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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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빈이 초급 헌터가 된 지 30일 정도가 지났다.
원래 이펜 평야는 알파트 던전외에도 온갖 다양한 던전이 수시로 출현해 몬스터들을 토해 내는 곳이 었다.
온프로스 시가 헌터들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계속 버크만 팀의 일원으로 일하며 두 번 더 의뢰를 맡았다.
그 와중에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다.
오지랖 넓은 이들 대부분이 그렇듯, 버크만은 굳이 류한빈이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것저것 챙겨 주었다.
값비싼 여관 대신 장기 투숙이 가능한 공용 숙소를 소개해 준 것도 그였다.
창고를 개조한 건물에서 여러 명이 한꺼번에 묵는 곳이었는데, 솔직히 쾌적한 잠자리라곤 할 수 없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술 처먹고 언성을 높이거나 서로 싸움을 벌이는 일이 흔한 곳이었다.
그렇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술 먹고 떠들다 보니 다들 아무 말이나 막 한다.
그야말로 의식의 흐름대로 온갖 잡소리들을 떠들어 대는데, 그 대화를 엿듣는 것만으로도 라트나 대륙에 대한 잡다한 지식을 상당히 얻을 수 있었다.
특히나, 이 세계의 지구인에 대한 정보를 얻은 것은 매우 큰 소득이 었다.
?
지구인.
이계인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라트나 대륙을 침공하려는 이차원(異次元)의 마신(魔神), 옴팔로 스의 첨병들이다.
저들이 이 세계에 처음 나타난 것은 대략 40여 년 전.
당시만 해도 라트나인들은 이계인들을 크게 경계하지 않았다.
처음엔 그저 약하고 가련한 존재들이 었다.
전혀 모르는 세상에서 떨어져 공포에 떠는 가엾은 이방인일 뿐이었다.
하나 그들은 빠르게 강해졌다.
이계인이 지닌 특징 탓이었다.
그들은 놀랍게도 인간이면서 ‘용의 권능’을 지니고 있었다.
드래곤을 비롯한 라트나의 용족들은 죽인 적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정기를 흡수해 용격을 높여 힘을 키운다.
그 용격의 집합체가 바로 드래곤 코어다.
이계인 역시 드래곤처럼 다른 생명체를 죽이고 힘을 흡수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저 적을 죽이는 것만으로 ‘경험치’를 얻고, 그 경험치를 모아 간단히 레벨을 올리는 놀라운 능력!
심지어 효율도 월등했다.
드래곤보다 수십 배나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 있었고, 한계나 쇠락마저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냥 놀고먹어도 절대 약해지진 않는 것이다.
그저 현상 유지만 될 뿐이다.
그러니 얼마나 쉽게 강해질 수 있겠는가?
라트나 대륙의 여러 던전들을 공략하며 이계인들은 빠르게 강해졌다.
덕분에 몬스터에게 시달리던 많은 이들이 구원받았다.
사람들은 저들을 이계의 영웅이라 부르며 칭송했다.
하지만 결국 놈들은 본색을 드러 냈다.
스스로를 ‘그레이트 어스’라 칭하던 한 이계인 무리가 프렐류교단의 성녀를 납치한 것이다!
목적은 바람의 여신 프렐류를 살해하는 것.
오직 성녀만이 여신의 성역(聖域)으로 향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그녀를 이용해 여신과 조우하기 위함이었다.
당연히 프렐류 교단은 성녀를 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감히 여신 살해를 꾀한 무도한 이들은 전원 레벨 70 이상의 강자들이었으며, 그 수장은 자그마치 레벨 100 이상이었다고 전해 진다.
무수한 피가 흘렀음에도 저들을 막지 못했다.
이계인들은 마침내 고귀한 프렐류의 성역에까지 그 더러운 발을 디디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저들은 이 세계의 저력을 너무 우습게 여겼다.
프렐류의 신탁을 받은 라트나의 진정한 영웅들이 나선 것이다.
대륙 최강의 검人}, 검왕(劍王) 바오톨트.
마법의 극에 달한 자, 아크메이지 제노비아.
모든 마검사들의 정점, 뇌제(雷帝) 가르한.
궁극의 영술사, 생사초월자 홀리엔.
인세에 군림하던 네 절대자들이 여신을 위해 서로 손을 합쳐 그레이트 어스를 상대했다.
이계인들은 순식간에 몰살당했다.
전원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소멸되어 버렸다.
