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37
월척의 기본은 좋은 떡밥 투척! (2) 홀리 퍼니셔를 창설한 덕분에, 여섯 교단은 전력으로 요정왕국을 상대하면서도 정작 취약한 각본산은 안전하게 되었다.
요정왕국 입장에선 꽤나 골치 아픈 상황이었다.
상대가 칼을 휘두르는데, 이쪽은 오직 공격을 받아치기만 할 뿐 몸통은 공격할 수 없는 형국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속수무책인 걸까?
“웃기는 소리!”
요정왕국 알렌디아의 저력은 강대하다.
애초에 민심을 신경 쓰는 것부터가 강자이기에 보일 수 있는 여유다.
정말 여력이 없었다면 민심이고 뭐고 무시했겠지.
“몸통을 공격할 수 없다고?”
알렌디아 왕국군 총사령관, 로아셀 엘리 아트란사스는 전략을 바꾸었다.
“그럼 칼 자체를 부숴 주지.”
? * *
어둠이 짙게 깔린 들판.
한빈 일행은 풀숲에 숨어 커다란 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님프 귀족, 브레쉬르 백작의 성이었다.
브레쉬르 백작은 여태 처단해온 알렌디아의 다른 귀족들과 마찬가지로, 워낙 악명이 드높아 영지민의 원성이 자자하다.
홀리 퍼니셔의 다음 목표로 매우 적합한 작자인 것이다.
성벽 곳곳에 횃불이며 마법 등불이 밝혀져 있었다.
한 치의 어둠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집요함이 엿보이는 모습이었다.
‘……라곤 해도 뭐, 현대 지구에 비하면 컴컴할 뿐이지만.’
류한빈이 딴생각을 하는 사이 아티스와 레온하트가 대화를 나눴다.
“사방에 불을 켜 놓았군요.”
“저들도 소문을 들었을 테니까.”
언제 홀리 퍼니셔가 쳐들어올지 모르니 최상의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음이 분명했다.
딱히 문제는 없다.
홀리 퍼니셔가 그간 야음을 틈타 각 귀족가를 습격한 것은 어디까지나 민간인들의 피해가 발생하는 걸 우려했기 때문이다.
일단 저택이나 성내에 진입한 후에는 일부러 모습을 드러내고 정면 대결로 싸워 왔다.
어차피 전력도 월등히 높았고, 그쪽이 ‘징벌자’로서의 이미지에 더욱 부합되니까.
키비에가 살짝 몸을 일으켰다.
“그럼 가 볼까?”
다른 일행도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성전사장을 필두로 다수의 하이 템플러와 수십에 달하는 병력을 대동하는 다른 홀리 퍼니셔와 달리, 한빈 일행의 구성원은 실로 조촐했다.
류한빈과 키비에, 아티스, 에피르, 여기에 레온하트까지 포함한 다섯 명이 전부.
키비에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좀 더 병력을 붙여야 하는 것 아닌가 싶지만, 이래야 할 이유가 있었다.
홀리 퍼니셔의 구성원이라고 전부 신뢰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여신의 신탁이 있기 전만 해도 최강의 3인은 여섯 교단의 가장 큰 아군이었다.
모두에게 존경받는 명사 중의 명사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홀리 퍼니셔 내에도 적의 첩자가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혹여 그 첩자를 통해 화신의 위치가 발각될 경우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한빈 일행만큼은 언제나 단독으로 움직였으며, 절대 행보를 외부로 발설하지 않았다.
심지어 여섯 성전사장들조차 사후 보고로 이들의 행보를 들어서 알 뿐, 어디로 움직이는지는 모를 정도였다.
저벅, 저벅.
어둠 사이로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희미하게 한 무리의 일행이 모습을 드러낸다.
성문을 지키고 있던 문지기 둘이 화들짝 놀라 창을 겨눴다.
“누,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거구의 전사가 히죽 웃으며 등뒤를 가리켰다.
은발의 소녀가 손에 쥐고 있던 깃발을 당당히 들어 올렸다.
문지기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요 근래 알렌디아에서 가장 유명해진 깃발이었다.
“홀리 퍼니셔다!”
“으악! 정말 와 버렸어!”
감히 맞서 싸울 생각 따윈 하지도 않았다.
