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36
월척의 기본은 좋은 떡밥 투척!⑴
라트나의 대륙3강 중 하나인 요정왕국 알렌디아.
그 군세는 실로 강대하다.
무려 1만에 달하는 정예병에 2,000이 넘는 기사단과 영술사, 마법병단을 보유하고 있다.
지구인 기준에서 보면 저게 대체 뭐가 강대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동양 쪽 역사엔 그놈의 10만 대군, 100만 대군이 즐비하니까.
하지만 개개인의 무력 격차가 큰 라트나에선 이야기가 좀 다르다.
숫자만 많은 일개 병사보다 오히려 소수의 레벨 높은 강자를 확보하는 쪽이 효율이 높은 것이다.
중세 지구처럼 농민 징집해 군사훈련 시켜 봐야 별 의미가 없다.
그래서 대륙3강의 정규군은 ‘일반병’ 개념이 아니었다.
대부분 고위 레벨로, 변경에서 던전 클리어하고 목에 힘주는 어지간한 헌터들보다 오히려 더 강하고 대우 역시 좋다.
지구에서도, 개발도상국의 장교보다 오히려 강대국의 일반 병사가 월급이나 장비가 더 뛰어나지 않던가?
그래서 홀리엔은 여섯 교단이 어둠의 화신과 합류했음을 알고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상대가 어찌 나오건, 힘으로 눌러 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어째 상황이 영 예상 밖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교단 놈들이 자신들과는 관련없는 척한다고?”
“예, 왕비님.”
로아셀의 보고에 홀리엔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는 건, 홀리 퍼니셔가 각 교단의 비호를 받지도 못한다는 의미잖아?”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으니 여섯 교단은 자신들이 흘리 퍼니 셔를 벌할 때가 아니라는 식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는, 요정왕국이 홀리 퍼니셔를 잡아 족칠 경우에도 여섯 교단은 간섭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그럼 큰 문제는 아니지 않니?
그냥 왕국군만의 힘으로 그놈들을 처리하면 그만일 텐데?”
로아셀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왕국군의 전력은 저쪽의 몇 배에 달하죠. 정면으로 붙으면 당연히 승리할 겁니다.”
문제는, 놈들에게 정면 대결을 벌일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는 점이다.
“왕국군이 움직이면 싹 숨어 버립니다. 그리고 다른 영지로 가서 또 분탕질을 해 대는데……
왕국군은 기본적으로 덩치가 크다.
덩치가 큰 군세는 움직이기 전에 어쩔 수 없이 티가 나게 되어 있다.
“수천에 달하는 대군이 몰래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죠.”
그래서 요정왕국 역시 레벨이 높은 정예와 기사들을 따로 뽑아기동력으로 승부하려고 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요정왕국과 여섯 교단의 전력 차는 분명 극심하다.
하지만, 요정왕국군과 여섯 교단의 ‘최정예’만 놓고 보면 또 그렇게까지는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여섯 교단의 최정예만을 똘똘뭉친 것이 바로 홀리 퍼니셔의 실체.
“당장 여섯 성전사장은 전원 레벨 90이 넘는 강자들이고, 휘하의 템플러들 역시 레벨 50?60에 달하는 이들이죠.”
교단의 템플러라는 지위 자체가 대륙3강의 기사와 맞먹는 명예로운 직책이다.
당연히 전사는 무조건 오러 유저고, 마검사나 마법사, 영술사도 경지에 오른 이들뿐.
“애초에 그 정도가 아니고서는 아예 템플러가 되지도 못하니까요.”
그렇다 해도 여전히 요정왕국의 전력이 우위이긴 했다.
레벨 높은 요정왕국의 기사와 병사만 골라 홀리 퍼니셔 수색에 나선다면, 피해가 크기는 하겠지만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수색조차도 쉽지가 않습니다.”
현재 홀리 퍼니셔는 게릴라전으로 승부를 걸고 있었다.
게릴라 전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수인 법이다.
첫 번째, 전투원 개인의 무력과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
“이건 이미 저들이 충족하고 있는 부분이지요.”
두 번째, 현지 주민들의 긴밀한 협조가 따라야 한다.
이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지역사회가 지지하지 않으면 게 릴라전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홀리 퍼니셔는 요정왕국의 영토 내에서 싸움을 걸고 있으니, 상식적으로는 등 비빌 언덕이 없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홀리 퍼니셔는 알렌디아 국민들 상당수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들은 요정왕국 국민이면서, 동시에 여신의 신도들이기도 하니까요.”