이후 여섯 여신의 신탁이 대륙전체에 내려졌다.
-지구인들은 사악한 마신과 계약한 이계의 악마들, 설령 겉으로는 온화하고 선량해 보여도 모두 거짓된 연극일 뿐이니 라트나의 신민들은 결코 현혹되지 말지 어다. 오직 피와 죽음만이 저들을 대하는 유일한 선업일지니!
대대적인 지구인 사냥이 벌어졌다.
대륙에 흩어져 있던 이계인 대부분이 죽임을 당했다.
간신히 살아남은 이들은 정체를 감추고 음지로 숨어들었다.
그 후로도 이계인들은 수시로 나타났다.
여전히 빠르게 강해지고, 결코 약해지지 않는 특성을 지닌 이들이었다.
겉으론 라트나인과 전혀 다를 바 없으니 저들을 알아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계인들은 태도나 상식 등에서 라트나인과 근본적으로 어긋난 부분이 많았다.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노려 색 출하고, 죽였다.
그러길 수십 년째.
이제 라트나 대륙에선 이계인이 나타나면 모두가 힘을 합쳐 사냥하는 것이 당연한 관습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주워들은 정보를 종합해 보며 류한빈은 혀를 내둘렀다.
‘우와, 이건 뭐 장난 아니게 위험한 분위기인데……
실제로 사고도 거하게 쳤고 여신이 직접 신탁을 내리기까지 했으니, 라트나인들이 지구인을 이계의 악마라 여기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그가 여신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운이 좋아 여신을 만나게 되어도 과연 그를 믿어 주긴 할까?
‘하지만 그 마신이란 놈들에게 복수할 다른 방법이 떠오르질 않으니……
무려 여신씩이나 되는 고차원적인 존재이니, 한빈의 진심 정도는 파악해 줄 거라고 막연히 기대하는 수밖에 없겠지.
‘그나저나 여신의 성역이라 여섯 여신들은 성역이라는 장소에 존재하며, 각 교단의 성녀들은 성역을 찾아갈 수 있다.
즉, 여신을 만날 방법 자체는 분명히 있는 것이다.
물론 함부로 접근했다간 그레이트 어스인가 뭔가 하는 놈들처럼 되겠지만.
‘어휴, 이름이 그레이트 어스가 뭐냐? 위대한 지구라니.’
하기야 이름을 저따위로 짓는 꼴통들이니 남의 세계 여신을 죽이겠다는 미친 짓도 시도할 수 있었겠지.
턱을 괸 채 류한빈은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성역이란 곳을 갈 수 있는 거지?’
?
*
*
헌터 일을 시작한 지 45일째.
류한빈은 네 번째 의뢰도 무사히 끝마쳤다.
인근에 출몰하는 코볼트 무리를 처치하는 것이었는데, 슬슬 힘을 제어하는 요령이 늘어 자연스럽게 사냥을 할 수 있었다.
남들 눈에는 그럭저럭 힘 좋은 초급 헌터로 보일 수준이었다.
그렇다 해도 레벨 5 검사라기엔 역시 지나치게 강했지만.
의뢰를 마치고 온프로스 시로 돌아가는 길에 버크만이 한빈에게 권했다.
“슬슬 길드 가서 측정석 사용해 보지? 못해도 레벨 15는 넘었을 게야.”
육체가 받쳐 주면 똑같은 기술을 익히고 똑같은 경험을 쌓아도 남들보다 월등히 빨리 성장하게 마련이다.
‘초보 검사, 에이릭 가룬’은 단지경험 부족으로 레벨이 낮게 측정되었던 것뿐이다.
그러니 지금쯤 충분히 제 레벨에 올랐을 것이라는 게 버크만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빈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좀……
그는 자신의 레벨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몰래 가이드라인을 켜보면 자신의 스테이터스가 선명히 눈앞에 떠오른다.
「류한빈 : 검사(劍士) 1V. 5보유 스킬 : 찌르기, 가로 베기, 세로 베기, 언어 소통근력 25(+1,364), 체력 21(+1,364), 회복력 15(+682), 방어력 16(+1,364), 동체 시력 7(+341), 반사 신경 9(+341), 순발력 10(+341).j 라트나 대륙에 떨어진 첫날과 전혀 달라진 게 없다.
‘그야 경험치를 먹은 적이 없으니 당연하지.’
레벨이 오르지 않는 건 별문제가 아니다.
그냥 경험치를 줄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를 사냥하면 된다.
