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38
월척의 기본은 좋은 떡밥 투척! (3) 한빈 일행을 포위하고 있던 기사들과 병사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 섰다.
포위망이 더욱 넓어지며 충분한 공간이 생겼다.
그 속을 무장한 이계인들이 걸어온다.
놈들을 살피며 류한빈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레벨 높네.”
아티스가 귓속말로 물었다.
“어느 정도인데?”
“90 후반에서 100 초중반, 제일 낮은 놈이 93이야. 최고 레벨은 104로군.”
“쳇, 편하게 흘러가진 않겠구만.”
아까는 십여 명 정도라고 했지만 지금 제대로 세어 보니 총 14인이었다.
레벨 100 전후의 이계인이 열넷이나 되면 한빈 일행의 전력으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슬슬 저들이 나타날 줄은 알고 있었지만……
키비에도 질린 표정을 지었다.
“직접 보니 역시 부담스럽구나.”
이제까지 홀리엔은 악타룬의 이계인을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그럴 경우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너무 컸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요정왕국 곳곳에서 어둠의 화신이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정확한 위치야 여전히 파악할 수 없지만, 적어도 홀리 퍼니셔의 행사에 화신이 직접 나선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홀리엔 입장에서는?
이계인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는 리스크를 각오하고서라도, 저들을 동원해 화신의 생포 확률을 끌어 올리는 쪽이 더 유리한 상황이 되어 버린다.
화신을 직접 미끼로 쓰는 건 너무 위험해 감히 시도할 수 없으니 적당히 향기만 풍겨 적의 움직임을 유도하자는, 일명 ‘키비에 떡밥’ 작전이었다.
참고로 저 불경한 작전명을 붙인 건 키비에 본인이었다.
그래서 성전사장들도 찍소리 못하고 정식 명칭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어쨌거나 예상이 들어맞았다.
한빈 일행의 눈앞에 버젓이 이계인들이 나타났다.
‘궁금하군. 대체 무슨 명분으로 저들을 정규군에 붙인 거지?’
어디 정보나 좀 캐내 보자 싶어 레온하트가 슬쩍 운을 뗐다.
“하! 생사초월자가 추악한 이계인들과 손을 잡았단 말인가? 정녕 신탁의 내용 그대로구나!”
에플렌은 당당하게 대꾸했다.
“이들은 모두 왕비님께서 복종시킨 놈들이다!”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 듯 청산유수로 말을 잇는다.
“라트나에 입힌 해악이 지대한 죄인들에게 어찌 편한 죽음을 내리겠느냐? 그 사이한 능력으로 세상에 입힌 피해를 조금이라도 보상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응당한 처벌이 아니겠는가? 그저 어리석은 자들이 쓸데없이 떠드는 것을 경계해 세상에 알리지 않았을 뿐이다!”
말투를 보니 그는 예전부터 악타룬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듯했다.
레온하트도 내심 납득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나?’
악타룬의 관리 시설은 최강의 3인이나 심복 몇 명만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계인들에게 보낼 방대한 양의 물자를 꾸준히 관리해야 하고, 그곳에서 쏟아지는 마령석도 유통, 관리를 확실히 해야 한다.
‘대륙3강 내에서도 아는 사람은 어느 정도 아는 군사기밀이었다는 소리군.’
최강의 3인이 어둠의 신성을 강탈했음은 분명히 아는 이가 극소수겠지.
아무리 신뢰하는 직속 수하라할지라도 함부로 밝힐 사항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동안 붙잡았던 이계인들을 죽이지 않고 노예로 만들어 부리고 있었다는 건?
대놓고 드러낼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믿음직한 수하에게 비밀리에 임무를 내릴 정도는 된다.
기세등등하게 에플렌이 호통을 쳤다.
“싸워라, 이계인 놈들아! 그것만이 네놈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구원일지니!”
전투 진형을 갖추며 지구인들이 투덜 거 렸다.
“아, 진짜 저 새끼부터 죽이고 싶다.”
“하지만 불가능하지.”
“대신 저놈들이라도……
“저게 피트와 아서를 죽인 그 발타라 전사인가?”
투덜거림과 별개로, 그들의 표정에 오만이나 방심은 보이지 않았다.
레벨 100이 넘는 피트와 아서 일행은 악타룬의 이계인들 사이에서도 제법 알려진 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참살한 발타라 전사, 펠라드 빈의 추정 레벨은 무려 12이 감히 방심할 수 없는 상대인 것이다.
류한빈을 노려보며 이계인들이 수군거 렸다.
