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48
지상 최강의 영술사(3)한 줄기 섬광이 밤하늘로 솟구친다.
아름다운 드레스를 걸친 푸른 머리의 미녀가 눈부신 영술의 날개를 펼친 채 빛을 뿌리며 전장의 상공을 빠르게 날아간다.
한빈이 입을 쩍 벌렸다.
“와, 고위 영술사는 하늘도 막 날아?”
하긴, 레벨이 155나 되는데 뭔들 못하겠냐 싶긴 하다.
혹시 레온하트도 날아다니나 싶어 물어봤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난 저런 영술이 있는 줄도 몰랐다.”
아무래도 홀리엔만의 고유 영술인 듯했다.
적에게 비행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큰 수확이다.
은발의 소녀를 돌아보며 류한빈이 진지하게 말했다.
“나중에 에피르 타는 연습도 따로 해야겠는데?”
물론 어린 소녀 위로 올라타겠다는 천인공노할 개소리가 아니라, 와이번인 그녀를 타고 하늘을 나는 연습을 하겠다는 소리다.
바로 알아듣고 에피르도 주먹을 꽉 쥐었다.
“요새 비행 연습 별로 안 했는 데, 따로 수련을 해야겠네요.”
어쨌건, 이걸로 생사초월자가 직접 전장에 나섰다.
레온하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군. 좀 더 탐색을 할 수 있겠어.”
섬광은 순식간에 빛의 성채를 가로질렀다.
홀리엔의 모습을 본 알렌디아군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오 왕비님이시다!”
“요정왕비께서 직접 움직이셨어!”
귀하신 일국의 왕비가 손수 전장에 뛰어들었음에도 걱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싸우는 영술사 레온하트의 위명이 드높지만, 사실 홀리엔도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싸울 수 있다.
여태 그럴 필요가 별로 없었을 뿐이지.
모두 기대에 차 들판 너머로 날아가는 홀리엔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말로만 들었던 생사초월자의 진정한 실력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와아아!”
“모조리 죽여 버리세요!”
병사들의 응원을 뒤로한 채 홀리엔은 계속 날았다.
마물 무리의 상공까지 도달한 뒤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슬슬 놈들의 레벨이 가이드라인 위로 뜨기 시작했다.
‘종족 : 그레이트 오크. lv. 65j「종족 : 키메라 트롤. lv. 68j
「종족 : 레서 맨티코어. lv. 73jr종족 : 아크 리저드맨. 斤. 7이계인의 가이드라인처럼 종족별 추가 설명까지 뜨지는 않았다.
그녀가 취한 마신의 권능은 옴팔로스에게서 직접 받은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기능을 카피한 뒤 마신의 영향력을 지운 것이 전부오리지널처럼 다양한 스킬이나 추가 정보까지 입력되어 있지는 않은 것이다.
그래서 홀리엔이 스스로의 상태창을 확인하면 이렇게 뜬다.
r홀리엔 스트라우스 알렌디아: 영술사 lv. 155보유 스킬 : 확인 불가」
그녀의 영술은 죄다 스스로 터득한 것이지, 가이드라인에게서 받은 스킬이 아니니까.
그러니 여기서 레벨을 더 올린다고 이계인처럼 추가 스킬을 얻거나 하진 못한다.
‘얻을 필요도 없지만.’ 애당초 최강의 3인이 이계인의 능력을 노린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흡수’의 권능.
나머지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부산물에 불과하다.
이왕 얻은 능력이니 확인은 해야겠지만, 딱히 아쉬워할 이유도 없다.
공중을 선회하며 홀리엔은 차분히 마물 무리를 살폈다.
그녀를 발견한 마물들이 포효를 내질렀다.
크아아아!
동시에 초원 여기저기서 빛이 터졌다.
불길이 솟구치고 뇌전과 섬광이 연신 하늘을 뒤덮는다.
홀리엔을 노리고 사방에서 공세를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20미터가 넘는 상공의 적을 요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흥!”
코웃음을 치며 홀리엔이 오른손을 살짝 들었다.
빛의 장막이 펼쳐져 모든 공세를 간단히 쳐 냈다.
그녀가 가까운 레서 맨티코어 하나를 노려보았다.
‘어디, 실험을 해 볼까?’ 수인도 필요 없다.
의지만으로 영술이 발동되어 유백색의 거대한 칼날이 생성된다.