문제는 지금처럼 버크만 팀과 함께할 경우, 그런 강한 몬스터를 사냥할 일이 절대 없을 거란 점.
‘버크만 씨가 사람은 참 좋은데 레벨이 너무 낮아서……
아쉬워하면서도 류한빈은 결심을 굳혔다.
‘할 수 없지. 한두 달 정도만 더 어울리고, 돈 좀 모이면 이들과 헤어지는 수밖에.’
그 후에 모은 자금으로 직접 던전을 찾아다니면서 레벨을 올려 야겠다.
작별의 시간은 생각보다 너무 빨리 찾아와 버렸다.
그것도 류한빈이 전혀 상상치도 못한 이유로.
?
*
*
네 번째 의뢰를 마치고 며칠이 지났다.
평소처럼 버크만이 부르기에 류한빈은 신나게 달려갔다.
보나 마나 다섯 번째 의뢰 건인 줄 알았다.
그리고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네? 헌터 은퇴하신다고요?”
부끄러워하며 버크만이 답했다.
“미안하네. 지병인 요통이 도져서 그만 듣자 하니 원래부터 허리가 많이 안 좋았다고 한다.
애당초 팀원으로 류한빈을 받아들인 이유도 그것이었다.
휴버트는 마법사라 체력이 약하고 에윈은 여성, 엠버는 여전사지만 어쩔 수 없이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근력이 약하다.
그동안 버크만이 일행의 짐 대부분을 혼자 들고 다녔는데, 허리가 나가는 바람에 짐꾼이 반드시 필요해진 것이다.
의외로 짐꾼을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위험한 일이니 아무나 데려다 쓸 수는 없다.
하지만 경력 있는 헌터라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잡일꾼 취급은 기피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계속 길드를 드나들며 쓸 만한 신출내기가 나타나길 기다렸다는 것이다.
‘어쩐지 다들 나 같은 초짜를 순순히 받아들이더라니……
그간의 의문이 싹 풀렸다.
왜 버크만이 류한빈을 그리 챙겨 주려 했는지도 알 것 같았다.
“조심하면서 헌터 일을 계속하려 했는데, 역시 무리더군.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네, 후우……
내심 한빈은 황당해했다.
‘거참, 일이 이렇게 될 수도 있나?’ 차라리 류한빈이 너무 약해서 팀원으로 도움이 안 된다거나 하는 이유였다면 적당히 본실력 보여 주고 설득이라도 하겠는데, 이건 그냥 본인 허리가 나가서 은퇴한다는 것 아닌가?
아픈 사람 붙잡고 계속 몸 쓰는 일 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 다른 분들은요?”
에윈이 대꾸했다.
“전 오라버니를 치료해야 해서……
함께 고향으로 돌아간단다.
남매이니 그럴 법도 하다.
엠버의 답변은 이것이었다.
“버크만과 함께 살기로 했어.”
둘이 눈이 맞았단다.
하긴, 그런 낌새는 있었다.
“그럼 휴버트 씨는?”
“나도 잠시 헌터 일을 쉬고 스스로의 마법 지식을 정립할 생각일세!”
“어디서 정립하실 건데요?”
“……버크만 씨 옆집이 비었다더군.”
그러면서 에윈에게 은근한 눈빛을 보낸다.
사내가 마음에 둔 여인을 바라보는 전형적인 눈빛이었다.
연애해 본 적 없는 한빈조차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어쨌건 네 사람이 다 같이 헌터일 관두는 것은 확실했다.
버크만이 류한빈을 위해 마지막 조언을 건넸다.
“일단 길드로 가서 레벨부터 갱신하게. 레벨 20만 넘어도 스카우트 제의가 줄을 설 테니까. 아니, 지금의 자네라면 충분히 단독 의뢰도 맡을 수 있겠군.”
딱히 걱정하는 기색은 없었다.
버크만이 보기엔 이미 류한빈은 충분히 제 한몫을 해내는 번듯한 헌터였던 것이다.
물론 한빈은 곤란해하고 있었지만.
‘이런, 아직 충분히 돈을 못 모았는데……
남 속도 모른 채 버크만이 웃으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럼 건투를 빌겠네, 에이릭군.”
“아, 예……
그리고 미련 없이 발길을 돌려 자리를 뜬다.
멀어지는 버크만 일행의 뒷모습을 보며 류한빈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어쩌지?”
계획이 완전히 어긋나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