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55
주입식 검왕 만들기(2) 일주일 전, 대미궁 칼탄의 동쪽 입구가 위치한 라이온 록의 이스트 칼탄 요새.
총 열 명의 헌터 일행이 검문을 받고 있었다.
싱커즈에서 파견한 문지기 마법사들이 일행의 헌터증을 일일이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타워마운틴에서 활동하시던 분들이군요.”
“다들 대미궁 경험도 있으시고요.”
전원 레벨 80대의 특급 헌터들이었다.
이 정도면 헌터로선 거의 극에 달했다 할 수 있는 레벨인지라 문지기들도 존중을 보이고 있었다.
팀의 리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40대의 중년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노리는 곳은 대미궁의 중층이오. 그 근처 던전을 공략해 볼 생각이지.”
“하긴, 여러분의 레벨이라면 무모하다고 할 순 없겠군요.”
문지기들이 동굴로 들어가는 마법 장벽을 열어 주었다.
“여신들의 가호가 당신들에게 깃들기를.”
헌터 일행이 차례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걸어간 뒤, 충분히 거리가 멀어지자 일행의 모습이 변했다.
변장을 푼 한빈 일행과 여섯 성전사장들이 었다.
뒤를 돌아보며 에피르가 빙그레웃었다.
“참 쉽게도 통과했네요? 예전엔 던전 몰래 들어가려고 막 배낭속에 기어들어 가고 그랬는데.”
자신의 헌터증을 내려다보며 아티스가 너스레를 떨었다.
“역시 인맥이 든든하면 여러모로 편하다니까.”
헌터증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세르칼탄 헌터 길드 : 특급 헌터, lv. 81 마법사, 타리오 블레임이름도 레벨도 딴판이다.
위조 헌터증인 것이다.
워낙 유명인인 여섯 성전사장이나 검왕의 후계자가 정체를 드러낸 채 대미궁에 들어가면 당연히 최강의 3인에게도 알려지게 된다.
그래서 세르칼탄의 헌터 길드와 손잡고 헌터증을 위조해 신분을 숨겼다.
헌터증 위조는 중죄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죄를 벌할 세르칼탄의 길드장이 바로 홀리 퍼니셔의 협력자였으니까.
그렇게 신분을 위장하고 환영영술로 외모도 숨겼다.
문지기들이 한빈 일행보다 레벨이 낮았으니 환영술이 깨질 걱정은 없었다.
원래의 모습, 원래의 무장으로 돌아간 뒤 일행은 천천히 동굴을 따라 계속 내려갔다.
문득 류한빈이 한숨을 쉬며 물었다.
“그나저나, 정말 그 괴물을 상대해야 한다고?”
입구에서야 중층을 공략한다고 말했지만, 이들의 실제 목적지는 대미궁 칼탄의 최하층이다.
레온하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러도 검술도, 마냥 혼자서 반복한다고 늘지는 않는 법이니까.”
류한빈은 바위산에서 홀로 기본기만을 반복해 경지에 올랐다.
하지만 사실 허공에 똑같은 동작만 연습한다고 강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있어야지.”
바위산 시절엔 그런 상대가 있었다.
매번 적절하게 수준 맞춰 강해지는 마견들.
놈들이 없었다면 아무리 류한빈이 찌르기와 가로 베기, 세로 베기를 수만 번씩 되풀이하더라도 지금의 경지에 오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투혼 발타란은 그런 기본 검술과는 비교도 안 되는 고도의 수법이다. 그걸 강제로 터득하려면 평범한 방식으론 불가능해.”
류한빈을 일명 ‘주입식 검왕’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오러 특유의 속성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레온하트의 설명이었다.
“강력한, 투혼 발타란조차 초월할 정도로 방대한 오러를 지닌 상대가 필수다.”
그래서 이곳, 대미궁 칼탄으로 왔다.
칼탄의 삼신수를 찾기 위해서.
황금의 사자, 크루스머르그.
백은의 황소, 우투 크살릭.
청동의 대사?(大地), 이쉬클라핌.
“크루스머르그는 검왕이 죽였다. 그리고 이쉬클라핌은 마나와 프라나를 다루는 신수.”
반면 우투 크살릭은 오러에 특화된 신수였다.
“이놈과 싸워야 해.”
옆에서 듣고 있던 에피르가 어이없어하며 물었다.