여섯 교단은 아직 그들을 이단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그저명령 불복종자들일 뿐이다-이는 곧, 홀리 퍼니셔가 진실로 여신의 뜻을 따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나 다름없는 것이다.
평민은 물론이고, 심지어 귀족 중에서도 몰래 협조하는 이들이 생겨날 지경이었다.
아니, 대놓고 도움을 주진 못해도 감히 적대할 순 없다.
어쩌면 정말로 생사초월자가 여신의 벌을 받아야 할 자일지도 모르는데?
마지막으로 게릴라전이 성립되는 세 번째 요소.
“보급과 정보 역시, 놈들은 전혀 부족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로아셀은 이를 갈았다.
대부분의 게릴라전이 실패하는 이유는 물자 보급과 정보 입수가 여의치 않게 되면서다.
홀리 퍼니셔는 물자 보급에 아무 문제도 없었다.
정보 역시 충실히 입수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알렌디아의 취약점을 찔렀고, 왕국군이 움직일 때마다 미리 선수를 쳐 피하곤 했다.
전투밖에 모르는 무인 집단인 홀리 퍼니셔가 저런 뛰어난 정보력과 행정력을 지니고 있을 리 없었다.
저건 어디까지나 교단 본산의 업무니까.
“즉, 교단 놈들이 뒷구멍으로 열심히 퍼 주고 있다는 의미지요!”
겉으로는 ‘아, 모르겠다, 쟤들 참 말 안 듣네. 하지만 여신께서 신중 하라 하셨으니 계속 신중을 기해야겠다.’라며 발뺌을 하고, 뒤로는 물심양면 홀리 퍼니셔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증명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기껏 관련자를 붙잡아 증거로 내밀어도 바로 꼬리를 잘라 버린다.
-신관 A가 홀리 퍼니셔에 협조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소!
-아니, 이럴 수가! 감히 교단의 명령에 불복종하다니! 신관 A에게 근신을 명하겠소!
-지금 장난하나? 이 상황에서 처벌이 고작 근신이라고?
-염려 마시오. 여신의 뜻이 아님이 확실해지면 규율에 따라 엄벌할 것이고, 그 벌은 여신의 신도로서 견디기 힘든 막중한 것일테니 -아니, 그러니까 대체 언제쯤 확실해지냐고!
-여신께서는 신중 하라 하셨소.
-젠장! 빌어먹을 신중 타령!
대충 이런 분위기였달까?
심지어 요정왕국은 저 마지막 불만조차 대놓고 터트리지 못했다.
여섯 교단의 신중함에 대한 비난은 여섯 여신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동시에 세인들에겐 이런 인식으로 이어진다.
-요정왕국군이 여신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부정했대!
-엥?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야?
-정말로 요정왕비가 여신의 뜻을 거스른 이단자였단 말이야?
로아셀의 설명에 홀리엔은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가 지끈지끈하네.”
여섯 교단이 설마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적어도 성직자들이 할 법한 발상은 결코 아니었다.
어떤 놈이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누구지, 이렇게까지 비겁한 수단을 떠올린 인간은?”
氷 * *
요정왕국 중부, 쿠엔달 지방의 한 인적 드문 산기슭.
허름한 오두막에 한 무리의 일행이 모여 있었다.
평복으로 위장한 성전사장들과 한빈 일행이었다.
알렌디아 각지에서 소란을 일으킨 뒤 몰래 합류한 것이다.
엘프 마검사, 메르딜이 빙그레웃으며 말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잘 통하더군, 이 수법.”
드워프 전사, 팔머 경이 희희낙락하며 대꾸했다.
“그 말대로다. 요정왕국은 아무것도 못 하고 있어!”
이 모든 것이 전부 저 거구의 이계인, 류한빈이 내놓은 계책덕분.
성전사장들이 한빈을 돌아보며 아낌없는 칭찬을 퍼부었다.
“정녕 대단한 기책이었소!”
“물론 기책이라기엔 사실 우리도 알고는 있던 것이지만……
“그래도 이런 비겁한 수법은 명예를 모르는 뒷골목 건달들이나 쓰지.”
“감히 여신의 이름을 걸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나?”
“과연 신이 없는 세계에서 온 이계인들이나 낼 법한 과감한 책략이었소!”
류한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웃었다.
‘……칭찬 맞나, 이거?’
사실 이 게릴라 전법 자체는 전혀 신기할 것이 없다.
강자를 상대로 약자가 쓰는, 너무나도 빤한 수법이니까.
