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23
나도 이제 레벨 업!(3) 투혼 발타란 수행을 시작한 지 닷새째.
오늘도 류한빈은 열심히 자폭(?) 중이었다.
콰아아앙
“으아아악!”
그리고 언제나처럼 레온하트의 치유술이 이어진다.
죽다 살아나다를 반복하는 그를 보며, 레온하트는 감탄을 터트렸다.
“대단하군. 놀라운 정신력이 아닌가?”
고통만으로도 사람은 충분히 미칠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할 정도로 잘 버티고 있는 것이다.
한빈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식으로 정신력을 단련하고 싶진 않았지만 말이지.”
그는 이미 바위산 시절 충분히 미칠 것 같은 삶을 겪어 본 것이다.
실제로 한동안 광기에 휩싸여 있기도 했고.
덕분에 조금씩 투혼의 제어법이 감이 잡혔다.
처음에 비해 오러도 조금씩 의지대로 움직인다.
문제는 정말 ‘조금씩’이라는 점이지만.
수행 열흘째.
류한빈은 마침내 투혼의 폭발력을 10%까지 제어하는 데 성공했-투혼 발타란!
즉, 나머지 90%의 폭발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소리다.
콰아아아앙!
칼 열 자루에 찔리던 게 아홉자루로 줄었다고 안 아픈 건 아니었다.
여전히 비명은 처절했다.
“으아아악!”
그래도 조금 나아진 점이 있었다.
한 방에 혼절하지 않고 희미하게나마 정신이 남았다.
별로 달갑진 않았지만.
‘……차라리 바로 기절하는 게 낫지! 더 아프잖아!’
수행 15일째.
드디어 폭발력을 20%까지 제어하게 되었다.
류한빈의 상태도 좀 더 나아졌다.
콰아아앙!
“어, 어서 치유술 좀 빨리……
입을 놀려 애타게 레온하트를 부르는 수준까지 간 것이다.
뭐, 그래 봤자 이내 기절하긴 마찬가지 였다.
수행 20일째.
콰아앙
슬슬 폭발력의 30%까지 제어가 되었다.
발타란을 구사하고도 욕설을 내뱉을 정도였다.
“아으, 이 또라이 검왕 새끼!
뭔 이딴 수행법을 만든 거야?”
불평불만도 제정신일 때나 나오는 법이다.
투혼 제어가 수준급에 오른 증거였다.
수행 25일째.
콰앙!
드디어 류한빈은 폭발력의 40%까지 제어하게 되었다.
“……그래도 죽어라 매달리다 보니 요령이 좀 생기네.”
투혼의 제어력이 높아질수록 육체의 부담도 줄어들었다.
폭발 후 제 발로 치유술 받으러 걸어갈 정도로 몸 상태도 나아졌다.
희망이 보이면 의욕도 생기는 법, 류한빈은 더더욱 열심히 발타란 수행에 매진했다.
그렇게 열흘이 더 지났다.
-투혼 발타란!
펑!
폭발 속에서 한빈이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그리고 레온하트에게 치유를 받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 진도가 안 나가는 기분인데..
대략 폭발력의 50% 정도 제어가 되는 시점에서 더 이상 기량이 늘질 않았다.
계속 제자리걸음이었다.
“내가 둔해서 그런가? 하긴, 검왕의 양대 절기씩이나 되는데 쉬울 리는 없겠다만.”
키비에가 고개를 저었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닐 거야.”
기간트를 통해, 그녀는 바오톨트가 어떤 식으로 투혼 수행을 했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초반에 제어법을 찾느라 시행착오를 많이 해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이지, 일단 방법을 깨닫고 나서는 검왕도 지금의 한빈과 비슷한 경지에 오르기까지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바오톨트도 그쯤에서 수행 방식을 바꿨어.”
“그렇다면……
옆에서 듣고 있던 레온하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곳을 뜰 때가 되었군요.”
자고로 편식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세상의 상식.
“무릇 경지에 오르려면 골방에 처박혀 있기만 해도 안 되고, 실전만 죽어라 임해도 안 되지요.”
익힌 기술을 몇 번이고 집중해 반복하며 착실히 이해하고 소화한 뒤, 그걸 실전 속에서 다시 한 번 숙달시키고 나서야 겨우 그 기술을 완성시켰다고 할 수 있다.
