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39
월척의 기본은 좋은 떡밥 투척 (4)
레벨 102의 이계인, 리처드슨.
과연 레벨 100이 넘는 영술사의 기량은 보통이 아니었다.
류한빈의 ‘찌르기’가 작렬하는 그 찰나의 순간, 빠른 판단력으로 표트르에게 방호 영술을 건 것이다.
위력 역시 나무랄 데가 없어, 이제껏 그 어떤 적도 일격에 해치웠던 한빈의 ‘찌르기’조차 버텨내게 만들었다.
‘괜히 사람들이 다수의 전투에서 우선적으로 영술사부터 노리는 것이 아니네.’
류한빈이라고 그걸 몰라서 리처드슨의 존재를 무시한 건 아니고 그냥 기회가 안 왔을 뿐이지만.
항상 자신부터 노리는 만큼, 노련한 영술사들은 안전한 위치를 확보하는 것에 익숙한 것이다.
어쨌건 아쉬운 일이었다.
‘기껏 절호의 기회를 잡았나 했더니……
한편 표트르는 숨을 헐떡이며 다른 이계인들 곁으로 후퇴하는 중이 었다.
워낙 강렬한 일격이었다.
간신히 즉사만 피했을 뿐 전신이 만신창이였다.
리처드슨이 그에게 추가로 영술을 걸었다.
“알티아의 빛이여, 내 손에 임해 치유의 힘이 되소서.”
그리고 표트르의 몸 상태를 살피며 혀를 찼다.
“젠장, 상처 회복이 더디군. 잔존 오러가 얼마나 강한 거야, 이거?”
최고위 영술을 펼쳤는데도 기껏 해야 치명상을 벗어난 정도밖에 회복되지 않았다.
저 발타라 전사의 오러가 실로 방대하다는 증거였다.
류한빈을 노려보며 표트르가 대꾸했다.
“오러도 오러지만 기본적인 신체 능력이 너무 높아. 저놈, 대체 실제로는 몇 레벨이지?”
본인의 재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가이드라인의 능력치는 보통 레벨이 높아질수록 추가 상승치가 붙는다.
표트르의 경우엔 레벨 10당 근력 능력치가 2씩 추가로 붙었다.
레벨 1일 땐 2 오르던 수치가 레벨 11일 때는 4, 레벨 21일 땐 6인 식이었다.
레벨 50이 넘어가면 추가로 붙는 수치가 3으로 늘었으며, 레벨 100을 넘긴 시점에서 4로 늘었다.
근력 수치는 2레벨마다 오르니 레벨 100부터는 무려 28씩 증가 하는 것이다.
엄청난 상승폭 같지만, 레벨 100 이후로는 1레벨 올리는 데 몇 년씩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니 꼭 그렇다고 할 수만도 없다.
레벨 104 검사인 표트르의 근력 수치는 696.
순수한 근력만으로도 오러로 힘을 증폭시킨 레벨 60 전사와 맞상대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너무 쉽게 밀린 것이다.
신체 능력이 도대체 얼마나 강하기에 이 정도란 말인가?
“추정 레벨 120? 더 되는 것 같은데?”
하지만 또 싸우는 걸 보면 딱 그 정도인 것 같기도 했다.
신체 능력에 비해 오러 스킬 수준이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 기준이지만.
다른 이계인들도 고개를 저으며 류한빈을 노려보았다.
“어쨌건 보통 놈이 아닌 건 틀림 없다.”
“그 괴물의 후계자라잖아? 당연히 괴물이겠지.”
“크윽, 안 좋은 기억이……
아무래도 놈들 중엔 검왕 바오톨트와 직접 싸워 본 이도 있는 듯했다.
그럼에도 살아남았다면 정말 무시할 수 없는 강자 중의 강자일터.
‘장기전으로 가면 곤란한데 류한빈은 슬그머니 상황을 살폈다.
다른 일행의
레온하트는 4인의 이계인들을 상대로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전신을 우로보로스의 코트로 감싼 채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그 상태로 찬란한 영술의 빛을 발한다.
-엑토플라즘 자벨린!
수십 자루의 투창이 이계인 머리 위로 비처럼 쏟아졌다.
달려들던 놈들이 허겁지겁 방어 태세로 공세를 피해 냈다.
그 틈에 한 줄기 광풍이 되어 적들 사이로 파고든다.
“예센의 진노가 내 손에 임하노니!”
화염의 권을 양손에 피워 올리고…….
“나, 프렐류의 광풍이 되어 적을 치노라!”
바람을 타고 흐르며 연거푸 킥을 날린다!
“타아아앗!”
가공할 권격이 쉴 새 없이 이계인들을 노렸다.
하지만 놈들도 쉽사리 밀리지 않았다.
“이 정도로 통할 것 같나! 앙?”
고함을 터트리며, 커다란 철퇴와 방패로 무장한 중갑의 이계인 이 덤벼들었다.
