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26
절대자 스킬(2)
너무 지쳐 실험해 볼 오러조차 남지 않았다.
더 이상의 실험은 포기하고, 한 빈 일행은 클린 에리어 한쪽에 숙소를 마련했다.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피운 뒤 보존 식량으로 저녁을 먹었다.
물에 불린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한빈이 투덜거렸다.
“역시 그냥 에러 난 건가?”
여태 가이드라인이 보여 준 신뢰도를 생각하면, 그냥 스킬명만 덜렁 떴을 가능성도 농후했다.
“하지만 그런 것치곤 오러가 확실히 소모되는데. 뭔가 하는 느낌도 있고.”
레온하트가 한마디 던졌다.
“난 굳이 그 천상 어쩌구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만.”
“어째서? 최강의 3인을 상대할 수 있는 굉장한 기술일지도 모르잖아.”
“그 기술이 어떤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어쩌면 한빈 네 말대로 엄청난 능력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은 가이드라인의 스킬.
틀림없이 마신 음팔로스에게서 비롯된 힘이다.
“그런 능력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힘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은, 그 힘을 다시 거두어갈 수도 있다는 의미.
“혹여 옴팔로스가 그대의 가이 드라인을 빼앗아 버리면 어쩔 셈인가? 기껏 손에 넣은 힘이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지 않나?”
레온하트는 딱 잘라 말했다.
“스스로 손에 넣은 힘만이 진정 신뢰할 수 있는 법이다.”
류한빈이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그런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니야.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 육체 능력도 마신의 권능으로 얻은 것인데.”
그때 키비에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건 좀 달라, 한빈.”
류한빈의 가공할 육체는 분명 가이드라인 덕분에 만들어진 것이다.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면 평범한 지구인이 무슨 수로 마물의 정기를 흡수해 신체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을까?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사라진다 해서, 그가 예전의 무능력자로 돌아가진 않는다.
“가이드라인은 말 그대로 가이 드, 새로운 방향으로 길을 안내한 것뿐이야.”
가이드가 사라지면 분명 새로운 길을 찾을 순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길을 걸었던 사실 자체가 사라지진 않는다.
지구 감각으로 비유하면, 옴팔로스가 운영하는 헬스장 가서 P.T 받은 셈이랄까?
다니던 헬스장 관둔다고 그동안 키운 근육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건 아니다.
반면 스킬은 가이드라인이 대신 구사해 주는 방식이다.
“마신에게서 받은 일종의 무기인 셈이지.”
무기는 빼앗기면 사용할 수 없다.
“그런가..
한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머릿속이 좀 정리가 되었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은 무시해야겠네.”
레온하트의 말이 옳았다.
옴팔로스의 권능에 기댄 정체 모를 기술 따위에 신경을 쓰는 것보다, 투혼 발타란의 숙련도를 높이는 것에 집중해야 했다.
그것이 올바로 강해지는 길이었다.
몸을 뒤로 기대며 한빈이 툴툴거렸다.
“어휴, 갈 길이 멀구만. 천검은 아직 건드려 보지도 못하고 있는데.”
투혼 발타란의 완성이 바로 천검 디아스티마의 선행조건이다.
아직 투혼도 70% 정도밖에 제어하지 못하는데, 어느 세월에 천검까지 습득해 최강의 3인을 상대할 수 있을까?
레온하트가 그를 달랬다.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어. 지금도 충분히 빠른 진도니까.”
류한빈만이 아니다.
에피르도 키비에도, 레온하트의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꽤나 흡족한 결과였다.
“그러고 보니……
이 자리에 없는 붉은 머리의 미청년을 떠올리며 레온하트가 뇌까렸다.
“그 친구는 어디서 뭘 하는 건지 모르겠군.”
뭔가 시도해 볼 것이 있다며 아티스가 사라진 지도 벌써 20일 째였다.
*
*
*
아티스가 돌아온 것은 다음 날이었다.
일행에 합류하자마자 그는 대뜸류한빈을 붙잡고 요구했다.
“나, 정기 좀 몰아줘!”
한빈은 의아해했다.
“어, 그거야 별로 어렵지 않지만…… 갑자기 왜?”
확실히 요새는 아티스의 정기 몰아주기를 자주 하지 않았다.
레벨이 올라간 만큼 흡수한 정기량도 방대해진 탓에, 정기 소화 시간이 너무 길어진 것이다.
차라리 아티스 스스로 마물을 사냥하며 차근차근 정기를 흡수하는 쪽이 효율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예전처럼 정기를 왕창 몰아 달라니?
