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24
나도 이제 레벨 업!(4) 얼음불꽃 숲을 관리하는 던전도시 세르히스란.
한빈 일행은 사흘 만에 도시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자신의 방에 홀로 앉아 아티스는 한숨을 쉬었다.
“역시 드래곤이라는 태생이 발목을 잡나.”
최선을 다했지만 점점 더 에피르와 격차가 벌어진다.
둘 다 레벨이 낮을 땐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필요로 하는 정기량이 적었으니 흡수 효율이 나빠도 그럭저럭 비슷한 속도로 레벨이 올랐다.
게다가 당시엔 에피르도 정기 소화하는 기간이 지금처럼 짧지 않았다.
하지만 고위 레벨이 되니 눈에 보일 정도로 차이가 심해진 것이다.
정기 흡수 효율도 너무 떨어지고 소화 시간 역시 마찬가지.
한나절이면 끝나는 에피르에 비해, 그는 여전히 한번 정기를 흡수하면 소화에 며칠씩 걸린다.
딱히 그가 서툴러서는 아니었다.
그냥 드래곤의 수명 자체가 문제였을 뿐.
“그렇다고 오래 사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순 없겠지만……
아티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드래곤인 그는 단명하는 다른 종족이 자신보다 먼저 강해지는 걸 신경 쓴 적이 없었다.
그에게 있어 시간이란 항상 넉넉한 자원이었다.
지금은 약해도, 언젠가 강해질 수 있으니 부담 없이 하루하루 노력하며 될 일이었다.
문제는 현재의 상황이다.
그토록 노력했지만 현재 그의 레벨은 고작 75.
“아무래도 난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군.”
한빈이며 에피르와 헤어지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현실을 똑바로 보지 않다가 저들까지 위험에 처하게 만드는 것보단 나았다.
결심을 굳히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방의 키비에를 찾기 위해서였다.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 그렇지 않아, 아티스. 지금도 넌 대체할 수 없는 귀중한 전력이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빈말이 아니었다.
아티스는 틀림없이 한빈 일행에겐 반드시 필요한 동료였다.
“레벨 75의 마법사라면 분명 4대금역 가면 흔히 볼 수 있겠지.
하지만 그들 중 싱커즈의 입김이 닿지 않은 자가 대체 몇 명이나 있겠어?”
아크메이지 제노비아는 마도왕국 룬의 여왕이며 동시에 마법사길드, 싱커즈의 수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식이 곧 힘이 되는 마법사는, 그 특성상 고위 레벨이 될수록 싱커즈에 깊이 관여되게 된다.
그러지 않고서는 레벨을 올릴 수가 없는 것이다.
하늘에서 마법의 지식과 지혜가 공짜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라트나에서 싱커즈에 속하지 않은 고위 마법사는 이계인들밖에 없을걸. 그 작자들은 하늘에서 마법의 지식과 지혜가 공짜로 떨어지니 말이지.”
레벨이 문제가 아니다.
신뢰할 수 있는 고위 마법사 자체를 구할 수 없다.
“그런가……
아티스의 표정이 살짝 밝아졌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굳이 이들을 떠날 필요까진 없어 보였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실력 차가 너무 심하다는 건 여전히 문제야.”
아티스의 얼굴에 수심이 깃들었다.
키비에가 잠시 뭔가를 고민하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실 레벨을 빨리 올리고 싶다면 방법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긴 한데……
“응?”
“이래 봬도 나, 용족의 창조주잖아. 엄밀히 말하면 화신이지만.”
용족을 창조한 존재의 화신답게, 그녀는 용족의 비의에 대해서도 관련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
화들짝 놀라 아티스가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정말 방법이 있단 말인가?”
“그래. 마나 드래곤에 한정된 수법이지만, 너도 마나 드래곤이니 충분히 쓸 수 있겠지.”
애매한 표정으로 키비에가 뺨을 긁었다.
단지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권장할 것은 못 되지만.”
라트나가 지금처럼 발전하기 전의 아득한 고대.
빠르게 강해지고 싶은 마나 드래곤들이 간혹 썼던 금단의 비술이 존재한다고 한다.
“자신의 속성 중 딱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조리 봉인해 버리는 수법이야.”
마나의 속성은 라트나의 여섯여신이 관장하는 지, 수, 화, 풍, 명, 암.
이들 중 딱 하나만 선택하면, 흡수한 정기 역시 오직 그 속성으로만 응집된다.
여섯 속성으로 나뉘던 정기가 하나로 밀집되니 성장하는 속도 역시 여섯 배로 올라간다.