경지에 오른다는 건 그런 것이다.
이미 경지에 오른 레온하트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 여러분은 지나치게 실전 위주로 성장해 왔습니다.”
그래서 한빈 일행을 이 고립된 장소에 가둬 놓고 집중적으로 수행을 시켰다.
이들이 그간 익혀 왔던 모든 것을 확실히 이해시키고 토대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결과가 어느 정도 나온 것 같으니……
진도가 더뎌진 것은 류한빈뿐만이 아니었다.
키비에며 아티스, 에피르도 마찬가지 였다.
“실전에 들어가야 할 시기죠.”
라트나에서 실전이라면 보통 던전 탐사를 뜻한다.
전쟁이나 소규모 전투는 항상 일어나는 일이 아니지만 던전은 언제나 그 자리에 붙어 있으니까.
물론 지금의 한빈 일행에게 어울리는 레벨의 던전이라면 4대금역밖에 없다.
그래서 레온하트는 얼음불꽃숲, 히스란을 선택했다.
“단골 던전이라 제일 익숙하거든요.”
키비에가 근심하며 물었다.
“얼음불꽃 숲이면 적진이나 다름없는데, 위험하지 않을까?”
히스란은 알렌디아 중앙에 위치해 있다.
홀리엔이 지배하는 요정왕국에 한빈 일행이 모습을 드러내면 키비에의 위치를 알려 주는 셈이 된다.
레온하트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따지면 4대금역 어디든 적진 아닌 곳이 없습니다.”
타워마운틴 루퍼스는 뇌제 가르한이 관리하며, 지중해 메티스에 위치한 부유도 아발타는 아크메이지 제노비아의 영역.
“검왕이 죽었으니 이젠 대미궁칼탄 역시 저들의 세력권이라고 봐야겠지요.”
칼탄의 지상 쪽 입구를 방어하는 이들은 싱커즈에서 파견한 마법사들로, 전원 싱커즈의 일원이었다.
제노비아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이들인 것이다.
“4대금역 어딜 가건, 결국엔 최강의 3인의 영역에 들어서는 셈입니다.”
그래서 철저히 신분을 위장하고 움직일 생각이었다.
어둠의 교단쯤 되는 세력이면 위장 헌터 신분을 마련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실제로 레온하트도 종종 신분을 감추고 움직이곤 했다.
“교단에 미리 말해 전부 준비해 놓았습니다. 우리는 그냥 몸만 가면 됩니다.”
*
*
*
현존하는 최강의 던전 지역은 물론 대미궁 칼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금역이 만만하냐 하면, 그건 결코 아니다.
애초에 만만했으면 금역이라 불리지도 않는 것이다.
그 전에 최강의 4인이 던전 클로징하고 지도에서 지워 버렸겠지.
얼음불꽃 숲이나 타워마운틴, 부유도 역시 중심부에 가까워지면 레벨 100이 넘는 강력한 마물이 득실거린다.
최심부쯤 되면 아예 레벨 자체가 파악이 안 되는 무시무시한 괴물들도 드물지 않다.
히스란 중심부에 위치한 던전자라칼드.
사방이 말라붙은 고목들로 이루어진 이 회색빛 숲속에서 한 흑발의 미녀가 마물을 사냥하고 있었다.
호랑이와 악어, 원숭이를 섞어 놓은 것처럼 생긴 이족보행형 마물, 타이글로스였다.
“헙!”
칠흑의 창을 휘두르며 블레이드오러를 길게 내려친다.
타이글로스가 양손을 휘두르며 괴성을 터트린다.
크아아아!
칼날처럼 날카로운 손톱이 화염과 냉기의 마력을 담아 십자로 교차했다.
그리고 이내 칠흑의 오러에 짓눌려 튕겨 나갔다.
콰아앙!
상대를 몰아붙이며 키비에는 내 심 미소를 지었다.
‘죽어라 구른 보람이 있네.’
타이글로스의 레벨은 자그마치 91.
얼음불꽃 숲의 악몽이라고까지 불리는 강력한 마물이다.
그런데도 충분히 상대할 만했다.
아니, 내심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레온하트와 일대일로 수련하던 것에 비하면 몸도 마음도 너무 편하다!
‘이거, 오히려 수행 난이도가 더 떨어진 것 아닌가‘?, 멀리서 지켜보던 레온하트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영술로 몸을 숨긴 채 키비에의 전투를 관전 중이었다.
