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51
대책이 필요하다!(2)
원래 류한빈은 레온하트와 동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니, 실은 살짝 모자란 감이 없지 않았다.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분명히 패했었으니까.
하지만 어둠의 성물을 취하고 소화까지 제대로 시킨 지금은 상당히 차이가 난다.
“어둠의 성물 하나 얻은 걸로 실력이 이렇게까지 늘었잖아. 그럼 여섯 여신의 성물을 다 얻으면 훨씬 강해지는 거 아냐?”
말하다 말고 한빈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혹시 성물은 1인당 하나밖에 못 얻나?”
레온하트는 여신의 축복을 받은 바람에 어둠의 성물을 취해도 효과가 크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그에게 준 것이라고.
그렇다 해도 별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럼 다른 이들이 얻어도 되잖아? 불의 성물은 아티스 주고, 바람의 성물은 에피르 주고 하는 식으로……
말하다 말고 류한빈은 입을 다물었다.
‘아차, 다른 성전사장들이 있으니 그건 곤란하겠네.’ 불의 성전사장인 팔머나 바람의 성전사장인 메르딜이 있는데 아티스나 에피르에게 성물을 줄 리는 없겠지.
“어쨌거나, 성전사장들이 각자 섬기는 여신의 성물을 취하면 전력이 크게 높아질 것 같은데?”
그러자 키비에를 비롯한 여섯성전사장들이 류한빈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뭐랄까, 굉장히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렇죠, 참.”
“자네는 라트나인이 아니지?”
“너무 발타라스러워서 잠깐 잊고 있었군.”
“하긴, 이계인이 아니더라도 이런 비의까지는 보통 모르죠.”
당황한 한빈이 키비에에게 물었다.
“무슨 문제 있어? 혹시 성물이 딱 하나뿐인가?”
그녀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설명해 줄게. 너무 당연한 거라 설명해 줘야 한다는 생각도 못 했네.”
일단 여신의 성물이 여섯 개인 것은 맞다.
키브리엘처럼 다른 여신들도 저마다 자신의 성물을 지상에 뿌려 놓았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한빈 일행이 그것들을 취할 수는 없다.
“어둠의 신성이 침묵해 버리면서 다른 여신들도 속세의 영향력을 잃었어. 나 역시 여신들과 소통이 되질 않고. 이건 이미 알고 있지?”
“그래.”
“그러니까, 어둠의 성물을 제외한 다른 성물은 나도 정확한 위치를 몰라.”
물론 각 교단의 고문서를 샅샅이 뒤지다 보면 운 좋게 다른 성물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 봤자 소용없긴 마찬가지 다.
“여신의 허락을 구할 수 없으니까. 어둠의 화신인 내가 불이나 물의 성물을 허락할 순 없잖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들이 다른 여신의 성물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절대적인 이유가 있었다.
“성물은 한 시대에 오직 하나뿐이야. 두 개가 존재할 순 없어.”
어둠의 성물이 활성화된 지금, 다른 여신의 성물은 침묵을 지킬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상의 균형을 깨는 행위거드 ”
이해 못 하겠다는 듯 류한빈이 따졌다.
“어차피 세상이 멸망할 판이라면서? 세상이 깨지는 것보단 균형이 깨지는 게 낫지 않아?”
“그 부분이 네 착각이란 거야, 한빈.”
여신들은 세상의 균형을 깨지 않는 것이 아니다.
“깨지 못하는 것이지.”
세상의 균형을 수호하는 것은 여섯 여신들의 의무이자 존재 의의.
이는 절대적인 법칙이었다.
그래서 남은 다섯 여신들도 스스로를 봉인하면서까지, 침묵한 어둠의 영역을 보충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어서.
“이유까진 묻지 마. 나도 모른다는 거 알지?”
“아, 그건 알지.”
그동안 류한빈은 키비에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져 왔다.
마신 음팔로스의 정체라거나 여섯 여신과의 관계, 그리고 이 세계에 대한 의문 등등.
기껏 여신을 만나게 되었으니 그간의 호기심을 해소하고 싶었다.
하지만 키비에는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답해 주지 않았다.
본인도 모르거든.