문지기들이 허둥지둥 성문 옆쪽문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우당탕 소리가 요란한 것이, 문도 잠그고 물건도 쌓아 올리고 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한빈은 무시했다.
저런 쪽문 따위엔 애당초 관심도 없었다.
눈앞의 거대한 성문을 올려다보며 그가 기간트를 뽑아 들었다.
“거창하고 화끈하게.”
우우웅!
붉은 블레이드 오러가 밤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이내 폭음이 메아리쳤다.
콰아아아앙!
두꺼운 성문이 수수깡처럼 박살났다.
어지간한 테이블이며 서까래만한 크기의 목재 파편들이 사방으로 나부낀다.
“으, 으아!”
“으아악!”
성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병사들이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고함을 질러 댔다.
“습격! 습격이다!”
“어서 기사님들에게 알려!”
성벽 위에서 경비를 서던 병사하나가 곧바로 뿔피리를 불어 기습을 알렸다.
부우우웅?!
평소처럼 한빈 일행은 느긋하게 기다렸다.
이제 슬슬 백작가의 본대가 모습을 드러내리라.
“그러고 보니 궁금한 건데 문득 한빈이 부서진 성문을 힐끔거리며 물었다.
“이런 성채를 짓는 게 의미가 있나? 어차피 성문도 한 방이면 부서지고, 성벽도 쉽게 뛰어넘을 수 있는데.”
라트나는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는 초인들이 실존하는 세계다.
“아무리 튼튼한 성이라도 고위레벨 몇 명만으로도 뚫려 버리는 데, 굳이 돈 들여 가며 지을 이유가 없어 보이거든.”
실제로 지구에서도 중세 시대의 성채는 화포의 발달로 사장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류한빈개인의 착각이었다.
“야, 그건 너니까 할 수 있는 생각이지.”
아티스와 에피르가 혀를 차며 대꾸했다.
“지금은 우리도 이 정도 성은 노력하면 뚫을 수 있겠지만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감히 엄두도 못 냈거든요!”
성채의 방어력을 무시할 정도의 고위 레벨은 라트나에서도 그 숫자가 극히 적은 것이다.
한빈 일행이 워낙 레벨이 높을 뿐이지, 브레쉬르 백작 성채도 어지간한 경우라면 충분히 그 효용을 다할 수 있다.
‘하긴, 지구에서도 핵미사일 한방에 초토화될 테니 재래식 병기 따위 쓸모없다고 하진 않지. 그런 식으로 이해하면 되려나?’
그렇게 잠시 기다리던 중이었다.
요란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군대가 성문 앞뜰에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 머리칼을 지닌 중년 사내가 한빈 일행을 노려보며 고함을 질렀다.
“정말 나타났구나, 이 광신도 놈들!”
이 성채의 주인, 브레쉬르 백작이었다.
“여신의 이름을 팔아 세상을 어지럽히는 그 무도함도 여기서 끝이다!”
백작은 꽤나 기세등등하게 나오고 있었다.
뭔가 믿는 구석이 단단히 박혀 있지 않고서는 결코 보일 수 없는 태도였다.
과연, 이 자리에 나타난 이들은 다른 영지와는 좀 달랐다.
일단 기사들의 레벨이 하나같이 높았다.
평균 레벨 60대 중후반에, 심지어 이들을 지휘하는 엘프 기사는 무려 레벨 80의 마검사였다.
‘브레쉬르 백작가가 아니군.’
요정왕국의 정규군, 그중에서도 최정예들이었다.
“감히 여신의 징벌을 입에 담는 불경한 놈들!”
지휘관, 아트란사스 가문의 원로 기사이자 알렌디아 왕실기사 이기도 한 에플렌 플라우드가 검을 뽑아 들며 눈을 부라렸다.
“알렌디아의 이름으로 네놈들을 징치하겠노라!”
백 명에 달하는 기사와 병사가 빠르게 한빈 일행을 포위해 갔다.
반응을 보아하니 처음부터 홀리 퍼니셔의 습격을 대비하고 있었던 듯했다.
주위를 힐끔거리며 아티스가 중얼 거렸다.
“정보가 새어 나간 건가?”
이건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애초에 한빈 일행이 브레쉬르백작가를 목표로 삼은 건 고작 사흘 전이었다.
