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33
홀리 퍼니셔(holy punisher)(2) 괴성을 터트리며 병사들이 사방에서 돌격해 온다.
“으아아아!”
“이 사이한 광신도 놈들이 감히!”
기간트를 휘둘러 맞서려다 말고 한빈은 잠시 머뭇거렸다.
‘검을 쓰긴 좀 그런가?’
불필요한 살인을 하고 싶진 않다.
특히나 다른 지구인들이 얼마나 살인에 미쳐 있는지 알게 된 후론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토록 수행을 한 지금도, 검을 휘둘러 상대를 죽이지 않고 제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애당초 사람 죽이라고 만든 도구로 불살을 외치는 것 자체가 모순이잖아! 그럴 거면 그냥 다른 무기를 써야지!’
그래서 기간트는 그냥 왼손에 쥐고만 있고, 비살상용 무기를 꺼냈다.
잘 단련된 그의 오른쪽 주먹이었다.
퍽!
단 일격에 선두의 병사가 머리통이 돌아가며 허공에서 트리플악셀을 밟고…….
쾅!
간단한 손등 치기에 쇄골이 부서져 풀썩 주저앉으며…….
터엉
니킥을 슬쩍 넣어 주니 금속 갑옷으로 무장한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가 풍선처럼 훨훨 날아 오른다.
“크억!”
“으아악!”
“이, 이 괴물!”
아우성치는 비명 속에서 류한빈은 차분히 전투를 이어 갔다.
아니, 그것은 전투라 하기엔 너무 조촐했다.
그냥 일방적으로 패고 또 팰뿌류한빈이 검술에 비해 격투술 쪽이 빈약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레벨이 이 정도로 차이가 나면 기술이고 뭐고 의미가 없는 것이다.
퍽! 퍽! 퍼버벅!
덤벼드는 병사들을 간단히 두들겨 날리며 한빈은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병사들을 모조리 쓰러뜨리는 건 간단하겠지만……
그가 받은 임무는 단순히 프루아사르 백작 성을 제압하는 걸로 끝이 아니다.
‘되도록 화려하게 설쳐 달라고 했지?’
홀리 퍼니셔의 존재감이 라트나 전체에 퍼지려면, 그만큼 화끈한 전투를 보일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뭘 어떻게 해야 화려한 거야?, 상대가 너무 약하다.
오러를 쓸 필요조차 없다.
아니, 썼다간 시체도 제대로 안남을 판국이다.
‘그렇지만 싸운 티는 내야겠고……
한빈은 힐끔 주위의 성벽이며 탑을 바라보았다.
‘에라, 저거나 부수자.’
사람 상대로 함부로 힘쓰긴 너무 위험하니, 건물이나 화끈하게 무너트려야겠다!
그의 거구가 빠르게 병사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일단 펀치 두어 방 날려 주고!
퍼벅
“컥!”
“으억!”
쓰러지는 병사들을 넘어서며 기간트를 뽑아 든다.
시뻘건 블레이드 오러가 밤의 어둠을 한껏 불사른다.
“헉? 오러?”
“오러 유저다! 최소 레벨 50 이상이야!”
부우웅!
그대로 한빈이 검을 내리쳤다.
-오러 스플래시!
거대한 참격이 탑을 직격했다.
굉음과 함께 거대한 탑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콰콰콰쾅!
병사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최소 레벨 50이라고?”
“아니잖아! 사람이 어떻게 저런 짓을 해?”
“씨발! 레벨 100도 넘겠다!”
그럼에도 다들 도망치지 않은 것은 이들이 특히 용맹해서라기 보다는, 그저 평소의 훈련이 뛰어나다는 증거이리라.
공포에 질린 와중에도 다들 몸에 익은 대로 한빈 일행을 공격해 간다.
“으아아!”
한빈의 공세가 이어졌다.
‘일단 얘 한 대 때리고.’
가벼운 잽이 병사의 안면을 강타했다.
일격에 혼절해 상대가 풀썩 쓰러져 버렸다.
그의 시선이 붕괴된 탑 맞은편의 건물로 향했다.
‘쟤(?)도 한 대 때리고.’
붉은 참격이 밤하늘에 작렬했다.
한 방에 성내의 병영 두 채가 단숨에 폐허가 되었다.
콰콰쾅!
이런 식으로 류한빈은 계속 날뛰었다.
기간트가 오러의 불길을 뿜을 때마다 주변이 쑥대밭이 되었다.
심지어 날뛰는 이는 한빈뿐만이 아니 었다.