필멸자에게 허락되지 않은 지식은, 화신에게도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설령 키브리엘의 신성이 멀쩡했다 해도, 어둠의 화신이 저런 지혜와 지식을 지닌 채 라트나에 강림할 수는 없었다.
“어쨌건 안 된다 이거지? 하긴, 따지고 보면 나도 할 수 있는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안 하진 않았겠네.”
실망하며 한빈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키비에가 그를 토닥였다.
“아니, 그래도 의견을 제시한건 잘한 거야.”
‘여신의 신탁 위조 작전’이라거나, ‘신전 및 성도 화살받이 작전’ 등은 분명히 류한빈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니 앞으로도 서슴없이 의견을 제시해 주었으면 해. 혹여 그럴듯한 전략이 떠오를지도 모르잖아.”
그때 레온하트가 진지한 어조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실제로도 효과가 있는 것 같군. 방금의 대화에서 실마리가 떠올랐거든.”
“어, 그래?”
기대하며 한빈이 눈을 빛냈다.
쓸모없는 헛소리로 끝난 줄 알았는데, 또다시 기상천외한 책략이 발견된 것인가!
“아니, 자네의 그 성물 타령은 쓸모없는 헛소리가 맞고.”
“메르딜 경의 말씀 말일세.”
메르딜은 류한빈에게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운 좋게 깨달음을 얻어 강해지길 기대하는 쪽이 더 현실적일 걸세.
사람이 하루아침에 강해질 수 없다는 의도로 한 말이었지만,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의미도 된다.
운 좋게 깨달음을 얻으면, 사람은 하루아침에도 강해질 수 있다!
다른 성전사장들을 돌아보며 레온하트가 말을 이었다.
“우리는 그런 행운을 기대하기 힘들지.”
여섯 성전사장들은 모두 균형 잡힌 강자들이고, 모든 면에서 고르게 경지를 올렸다.
이런 그들이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려면 실로 오랜 시간과 고된 수련이 따라 주어야 한다.
“하지만 자네만은 상황이 좀 다르지 않나, 한빈?”
류한빈은 눈을 껌벅였다.
“나만은…… 상황이 좀 다르다고?”
레온하트가 제안했다.
“잠깐 나와 대련을 좀 해 보지 않겠나?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
*
*
*
현재 홀리 퍼니셔가 은신해 있는 비밀 아지트는 요정왕국의 귀족, 데보른가의 별장이었다.
일가의 별장인 만큼 저택도 크고 뒤쪽에 대련을 하기에 충분한 공터도 마련되어 있다.
공터 중앙, 우로보로스의 코트로 무장한 레온하트와 기간트를 쥔 류한빈이 서로를 마주 보며 섰다.
검을 겨눈 채 한빈은 의아해했다.
‘뭘 또 확인하겠다는 거지‘?’
지금까지도 레온하트와의 대련은 주야장천 해 왔다.
아니, 당장 어제도 한창 어울리며 신나게 땀을 흘렸었다.
홀리 퍼니셔로 활동하지 않는 기간에도 수행은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다.
한빈은 다른 이계인처럼 매크로 걸어 놓고 신경 끄고 살 팔자가 못 되니까.
시간이 날 때마다 레온하트는 물론이고 다른 성전사장들과도 수시로 검을 나누며 실력을 쌓았다.
실전으로 붙으면 물론 자신이 압도하겠지만, 저들의 무술이며 전술 전략에는 실로 배울 것이 많았다.
다양한 상대와 싸워 보는 것 역시 검술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 만큼, 레온하트도 벌써 몇 번이나 류한빈과 대련을 해 온 상황이 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세를 취하며 레온하트가 프라 나를 끌어 올렸다.
그의 전신에 보이지 않는 기류가 맹렬히 소용돌이쳤다.
“기본적인 공방부터 시작하세.
서로 위험한 수는 자제하고.”
“알겠어.”
류한빈도 오러를 끌어냈다.
붉은 광채가 두꺼운 근육질의 육체 위로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둘 사이의 기류가 점점 거칠게 회오리쳤다.
그리고 그것이 정점에 오른 순간!
“타아아앗!”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격돌했다.
검과 권이 스쳐 지나간다.