“엥? 그게 무슨 소리예요?”
지금 이들은 생사초월자를 해치울 방법을 찾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레벨 155 영술사를 해치우기 위해서, 추정 레벨 170의 신수를 잡으라고요?”
그야, 레벨 170을 잡을 수 있다면 레벨 155도 간단하겠지.
그런데 그게 안 되니까 지금 고민인 거잖아?
레온하트가 실소를 흘렸다.
“난 한빈에게 신수를 잡으라는 말을 한 게 아니야.”
당연하다.
홀리엔 한 명으로도 쩔쩔매는 주제에 신수를 무슨 수로 해치워?
“신수를 ‘상대’하라고 했지.”
?
?
*
땅을 박차며 류한빈이 날아올랐다.
단숨에 5미터 가까이 뛰어올라 붉은 참격을 날린다.
-세로 베기!
날아드는 섬광을 향해 우투 크살릭도 반격을 가했다.
은빛 블레이드 오러가 반월의 형태로 붉은 섬광과 충돌한다.
오러와 오러가 맞물리며 빛의 파문이 터지고…….
파아아앗!
한빈이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커 억!”
지독한 통증 속에서도 그는 재빨리 자세를 가다듬고 오른손을 뻗었다.
-오러 스트라이크!
적색 오러탄이 우투 크살릭에게 작렬했다.
처음 연습할 땐 야구공만 했던 오러탄이지만 지금은 어지간한 볼링공만 한 사이즈.
그만큼 위력도 훨씬 올라갔다.
장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앙!
뭐, 그래 봤자 상대에게 흠집하나 못 내긴 마찬가지였지만.
‘상관없어!’
폭풍에 몸을 실어 류한빈은 더 더욱 몸을 뺐다.
애초에 도망칠 목적으로 터트렸던 것이다.
착지와 동시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뛴다.
그런 한빈의 등을 향해 우투 크살릭이 칼끝을 겨눈다.
웅웅웅!
굉음과 함께 검극에 오러의 구가 맺혔다.
-오러 스트라이크!
직경 2미터가 넘는 엄청난 크기의 오러탄이 허공을 갈랐다.
풍기는 기운만으로도 맞으면 즉 사 확정이었다.
심지어, 그런 오러탄이 한둘이 아니다!
콰콰콰쾅!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건물이 연신 무너지며 회오리가 솟구쳤다.
그럼에도 류한빈은 용케 폭발사이로 뛰고 있었다.
‘난 원래 참격보다 폭격 피하는 게 더 능숙하거든!’
지그재그로 뛰어 계속해 위치를 바꾸며 상대를 현혹시킨다.
“헉! 헉헉!”
그렇게 한빈은 폐허가 된 지하도시를 가로질렀다.
이윽고 커다란 둥근 돔이 눈앞에 보였다.
그의 두 눈이 생기로 빛났다.
‘도, 도착했다!’
반파된 돔 여기저기서 한 무리의 일행이 모습을 드러낸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아티스와 에피르, 그리고 여섯 성전사장들이었다.
“왔다!”
“한빈이야!”
“우투 크살릭이다!”
류한빈이 돔의 동쪽 입구를 통해 광장으로 빠져나온다.
우투 크살릭이 느긋하게 그의 뒤를 쫓는다.
막 은빛의 황소가 아치형 게이 트를 통과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우투 크살릭의 발치에서 빛의 문양이 솟구쳤다.
미리 설치해 놓은 다중 결계진이었다.
결계의 힘이 신수의 발을 묶고, 힘을 억제하고, 움직임을 제압한다!
“걸렸다!”
레온하트가 소리쳤다.
“전원 공격!”
블레이드 오러와 마검술, 강력한 폭염 마법이 정신없이 우투크살릭에게 쏟아졌다.
지하 공동의 하늘로 오색 찬연한 섬광이 연달아 터졌다.
콰콰콰쾅!
시야를 가득 메우는 이 요란한 공세 속에서 우투 크살릭은 고개를 갸웃거 렸다.
“??????음무?”
살짝 귀엽게까지 들리는 묘한 울음소리 였다.
그가 이제껏 쫓아온 ‘쥐새끼’는 제법 가지고 놀 만한 사냥감이었다.
반면 이 ‘쥐새끼만도 못한 하루 살이들’은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우투 크살릭은 생각했다.
