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21
나도 이제 레벨 업!⑴
스코타 스키아에서 조금 떨어진한 산기슭.
사방이 숲으로 막힌 공터에 근사한 연무장과 2층으로 된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이곳이 한빈 일행의 새 숙소였다.
원래는 하이 템플러들이 조용히 수행하기 위해 마련된 장소인데, 교단이 통째로 내준 것이다.
연무장에 서서 류한빈은 대검기간트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러를 가르쳐 줄 사람을 소개해 준다지 않았나?”
레온하트가 어깨를 으쓱였다.
“눈앞에 있지 않은가?”
한빈은 더더욱 당황했다.
현재 연무장에는 한빈 일행과 레온하트 외에도 세 명의 템플러가 서 있었다.
「종족 : 인간. 검사 lv. 77j
「종족 : 인간. 투사 lv. 73j
「종족 : 인간. 마검사 lv. 79j 셋 다 상당한 실력자인 건 사실이지만, 지금의 류한빈 입장에서 눈에 차는 수준은 아니다.
‘설마 저들에게서 오러를 배우라는 건가? 심지어 한 명은 오러유저도 아니고 마검사인데.’ 과연 레온하트는 고개를 저었다.
“얘들 말고.”
그리고 바로 자신을 가리켰다.
본인이 바로 ‘오러를 가르쳐 줄좋은 스승’이라는 것이다.
황당해하며 류한빈이 물었다.
“무슨 소리야? 당신은 영술사잖아.”
“정확히 말하면 영술권사지.”
라트나 최초의 영술권사, 레온 하트.
그는 치유, 보조, 원거리 공격에만 특화된 영술을 직접 싸우는 방식으로 바꾸기 위해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그를 위해 가장 많이 파고든 것이 바로 오러 유저와 마검사의 전투법이었다.
“마법은 형식상 영술과 크게 차이날 것이 없으니 말이야.”
프라나를 오러나 포스처럼 바꾸려면, 우선 오러와 포스에 대한 실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그렇다 보니 어지간한 오러 유저나 마검사보다도 이해도 자체는 오히려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들을 가르쳐 하이 템플러까지 끌어올린 것도 나다. 셋다 내 제자들이나 다름없지.”
하이 템플러 중 30대 초반의 여성이 혀를 찼다.
“정확히 말하면 오러며 포스 연구한답시고 우리 붙잡고 이거저거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가르침을 준 게 된 거잖아요?”
비슷한 나이대의 다른 두 사내들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 해도 레온하트 님이 우리의 스승인 건 틀림없지.”
“그 은혜를 폄하할 수는 없다.”
못 믿겠다는 듯 류한빈이 인상을 썼다.
“오러 유저도 아니면서 오러를 가르치는 게 말이 돼?”
바로 레온하트가 핀잔으로 응수했다.
“그럼 마검사인 에피르 양이 그동안 자네에게 오러 운용법을 조언한 건 말이 되고?”
“아, 그것도 그러네.”
“그리고 원래 경지가 비슷하면, 천재보다 둔재가 더 좋은 스승이 될 수 있는 법이야.”
본인이 시행착오를 많이 할수록 그만큼 제자의 시행착오를 고쳐주는 것도 익숙할 테니까.
“뭐, 둔재는 어지간해선 천재와 비슷한 경지까지 오르질 못하니까 문제지만.”
레온하트는 누가 봐도 천재이지만, 오러 유저나 마검사는 아니다.
그런 만큼 오러와 포스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연구하고 응용해야 했다.
어지간한 둔재 이상으로 깊고 면밀하게 파고들어, 결국 여신의 축복자가 될 정도의 경지를 이룬 것이다.
“그런 만큼 남 가르치는 건 꽤나 자신이 있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레온하트가 으스댔다.
실제로 이 하이 템플러들은 10년 넘게 레온하트의 가르침을 받아 이 수준까지 오른 이들이었다.
아무리 그가 20대 청년으로 보인다지만, 실제 나이는 40대 중반이다.
템플러들이 입을 모아 장담했다.
“레온하트 님이 최고의 스승이란 건 틀림없습니다.”
“가르침을 받은 저희가 제일 잘 알죠.”
또 여성 템플러가 초를 쳤다.
“대신 영술사 입장에선 정말 최악의 스승이지만 말이죠.”
영술사로서의 레온하트는 틀림없는 천재다.
그리고 천재는 보통, 남을 못가르친다.
설명이 대체로 이따위니까.
-화악 해서 파앗 하면 되느리라! 참 쉽지?
“기껏 물어봐도 ‘저절로 되는 건데 그걸 왜 몰라?’ 란 답변만 하신다던데요.”
