
일행은 곧바로 교단의 중앙 홀, 별의 전당으로 안내되었다.
홀을 둘러보며 한빈이 혀를 내둘렀다.
“와, 아주 그냥 검은색으로 도배를 해 놨네?”
흑요석 위주로 지어진 곳이다 보니 색상이 죄다 똑같다.
벽도 까맣고, 천장도 까맣고, 바닥도 까맣고, 커튼도 까맣고…….
아티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분위기만 보면 무슨 사악한 비밀결사 조직 같군.”
“우리 교단 분위기가 좀 그렇긴하지.”
레온하트가 순순히 수긍하는 걸 보면, 교단 측에서도 인식은 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쨌건 한빈 일행은 얌전히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잠시 후 한 무리의 신관들이 홀안에 들어섰다.
어둠의 교황 카스탈로 2세와 성녀 세르멘, 그리고 하이 프리스트들이 었다.
레온하트를 본 50대의 중년 부인이 환한 미소를 보였다.
“무사해서 다행이구려, 성전사장.”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성녀님.”
정중히 읍례한 뒤 레온하트가 모두를 돌아보았다.
“이미 들어 알고 계시지요? 키브리엘의 화신이십니다.”
키비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신관들은 무릎을 꿇지 않았다.
“ 으음??????
“성전사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나……
“사안이 사안인지라 무작정 믿을 수만도 없으니……
“미욱한 인간이 여신의 뜻을 의심하는 것을 용서하소서.”
키비에는 빙그레 웃었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그렇겠지.”
그녀가 등 뒤로 손짓을 했다.
“저들의 눈을 뜨게 해 주렴, 에피르.”
은발의 소녀가 사뿐히 홀 가운데로 걸어갔다.
의아해하며, 교황이며 성녀가 눈을 가늘게 떴다.
에피르가 목걸이를 매만졌다.
파아아앗!
눈부신 빛과 함께 소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10여 미터의 거대한 와이번이 나타났다.
은빛 갈기의 와이번이었다.
“저건?”
“그 변경의 마수가 아닌가!”
신관들이 흠칫 놀라 프라나를 끌어 올렸다.
레온하트가 모두를 말렸다.
“진정하십시오. 그녀는 이미 화신의 은총하에 있으니까요.”
과연, 와이번은 날뛰거나 하지 않고 얌전히 서 있을 뿐이었다.
냉정을 되찾은 카스탈로 2세가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렇군. 인간 형태를 취할 수 있는 와이번이라……
듣도 보도 못한 기사였다.
충분히 키브리엘의 화신이 선보일 법한 이적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믿을 수는 없다.
“이 정도는 이계인들도 가능한 일이다. 이것만으로는 증거가 되지 않아.”
경계하는 교황의 말에 레온하트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씀입니다, 성하. 실제로 그녀가 인간으로 변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저 목걸이의 힘이니까요.”
레온하트는 폴리모프 네크리스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교황이며 성녀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 었다.
화신의 증거를 보인다더니, 이계인과 관련된 능력을 보이면 어쩌라고?
더 의심받고 싶다는 건가?
그때 였다.
“에, 이제 뭘 어떻게 해요?”
흉악하게 생긴 와이번이 입을 열었다.
“그냥 대충 말을 하라고는 하셨는데, 뭔 말을 해야 하는지도 좀 가르쳐 주셔야……
순간 모두가 경악해 입을 쩍 벌렸다.
“와이번이 말을 해?”
“그것도 저렇게 유창하게?”
흉악한 몬스터의 입에서 실로 유창한 쿨린어가 흘러나온 것이다.
어순도 문법도 완벽한, 지성이 담뿍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주위의 눈치를 보며 와이번이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레온하트가 빙그레 웃으며 손짓을 했다.
“이분들에게 자기소개를 해 주겠나, 에피르 양?”
시키는 대로 에피르가 넙죽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에피르라고 합니다. 올해 18살의 와이번이에요.”
확실했다.
이 와이번은 지성을 지니고 있었다.
인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그 어떤 마법이나 영술로도, 심지어 이계의 수법으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틀림없구나!”
“여신의 기적이로다!”
감격한 신관들을 보며 키비에는 부드럽게 웃었다.
여신의 화신다운 우아한 미소였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내심 황당해하고 있었다.
‘어라, 진짜 통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