“여신의 이름으로!”
귀엽게 생긴 은발의 소녀가 쌍검을 휘두르며 전장을 가로질렀다.
“타락한 자들을 벌하리라!”
쌍검이 스치며 은은한 빛의 궤적을 남긴다.
궤적에 휘감긴 병사들이 풀썩풀썩 쓰러진다.
‘뭐야?’
‘내가 왜 넘어진 거지?’
‘왜 몸이 안 움직이는 거야?’
‘별로 아프지도 않은데?’
딱히 피를 보지 않았다.
부상을 입거나 충격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정신은 멀쩡했다.
그런데 왠지 그냥 쓰러져 버린다.
신기해하며 류한빈이 에피르에게 슬그머니 물었다.
“뭐 한 거니?”
배시시 웃으며 그녀가 대답했다.
“안젤리카 님이 가르쳐 주신 포스 제압술이에요. 이상하게 저를 예뻐하시더라고요. ”
“그래? 어, 레벨은 둘이 별 차이 안 나잖아. 그런데도 배울 게 있어?”
안젤리카가 레벨 92이고 에피르가 레벨 94다.
레벨만 보면 에피르가 조금 더 높다.
“에이, 그래도 기술적인 면에선 배울 게 많아요.”
람니아나의 성전사장, 안젤리카는 오랜 세월 마검술을 연마한 고수 중의 고수다.
그만큼 기술도 풍부한 것이다.
“아직은 싸우면 제가 질걸요.”
“아직은이 라……
한빈은 실소했다.
“에피르, 너도 자신이 금방 추월할 거란 자각은 있구나?”
“아니, 뭐 잘난 척하려는 건 아니고요……
한편, 맞은편의 아티스는 지팡이를 휘둘러 사방에 마법을 흩뿌리고 있었다.
“파이어볼! 월 오브 파이어! 플레임 스트라이크! 이그니션 블래 AEI”
1 ?
로드에 저장된 온갖 화염계 마법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성안 곳곳을 파괴한다.
성벽이나 탑과 달리 성내 건물들은 대부분 목재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불도 참 잘 붙었다.
콰콰콰쾅!
삽시간에 성내 곳곳에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공포에 질려 우왕좌왕하는 병사들의 머리 위로 위압감 가득한 아티스의 외침이 울렸다.
“어리석은 죄인들이여! 여신의 진노를 받으라!”
반면, 흑발의 미녀는 별말 없이 조용히 싸우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 이름 걸고 본인이 직접 떠들긴 좀 민망했다.
침묵을 유지한 채 검은 오러를 흩뿌리며 사방에 창을 찔러 간다.
그때마다 팔다리에 부상을 입고 병사들이 풀썩풀썩 쓰러진다.
“크어 억!”
“으아악!”
이쯤 되니 아무리 병사들의 훈련도가 높아도 소용이 없었다.
“젠장!”
“이것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여기서 죽을 순 없잖아!”
서로 눈치를 보더니 하나둘 도망가기 시작했다.
한빈 일행도 굳이 쫓지 않았다.
어차피 이곳을 찾은 진짜 목표는 따로 있었다.
밤의 그림자 위로 발타라 전사의 함성이 우렁차게 퍼져 나갔다.
“나와라! 프루아사르 백작!”
?
*
*
벽을 만나면 벽을 뚫고 천장을 만나면 천장을 뚫는다!
계단이고 기둥이고 다 무시하고, 쏘아진 대포처럼 펑펑 부수며 쾌속으로 진격해 간다!
순식간에 한빈 일행은 백작의 본성까지 도달했다.
그제야 한 무리의 기사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종족 : 인간. 전사 lv. 53j
「종족 : 엘프. 검사 lv. 52j
「종족 : 님프. 투사 lv. 50j 숫자는 스무 명 정도, 다들 병사들보다 평균 레벨이 높았다.
요정왕국의 기사들이라 그런지 종족도 다양했다.
인간 말고 요정족도 제법 보였다.
기사들을 바라보며 한빈은 의아해했다.
자신들이 습격한 지 상당히 시간이 지났는데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 그런 건가?’ 복장이 가벼운 병사들이야 일터졌을 경우 곧바로 대응이 가능하지만, 기사쯤 되면 전투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갑옷도 입어야 하고 무장도 챙겨야 하니 곧바로 출동할 수 없는 것이다.
그나마 이 정도면 빨리 대응한 편이리라.
성내의 전투라 말까지 준비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뒤늦게 나타난 백작령의 기사들이 한빈 일행을 노려보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 광신도 놈들!”
