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3
경험치를 먹긴 먹었습니다(1) 류한빈은 일단 길드 하우스로 향했다.
한빈이 1층 홀에 들어서자 대기 중이던 헌터 몇 명이 눈을 빛냈다.
“어, 저 친구, 혼자네?”
“버크만이 은퇴했지, 참.”
이미 헌터들 사이에선 버크만 팀의 은퇴 소식이 퍼진 후였다.
그리고 한빈이 소속 팀이 없어졌다는 것 또한.
처음 류한빈을 봤을 땐 어차피 첫 전투에서 죽어 나갈 것이라 여겨 무시했다.
고작해야 레벨 5 검사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네 번이나 전투를 겪은 후다.
분명히 레벨도 올랐을 것이다.
‘버크만이 키웠으면 꽤 강해졌겠지?’
‘저만큼 기본이 튼튼하면 강해 지지 않는 게 더 힘들어.’
‘저기까지 키우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만 말이지.’
버크만 팀이 해결한 의뢰들의 난이도를 살펴보면 적어도 레벨 15 이상, 어쩌면 중급 헌터의 조건인 레벨 20을 넘겼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직까지 살아있을 리가 없었다.
즉, 남이 기껏 키워 놓은 인재를 공짜로 삼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사방의 시선을 느끼며 류한빈은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왜 저러는지는 알겠는데……
접수대의 세저리가 그를 맞이하며 활짝 웃었다.
“어서 오세요, 에이릭 씨. 버크만 씨 이야기는 저도 들었어요.
이제 독립하신 건가요?”
“아, 네.”
고개를 끄덕이며 한빈이 물었다.
“절차에 따라, 헌터 신분증을 갱신하러 왔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녀가 측정석을 가리켰다.
“사용료는 10엑스입니다. 측정석에 손을 올려 주세요.”
돈을 지불한 뒤 한빈이 손을 내밀었다.
이내 빛의 문자가 떴다.
「직업 : 검사. lv. 5j 세저리가 당황하며 빛의 문자와 류한빈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에, 레벨 5……시네요? 여전히?”
홀 안의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뭐야? 레벨 5?”
“버크만을 그렇게 따라다녀 놓고?”
납득하기 어렵다.
헌터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그럴듯한 가설을 내놓았다.
“듣자 하니 전투원이 아니라 그냥 짐꾼으로 데리고 다닌 거라던데……
“버크만이라면 짐꾼이라도 분명 전투에 참가시켜 줬을걸. 호인이잖아, 그 인간. 초보자들 무시하는 성격도 아니고.”
“그런데도 레벨 5?”
“그럼 싸움 시켜 보고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건데?”
“저놈 대체 얼마나 둔한 거야?”
“쯧쯧, 칼만 쓸데없이 크구만.”
헌터들이 류한빈에 대해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저토록 탁월한 육체를 지녔음에도, 둔하고 겁이 많아서 몬스터상대로 제대로 싸우지 못하는 쓸모없는 놈.
사방에서 쏟아지던 관심이 실시간으로 사라져 갔다.
한빈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이럴 줄 알았지.’
세저리가 난처해하며 말했다.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레벨 5정도로 단독 의뢰는 힘들 것 같은데요.”
아무리 수준 낮은 의뢰라도 단독으로 수행하려면 최소 레벨 10은 되어야 한다.
“대신 다른 팀에서 스카우트 요청이 들어오면 바로 알려 드릴게요.”
일단 좋게 말하긴 했지만, 그녀는 ‘에이릭 가룬’을 스카우트하려는 헌터 팀이 있을 거라 생각지 않았다.
이미 버크만이 검증해 버렸다.
이자에겐 헌터의 자질이 전혀 없다, 그저 겉보기만 그럴싸할 뿐이다.
하지만 어쩐지, 본인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정중히 감사를 표한 뒤 류한빈은 길드를 나섰다.
그리고 갱신한 헌터 자격증을 대충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이걸로 헌터 신분은 유지했고.”