-엑토플라즘 블레이드!
칼날이 레서 맨티코어의 몸통을 관통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피하긴 고사하고 인식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폭음과 함께 마물의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폭사했다.
콰아앙!
가이드라인이 메시지를 띄웠다.
「lv. 73 레서 맨티코어 퇴치.
경험치 8,834,200을 획득했습니다.」
「현 경험치 :
813,742,500/438,290,845,700j
“이젠 경험치 들어오네.”
다시 봐도 참 어이가 없는 수치였다.
레벨 73을 해치우고 얻은 경험치가 880만인데,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4,300억?
홀리엔은 혀를 찼다.
“차라리 스스로 수련해서 강해지는 게 훨씬 빠르겠다.”
혹자는 880만이라고 하면 꽤 큰 숫자처럼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바꿔 보면?
자, 이제부터 880원씩 꼬박꼬박 저축해서 4,300만 원을 만드세요.
……어느 세월에?
의욕이 생길 리가 없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눈앞의 마물들이 레벨이 너무 낮은 탓이다.
동급의 마물들을 해치운다면 그만큼 경험치도 많이 들어올 것이고, 레벨도 좀 더 빨리 올릴 수 있겠지.
하지만 홀리엔은 그런 식으로 레벨을 올리는 데는 그리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올린 레벨에 의미를 둘 수 없는 탓이었다.
이계인처럼 새로운 스킬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기본 능력이나 조금 더 오르고 말 텐데…….
‘그게 강해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가이드라인으로 확인한 그녀의 능력치는 이렇다.
‘홀리엔 스트라우스 알렌디아: 영술사 lv. 155보유 스킬 : 확인 불가프라나 1,780, 영력 1,760, 집중력 1,280, 사고력 1,310, 정신력 1,480, 이해력 1,780.」
전사나 마검사와 달리, 영술사와 마법사는 근력이나 체력이 일반인과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마나와 프라나를 다루는 정신 계열 능력치가 올라간다.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가이드라 인을 지닌 이계인들의 경우에는.
“애초에 ‘사람의 정신’이라는 형이상학적 현상이 이런 식으로 명확하게 수치화될 리가 없잖아?
완전히 주먹구구식이지, 이거.”
원래 라트나의 레벨 개념은 그저 ‘이자가 이 정도의 신체 능력을 지니고, 이 정도의 기술 수련을 하고, 이 정도의 전투 경험을 쌓았으니 대충 이 정도의 실력자일 것이다.’라는 걸 대략적으로 보여 주는 지표일 뿐이었다.
라트나인이 측정석을 맹신하는 것 역시 절대 고장 나지 않고 대략적인 강함만큼은 정확하게 보여 준다는 의미이지, 레벨 그 자체를 맹신하진 않는다.
지구로 비유하면 무술 단증 같은 것이랄까?
그보다야 훨씬 정확하긴 하지만, 결코 절대적이진 않다.
실제 강함의 형태는 훨씬 다양하다.
힘은 약해도 스피드가 빠른 사람이 있고, 몸은 둔해도 힘이 세고 맷집이 좋은 사람도 있으며, 힘도 세고 몸도 날래지만 전투 기술을 제대로 터득하지 못한 이도 있다.
그런데 신체 능력을 멋대로 수치화한 뒤, 누가 누구보다 수치가 떨어지니 더 약할 거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실제로 제노비아나 가르한이 홀리엔보다 레벨은 낮게 떴지만, 그렇다고 일대일로 싸워서 그녀가 이기리란 보장은 없었다.
‘아니, 가장 레벨이 낮은 제노비아가 오히려 승률은 제일 높으려나?’
전투란 결코 단순하지 않고, 그날의 컨디션이나 순간의 상황 판단 등 무수한 변수가 있으니까.
경험치 숫자가 너무 커서 격차도 엄청나게 커 보이지만, 그래봤자 최강의 3인 레벨에선 종이한 장 차이일 뿐인 것이다.
하지만 이계인들은 저 레벨과 능력치를 무슨 절대적 기준인 것처럼 맹신한다.
그들 입장에선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계인은 경험치를 모아 레벨을 올리며, 레벨이 오를 때마다 능력치와 스킬도 똑같이 올라간다.
게다가 저 레벨을 올리는 행위가 바로 전투이니, 경험도 사실 비슷하게 쌓아 간다.
수치상에 변수가 없는 것이다.