‘잘되고 있군.’
자신보다 강한 자를 상대한다고 실력이 마냥 느는 것은 아니다.
자칫하면 도리어 몸을 사리는 습관이 붙어 더 약해지는 경우도 있다.
‘때론 자신보다 약자를 밀어붙이면서 공격을 성공시키는 경험도 필요하지.’
사실 타이글로스가 키비에보다 딱히 약자라고 할 순 없었다.
둘의 레벨 자체는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오히려 반격을 당하는 건 그녀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키비에에게는 그런 허술한 부분이 없었다.
레온하트가 워낙 가혹하게 굴린 탓이었다.
조금만 방심해도 더욱 아프게 펀치며 킥이 들어오니, 자기도 모르게 집중을 유지하는 습관이 붙은 것이다.
‘뭐, 애당초 저 습관 붙이려고 그렇게 혹독하게 굴린 것이기도 하고.’
그간의 스트레스를 풀기라도 하듯 키비에는 화끈하게 마물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꽤나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이제야 그녀도 제 실력을 갖추게 되었군.”
중얼거리며 레온하트는 회색빛 숲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은발의 소녀가 또 다른 타이글로스 한 마리를 상대로 화려한 검무를 펼치고 있었다.
-마검식 : 울부짖는 뇌격!
숲속 가득 전격이 춤을 춘다.
타이글로스의 전신에 혈화가 피어오른다.
크아아악!
레온하트는 혀를 내둘렀다.
“저 아이는 볼수록 대단하군.”
에피르의 성장은 실로 가공할 수준이 었다.
이젠 오히려 그녀가 키비에보다도 상위 레벨이었다.
‘지성을 지닌 와이번이란 거, 내 생각보다 훨씬 더 굉장한 존재였잖아?’
아무리 천재라도 성장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신체 능력이나 4대력은 노력한다고 하루아침에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에피르는 달랐다.
그녀는 라트나의 용족.
다른 마물을 죽이고 그 정기를 흡수해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거참, 용족이 저런 능력을 지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제까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는 데……
왜 저런 권능을 지녔음에도 여태 라트나 대륙이 용족 천하가 아니 었을까?
지성이 없는 드레이크나 히드라 같은 하위 용족은 정기를 흡수한들 코어를 만들어 정제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강해지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
지성을 지닌 상위 용족, 드래곤은 수명이 너무 길다.
그 탓에 같은 양의 정기를 흡수해도 효율이 극히 나빠, 인간에 비해 레벨 상승이 몇 배나 더디다.
‘그래서 이계인이 무서운 거지.
드래곤과 동등한 능력을 지녔으면서, 성장 속도는 인간이니까.’
그런데 에피르는 와이번이다.
인간과 수명이 별 차이가 없다.
그리고 드래곤처럼 정기를 흡수해 코어를 정제할 수 있다.
이계인과 완전히 동일한 조건인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가이드라인이 없으니 정기를 스스로 소화시키고 기술도 스스로 습득해야 한다는 것 정도?
그런데 애가 워낙 천재라 기술 습득 정도는 알아서 잘한다.
흡수한 정기를 소화시키는 요령역시 이젠 완숙의 경지에 이르렀다.
예전에야 서툴러서 며칠씩 걸렸었지만, 지금은 한나절 정도면 끝이다.
“물론 레벨 100을 넘어가면 저 아이도 이렇게까지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겠지만……
레벨이 올라갈수록 필요로 하는 정기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이계인들 역시 그쯤에서 성장이 크게 둔화되니, 에피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어쨌건 전력이 크게 늘었어.”
에피르는 이미 레벨 90을 넘겼다.
키비에도 측정만 안 될 뿐, 그에 근접한 실력자가 되었다.
이 정도면 대륙3강의 이름난 강자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문득 레온하트가 옆을 돌아보며 안색을 굳혔다.
“문제는 자네로군, 아티스.”
붉은 머리의 미청년이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알고 있소, 레온하트 공.”
아티스는 다른 둘과 달리 레온 하트와 함께 숨어 있었다.
이곳에서 출몰하는 마물을 상대할 레벨이 아닌 탓이다.
그렇게 죽어라 노력했지만, 그는 아직도 레벨 75에 불과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