“……그런데 레벨이 왜 저래?
레벨 6?”
“신기하네. 발타라 야만족들은 저런 능력도 가지고 있나?”
“그런 소린 못 들었는데. 혹시 적합자 아냐?”
“여신의 사도라잖아. 절대 그럴리는 없지.”
“화신이 뭔가 한 게 아닐까, 진짜 실력 감추려고?”
“어쨌건, 실제론 더럽게 센 놈맞지? 그럼 됐어!”
긴장한 이계인들의 눈동자에 서서히 탐욕의 빛이 떠오른다.
명백한 살인 욕망이었다.
류한빈이나 키비에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일행은 레벨이 명확하다.
다들 레벨 90이 넘고, 심지어 레벨 112의 영술사도 있다.
“위험한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쾌락 보상도 엄청나겠지!”
“흐흐 ?&.”
…, , ?? ?
“손맛 죽이겠는데?”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이계인들이 한빈 일행을 좌우로 포위해 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류한빈은 고소를 지었다.
‘나 원 참.’
따져 보면 원한 따위 전혀 없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조종당하는 가련한 처지에, 심지어 같은 지구 출신이기까지하다.
이쯤 되면 동병상련이 느껴질 법도 한데…….
‘척 봐도 살려 둬서는 안 되는 놈들뿐이네.’
사방에서 쏟아지는 놈들의 살기가 썩은 피처럼 끈적끈적하다.
‘대체 얼마나 많은 살인을 저질렀기에 이 정도인 거야?’
순간 이계인들이 일제히 몸을 날렸다.
“타아아앗!”
20대 초반의 갈색 머리 사내가 블레이드 오러를 길게 내리쳤다.
자색의 검광이 류한빈의 어깨를 노렸다.
“타아앗!”
재빨리 기간트를 들어 한빈도 마주 올려쳤다.
“헙!”
검이 서로 충돌하며, 공격한 이계인이 도리어 튕겨 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자세를 바로 했다.
애초에 튕겨 나갈 줄 알고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틈에 다섯 명의 이계인이 류한빈의 전후좌우를 포위했다.
“자리 잡았다, 락시아!”
“좋아! 천공의 징벌, 라이트닝스트라이크!”
인도계 여성으로 보이는 이계인 마법사가 곧바로 허공에 손을 뻗었다.
우르릉!
뇌격의 창이 한빈을 향해 내리 꽂혔다.
그러나 명중하진 않았다.
“흥!”
코웃음과 함께 류한빈이 뇌격의 창에 블레이드 오러를 냅다 꽂은 것이다.
콰콰콰쾅!
시뻘건 오러의 불길이 소용돌이 치며 뇌전을 뒤덮어 우렁찬 폭음으로 바꿨다.
기껏 날린 마법이 칼질 한 방에 무효화되자 락시아가 입을 삐죽였다.
“쳇, 역시 이 정도론 안 먹히나?”
선수를 쳤던 갈색 머리 이계인, 표트르가 어깨를 으쓱였다.
“첫술에 배부를 리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잖아.”
류한빈의 놀라운 무위에도 하나 같이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미 이들은 상대의 진짜 실력에 대해 충분히 숙지한 뒤 투입된 것이다.
전원 레벨 100이 넘는 데다 전사 둘에 마검사 둘, 마법사와 영술사가 보조하는 완벽에 가까운 전투 구성이었다.
류한빈을 충분히 높이 평가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아니, 내 실력뿐만이 아닌가?’
다른 일행 쪽을 힐끔거리며 한 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알티아여, 당신의 빛이 내 손에 임하게 하소서!”
레온하트는 찬란한 영술의 빛을 흩뿌리며 네 명의 이계인과 싸우고 있었다.
「종족 : 인간. 투사 lv. 101j
「종족 : 인간. 마검사 1V. 98j
「종족 : 인간. 마법사 lv. 99j
「종족 : 인간. 영술사 1V. 93j 류한빈 쪽보다 숫자도 적고 레벨도 조금 더 낮은 편이었다.
그래도 전투 조합 자체는 준수해, 레온하트 역시 당장 어떻게 반격을 못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은 네 이계인은 키비에와 아티스, 에피르를 상대한다.
「종족 : 인간. 검사 lv. 96j
「종족 : 인간. 전사 lv. 95j
「종족 : 인간. 마검사 1V. 97j
「종족 : 인간. 마법사 1V. 95j 명백히 이계인 중에서는 하위레벨들이었고 영술사도 없었다.
무심코 한빈이 혀를 찼다.
“잘도 수준에 맞춰 배치했군.”