무심코 류한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많이 들어 본 소리다.”
에피르가 저런 소리 자주 했었지.
“레이나, 넌 정말 한마디씩 토달지 않고는 못 견디는 거냐?”
“그러게 누가 이렇게 오래 본산을 비우래요? 다들 레온하트 님을 얼마나 걱정했는데!”
“미, 미안.”
하여튼 레온하트가 가르치는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듯했다.
문득 류한빈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데 말이야, 그 노력으로 그냥 남들처럼 영술을 더 익혔으면 더욱 고위 레벨의 영술사가 될 수 있었던 것 아냐?”
대단하긴 한데, 뭔가 뻘짓 했다는 느낌도 든달까?
의외로 레온하트도 부인하진 않았다.
“실은 나도 그 생각 자주 해 봤는데, 원래 인생이란 게 그런 것 아니겠나? 한번 길을 선택해 버리면 돌아가기 힘들다고. 내가 걷는 이 길이 옳은 길이라고 믿고 끝까지 가 보는 수밖에.”
손뼉을 치며 그가 분위기를 전 환했다.
“자, 자! 잡담은 이쯤하고 시작하지. 일단 오러를 제한하고 이들과 순서대로 대련을 해 봐. 첫 번째는 그란드, 너부터다.”
그란드라 불린 템플러가 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나섰다.
류한빈도 마주 걸음을 옮겼다.
상대를 바라보며 전투태세를 취하다 말고 그가 물었다.
“이 대련에서 내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대련을 통해 실력을 키우기엔 상대의 레벨이 너무 낮다.
그러니 다른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냥 적당히 싸우면 돼. 레벨차가 이 정도면 자네가 건질 건 없다고 봐야지.”
“그럼 왜 하는 건데?”
이해 못 한 한빈을 향해 레온하트가 빙그레 웃었다.
“내가 자네를 파악해야 하니까.
고작 한 번 붙어 본 걸로 상대를 다 파악했다고 하면 그건 고수가 아니라 사기꾼 아니겠어?”
*
블레이드 오러와 마검술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세 번째 상대, 레이나가 뒤로 튕겨 나가며 신음을 흘렸다.
“으윽!”
류한빈은 검을 거두었다.
이미 상대는 땀투성이, 호흡도 거 칠 었다.
더 이상 대련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탈진한 상태였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레이나가 예를 표했다.
“가르침에 가, 감사드립니다.”
한빈도 정중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소. 좋은 수련이 되었소.”
그녀와 달리 류한빈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세 명과 연속으로 대련을 했음에도 전혀 지치지 않은 것이다.
애초에 체력이며 지구력이 차원이 달랐다.
옆을 돌아보며 한빈이 물었다.
“어때 보이나?”
레이나를 물러서게 한 뒤 레온 하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뭐가 문제인지 알겠군.”
기간트를 휘두르는 류한빈을 제 3자의 눈으로 살피며 유심히 오러의 흐름을 관찰했다.
전투법이며 육체의 사용법도 면밀히 확인했다.
덕분에 그의 현 상태에 대한 꽤나 정확한 정보도 얻었다.
“일단 육체와 오러의 밸런스 자체는 꽤 좋아.”
가공할 신체 능력에 가공할 오러 양.
류한빈의 육체는 성물을 얻어 폭증한 오러조차도 무난히 감당할 정도로 강인했다.
“밸런스만 보면 분명 준수하지.”
그럼에도 뭔가 어색한 이유는…
“오러를 너무 무술적인 기법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게 문제로군.”
오러 스킬과 마검술은 육체와 정신 활동의 조화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오러를 무술적 감각으로만 접근하고 있으니 조화롭게 이어지질 않아. 그래서 중간에 빈틈이 생기는 거다.”
이제까지야 워낙 압도적인 힘으로 밀어붙였으니 그 빈틈이 빈틈이 아니었다.
하지만 진짜 강자를 만나게 되면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큰 허점이 될 것이다.
레온하트의 말에 류한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의아해했다.
“에, 그건 검술도 마찬가지 아닌가?”
막스브리드 투술에서, 검은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통해 휘둘러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래서 그 느낌대로 검 휘두르듯이 오러를 다룬 건데?”
레온하트가 혀를 찼다.
“전혀 달라. 자네는 지금 오러란 게 있으니까, 그 오러를 휘둘러서 적을 벤다고 여기고 있잖아?”
“검이란 게 있으니까, 그 검을 휘둘러 적을 베는 건?”
“검을 휘두를 때, 팔을 움직여 손가락을 쥐고, 그 손가락으로 검을 쥔 다음, 그 검으로 적을 벤다고 여기나?”