철퇴와 방패 모두 가공할 오러의 기운이 맺혀 있다.
철퇴를 크게 휘둘러 레온하트의 돌진을 막은 뒤, 오러가 깃든 방패 모서리로 찍어 가며 오히려 반격에 나선다.
우우우웅!
방패가 휘둘릴 때마다 공기가 뭉개지는 굉음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전형적인 공격 일변도의 소드앤드 실드 스타일이었다.
레온하트의 등 뒤에선 날렵한 몸매의 이계인 여성이 달려들고 있었다.
-마검식 : 광희의 검무!
마검사 여인이 쌍검을 휘두를 때마다 무지갯빛 검광이 사방에 번득였다.
허와 실이 끝없이 교차되는 환검이었다.
아무리 레온하트라도 그 모든 허실을 다 파악할 순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연신 피하고 또 피했다.
그런 그의 움직임을 마법사가 막는다.
“대지여, 솟구쳐라! 어그레시브테라 스톤!”
암석의 송곳이 연신 돋아나 레온하트의 발밑을 어지럽혔다.
스텝이 꼬이는 것만으로도 움직임은 크게 제한되는 법이다.
동작이 무뎌진 레온하트의 좌우로 두 이계인이 파고들며 쾌재를 올렸다.
“걸렸구나, 이 라트나 놈’!”
그때 였다.
“걸린 건 네놈들이다!”
회심의 미소와 함께 레온하트가 양손을 좌우로 떨쳤다.
“흑암의 창!”
밀리는 척하며 일부러 거리를 좁히게 만든 뒤 필살의 일격을 날린 것이다.
두 줄기 암흑이 각자의 어깨와 허벅지를 그대로 베고 지나갔다.
“큭!”
“크억!”
신음과 함께, 덤벼들던 이계인들이 뒤로 튕겨 나갔다.
아슬아슬하게 몸을 틀어 팔다리가 끊어지는 일은 막았지만, 상처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진다.
이걸로 전투 능력은 확실히 소모되었을 터, 하지만 레온하트는 기뻐하지 않았다.
그를 상대하는 이계인들 중에는 영술사도 있다.
“예센의 불꽃 속에서 되살아날지어다!”
전황을 보조하던 레벨 93의 영술사가 곧바로 치유술을 펼쳤다.
레온하트의 잔존 영기 덕분에 완치는 무리지만 지혈 정도는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기껏 흑암의 창까지 날렸는데 부상 조금 입힌 게 전부인가?’
재차 레온하트를 포위해 가며 이계인들이 비릿하게 웃었다.
“영술권사라는 신기한 직종이 새로 생겼다는 소린 들었다만……
“싸워 보니 뭐 그렇게까지 신기하지만도 않은걸.”
“그냥 맷집 좋고 칼 안 쓰는 마검사잖아?”
솔직히 감탄하며 레온하트가 중얼 거렸다.
“정말이지 악타룬에서 기어 나온 것들은 만만치 않구나.”
키비에 측은 류한빈이나 레온하트보다는 상황이 나았다.
“타아앗!”
흑발의 미녀가 대지를 낮게 파고들며 장창을 찔러 간다.
칠흑의 오러가 연달아 허공을 수놓는다.
이계인 검사가 적색의 블레이드오러를 휘두르며 공세를 막아 냈다.
오러와 오러의 충격으로 빛의 파문이 차례로 퍼져 나갔다.
퍼퍼펑!
그 혼란한 틈을 타 미녀, 키비에가 창을 거두며 손을 뻗었다.
-오러 스트라이크!
의식의 사각으로 검은 오러탄이 은밀하게 파고들었다.
절묘한 심리의 허를 노린 것이기에 상대도 미처 대응하지 못했다.
옆구리에 충격을 받고 비틀거렸다.
“크윽!”
비틀거리며 가슴께에 큰 허점을 드러낸다.
하지만 키비에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대신 반대쪽으로 길게 창을 휘둘렀다.
“어딜 감히!”
칠흑의 창이 푸른 블레이드 오러와 격돌해 폭음을 일궜다.
콰아앙!
레벨 96의 이계인 검사가 그새 그녀의 등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숨통을 끊으려 했다간 오히려 기습을 허용했을 터였다.
“감이 좋군!”
혀를 차며 상대가 재차 검세를 퍼부었다.
그때 은발의 소녀가 쌍검을 휘두르며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마검식 : 울부짖는 뇌격!
불규칙적인 뇌전이, 불규칙적인 검세를 타고 동시에 내리꽂힌다!
우르릉!
당황하며 이계인 검사가 뒤로 물러섰다.
“이건 대체 뭐야?”
울부짖는 뇌격은 원래 다수의 전격을 흩뿌리는 마검술일 뿐이다.
그런데 저 은발의 소녀는 얼마나 검술이 뛰어난 건지, 무작위로 날뛰는 뇌전에 맞춰 쉴 새 없이 검기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의 정해진 소드 스킬만 쓰는 이계인에겐 정말 궁합이 좋지 않은 상대였다.