처음부터 헌터 일 제대로 해 보려고 길드 찾은 것이 아니었다.
보나 마나 레벨 5로 측정될 게 뻔한데?
의뢰를 내줄 리가 없는 것이다.
단지 버크만 팀과 헤어졌기에 자격증을 갱신했을 뿐이다.
어쨌건 신분이 명확해야 의심받지 않고 이 세계를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이제 다음 문제를 해결할 차례군.”
?
*
*
류한빈은 현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 보았다.
당면한 문제점은 두 가지.
“돈이 부족해.”
원래는 한두 달쯤 더 버크만 밑에서 이 세상에 대해서 배우고 활동 자금도 모을 생각이었다.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건 여신을 찾건 간에, 먹고살려면 돈이 필요하니까.
“그런데 예상보다 너무 빨리 헤어져서 충분한 자금이 모이지 않았단 말이지.”
물론 한빈 혼자서 몬스터 패 죽이고 마령석 내다 팔아도 되긴 한다.
여기서 두 번째 문제점이 발목을 잡는 것이다.
“내 레벨과 진짜 실력이 너무 안 맞는 게 문제야.”
이 세계에서 무력으로 먹고살려면 어딜 가도 레벨 측정은 필수다.
기사단에 지원하려 해도, 귀족의 호위병이 되려고 해도, 심지어 군대의 일반병으로 징집되어도 반드시 측정석으로 레벨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 측정석의 결과는 결코 틀리는 법이 없었다.
사실 일반적인 관점에서 헌터들이 류한빈을 무시하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아무리 레벨이 낮다 해도 그는 절대 약해 보이는 인상이 아닌 것이다.
자그마치 신장 190센티미터의, 딱 벌어진 어깨를 지닌 우람한 거 한이 다.
그것도 둔해 보이는 물렁살이 아니라 전신에 군살 하나 없는 탄탄한 근육질이다.
이 정도로 단련된 육체의 소유자가 고작 레벨 5로 측정된다면, 보통은 측정석 고장을 의심하는 쪽이 정상이지 않을까?
“하지만 이 세계에선 의심하지 않는 쪽이 정상이지.”
그렇지 않고서야 다른 헌터들이나 세저리가 저렇게까지 대놓고 그를 무시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만큼 레벨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측정석을 맹신한다.
그런데 레벨 5밖에 안 되는 주제에, 자신보다 월등히 높은 레벨을 펑펑 썰어 죽인다?
라트나인에겐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연스럽게 이런 의심으로 이어진다.
-저 인간, 혹시 이계인 아냐?
라트나인과 달리 이계인은 레벨에 걸맞지 않은 능력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당장 류한빈 본인만 해도 레벨에 걸맞지 않은 능력을 쓰고 있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의 탐색 기능.
탐색 기능은 상대의 레벨을 파악하는 라트나의 측정 마법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이는 원래 레벨 50 이상의 고위 마법사만 쓸 수 있는 마법이 다.
하지만 한빈은 고위 레벨도, 마법사도 아닌 주제에 간단히 상대의 레벨을 측정하지 않는가?
말하자면 ‘레벨 5’가 ‘레벨 50’의 마법을 구사하는 셈이다.
이렇듯 ‘가이드라인’이라는 사악한 마신의 술법을 지닌 이계인들은 레벨과 별개로 기이한 권능을 발하곤 했다.
턱을 괸 채 한빈이 중얼거렸다.
“역시 이 레벨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야.”
그 전까진 함부로 몬스터 사냥을 나갈 수 없다.
레벨 5 따위가 주제에 맞지도 않는 고위 레벨 마령석을 잔뜩 들고 오면 이상하게 여길 테니까.
“대신 이것만 해결하면 돈 문제도 따라서 해결되겠지.”
자, 어떻게 해야 이 레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냥 열심히 경험치 먹어서 레벨을 올리면 되겠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는 레벨이 오르지 않는 게 아니다.
레벨은 계속 오르지만 표기 오류가 뜨는 것이다.