“시험해 보고 싶은 게 있어.”
옆에서 보고 있던 레온하트가 미소를 지었다.
“표정이 달라졌군.”
예전처럼 수심이 깃든 표정이 아니 었다.
저건 ‘길’을 찾은 자의 얼굴이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 도와야겠지.”
* * ?
얼음불꽃 숲 서쪽의 던전 헤펠.
수십 마리의 마물들 사이로 거구의 전사가 마음껏 날뛰고 있었다.
“으랏차!”
요란한 기합과 함께 마구 기간 트를 휘두른다.
그때마다 마물의 사지가 펑펑날아가며 피를 뿌린다.
하지만 정작 죽은 마물은 거의 없었다.
일부러 급소를 피해 부상을 입힌 것이다.
“멀쩡한 컨디션으로 싸우는 거, 진짜 오랜만이네.”
쓰러진 마물들을 한구석에 치워 놓으며 류한빈은 히죽 웃었다.
얼음불꽃 숲에 온 이래, 계속 투혼을 건 후 마물들을 사냥해 왔다.
어디까지나 실전 속에서 발타란의 제어 요령을 터득하는 게 목표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마물을 숨 쉬는 사체로 만들어 아티스 앞에 차려 놓는 것이 목적이다.
‘굳이 여기서까지 투혼 연습하겠다고 매달리기보다는, 빠르게 물량 채우고 원래 수련으로 돌아가는 쪽이 시간을 절약하는 길이 랬지?’
레온하트의 허락도 떨어졌으니 거칠 것이 없었다.
그간의 스트레스를 한껏 풀었다.
“모조리 죽어라! 아니, 죽어 버리면 안 되지? 죽지만 말아라!”
사방에서 마물의 비명이 아우성쳤다.
크아악!
케엑
다른 쪽도 상황은 비슷했다.
에피르와 키비에 역시 쌍검과장창을 휘두르며 마물들을 차례로 반병신으로 만드는 중이었다.
이 던전의 평균 레벨은 70 정도라, 지금의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그럭저럭 몰이사냥이 가능했다.
-마검식 : 격멸의 광풍!
-오러 스플래시!
물론 레온하트도 놀고 있지 않았다.
-엑토플라즘 스피어!
이왕 정기 몰아주는 것, 작정하고 전원이 합심하기로 한 것이다.
모두가 힘을 합치니 사냥 속도도 장난이 아니었다.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거대한 마물의 산이 던전 한구석에 생겨났다.
“아티스! 밥상 차려 놨다!”
“그 소리도 오랜만에 듣는군.”
쓴웃음과 함께 커다란 화룡이마물의 산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불을 뿜었다.
콰콰콰콰콰콰!
화룡의 브레스는 마나의 영향을 받기에 마법사 레벨이 높을수록 위력도 올라간다.
어지간한 어덜트 드래곤조차 능가하는 무자비한 브레스가 마물의 산을 화끈하게 불살랐다.
마물들이 단말마의 비명을 내질렀다.
크아아악!
아아아악!
재가 되어 사그라지는 이계의 마물들을 보며 키비에는 인상을 썼다.
“아무리 이계의 마물이라지만 이래도 되나 몰라? 뭔가 죄짓는 기분이네.”
생각해 보면 굉장히 잔인한 행위인 것이다.
곱게 죽이는 것도 아니고, 반병신 만들어 간신히 목숨만 붙여 놓은 다음 한꺼번에 태워 죽이다니!
류한빈이 어이없어하며 되물었다.
“여신이 할 소리야, 그게? 이계의 존재는 무조건 죽이는 게 선업이라며?”
“내 입장에서야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지. 그렇다 해도 불쌍한건 불쌍한 거잖아.”
물론 불쌍하다고 이계의 마물들을 그냥 놔둘 생각은 전혀 없다.
한빈 일행은 한 번 더 던전 곳곳을 싹 훑었다.
또다시 거대한 마물의 산이 아티스 앞에 놓였다.
두 번째 브레스가 작렬했고 콰콰콰콰콰!
장대한 단말마의 오케스트라가 울려 퍼졌다.
으아아아아아아!
숯 더미가 된 마물의 산 앞에서 아티스가 거북한 표정을 지었다.
“으음, 이 정도인가?”
“왜? 한계야?”
“그렇다, 한빈. 오늘은 이만 돌아가야겠군.”
다음 날, 아티스는 또 류한빈을 찾았다.
“오늘도 정기 몰아주기를 부탁한다.”