당장 뉴스만 봐도 중동 지방 테러리스트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역사적으로도 사례가 무수히 많다.
빨치산이라든가 1차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레지스탕스, 게릴라의 어원인 나폴레옹전쟁 당시 스페인비정규군 등등.
그럼에도 성전사장들이 아무도 이 방식을 떠올리지 못한 이유는, 딱히 이들이 멍청해서가 아니었다.
처음 한빈의 의견을 들었을 때, 모두가 격하게 반대했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여신께서 그런 비열한 방식을 허락하실 리가 없지 않소!”
심지어 노골적인 경멸조차 보였다.
“역시 여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계인다운 생각이군!”
“키브리엘께서는 어찌 저런 자를 선택하셨단 말인가!”
이 세계는 지구와 다르다.
여신이 실존하며, 여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할 필요가 없다.
물론 라트나인들 모두가 여신을 직접 만나 두 눈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뭐, 한국에선 국민 모두가 대통령을 직접 만날 수 있던가?
그렇다고 ‘내 눈으로 대통령을 실제로 본 적은 없으니 그의 존재는 허구이며 미디어의 영상은 컴퓨터 그래픽일 뿐이다!’라고 외치는 이들은 없잖아?
지구와 달리 이 세계엔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확실하다.
괜히 저들이 지구를 ‘신이 없는 세계’라 부르는 것이 아니다.
지구의 종교는 라트나인들이 보기엔 ‘존재하지도 않는 허상’을 믿는 걸로만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신이 실존하는 세계에서, 신을 섬기는 이들은 광신도가 아니라 철밥통 공무원이 되어버린다.
정해진 사고방식 외엔 아예 다른 발상 자체를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절대 불가!”
“무릇 여신을 섬기는 이라면 을바른 마음으로 올바르게 여신의 의지를 이 땅에 펼쳐야 하는 법이오!”
성전사장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아티스와 에피르마저도 반대할 정도였다.
“곤란해, 한빈. 물론 몰라서 한 소리겠지만.”
“어찌 여신을 섬기는 이들이 그 분들의 뜻을 멋대로 재단하겠어요?”
이에 대해 류한빈은 실로 간단하게 대처했다.
“그러니까, 이런 방식은 여신이 허용할 리 없다 이거지?”
그냥 옆에다 대고 물어봤다.
“정말 안 돼?”
그렇다.
바로 곁에 여신의 화신이 있는데 뭐가 고민이야?
당연히 키비에는 승낙했다.
“세계가 멸망할 판국인데, 찬밥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지.”
그제야 성전사장들은 당황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지금 상황이 평소와는 매우 다르다는 점을.
“그렇군!”
“어둠의 화신께서 강림하셨지?”
“아무리 그래도 여신의 신탁을 곡해하는 것은 큰 죄악……
여기서 또다시 류한빈의 ‘신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지구인적 발상’이 터졌다.
“이게 왜 신탁을 곡해하는 건데‘?”
라트나의 신탁이란 과연 무엇인가?
‘여신의 의지’를 ‘선택받은 라트나인’이 접해 널리 세상에 알리는 행위를 말한다.
류한빈이 키비에를 가리켰다.
“여신의 의지를.”
그리고 이번엔 여섯 성전사장들을 가리킨다.
“선택받은 라트나인이 접한 거잖아? 훌륭한 신탁 아냐?”
듣고 보니 교리상 하등의 문제가 없다.
여섯 성전사장들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 그러네?”
“신탁이란 게 그런 거긴 하그다음부터는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풀렸다.
발상을 떠올리지 못한다는 것이 무능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일단 대전제가 성립되고 나니, 다들 효과적인 세밀한 전략을 마구 내놓을 수 있었다.
홀리 퍼니셔가 창설되었고, 홀륭하게 요정왕국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편하게 진행되진 않을 겁니다.”
안젤리카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요정왕비에겐 진짜 전력이 따로 있으니까요.”
악타룬의 이계인과 어퍼 드래코니움.
이제까지는 최강의 3인도 함부로 저들의 존재를 드러낼 수 없었다.
자신들이 이계인과 드래곤을 부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평판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으니 저 강력한 전력을 그냥 놀리고 있을리는 없겠죠.”
어퍼 드래코니움의 고룡은 아마도 투입하지 않을 것이다.
알마라를 통해,
드래곤을 강제로
정시키는 능력이
있을 테니까.
화신 일행에게
인간 형태로 고
있다는 걸 알고
“반면 악타룬의 이계인에겐 저런 약점이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