‘아니, 인식 오류라는 쪽이 정확하려나.’ 그래서 능력치는 계속 올랐음에도 스킬은 찌르기, 가로 베기, 세로 베기, 언어 소통 능력밖에 얻지 못했다.
여기서 류한빈이 착실히 경험치 채워서 레벨을 올리면 어떻게 될까?
“그냥 레벨 6이 되나, 아니면 오류 메우고 원래 레벨이 되나?”
그러고 보니 자신의 원래 레벨이 어느 정도일지도 궁금하다.
“그렇게 오랫동안 싸우고 또 싸웠으니 절대 낮을 것 같진 않은데.”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서 레벨에 따른 스킬은 거의 못 얻었지만, 그래도 몸으로 익힌 경험이 있으니 크게 밀리진 않을 것 같다.
“어쨌든 경험치를 채운다고 레벨이 오른다는 보장은 없어.”
원래 레벨로 돌아간다면 만사해결이겠지만…….
“도로 레벨 1로 돌아갈 수도 있잖아? 솔직히 말하면 가능성이 제일 큰 건 이쪽이지.”
이것저것 고민해 봤지만 결국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일단 경험치를 줄 정도의 몬스터를 처치해 봐야겠네.”
그리고 이 근처에서 그 정도의 마물과 조우하려면 던전밖에 없다.
마침 위치를 아는 던전도 있었다.
그동안 해치운 몬스터들이 전부 그곳에서 기어 나온 놈들이다 보니 버크만에게 이래저래 들은 것이 많다.
입구 위치도, 가는 길도 전부 안다.
“알파트 던전. 거기라면 강력한 몬스터가 있겠지.”
*
*
*
던 전 (dungeon).
이는 라트나 대륙을 노리는 사악한 이계의 마신 옴팔로스에 의해 줄현하는 이차원 공간이다.
이 세계에 직접 개입하지 못하는 마신이 다른 세상의 일부를 도려내 자신의 권속을 담아 보냄으로써 침공의 전진기지로 삼는 것이다.
450년 전 최초의 던전, 대미궁칼탄이 출현한 이래 온갖 다양한 형태의 던전들이 대륙 곳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서 뛰쳐나온 마물들이 무수한 피해를 낳았으니, 라트나인들에게 던전이란 실로 죽음과 공포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동시에 던전은 기회의장소이기도 했다.
던전의 마물들이 지닌 마령석은 각종 마도구와 마법 시약의 재료로 큰돈이 되었다.
마물의 뼈와 가죽 역시 다양한 무구의 소재로 쓸 수 있어 인기가 좋았다.
또한 던전을 공략하다 보면 여러 강력한 마도구를 얻을 수도 있었는데, 이 역시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다.
개인의 무력만으로 일가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은 시대가 열렸다.
던전이 주는 부귀영화를 노리고 많은 이들이 무모한 도전을 시도 했다.
그러길 수백 년.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수많은 헌터들이 수많은 던전들을 공략하며 때론 부와 명예를 얻고 때론 목숨을 잃어 가고 있었다.
온프로스 시 근처에 출현한 알파트 던전 역시 그런 무수한 던전들 중 하나였다.
? ? ?
야음을 틈타 류한빈은 온프로스시티를 떠났다.
그리고 남들 눈을 피해 이펜 평야까지 이동했다.
5?6시간 정도가 지난 후.
“저긴가?”
알파트 던전의 입구는 일종의 고대 유적지 같은 분위기였다.
산 능선에 반쯤 허물어진 석조건물이 모여 있고 한가운데 지하로 향하는 통로가 있는데, 저 통로가 바로 입구다.
바로 들어가지 않고 한빈은 일단 주위부터 살폈다.
‘혹시 사람 있나?’
혹여 다른 이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진다.
지금 그는 다른 사람들을 만날처지가 아니다.
다행히 없는 것 같다.
한시름 놓으며 그는 흑색 대검을 움켜쥐었다.
‘그럼 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