이계인들이 히죽거리며 웃었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척 보기만 해도 상대의 레벨을 알 수 있거든 ”
“너희 라트나 놈들처럼 신경 곤두세워 가며 힘들게 상대 실력을 어림짐작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물론 네놈과 어둠의 화신은 레벨을 잘 모르겠지만……
“다른 놈들은 확실하지.”
가이드라인을 지닌 이계인들답게, 한빈 일행의 레벨을 확인하고 자연스럽게 팀을 나눈 것이다.
“헙!”
동양인으로 보이는 이계인 하나가 고함을 지르며 창을 뻗어 왔다.
그는 특이하게 삼지창, 트라이 던트를 주 무기로 쓰고 있었다.
한빈도 맞서 나아가며 일격을 날렸다.
삼지창과 기간트가 허공에서 얽히며, 검고 붉은 오러가 충돌해 파문을 터트렸다.
쿠우우웅!
피지컬 차이가 워낙 심하니, 일대일이라면 류한빈의 압승이다.
손쉽게 상대를 밀어붙이며 그대로 반격을 날리려던 찰나였다.
표트르가 좌측으로 파고들며 소드 스킬을 발동했다.
-폭뢰 삼연검!
세 줄기 참격이 류한빈의 급소세 곳을 정확히 노렸다.
한빈이 인상을 썼다.
타이밍이 절묘해 몸을 뺄 수밖에 없었다.
‘쳇!’
옆으로 빠지며 그는 검을 비틀어 참격을 흘렸다.
그 틈에 이계인 마검사 두 명이 허공에 몸을 띄웠다.
요란한 기수식을 펼치며 저마다 포스를 발동한다.
-마검식 : 칼날 폭풍!
-마검식 : 광룡의 송곳니!
수십 자루의 검날이 소용돌이친다.
그 속을 빛으로 이루어진 드래곤의 형상이 넘나든다.
두 마검술이 얽히며 사방에 파괴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콰콰콰콰쾅!
성채 앞뜰이 갈아엎어지며 땅이 쩍쩍 갈라졌다.
두꺼운 성벽에 금이 가고 목조건물이 휩쓸려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런……
그 엄청난 위력 속에서 한빈은 완전히 발이 묶여 버렸다.
마검사들 역시 레벨 100이 넘다 보니 마검술의 위력도 어마어 마한 것이다.
최대한 방어를 굳히고 버티는 것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런 류한빈의 머리 위로 레벨 102의 마법사, 락시아의 폭염이 작렬한다.
“만물을 사르는 겁화, 헬라 플레어!”
시뻘건 불기둥이 한빈을 내리찍었다.
콰아아앙!
“크으윽!”
황급히 오러 실드를 펼쳐 직격을 피해 내며 류한빈은 혀를 내둘렀다.
‘정신없이 몰아치네, 진짜 정석대로잖아?’
역시 이놈들은 노련하다.
하긴, 악타룬에서 수십 년 동안 싸우기만 했으니 노련하지 않을 리가 없겠지.
‘하지만 나도 이젠 산전수전 다 겪었단 말이지!’
악타룬의 이계인들을 처음 상대하는 것도 아니다.
레온하트 밑에서 구르며 대인전의 요령 역시 충분히 습득했다.
한빈은 계속 방어를 굳혔다.
그렇게 정신을 집중해 놈들의 연계, 그 사이의 빈틈을 찾는다.
‘저기다!’
갑자기 한빈의 거구가 섬전처럼 움직였다.
단숨에 두 마검사의 사이를 꿰뚫더니, 그 뒤에 있는 표트르를 향해 절묘하게 기간트를 찔러 넣는다!
“헉!”
기습당한 표트르가 자기도 모르게 방어 태세를 취할 때였다.
한빈의 오른손이 사라지며 한 줄기 섬광이 되었다.
-찌르기!
붉은 빛이 허공을 가르며 주위의 대기를 모조리 찢어발긴다.
굉음이 연달아 터지며 처절한 비명이 메아리친다.
“으, 으아아악!”
한빈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제대로 한 방 먹였다!
‘좋아, 이걸로 일단 한 놈……
아쉽게도 상황은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만신창이가 된 표트르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의 전신엔 어느새 푸른 기류가 맴돌고 있었다.
오러가 아니라, 영술의 기류였다.
“괜찮나, 표트르?”
“헉헉, 어. 덕분에 살았다, 리처드스 ”
‘? 1? –
류한빈이 실망하며 혀를 찼다.
‘쳇, 역시 저 영술사가 문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