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30
여신의 신탁(神託)(3) 여신의 축복을 받은 위대한 영웅들이 타락해 역천을 범하고 여신의 신성을 강탈했다.
이는 유구한 라트나의 역사 속에서도 처음 있는 끔찍한 죄악!
무릇 여신의 신실한 종들이라면 응당 저 역도들을 벌하고 여신의 신위를 되돌려야 한다!
이는 신자들에게 주어진 영광스러운 성무일지니!
하지만 정작 그 임무를 행해야 할 여섯 교단의 회의는 꽤나 김빠진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최강의 3인을 벌하죠?”
람니아나의 성전사장, 안젤리카가 조심스레 물었다.
드워프 전사, 팔머가 진중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교리대로라면 최강의 3인을 여신의 적으로 규정한 뒤 성전을 선포해야겠지만……
그리고 쓴웃음을 지으며 모두를 돌아보았다.
“……전혀 승산 없겠지?”
바람의 성전사장 메르딜과 대지의 성전사장 프레드릭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없지.”
“전혀 없소.”
라트나의 여섯 교단은 결코 약소 세력이 아니다.
지닌 권위는 라트나 전역에 드리워져 있고, 영향력 또한 실로 강대하며, 보유한 전력 역시 상당한 수준이다.
평범한 변경 왕국 한둘 정도는 어둠의 교단 혼자서도 멸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여섯 교단이 힘을 합치면 설령 대륙3강이라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무시할 수 없는 정도’가 전부라는 소리도 된다.
작정하고 대륙3강과 여섯 교단이 정면으로 붙는다?
결과는 필패였다.
대륙3강 중 제일 약한 요정왕국알렌디아 혼자서도, 여섯 교단의 전력을 박살 내는 데 채 보름이 걸리지 않을 터.
이 자리의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성전 선포는 고려할 가치조차 없는 선택지라는 것을.
“전면전이 불가능하다면……
알티아의 사빈 아실이 음습한 표정으로 턱을 매만졌다.
몰래 암살할까?”
레온하트가 그녀를 돌아보며 코웃음을 쳤다.
“최강의 3인을 무슨 수로? 사빈, 자네가 가서 어디 한번 뇌제의 목을 따 보겠나?”
사빈이 눈을 흘겼다.
“나도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한 말이야.”
평범한 변경 왕국의 왕이나 왕비조차도 암살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하물며 최강의 3인은 대륙3강의 왕과 왕비 그리고 섭정이다.
온갖 고위 레벨 강자들이 궁성 곳곳에서 철통같은 방비를 하고 있으며, 그 수준은 틀림없이 대륙 최고!
교단의 최강자들을 모조리 투입해도 암살자들이 최강의 3인 앞까지 도달할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이다.
그리고, 그래서?
운이 따라서 최강의 3인 앞까지 도달했다 치자.
그러면 어쩔 건데?
암살 대상 자체가 이미 라트나의 최강자들이다.
“까놓고 말해서, 궁성의 방어전력 다 합친 것보다 최강의 3인 한 명의 전력이 더 높을걸.”
팔머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혀를 찼다.
메르딜도 한숨을 내쉬었다.
“하나같이 사람 같지 않은 괴물들이니까 말일세.”
수백 년째 살아온 드워프와 엘프인 자신들조차도, 저토록 강한 자들은 난생처음 봤을 정도였다.
최강의 3인은 실로 인간의 인지를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하긴, 그러니 신성을 강탈하겠다는 미친 짓도 시도할 수 있었겠지.”
이런 이유로, 암살 시도도 해봐야 의미가 없다.
로아셀의 추측대로였다.
교단 측이 바보가 아닌 이상, 성전이건 암살이건 택할 리가 없는 것이다.
“결국 제3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어둠의 교황, 카스탈로 2세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지. 어둠의 교단은 그런 방법을 찾지 못했소.”
성녀 세르멘이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것이 그대들을 부른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보다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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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탁에 모인 모든 여신의 성직자들이 머리를 쥐어짜며 상념에 잠긴다.