모두가 똑같은 조건이니, 높은 레벨이 낮은 레벨보다 모든 점에서 월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스로의 재능과 노력으로 실력을 키우는 라트나인에게는 그저 무가치한 숫자 놀음일뿌마물 무리를 훑어보며 홀리엔은 중얼거렸다.
“어쨌거나, 이걸로 직접 죽이면 경험치가 들어온다는 건 확인이 되었고……
적어도 마물의 레벨이 너무 낮아서 들어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럼 아까는 왜?”
의아해하며 그녀가 마저 손가락을 까닥였다.
“어디, 좀 더 죽여 봐야겠네.”
*
*
*
푸른 머리의 미녀가 드레스 자락을 휘날리며 우아하게 밤하늘을 가로지른다.
가벼운 손짓만으로 무자비한 폭격이 이어진다.
-엑토플라즘 블레이드!
유백색의 칼날이 수십 자루씩 대지로 내리꽂혔다.
폭음이 터지며 마물들이 비명을 질러 댔다.
크아악!
캬악
그때마다 착실하게 가이드라인 이 메시지를 띄웠다.
「lv. 68 그레이트 오크 퇴치.
경험치 4,381,900을 획득했습니다.」
「현 경험치 :
818,124,400/438,290,845,700jrlv. 74 키메라 트롤 퇴치. 경험치 9,382,400을 획득했습니다.」
r 현 경험치 :
827,506,800/438,290,845,700jrlv. 78 아크 리저드맨 퇴치.
경험치 17,162,500을 획득했습니다.」
‘현 경험치 :
844,669,300/438,290,845,700j
“귀찮아. 신경 안 쓸래.”
홀리엔이 신경을 끄자마자 메시지 창이 시야 한쪽 귀퉁이로 멀어진다.
가이드라인의 메시지는 시전자의 의식에 따라 보이기도, 안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당연히 있어야 할 기능이었다.
한창 전투에 집중하는데 갑자기 빛의 화면이 눈앞을 휙 가리면 큰일이게?
집중력 팍 깨지고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경험치가 들어오는지 아닌지만 알면 되는데 굳이 숫자 따위 신경 쓸 필요 없지.’
그렇게 그녀는 다양한 영술을 펼쳐 마물들을 상대했다.
직접적인 공격도 해 보고, 엑토플라즘 거인을 소환해 대신 죽여도 보고, 정신을 제어해 서로 싸우게도 만든다.
전부 착실히 경험치가 들어왔다.
오직 알렌디아군에 보조 영술을 걸었을 때만 경험치가 안 들어온 것이다.
‘왜지? 무슨 기준인 거야, 이거?’
고민하던 홀리엔은 결론은 내렸다.
“에잉, 모르겠다.”
그새 싫증이 난 탓이었다.
평생 강대국의 왕비로만 살아오며, 심지어 천재로 태어나 영술조차도 너무 쉽게 익혀 온 홀리 엔이었다.
솔직히 인내심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닌 것이다.
심지어 본인도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 내 집중력이 1,280이라고? 도대체 뭘 기준으로 정한 거야, 이거?’
역시 가이드라인 따위 믿을 게 못 된다며 홀리엔은 비웃었다.
뭐, 이해는 간다.
저 능력치는 어디까지나 전투에 관련된 수치에 대충 비슷한 개념을 갖다 붙인 것뿐일 테니까.
‘그냥 영술 발동할 때의 집중력에만 한정되는 거겠지.’
사실 라트나의 측정석도 저런 의미에선 비슷하다.
헌터들이야 멋 부린답시고 ‘영혼의 강함’ 운운하지만, 실은 그냥 싸움에 관한 부분만이 파악된다.
정말 영혼의 강함이라면, 전투엔 문외한이더라도 강한 멘탈을 지닌 사람이 레벨이 높게 측정되게?
정신력이니 집중력이니 하는 단어에 현혹되면 곤란한 것이다.
“그럼 귀찮은 실험은 대충 접유유히 허공을 선회하며 홀리엔은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그녀가 직접 나선 것은 단순히 마신의 권능을 실험해 보기 위해 서만이 아니다.
이 싸움은 생사초월자가 밤의 이변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전투.
어차피 몸소 나설 필요는 있었다.
확실하게 힘을 보여 줘야 모두의 뇌리에 각인될 테니까.
“……어디 본격적으로 움직여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