“이곳이 어딘 줄 알고 분탕질을 하느냐!”
“프루아사르의 이름으로 네놈을 벌하리라!”
내용에 비해 어조는 그리 사납지 않았다.
이들도 긴장한 탓이었다.
하긴, 여태 저지른 파괴의 흔적만 봐도 만만찮은 상대임이 확실하다.
반면 기사들 뒤에 선 깡마른 실프 중년인, 프루아사르 백작은 마냥 기세등등했다.
“감히 요정왕국에서 멜리아도르가문을 노리다니!”
분노로 언성을 높이며 백작이 손짓을 했다.
“플라텍 경! 저 광신도들이 자신의 어리석음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 주어라!”
은빛의 플레이트 메일을 걸친 장신의 기사가 앞으로 나섰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백작님.”
반백의 머리칼에 푸른 눈을 지닌 근육질 거구의 중년 사내였다.
사내, 플라텍 경이 허리춤의 검을 스르륵 뽑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설치는 애송이 놈들아……
칼날이 푸른 빛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네놈들에게 진정한 강함을 맛보여 주마!”
?
*
*
플라텍 멜라트.
그는 원래 대미궁 칼탄을 공략하던 헌터 출신으로, 프루아사르백작이 거액을 들여 초빙하고 가문의 기사로 삼은 자였다.
상대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저 쪼잔한 백작이 큰돈을 쓴 이유가 있었다.
백작의 사상에 따르면 플라텍경은 ‘실력을 인정할 만한, 대단히 가치 있는 인간’인 것이다.
“후후, 네놈들도 제법 강한 듯 보이나……
어깨를 흔들며 프루아사르 백작이 으스댔다.
“플라텍 경은 무려 레벨 76의 오러 유저다! 상대가 될 것 같으냐?”
“아, 그러시구나?”
시큰둥한 표정으로 한빈이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기간트를 슬쩍 겨누었다.
마주한 플라텍이 기간트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멍청한 놈, 칼만 크다고 자신이 강해진 것 같으냐?”
“에, 일단 당신 안목이 별거 없다는 건 확실히 알겠네.”
“??????뭐?”
인상을 쓰는 플라텍을 무시하며, 한빈은 내심 혀를 찼다.
‘저 인간 칼탄 출신 맞아? 왜 못 알아보지?’
하긴, 세르칼탄의 헌터 모두가 검왕 바오톨트와 만난 적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럴 수도 있겠다만.
하여튼 기사들조차도 기간트를 알아보는 이가 전혀 없다.
이래서야 검왕의 이름을 팔아먹긴 그른 것 같다.
뭐, 별 상관은 없지만.
‘알아보면 좋은 거고, 아니면 그만이고.’
한빈이 블레이드 오러를 끌어냈다.
기간트의 칼날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르륵!
플라텍은 놀라지 않았다.
상대가 오러 유저일 것이란 점은 충분히 예상했다.
‘이런 짓을 저지를 정도의 전사가 레벨 50도 넘지 않았을 리는 없지.’
그렇다 해도 자신보다 강할 리는 없다.
겉보기엔 우악스러워 보여도, 기껏해야 20대 중반에 불과한 새파란 애송이였다.
저 나이에 수행해 봤자 얼마나했겠으며, 강해져 봤자 얼마나 강해졌겠는가?
자신은 저 애송이의 두 배 이상의 시간을 수행해 온 몸이다!
“타아앗!”
플라텍이 땅을 박찼다.
푸른빛의 궤적이 허공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류한빈도 기간트를 휘둘러 받아쳤다.
“헙!”
붉고 푸른 블레이드 오러가 허공에서 충돌했다.
빛의 칼날이 서로 맞물려 격검상태가 되었다.
파지지직!
한빈을 머리부터 눌러 가며 플라텍이 호통을 쳤다.
“이대로 짓눌러 주마!”
그때 였다.
항거할 수 없는 거력이 오히려 플라텍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 힘은?’
동시에 강렬한 충격이 전신을 강타하며 그를 허공으로 튕겨 냈다!
터엉
“크억!”
신음하며 플라텍이 정신없이 뒤로 물러섰다.
그저 격검에서 밀렸을 뿐인데 두 팔이 후들후들 떨려 왔다.
“뭐 하시나? 짓눌러 준다며?”
붉게 빛나는 대검을 수수깡처럼 가볍게 든 채, 발타라 전사가 조롱을 던졌다.
“그냥 들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