한빈은 눈을 깜빡였다.
생각해 보니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뭔가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레온하트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걱정할 것 없어. 지금은 그렇게 느끼는 게 정상이다.”
이 젊은 발타라 전사는 실력 자체만 보면 자신보다도 강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제껏 그가 가르친 이들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아니, 진짜 발타라 전사는 아니 랬지? 이거 헷갈려서, 원.’
어쨌거나 이미 겪어 본 문제이 니만큼 고치기도 어렵지 않았다.
“일단 증폭한 오러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하는 게 최우선이군.”
앞으로의 계획을 짜며 레온하트가 말을 맺었다.
“그 후에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맞춰 나가도록 하지.”
한빈 일행이 스코타 스키아에 머무른 지 어언 닷새째.
오늘도 류한빈은 아침 일찍부터 연무장에 나와 악을 쓰고 있었다.
“으아아아!”
그냥 악만 쓰는 것이 아니었다.
기합과 함께 전신의 오러를 최대한 끌어 올리는 중이었다.
콰콰콰쾅!
시뻘건 불길이 미친 듯이 날뛴다.
잘 포장된 연무장 바닥이 쩍쩍갈라지고, 사방으로 파편이 튄다.
마치 수십 개의 머리가 달린 화룡이 파괴의 날개를 펼치는 듯한 광경 이 었다.
한빈은 이를 악물었다.
“으으으윽!”
전신의 피부가 쩍쩍 갈라지며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제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오러를 끌어 올린 나머지 육체가 붕괴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레온하트가 제안한
‘거저먹은 증폭 오러 속성 소화법’이었다.
원래 한빈은 아티스나 에피르에게 배운 대로 증폭된 오러의 일부만을 조금씩 자신의 흐름으로 끌어들여 소화시키는 방식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레온하트는 그 수법을 부정했다.
“그건 허약한 애들이나 하는 짓이고.”
에피르나 아티스가 과하게 흡수한 정기를 한 번에 소화시키려 했다간 분명 몸이 터져 버릴 것이다.
하지만 류한빈이라면?
“몸도 좋은 인간이 무엇 하러 그렇게 소심하게 깨작깨작 소화시키는데?”
위장 튼튼한 인간이라면 한 큐에 왕창 먹고 왕창 소화시킬 수 있는 법!
“더! 더 끌어 올려!”
옆에서 레온하트가 호통을 쳤다.
핏발 선 눈으로 류한빈이 신음을 흘렸다.
“이, 이제 한계 같은데……
겁이 덜컥 난다.
당장이라도 몸이 무너질 것 같다.
이미 전신의 힘이 고갈되어 탈진한 상태였다.
하지만 레온하트는 멈추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한계를 정하지 마라!”
자기 자신을 믿으라거나, 한계를 초월하라는 식의 근성론은 아니었다.
“원래 인간은 자신에겐 관대하고 남에겐 혹독한 법이다! 한계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충분히 여유가 있어!”
본인이 정한 한계 따윈 의미 없다!
진짜 한계를 정해 줄 수 있는 건 몸도 마음도 안 아픈 타인뿐!
“그대의 한계를 정하는 건 바로 나다!”
“자, 잠깐만……
뭔가 그럴듯하면서도 말도 안되는 소리 같았다.
오러의 불길에 휩싸인 채 한빈이 오만상을 찌푸렸다.
“이러다 죽는 거 아냐?”
“보통은 죽지.”
“어이?”
“하지만 자넨 안 죽어. 정말 신체 능력 하나는 끝장나게 좋네.
부럽다.”
기술은 하다 보면 된다.
아무리 둔한 놈이라도 시간만 들이면 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육체적 피지컬은 다르다.
이건 공들인다고 무조건 늘어나지 않는다.
“자신의 판단 따위는 믿지 마!
애당초 신체 능력만 좋고 재능은 별로 없는 주제에 판단 따위 해서 뭐 하겠다는 건가?”
참으로 시건방진 소리를 연신해 대며 레온하트가 호언장담을 날렸다.
“이 몸이야말로 재능을 타고난 천재다! 내 판단을 믿어라! 그대에겐 아직 여유가 있어! 더더욱 오러를 끌어내!”
“크으으윽!”
‘저, 저 새끼 진짜 재수 없어!’ 이를 갈다 보니 또 버틸 만했다.
정말 여유가 있긴 있는 모양이었다.
의외로 빈말한 것은 아니었달까?
물론 버틸 만하다는 게, 아프지 않다는 소리는 아니다.
“으아아아아!”
처절한 류한빈의 절규가 푸른 하늘 너머로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