“ 벌써?”
어제 몰아주었던 정기의 양은 실로 방대했다.
최소 대엿새는 각 잡고 소화에만 전념해야 할 분량이었다.
문득 한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라? 아티스 너……
분명 어제까지의 아티스는 레벨 75의 마법사였다.
그런데 지금 가이드라인에 비친 수치는……?
「종족 : 인간. 마법사 lv. 77j 레벨이 올랐다. 그것도 2레벨이나!
“설마 하루 만에 정기를 다 소화시킨 거야?”
별것 아니란 듯 아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다시 정기 좀 몰아 줘.”
열흘 뒤.
얼음불꽃 숲 외곽의 인적 드문공터에서 아티스와 에피르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티스의 요청으로 대련을 하기 위해서였다.
쌍검을 쥔 채 에피르가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아티스님?”
자신만만한 어조로 아티스가 대꾸했다.
“그래, 전력으로 덤벼.”
에피르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이 참, 아무리 생각해도 실수하시는 것 같은데……
현재 그녀의 레벨은 92.
하지만 아티스도 예전의 그가 아니 었다.
고작 열흘 만에 레벨을 85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실전이 아니라 대련이니, 레벨만 보면 충분히 에피르와 맞상대할 만한 수준이다.
그녀는 아티스가 어떻게 단기간에 저렇게 레벨을 올렸는지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너무 무모한 방법이잖아! 화염속성 하나만 남기고 죄다 봉인해 버리다니.’
그래서야 레벨이 높아도 아무 의미가 없다.
‘그냥 냉기 속성과 화염 견제속성의 마검식만 섞어도 아무것도 못 하실 텐데..
레벨 75 이전의 다른 속성 마법은 여전히 쓸 수 있다는 것 같지만, 어차피 레벨 90이 넘어가면 그 정도는 힘으로 뭉개 버릴 수 있었다.
어쨌거나 아티스가 원하니 그녀도 최선을 다해 임해야 한다.
쌍검을 휘두르며 에피르가 몸을 날렸다.
“합!”
기다렸다는 듯 아티스가 지팡이를 들었다.
“관통하는 폭염의 창! 라그나 블래스트!”
레벨 83의 초고열 열선이 허공을 갈랐다.
역시 레벨이 레벨이다 보니 위력이 범상치 않았다.
긴장하며 에피르가 기수식을 펼쳤다.
-마검식 : 얼어붙은 겨울 하늘!
냉기의 장막이 열선을 반사시켜 사방으로 흩어 놓았다.
그녀가 곧바로 추가타를 날렸다.
-마검식 : 뇌룡의 쇄도!
“극화의 장벽, 프로미넌스 실다”
1 ? ?
아티스도 방어 마법을 구사해 공세를 막았다.
일곱 줄기의 뇌격이 화염 방패와 충돌해 모조리 소멸했다.
콰콰콰쾅!
에피르의 표정이 더욱 묘해졌다.
‘그야 이건 화염계 마법으로도 막을 수 있겠지만……
-마검식 : 서릿발의 참격!
이번엔 화염계와 상극의 마검술을 펼쳤다.
과연, 수십 자루의 칼날이 프로 미넌스 실드를 가차 없이 찢어발겼다.
“타앗!”
흩날리는 불길 사이로 은발의 소녀가 돌진해 온다.
아티스가 재빨리 마법을 이었다.
“미끄러지는 허공의 발걸음, 윈드 워킹!”
아티스의 발치가 살짝 떠올라 수 미터나 뒤로 물러섰다.
윈드 워킹은 레벨 50의 풍계 마법이라 지금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에피르는 간단히 따라잡으며 재차 거리를 좁혔다.
레벨 90이 넘는 마검사의 추격은 윈드 워킹 정도로는 막기 힘들다.
레벨 80의 공간계 마법, 블링크라면 모를까.
그녀의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진짜 이건 아닌데……
아티스와 직접 붙어 보니 더더욱 확신이 들었다.
‘이래서야 그냥 레벨 75에서 성장이 멈춰 버린 거나 다름없잖아?’
그때 였다.
갑자기 아티스가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앗!’
채 당황하기도 전이었다.
강렬한 충격과 함께 그녀가 뒤로 밀려 나갔다.
“으윽!”
허겁지겁 자세를 바로하며 에피르는 당혹했다.
어느새 전신이 차갑게 얼어붙어 서리가 끼어 있었다.
‘……내가 방금 뭘 당한 거지?’
왼손을 거두며 아티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다행히 생각했던 대로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