하지만 변변한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고민해 봐도, 여섯 교단의 힘으로 최강의 3인을 벌할 실질적인 방법이 없는 것이다.
문득 레온하트가 주의를 환기시켰다.
“일단 현 상황을 차근차근 되새겨 보지요.”
모두를 차례로 훑어보며 잔잔한 목소리를 잇는다.
“왜 우리가 최강의 3인을 벌할 수 없지요?”
성전사장들이 눈을 깜빡였다.
뭘 이제 와서 뜬금없이?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일단 조목조목 따져 보자는 겁니다.”
의아해하면서도 다들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들은 라트나의 최강자들이다.”
“라트나 최강의 군세를 지닌 권력자이기도 하지.”
“라트나의 영웅들이라 많은 이들의 숭배도 받고 있다. 함부로적으로 돌렸다간 오히려 교단이 박살 날 수도 있어.”
“게다가 그 3인이 한패이기까지하지.”
절대 강자가, 절대 권력과 강력한 군세를 쥐고, 세상의 절대적인 신뢰를 지닌 채 자기들끼리 뭉쳤다.
이러니 도무지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다.
“그렇지요.”
레온하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일단, 다른 상황을 전부 제외하고 단순히 개인의 강함만을 보도록 하죠.”
그리고 다시 물었다.
“자, 최강의 3인 개인을 죽이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하겠습니까‘?”
다들 진지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최강의 3인 개인이라고?’
저들의 기량과 실력, 레벨을 가늠하고 여섯 교단이 준비할 수 있는 모든 수법을 떠올려 본다.
“음, 적어도 여섯 성전사장이 모두 모여야 하겠고……
“믿을 수 있는 강력한 템플러들도 다수 필요하겠지요.”
“수적 우위로 밀어붙이면 어떻게든 될 테니까.”
“하지만 저쪽도 병력을 끌고 오면 승산이 없으니……
“최대한 소규모로 움직이게 만들어야겠군.”
“그리고 충분히 준비가 된 장소로 유인한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레온하트가 말했다.
“즉, 최강의 3인이 직접 나서서, 소수의 심복만 대동한 채, 우리가 파 놓은 함정으로 유인된다면 그들을 벌할 수 있다는 의미로군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머릿속 상념을 입 밖에 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여전히 대책이 생긴 것은 아니다.
“무슨 수로 최강의 3인을 함정에 빠지게 만들겠다는 건가, 레온하트?”
“사냥감을 덫으로 끌어들이려면 그만큼 매력적인 미끼가 있어야 할 텐데요?”
사빈과 안젤리카의 질문에 레온 하트가 쓴웃음을 지 었다.
“사실 이쪽에 그런 미끼가 있긴 합니다.”
어둠의 화신, 키비에.
그녀의 위치를 흘린다면 분명 최강의 3인도 낚일 것이다.
이제껏 수하를 이용해 붙잡으려다 몇 번이나 실패했으니 슬슬 직접 행차할 시기다.
게다가, 미끼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키비에는 최강의 3인을 벌하는 장소에 존재해야 했다.
그녀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래야 올바로 키브리엘의 신성을 어둠으로 되돌릴 수 있다.”
직접 최강의 3인의 목을 베지는 않더라도, 최소 저들이 죽는 장소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신성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없는 곳에서 최강의 3인이 죽기라도 하면……
잠시 고민하던 키비에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그 결과는 모르겠다.
여신의 지혜를 잃은 지금의 난 알 수가 없어. 하지만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건 확실해.”
얼핏 오락가락하는 발언처럼 보였지만 다들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여신의 기억이 제한된 화신에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는 저 역도들도 마찬가지야.”
최강의 3인 역시 키비에의 목을 직접 베어야 한다.
적어도 죽는 그 장소에 직접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내내 그녀를 ‘생포’하려고 난리를 친 것이다.
“그런 규칙이 있었습니까?”
레온하트가 한쪽 눈을 치켜떴다.
이건 처음 듣는 소리였다.
“미안, 나도 깜빡하고 말을 안했네.”