그것도 대충 이 근처 지나가다가 즉흥적으로 정했다.
‘새어 나갈 정보 자체가 없는데, 무슨 수로 우리 행적을 파악한 거지?’
에플렌이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한가?”
아티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솔직히 궁금하긴 하군.”
“곧 죽을 놈들, 알려 주지 못할 것도 없지.”
의기양양한 태도로 에플렌이 입을 열었다.
“네놈들은 분명 신출귀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확실히 꼬리를 잡아 추적하는 건 불가능하더군.”
그리고 비웃음을 이었다.
“하지만 정작 목표는 뻔하지 않으냐?”
홀리 퍼니셔는 어디까지나 여신의 정의를 표방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러 악덕 영주들만을 노렸으며, 설령 생사초월자와 관련이 깊은 영지라도 영주의 인품이 훌륭한 경우엔 목표에서 제외했다.
“즉, 탐욕에 찌들어 수탈을 일삼는 썩어 빠진 귀족 옆에 붙어 있으면 네놈들이 반드시 나타난다는 소리지! 하하핫!”
통쾌한 듯 웃는 에플렌을 보며 한빈 일행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 뭐……?”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바로 옆에 서 있는 ‘탐욕에 찌들어 수탈을 일삼는 썩어 빠진 귀족’, 브레쉬르 백작님의 표정이 매우 안 좋으시다.
“듣는 백작 울겠다. 같은 편 맞아?”
그렇다고 대놓고 항변하지도 못하는 것이, 아무래도 백작보다 에플렌이 더 지위가 높은 듯했다.
‘어쨌든 상황은 이해가 가네.’
이곳을 콕 짚어서 따로 병력을 보낸 것이 아니다.
그냥, 평소 평이 좋지 않은 귀족 영지 전체에 정규군을 나누어서 파견한 것이다.
그중에 브레쉬르 백작가가 당첨되었을 뿐.
‘하긴, 우리 위치를 정확히 파악했다면 이 정도 전력으로 끝나진 않았겠지.’
포위망을 살피며, 류한빈은 기사들과 병사들의 레벨을 대충 헤아려 보았다.
‘숫자만 많지 솔직히 두려워할 수준은 아니네.’
당장 한빈 혼자서도 싹 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거기에 레온하트도 있고, 다른 일행도 이제 전원 레벨 90이 넘는다.
“나름대로 머리는 쓴 것 같지 쌍검을 뽑아 들며 에피르가 싸늘한 미소를 흘렸다.
“계산을 실수한 것 같은데요?
이 정도 전력으로 여신의 징벌자를 막을 수 있을 것 같나요?”
의외로 에플렌도 순순히 수긍했다.
“옳은 말이다, 소녀여.”
요정왕국 정규군이 아무리 강해도, 한계는 있다.
그 많은 ‘썩은 귀족 영지’에 전부 병력을 보내려면 당연히 영지 각각의 전력은 약화될 수밖에.
에플렌이 류한빈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우리 엘프들은 귀가 좋지. 검왕의 후계자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괴물인지도 익히 들었다.”
첫 번째 전투에서야 기간트를 알아보는 이가 없었지만, 그 후로도 류한빈은 꾸준히 알렌디아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녔다.
저 거구의 발타라 전사가 검왕바오톨트의 애검을 휘두른다는 사실도 충분히 세상에 알려졌다.
“검왕의 후계자여, 그대를 상대할 자는 우리가 아니다!”
에플렌이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나와라, 죄인들아! 목숨 바쳐 싸워 그 죄를 씻어라!”
포위망 저편에서 또 다른 무리가 나타났다.
대략 십여 명 정도의 남녀였는 데, 하나같이 불쾌한 표정을 지은 채 살기를 풀풀 흘리고 있었다.
“나 원 참……
“금제만 아니었으면……
“저 나불대는 놈 아가리부터 먼저 찢었을 텐데……
“빌어먹을 생사초월자 같으니.”
한빈 일행의 안색이 굳었다.
‘ 저놈들은……
저들의 무장이 눈에 익숙했다.
스펠 세이빙 로드와 프라나 증폭의 로브, 포스 드라이빙 소드에 프리즈 스크라이킹이 부여된 창칼까지.
예전에 싸웠던 ‘그들’과 똑같은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것이다.
‘악타룬의 이계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