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47
지상 최강의 영술사(2) 여신의 축복을 받아 죽을 때까지 젊음을 유지하게 된 최강의 3인.
이는 단순히 노화가 진행되지 않는 정도가 아니다.
육체적, 정신적, 영적으로 항상 최전성기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당연히 저런 엄청난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며 뒤따르던 2인자나 3인자가 지지부진하게 제자리에 머무를 때, 자기들끼리만 쑥쑥 위로 올라갔을 테니까!
레온하트는 부르르 떨었다.
“젊음을 유지한다는 게 이렇게까지 엄청난 일이었나?”
당사자이면서도 미처 느끼지 못했다.
그는 아직 여신의 축복을 받은지 몇 년 지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정상적인 나이였다면 이렇게 레벨이 순조롭게 오르진 않았겠군, 나 역시.’
홀리엔의 레벨이 저토록 높은 것도 이해가 갔다.
라트나의 요정족은 인간족보다 레벨 성장 속도가 더디다.
드래곤과 마찬가지로 수명이 몇 배나 기니까.
반면, 실력 상승 곡선은 드래곤과는 좀 달랐다.
님프족의 경우 소년기에 해당하는 100살 전후까진 거의 기량이 오르지 않는다.
그러다가 성숙기에 해당하는 150살까지 인간과 비등한 속도로 실력을 키우고, 완숙기에 해당하는 그 이후부터는 또다시 레벨 상승이 급격히 둔화된다.
그리고 250살이 넘어 노화기에 접어들면 완전히 멈춰 버린다.
현재 알려진 요정왕비의 나이는 203세, 완숙기에 해당한다.
원래대로라면 급격히 레벨 상승이 느려졌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전성기로 돌아갔다면, 계속해 실력을 키울 수 있었겠지.’
님프족은 겉보기엔 성숙기나 완숙기나 별 차이 없이 젊고 아름답기에, 미처 생각지 못했다.
‘젠장, 따져 보면 충분히 추측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검왕 바오톨트는 추정 레벨이 무려 170에 달하는 신수 크루스머르그를 퇴치했다.
그리고 최강의 3인은 검왕과 동급의 강자로 평가받는 이들.
바오톨트가 최강이긴 했지만 그 격차는 심하지 않다.
그런 이들의 레벨이 고작 130대 언저리일 리가 없는 것이다.
‘검왕의 사망 소식이 너무 충격이라 미처 생각이 미치지 않았어.’
레온하트가 원망스러운 듯 키비에를 돌아보았다.
“당사자인 제가 할 소린 아닙니다만, 필멸자에게 너무 엄청난 무기를 쥐여 주신 것 아닙니까?”
키비에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여신들이라고 저걸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 정도 혜택은 주어야 마신의지속적인 공습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당시의 우리는 ”
그래서 12년에 한 번씩, 세계의 균형을 깨지 않는 수준에서 계속 축복을 내려 라트나의 수호자로 삼았다.
설마 여신의 피조물이 그 힘으로 여신에게 반기를 들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하고.
“어쨌거나, 한빈 저 친구가 잘못 본 건 아니군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 레온 하트는 다시 전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제 와서 꼬리 말고 도망칠수도 없으니……
더더욱 유심히 살펴 어떻게든 약점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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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초월자의 가공할 영술에 힘입어 알렌디아군은 밤의 마물들과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승기를 잡은 것은 아니었다.
역시 마물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평균 레벨도 너무 높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전황이 밀리기 시작했다.
홀리엔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상대보다 강력한 전력으로 적을 유린하는 것이 승리의 본질.
지형을 선점하고, 정보를 확보하고, 이길 만한 상황에서만 싸움을 거는 것이 진정한 명장의 조건이다.
하지만 민중은 약자가 강자를 해치우는 것에 열광한다.
삼백 명으로 수천의 적군과 싸울 때, 12척의 배로 133척의 적선을 물리칠 때, 단신으로 적진을 활보하며 무쌍의 신위를 선보일 때 환호를 터트리고 찬사를 보낸다.
그래서 일부러 적당한 수준의 병력만 끌고 왔다.
이 전투의 진정한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민심을 달래는 것이었으니까.
이쪽이 생사초월자의 위명을 더 더욱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래 놓고 패배해 버리면 위명이고 뭐고 없겠지만.’
등은 이미 떠밀어 줬다.