뭔지 모르겠으니, 그냥 지나가자.
그저 발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 결계가 일제히 깨져 나갔다.
파지직! 콰콰쾅!
공세를 퍼붓던 성전사장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으아……
“저게 저렇게 쉽게?”
“레벨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이긴 한데, 그래도 그렇지……
우투 크살릭은 고개를 들었다.
‘발밑의 돌부리’는 건너왔으니 이제 눈앞의 ‘하루살이’들을 치울 때였다.
황소가 앞발을 들어 땅을 강하게 찍었다.
은빛의 오러가 파문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황급히 여섯 성전사장들과 에피르가 몸을 날렸다.
“컥!”
“피, 피해!”
거대한 은빛 파도가 해일처럼 몰아닥치며 모든 것을 파괴한다.
워낙 강렬한 공격이라 피하기만도 벅차다.
어느새 오러의 파동이 에피르와 성전사장들을 뒤덮어 갔다.
그때 였다.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모두가 순간적으로 수십 미터너머로 순간 이동해 다시 나타났다.
미리 준비해 둔 아티팩트를 발동한 덕이었다.
이들도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피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않았던 것이다.
워낙 레벨 격차가 심하니까.
그래서 미리 블링크용 마도구를 잔뜩 구입해 타이밍 맞추는 연습을 충실히 해 왔다.
단거리 순간 이동 마법, 블링크는 시전자의 시야에 따라 방향을 정한 뒤 일정 거리 이상을 무작위로 이동시킨다.
정확하게 목표 지점으로 이동할 수 없어 공격용으로는 쓸 수 없지만, 거리를 벌리는 데는 꽤나 유용한 것이다.
간신히 범위 밖으로 벗어난 이들이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
“다들 무사한가?”
“그럼 다시 간다!”
여섯 성전사장들과 아티스, 에피르까지 동원되어 사방에서 공세를 퍼붓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우투 크살릭은 생각했다.
놈들이 생각보다 빨랐다.
저들의 평가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아, 하루살이가 아니라 날파리였구나.
그래서 이번엔 조금 더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3미터에 달하는 대검이 두 개의원을 그리며 은빛 블레이드 오러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오러 블래스트!
날아드는 빛의 참격을 본 성전사장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으윽…..”
“젠장!”
실로 가공할 파괴력이었다.
류한빈 정도 되니까 저걸 맞고 ‘즉사’로 끝나지, 자신들이 맞으면 증발해 버려도 이상하지 않다!
이번에도 전력으로 도주했다.
과연 다들 레벨 90이 넘는 강자들이라 단숨에 30미터 이상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신장이 5미터가 넘는 우투 크살릭에게 30미터는 고작 몇 걸음일 뿐.
은빛의 블레이드 오러가 저들을 뒤덮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다들 치를 떨며 다시 아티팩트를 발동했다.
“블링크!”
“블링크!”
이번에도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
워낙 신수의 기운이 강력하다 보니 발동한 블링크 마도구가 곧바로 망가져 버린다!
화르륵!
불타 허물어지는 블링크 반지를 바라보며 에피르는 기겁했다.
“벌써? 사용 횟수 30회도 더 남았는데!”
그녀는 재빨리 고장 난 반지를 버리고 손가락에 다른 반지를 끼웠다.
같은 종류의 블링크 반지였다.
애초에 이리될 줄 예상은 했던 것이다.
이들이 블링크 반지를 ‘잔뜩’ 구입한 이유였다.
‘설마 한두 번 만에 망가질 줄은 몰랐지만.’
이래서야 도망 한 번 칠 때마다 금화를 길바닥에 버리는 셈이다.
‘그래도 죽는 것보다야 낫지!’
정신을 집중하며 에피르가 재차 우투 크살릭에게 덤벼들었다.
“하아아압!”
*
*
*
한편 류한빈은 숨을 고르고 있었다.
“ 후우??????
호흡을 안정시키고 육체를 이완시키며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 올린다.
고작 몇 분에 불과하지만, 동료들이 목숨을 걸고 값비싼 아티팩트 펑펑 녹여 가며 겨우 마련해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걸 허투루 보낼 수는 절대 없다!
“타아아앗!”
만전의 상태로 그는 모든 오러를 최대한 끌어 올렸다.
그리고 장대한 폭발과 함께 그 힘을 전신에 머금었다.
-투혼 발타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