“정기 소화 속도 역시 여섯 배로 올라가. 여섯 속성을 모두 소화시킬 필요가 없으니까. 게다가 넌 화룡이잖아.”
아티스는 레드 드래곤, 불의 속성을 타고났다.
“그런 네가 화염 속성만을 남기고 나머지를 봉인하면, 여섯 배정도가 아니라 거의 열 배 가까운 성장 속도를 보이겠지. 자신에게 맞는 특기만 개발하는 셈이니까.”
“그, 그런 방법이 있었나?”
아티스는 눈을 깜빡였다.
엄청난 이야기였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에피르와 비슷한 속도로 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참고로, 이건 키브리엘이 의도한 바는 아니야. 그녀가 용족을 창조할 땐 이런 편법을 염두에 두지 않았어.”
말하자면 드래곤을 창조하다 생긴 일종의 에러 코드라 하겠다.
“그래서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진지한 어조로 키브리엘이 설명을 이었다.
“일단 속성 하나를 택하고 나면, 남은 속성들은 더 이상 성장시킬 수 없어. 영원히.”
레벨 75 이하의 마법이라면 아티스도 이제까지처럼 구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상위 레벨의 마법은 불가능하다.
오직 화염계 마법만 계속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효용에 비해 부작용이 너무 커서 드래곤들 사이에서도 사장된 비술이지. 그래서 네 혈통마력이 저런 지식까지는 알려 주지 않은 거야.”
아티스는 신음을 흘렸다.
“ 으음??????
왜 저 방식이 사장되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저 수법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화염 마법 하나만 쓸 수 있다고?
그럼 화염 면역 수단 하나만 들고 와도 완전히 바보 만들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반쪽짜리 마법사가 되어 버리는 셈이다.
“확실히 멀쩡한 드래곤이라면 굳이 쓸 필요가 없는 방법이겠군.”
어지간히 시간에 쫓기는 경우에나 쓸모가 있는데, 보통 드래곤은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그리고 일단 한번 선택해 버리면 키브리엘의 힘으로도 되돌릴 수 없어, 그래서 난 별로 권하고 싶진 않은데.”
잠시 고민하던 아티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가르쳐 줘.”
“정말 하게?”
키비에가 놀라 되물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아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 생각이 있다.”
그 후로도 레온하트는 수시로 한빈 일행을 던전에 던져 넣었다.
그때마다 다들 강해졌다.
아티스의 경우엔 따로 할 일이 있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남은 이들은 그의 지도하에 착실히 레벨을 올리고 기량을 키워갔다.
그렇게 스코타 스키아를 떠나 실전 수련에 돌입한 지도 어언한 달.
얼음불꽃 숲 남부의 한 던전에서, 거구의 전사가 한 무리의 마물들에게 포위되어 있었다.
마물들이 류한빈을 노려보며 나직한 울음을 흘린다.
늑대와 악어를 섞어 놓은 듯한 형태의, 다리 여섯 개 달린 마물들이다.
「종족 : 크에릭 울프란. lv. 92특징 : 마나를 기반으로 화염, 암흑, 빙계 마법을 구사. 강철의 강도를 지닌 비늘에 강화 마법을 걸어 스스로를 보호하며, 빠른 몸놀림과 다양한 마법을 이용해 적을 몰아붙인 뒤 양 눈에서 파괴의 안광을 쏘아 내 숨통을 끊는 것이 주된 수법.」
‘레벨 90대의 마물이 다섯이라……
가이드라인으로 놈들의 정보를 살피며 류한빈은 기간트를 겨눴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켰다.
‘만만치 않겠군.’
사실 현재 한빈의 실력이라면 딱히 어려운 상대는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이놈들을 모조리 사냥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이곳에 마물을 사냥하러 온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수행을 하러 온 것일 뿐.
각오를 다지며 류한빈은 기합을 터트렸다.
“허어업!”
그의 전신이 시뻘건 불길에 휘감긴다.
강대한 오러가 의지에 따라 한 점으로 응축하며 무지막지한 권능으로 바뀐다.
-투혼 발타란!
콰아앙
경계하던 크에릭 울프란들은 순간 눈을 멀뚱히 떴다.
멀쩡하던 인간이 갑자기 알아서 터져 버린 것이다.
..9
아니, 왜 갑자기 자해를 하고 난리인가?
저 덩치 큰 인간이 정녕 미쳤단 말인가?
당황은 잠시였다.
이내 마물들이 기겁하며 몸을 한껏 낮췄다.
가공할 기세가 폭연 사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크륵!