이제 적절히 판을 깔아 줄 차례다.
홀리엔이 한 번 더 양팔을 좌우로 펼쳤다.
“알티아의 광휘여! 내 손에 임해 세계를 밝힐지어다!”
방대한 프라나가 권능의 빛이 되어 전장으로 뿜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실로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난전이었다.
사방에서 마물의 울음소리와 기사들의 외침이 뒤섞여 울렸다.
크아아아!
크e el
“버텨라!”
“결코 물러서지 마라!”
눈앞의 그레이트 오크를 길게 베어 넘긴 뒤 헌터 한 명이 혀를 찼다.
“젠장, 이렇게 될 바엔 그냥 방어진 치고 기다리는 게 나았을 텐데……
주위 어딜 둘러봐도 피와 시체, 마물들뿐이 었다.
아군이 이기고 있는지, 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헌터 하나가 이해 못 하겠다는 듯 이를 갈았다.
“내 말이! 왜 굳이 정면 승부를 건 거야? 어차피 놈들은 알아서 몰려올 텐데!”
알렌디아군은 미리 튜리콘 평야에 진지를 꾸리고 있었다.
적의 습격에 맞서 지형을 선점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리고 밤의 마물들은 나타나자마자 모두 눈이 시뻘게져 무모한 돌격을 감행했다.
광기에 물들어 무작정 돌진하는 마물들을 상대로, 굳이 들판 한가운데서 회전(會戰)을 벌일 필요는 전혀 없다.
차라리 방어진지를 구성하고 농성으로 대응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것이다.
“아니, 생사초월자 정도 되는 이가 이런 기본적인 전술 상식도 모르고 있었단 말이야?”
“이거 줄을 잘못 선 건가?”
헌터들이 불안해할 때였다.
파아아앗
빛이 튜리콘 평야를 뒤덮었다.
어마어마한 범위의 전장 전역을, 빛의 장막이 파도를 치며 휩쓸어 간다.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광막이 마물과 알렌디아군을 갈라놓고 눈부신 벽이 되어 빛난다.
“자, 토대를 다졌으니 W중얼거리며 홀리엔은 마저 수인을 맺었다.
헌터들의 오해와 달리 그녀는 전략 전술에 문외한이 아니었다.
전문적인 군 지휘관만은 못하겠지만, 기본 상식 정도는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다.
적절한 지형을 선택해 진지를 구축한 뒤 적재적소에 병력을 배치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점을, 그녀가 왜 모를까?
그럼에도 일부러 전군을 들판으로 내몰았다.
지금부터 펼쳐질 이 수법을 위해서.
“나, 이 땅에 여왕의 권위를 세우노라!”
양손을 합장하며 그녀가 영술을 완성 시켰다.
-고유 영술 : 천변만화(千變M 化)의 성채!
우르릉!
굉음과 함께 빛의 장막이 요동쳤다.
그리고 순식간에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병사들과 마물들 사이로 거대한 성벽이 우뚝 선다.
벌벌 떨며 화살을 날리던 궁사들의 발밑에 높은 탑이 솟구친다.
대지가 갈라지며 해자가 파여 빛의 격류가 소용돌이친다.
휘말린 마물들의 움직임이 급격히 느려지며,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륵?
크에에엑!
정신없이 뒤섞여 싸우던 양측의 진영이 확실히 분리가 되었다.
궁사들도 탑의 창문에 서서 마물들을 내려다보는 처지가 되었다.
당황한 알렌디아군이 주위를 돌아보며 웅성거렸다.
“이건 대체?”
“영술 장벽인가?”
“뭔 장벽이 이렇게 커? 이건 숫제 성이잖아!”
말 그대로였다.
그것은 더 이상 벽도, 미로도 아니 었다.
장장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빛의 요새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양손을 내리며 홀리엔이 빙그레웃었다.
‘이번 성채는 제법 근사하게 뽑혔는데?’
적재적소에 병력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병력이 배치된 곳을 적재적소로 만든다.
생사초월자의 고유 영술, 천변만화의 성채의 권능이었다.
이것이 있기에 일부러 알렌디아군을 마물들과 정면으로 맞붙인 것이다.
공격을 먼저 시키고, 방어를 나중에 할 수 있으니까.
“보아라!”
“왕비님께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
굳이 기사들의 외침이 없더라도 모두 상황을 이해했다.
더 이상 들판에서 난전을 벌이는 상황이 아니다.