“상관없습니다. 우리에게 나쁜 조건은 아니니까요.”
적어도 악타룬의 이계인이나 어퍼 드래코니움의 고룡들이 화신을 해할 걱정은 좀 덜었다.
“어쨌거나, 그녀를 미끼로 쓴다면 최강의 3인을 함정으로 유인하는 것도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미끼로 툭 걸어 버릴 수도 없다.
일이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으며…….
“설령 일이 잘 풀려도, 함정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사냥감이 걸려 버리면 만사 끝장이니까요.”
여섯 교단이 총력을 기울여 함정을 판다 해도, 감당할 수 있는 건 최강의 3인 중 한 명 정도다.
“현 상황을 보면 어쩐지 생사초월자 홀로 화신을 쫓고 있는 듯 합니다만……
아크메이지와 뇌제가 몇 달째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환영만으로 국정을 운영 중이라는 것은 그리 대단한 비밀이 아니다.
“화신의 위치를 파악하고도 과연 그녀 혼자만 움직일까요?”
만약 최강의 3인이 한꺼번에 나타나면 그 어떤 함정도 무의미해 진다.
죄다 힘으로 깨부수고 화신을 강탈해 버리겠지.
물론 절대 강자는 오만한 법이니 단독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꽤 크긴 하다.
그렇지만 그 가능성에 세계의 운명을 걸 순 없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이런 이야기가 되네요, 레온하트.”
설명을 전부 들은 안젤리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강의 3인이 친히 나설 정도로 큰 사건이 대륙3강 내에 벌어지게 한 다음, 상황을 보아 한 명씩 함정으로 끌어들여 각개격파 해야 한다.”
모두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화신 건을 제외하고도, 대륙3강의 지배자가 친정할 정도의 대사건을 교단이 직접 일으켜야 한다?
예센의 성전사장, 팔머가 수심 어린 어조로 말했다.
“역시 성전을 선포해야겠군요.”
프레드릭 역시 한숨을 쉬었다.
“교단 본산은 잿더미가 되겠군.
엄청난 피가 흐를 것이고.”
성전 선포는 최강의 3인을 공식적으로 여섯 교단이 적대한다는 의미.
그렇다면 대륙3강도 공식적으로 여섯 교단을 적으로 삼게 된다.
대륙3강의 총군세가 각 교단의 본산으로 진군하면 결과는 뻔하다.
저들이 여신의 신앙 자체를 부정하진 않을 것이다.
대신 현 여섯 교단에 속한, ‘여신의 뜻을 멋대로 곡해한 인간들’을 벌하리라.
그 과정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죽음이 이어질까?
카스탈로 2세가 침울하게 중얼거렸다.
“이래서 성전 선포를 최대한 피하려 한 것인데……
홀리엔이라고 멍청해서 성전 아니면 암살일 것이라 판단한 것이 아니다.
결국 이리될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노교황의 한탄이 우울한 원탁위로 흘러 퍼졌다.
“허허, 어쩔 수가 없구나 한편 류한빈은 의아해하고 있었다.
‘……왜들 저렇게 고민하는 거지?’ 그가 딱히 군사전략이나 정치를 잘 아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내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이해가 가질 않았다.
저들의 고민은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여섯 교단은 최강의 3인을 적대해야 하는데, 최강의 3인은 여섯 교단을 적대하면 안 된다는 거잖아?’
분명 모순이긴 하다.
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모순도 아니다.
‘한국에서 뉴스 봤을 때도 비슷한 내용 나왔고, 세계사에도 흔히 나오는 상황인 것 같은데.’
이제까진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입을 다물고 살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전원 그가 이계인이란 걸 안다.
‘여기서는 이 세계의 상식에 안맞는 말을 해도 큰 문제는 없지 않나? 그냥 헛소리로 끝나더라도 딱히 손해 볼 건 없잖아.’
잠시 고민하던 한빈이 슬쩍 손을 들었다.
“저기, 이건 그냥 내 생각일 뿐이지만……?”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류한빈이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냥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