프라나와 오러가 뒤엉켜 굉음을 터트린다.
한참을 싸우던 레온하트가 공세를 거두고 뒤로 물러섰다.
“그렇군, 내가 이걸 놓치고 있었어.”
굳이 쫓아가지 않고 한빈이 물었다.
“뭘 놓쳤다는 거지?”
레온하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추가로 요구했다.
“이봐, 한빈. 자네가 자신 있어하는 기본기 있지? 더 이상 기본기 같지도 않은 그거.”
“어, 찌르기랑 가로, 세로 베기?”
고개를 끄덕이며 레온하트가 손짓을 했다.
“그걸 써 보게.”
류한빈은 눈살을 찌푸렸다.
예전보다야 컨트롤이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저 기술들은 파괴력이 너무 높다.
“괜찮을까? 위험할 텐데.”
레온하트도 서로 목숨을 건 혈전을 벌이자는 의미로 한 말은 아니 었다.
“그러니까 그 기본 검술만을 써보라고. 다른 건 쓰지 말고.”
기술을 건다는 걸 미리 알고 있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의 경우 레온하트 스스로 치유할 수도 있다.
잔존 오러야 류한빈이 거둬 줄테니까.
“좋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태 레온 하트가 빈말을 한 적은 없었다.
그러니 믿고 따른다!
전신의 오러를 최대한 끌어내며 류한빈이 일 검을 길게 뻗었다.
_가로 베기!
붉은 섬광이 무자비하게 세상을 갈랐다.
동시에 가공할 폭풍이 터졌다.
-세로 베기!
대지가 뒤집어지고 하늘이 요동친다.
관전하고 있던 성전사장들도 기겁해 몸을 피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찌르기!
콰콰콰쾅!
폭음 사이로 레온하트는 가뿐히 공세를 피해 냈다.
그의 말대로, 미리 알고 있으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흥이 오른 듯 그가 소리를 질렀다.
“이제 투혼을 발동하게!”
한빈 역시 한창 흥이 올랐다.
그가 곧바로 전신의 오러를 폭증시 켰다.
“타아아아앗!”
커지고 커지며 한없이 방대해진 오러가…….
쿠쿠쿠쿵!
작아지고 작아지며 한없이 한 점으로 수렴되어 거대한 파괴의 폭발이 된다!
콰아아앙!
-투혼 발타란!
“아윽! 젠장! 역시 이거 더럽게 아파!”
이를 악물며 류한빈이 몸을 날렸다.
투혼이 깃든 검붉은 육체가 한 줄기 섬광이 되어 상대를 덮쳐갔다.
레온하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큭! 역시 이건 미리 알아도 감당할 수가 없나?”
감히 반격은 꿈도 못 꾸고, 그는 계속 물러나기만 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자 레온하트가 허공을 가리켰다.
“그 상태로 허공에, 자네가 할 수 있는 최강의 일격을 날리게!”
“알았다!”
투혼 발타란의 위력을 최대한일 검에 수렴한다.
그대로 영혼까지 깃든 검세를 펼친다.
가로 베기, 세로 베기, 찌르기.
이 모든 것을 일순간 발동하며 궁극의 파괴로 수렴한다!
쩌어어엉!
하늘이 갈라지며 뇌성을 토했다.
소용돌이가 휘몰아쳐 공터 전체를 덮쳐 갔다.
돌과 바위, 나무가 허공으로 떠올라 산산이 부서져 갔다.
투혼 발타란을 통해 펼쳐진 삼중십자격, 크로스 임팩트였다.
“그렇군, 이제 확실해졌다.”
레온하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류한빈을 돌아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거 참, 고장 난 가이드라인에 감사해야겠는데?”
“그게 무슨 소리지?”
물론 지금도 감사는 하고 있었다.
가이드라인이 멀쩡했다면, 류한 빈도 다른 이계인들처럼 살인 중독자가 되어 골골대고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레온하트는 그런 뉘앙스로 말한 것이 아니었다.
“레벨과 경험치에 연연하는 다른 이계인이었다면 불가능하겠지만……
정녕 기쁜 듯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의 자네라면 더 강해질 수 있어, 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