“진짜 희한한 방식으로 마검술을 쓰잖아?”
이계인 마검사가 혀를 내두르며 에피르를 막아섰다.
-마검식 : 작열의 불새!
화염의 새가 날개를 펼치며 쏘아졌다.
검술에서 밀린다면 차라리 마검술의 위력 자체로 밀어붙이는 편이 낫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과연 에피르도 계속 파고들지 못했다.
그녀가 쌍검으로 소드 패링을 펼치며 연신 물러섰다.
그 자리를 키비에가 메웠다.
-오러 스매시!
칠흑의 오러가 화염조를 그대로 갈랐다.
그리고 다시 에피르가 파고든다.
-마검식 : 뇌신의 질주!
단일 위력이 높은 오러 스킬로 상대의 공격을 파해한 뒤, 정교한 마검술로 받아치는 식이었다.
뇌격이 깃든 쌍검을 애써 받아내며 이계인들이 이를 갈았다.
“젠장! 얘는 뭔 검술이 이리 능숙하지?”
“우리처럼 늙지 않는 것도 아닐테니……
“진짜로 어린 걸 텐데?”
재능을 타고난 에피르는 원래부터 임기응변에 강했다.
키비에도 레온하트의 특훈 덕분에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치고, 빠지고, 거두고, 재차 파고들며 쉴 새 없이 연계를 이어간다.
손발이 척척 맞는 합공이었다.
“또 간다, 에피르!”
“네, 언니!”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이계인들은 금제 때문에 키비에에겐 함부로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수 없는 처지다.
덕분에 셋이나 되면서도 오히려 밀리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레벨 95의 이계인 마법사’, 샘 프레일은 이를 갈았다.
‘젠장, 저것들이 저대로 당해 버리면 안 되는데!’
하지만 정작 저들을 보조해야 할 자신이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
지금도 저 붉은 머리의 미청년과 치열한 마법전을 벌이는 중이니까.
“녹아내리는 광염, 플레임 인시너레이트!”
수십 개의 불꽃이 허공에서 연결되어 거대한 겁화로 화했다.
아티스가 발동한 레벨 90의 화염 마법이었다.
샘 프레일도 바로 방어 마법을 펼쳤다.
“피어오르는 북해의 권능, 프로 즌 오브!”
거대한 은빛 구슬이 냉기를 흩뿌리며 겁화의 연결을 끊었다.
그리고 즉각적인 반격에 나섰다.
“그대로 되돌려주마! 플레임 인시너레이트!”
똑같은 겁화가 이번엔 아티스 쪽으로 작렬했다.
아쉽게도 아티스는 샘처럼 빙계 마법으로 방어할 재주가 없었다.
대신 전신에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마도구를 발동한다!
“테라 서핑! 블링크!”
대지가 파도치며 아티스를 뒤로 밀어냈다.
동시에 그가 허공에서 사라져 다른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빈 땅에 불길이 작렬했다.
콰아아앙!
대지가 녹아내리며 화끈한 열기가 사방을 데웠다.
그러나 아티스는 이미 무사히 공세를 피한 후였다.
레벨 80의 대지 마법, 테라 서 핑에 공간 마법 블링크를 조합한 것이다.
“제법이군, 하지만 이래 봬도 이 빌어먹을 지옥에서 수십 년을 굴러먹은 몸이다!”
감탄하며 샘이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아티스도 지팡이를 겨눴다.
‘으, 화염 마법 말고는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들키면 안 되는데.’
이계인의 가이드라인은 상대의 마도구를 직접 ‘인식’하지 않으면 발동하지 않는다.
덕분에 여태 마법을 쓰는 척하며 몰래 마도구를 발동할 수 있었다.
계속 마법을 구사하며 아티스는 전황을 살폈다.
‘지금 상황이 어떻지?’
키비에와 에피르는 치고 빠지며 무난히 세 이계인을 상대하는 중이었다.
자신도 아직 마나에 여유가 있었다.
한동안은 평수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레온하트는 네명의 이계인을 상대로 그럭저럭 잘 싸우고 있다.
전체적으로 승기는 한빈 일행에게 있었다.
이대로 계속 싸우다 보면 결국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딱히 유리한 것도 아니야.’
현 상황에선 장기전 자체가 곧 한빈 일행의 패배다.
저쪽엔 악타룬의 이계인 말고도 에플렌과 요정왕국 정규군이 남아 있는 것이다.
기껏 이계인들을 해치워 봐야 싸울 힘이 남아 있지 않다면 저들에게 간단히 제압당할 뿐이겠지.
‘다행히 아직까지는 예상 내의상황이지만……
이계인의 참전은 의도한 바였다.
당연히 대처법도 마련해 놓았다.
문제는 그 대처법의 선결 조건.
초조한 눈으로 아티스는 류한빈 쪽을 노려보았다.
‘……아직이냐, 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