카악
피투성이가 된 한빈이 모습을 드러내며 욕설을 흘렸다.
“아오, 씨발! 싸우기도 전에 반병신부터 되어야 한다니 뭔 수련법이 이따위냐고!”
이것이 그가 한껏 긴장한 이유였다.
빈사 상태로 전투를 시작해야 하니, 아무리 레벨이 낮은 상대라도 방심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결코 작지 않다.
웅웅웅웅!
전신에 가공할 거력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일렁이는 불길 같던 블레이드오러 역시 수정처럼 선명한 빛으로 바뀌었다.
60% 가까이 제어한 투혼 발타란의 기운이었다.
“죽어라! 이 포유류인지 파충류인지 헷갈리는 놈들아!”
고함을 터트리며 류한빈이 몸을 날렸다.
*
*
*
레온하트의 말대로, 실전에서만 얻을 수 있는 부분은 분명 있었다.
홀로 수행할 땐 도무지 안 되던 투혼 제어도, 다양한 마물들을 상대하다 보니 다시금 요령이 파악되기 시작한다.
“타앗!”
단 일격에 크에릭 울프란 하나가 두 동강이 났다.
다른 놈들이 기겁해 온갖 마법을 쏘아 댔다.
카아아악!
한빈은 굳이 피하지 않았다.
콰콰콰쾅!
폭음 속에서 거구의 전사가 태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투혼이 전신을 감싸고 있어, 이 까짓 마법 따위 맞아 봐야 가렵지도 않은 것이다.
문제는 그 투혼 자체가 입힌 부상이 워낙 심각하다는 점이지만.
“아으, 움직일 때마다 아프네.”
그렇다고 레온하트에게 치유를 받을 수도 없었다.
체내의 잔존 오러를 지워야 영술사의 치유술이 통하는데, 이는 전신의 투혼도 모조리 지워야 한다는 의미다.
‘투혼 제어 수련하려고 이 미친짓을 하는 건데 그걸 지워서 어쩌라고?’
일단 투혼을 발동하면 좋건 싫건 피 철철 흘리면서 싸워야 한다.
그래야 제어법을 터득할 수 있다.
“그래, 위력이 좋으니 참는다, 내가.”
투덜대며 그는 계속 마물들을 참살해 갔다.
과연 투혼의 위력 자체는 나무 랄 데가 없었다.
골골대며 휘두르는, 대충대충 스칠 뿐인 참격인데도 그때마다 마물들이 폭죽처럼 펑펑 터져 나갔다.
크악!
으아악!
그 와중에 꼬박꼬박 메시지가 떴다.
「lv. 91 크에릭 울프란 퇴치.
경험치 55,280,000을 획득했습니다.」
r 현 경험치 :
53,482,250,400/54,581,975,800jrlv. 92 크에릭 울프란 퇴치.
경험치 56,790,000을 획득했습니다.」
‘현 경험치 :
53,539,040,400/54,581,975,800j그렇게 마물이 한 마리만 남았을 때였다.
‘어라? 그러고 보니……’
문득 한빈의 표정이 묘해졌다.
‘어느새 경험치 거의 다 채웠네, 나?’
꾸준히 고위 레벨 마물을 잡고 또 잡았다.
지속적으로 경험치를 먹고 또 먹었다.
경험치 자체야 이제 아무런 관심이 없어졌지만, 어차피 마물죽이다 보면 알아서 흘러들어 오는 것이니까.
그러다 보니, 터무니없을 것만 같았던 무지막지한 경험치 요구량도 어느새 끝에 도달한 것이다.
‘그럼 나도 이제 레벨 업을 하는 건가?’
오랜 의문이 풀릴 시기였다.
레벨 6이 될까?
혹은 갑자기 밀린 레벨 다 채우고 레벨 100을 훌쩍 넘길까?
그것도 아니면, 또 레벨 1로 돌아갈까?
‘뭐가 된다 해도 손해 볼 건 없군.’
어찌 되었든 류한빈이 직접 손에 넣은 육체 능력과 검술, 오러스킬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남이 거저 준 가이드라인에 기대어 강해지는 것과 스스로 강해진 것의 차이다.
호기심 속에서 남은 한 마리의 목을 마저 베었다.
크아아악!
과연, 놈이 절명하며 가이드라인 메시지가 떴다.
「lv. 91 크에릭 울프란 퇴치.
경험치 55,280,000을 획득했습니다.」
「현
경험치
54,594,320,400/54,581,975,800j
「필요 경험치가 충족되었습니다.」
긴장하며 한빈은 메시지의 마지막 글귀를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