완벽한 요새에 틀어박혀 적을 상대하는 입장이 되었다!
“와아아아!”
“왕비님 만세!”
“생사초월자 만세!”
단숨에 유리한 위치가 되어 버린 알렌디아군이 기세등등하게, 몰려오는 마물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튜리콘 평야 한복판에 우뚝 솟은 빛의 성채.
그 위풍당당한 광경을 바라보며 류한빈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와, 영술로 저런 짓도 할 수 있어?”
한국 전래 동화에 도깨비가 하룻밤 만에 개울에 돌다리를 놓았다는데, 저것과 비교하면 참 조촐한 기적이 아닌가?
동시에 의문도 들었다.
“뭐 하러 굳이 저런 짓을 하는 거야? 저런 짓을 할 수 있으면 그냥 그 힘으로 마물 다 쓸어버리고도 남았겠다.”
그러자 레온하트가 도리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되물었다.
“너희 이계인들은 이상하게 그런 식으로 생각하더군. 과학이란게 원래 그런 건가?”
“뭐가?”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걸 보고, 저걸 할 수 있으면 포도주를 물로 만들 수도 있지 않겠냐는 식으로 굴더라는 말이다. 마치 두 현상이 연계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어, 아니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아니다.”
물리적으로 생각하면, 돌을 부술 힘이 있다면 당연히 나무도 부술 수 있겠지.
하지만 라트나의 마법이나 영술은 그런 식이 아니다.
바위를 부수는 마법은 그저 바위만 부순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더 크고 더 단단한 바위를 부술 수는 있겠지만, 바위가 아닌 나무나 인간을 부술 순 없다.
그래서 레온하트의 위명이 그토록 드높은 것이다.
방어와 회복, 보조에 특화된 라트나의 영술을 공격 용도로 뒤바꾸는 업적을 남겼으니까.
“하긴, 내가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계인들과 자주 싸운 덕분이긴 하다만.”
그는 다시 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빛의 성채에 틀어박힌 채, 알렌디아군은 몰려오는 마물들을 차례차례 쳐부수고 있었다.
마물들에게 지휘관의 존재가 있었다면 성채 뒤쪽, 혼자나 다름없는 홀리엔의 텅 빈 진지를 노림으로써 역전을 꾀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놈들에겐 그 정도의 이 성이 없다.
그저 눈앞의 성채에만 무작정들이대고 또 들이댄다.
이제 승기는 확실하게 홀리엔 측으로 기울었다.
“이래서야 생사초월자가 더 이상 나설 일이 없겠군.”
난감해하며 레온하트가 턱을 긁었다.
“곤란하네, 본인이 직접 싸우는 방식도 확인해야 하는데……
홀리엔은 의아해하고 있었다.
“경험치가 들어오지 않네?”
수백 명이나 되는 아군에게 보조 영술을 걸고, 무려 고유 영술까지 써 가며 전장을 제공했다.
누가 봐도 전투의 주력으로 활약한 셈이다.
그런데도 가이드라인이 딱히 반응이 없었다.
“마물 레벨이 너무 낮아서 그런가?”
그런 것 같진 않았다.
가르한처럼, 제노비아와 홀리엔도 ‘거의 완전한 옴팔로스의 축복’을 취하자마자 이런저런 실험부터 해 보았다.
당시 레벨 68인 마물을 처치하자 경험치가 들어왔다.
정말 티끌만도 못하긴 했지만.
지금 쳐들어온 밤의 마물 중엔 간혹 레벨 80이 넘는 놈들도 있었으니, 레벨이 너무 낮아서는 아닐 것이다.
“아니면 직접 죽이지 않아서?”
이것도 이상하다.
레즐리의 설명에 따르면, 이계인 영술사는 전투를 보조하는 것만으로 경험치를 취한다 했다.
‘파티 플레이 모드일 경우엔 인원수에 따라 골고루 배분되고, 그게 아니면 전투에 참여한 만큼 비례적으로 경험치를 먹는다고 했지?’
파티 플레이 모드는 아니지만, 충분히 전투에 영향력을 미쳤는데 이걸 참여하지 않은 걸로 인식하진 않을 것 같다.
고민하던 홀리엔이 한발 앞으로 나섰다.
“어디, 직접 죽여 봐야겠다.”
그녀의 등 뒤로 눈부신 빛의 날개가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