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68
kill the queen(l)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칠흑의 밤하늘이 진홍의 아지랑이로 바뀌며 협곡 전체가 요동을 쳤다.
우르릉!
바위 곳곳이 갈라지며 불을 토한다.
솟구친 불길이 화룡의 형상이 되어 대지로 흐른다.
이내 굉음과 함께 화염의 해일이 소환령 군단을 덮쳤다.
콰콰콰쾅!
수많은 암석 거인들이 곤죽이 되어 녹아 간다.
수백의 폭풍령들이 열기에 휩쓸려 산산이 흩어진다.
주위를 둘러보던 홀리엔의 안색이 살짝 굳었다.
“이건??????
수백에 달하던 소환령들이 순식간에 소멸되어 버렸다.
황당한 일이었다.
레벨 155의 영술사가 프라나를 한껏 부여해 강화될 대로 강화된 소환령 군단이 이렇게 쉽게 무너진다고?
‘대체 결계의 위력이 어느 정도 이기에?’ 그뿐만이 아니다.
대지를 휩쓴 아홉 마리의 화룡이 머리를 쳐들고 허공으로 불의 숨결을 뿜어낸다.
아홉 줄기의 불길이 협곡 전체를 감싸며 하늘까지 뒤덮어 간다.
콰아아아!
이내 거대한 화염의 돔이 협곡상공을 봉인해 버렸다.
어깨를 짓누르는 강대한 압박감을 느끼며, 홀리엔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이 결계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데아 엑스 아포칼립시스!”
?
*
*
던전이나 이계인이 존재치 않았던, 인간이나 요정족도 지금처럼 강하지 않았던 고대.
당시 라트나 최강의 생물체는 틀림없이 드래곤이었다.
강력한 육체와 정기를 타고나며 ‘용의 권능’마저 지닌 그들은, 다른 종족을 크게 추월하며 발전해 갔다.
오러도 마법도 영술도 모두 드래곤만의 것이었으며, 마검술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대.
그 시절에 염룡왕이라 불리던 최강의 드래곤이 있었다.
싱커즈를 세운 시초이기도 한 그가 말년에 창시한 최대 최강의 억제 결계.
그것이 지금 아티스가 펼친 대파멸겁화진, 데아 엑스 아포칼립시 스 였다.
사방의 열기를 피해 물러나며 홀리엔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걸 어떻게 이놈들이?’
염룡왕의 비전(秘傳)을 저들이 알고 있는 건 그리 이상할 것이 없다.
용족의 창조주인 키브리엘을 섬기는 어둠의 교단은 드래곤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악착같이 수집, 보관해 왔다.
그 속에 염룡왕의 지팡이나 대파멸겁화진도 분명 있었겠지.
그럼에도 여태 그녀는 저 결계에 대해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건 레벨 140 이상의 마법사나 시전할 수 있는 건데?”
염룡왕조차도 900살 이상이 되어서야 겨우 시전 가능한 궁극결계 였다.
그것도 인간이 아니라 드래곤 형태에서.
현재 라트나에서 이 결계를 발동할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 아크메이지 제노비아뿐인 것이다.
반면 저 붉은 머리의 마법사는 고작해야 레벨 94.
‘그냥 속임수?’
불신의 눈빛으로 홀리엔은 허공에 엑토플라즘 스피어를 날렸다.
수십 자루의 영술 투창이 화염의 장막을 강타해 대폭발을 일궜다.
불길은 뚫리지 않았다.
잠깐 흔들릴 뿐 이내 원상태로 돌아오며 강렬한 열기를 이어 간다.
“속임수는…… 아닌데.”
제대로 발동된 데아 엑스 아포칼립 시 스였다.
레벨 155의 영술사조차도 가둘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권능을 지닌.
장창을 쥔 채 키비에가 음흉한 미소를 보였다.
“놀란 모양이구나, 홀리엔.”
“이건 인정. 이번엔 진짜 놀랐어.”
굳은 얼굴로 홀리엔이 물었다.
“뭘 어떻게 한 거지?”
복잡한 발동 연산이야 미리 해두었다 치고, 결계 설치야 돈 펑펑 부어서 비싼 촉매 갖다 박았다 치자.
대체 이걸 발동시킬 방대한 마력은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
키비에의 미소가 더더욱 짙어졌다.
“적에게 일부러 이쪽 정보를 공개할 이유는 없잖아?”
하지만 홀리엔도 최강이란 칭호를 거저먹은 것은 아니다.
결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근원된 기운에 신경을 집중해 차분히 읽어 간다.
“……신수의 마령석?”
이내 그녀는 결계에 대해 파악해 냈다.
“그것도 우투 크살릭의 것인가?
그걸 도대체 무슨 수로 잡았지?”
프레드릭과 팔머가 고개를 저었다.
“역시 생사초월자……
“금방 파악해 버리는군.”
서서히 다가오며 사빈 아실이 입을 열었다.
“칼탄의 신수, 우투 크살릭의 마령석으로 설치한 궁극 결계다.
아무리 그대라도 이것까지 어찌할 순 없을걸.”
홀리엔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류한빈과 에피르, 여섯성전사장들이 자신을 포위하고 있었다.
당황한 사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것이다.
“당했군.”
쓴웃음을 지으며 홀리엔이 양손을 늘어트렸다.
프라나가 흘러넘쳐 주위의 열기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제부터가 진짜인 모양이구나.”
“물론이지.”
기간트를 겨누며 류한빈이 차가운 조소를 날렸다.
“설마, 지금까지 우리가 진지하게 싸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사빈 아실과 프레드릭이 홀리엔의 머리 위로 날아올랐다.
두 줄기 블레이드 오러가 찬란한 빛을 뿌렸다.
“타아앗!”
-오러 스플래시!
좌우로 팔머와 메르딜이 육중한 도끼질과 정교한 연격을 이어 가고…….
“예센의 진노를 받아라, 이단자!”
“여신의 징벌이로다!”
앞뒤로는 에피르와 안젤리카가 마검식을 펼친다.
콰콰콰쾅!
사방에서 오러와 마검술의 폭풍이 불어닥쳤다.
이 모든 공세를 홀리엔은 그저 제자리에서 모두 막아 냈다.
“흥! 이까짓 것쯤이야!”
-영술 방패 : 소론디의 철벽!
수십 개의 실드가 그녀의 주위를 생물체처럼 빙빙 돌며 모든 공격을 튕겨 냈다.
그리고 반격.
-영술 광휘 : 쏟아지는 달빛!
수십, 수백의 광창이 비가 되어 내린다.
그러나 당황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다들 기다렸다는 듯 범위 밖으로 벗어나며 방어 태세로 돌아섰다.
소드 패링을 펼치고, 방패를 들어 막고, 도끼날로 튕기며 완전히 피해 버린다.
“지금이다, 펠라드!”
“레온하트 공!”
처음부터 피해를 주기 위한 공격이 아니었다.
빈틈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었을 뿌류한빈과 레온하트가 땅을 박찼다.
-찌르기!
“키브리엘의 어둠이 내 손에 깃드노라!”
섬전처럼 불길 사이를 질주하며 붉은 섬광과 칠흑의 일 권을 찔러 넣는다.
이번에도 영술 방패가 저절로 움직여 공세를 가로막는다.
콰아앙
영술 방패가 박살 났다.
허겁지겁 홀리엔이 추가로 프라 나를 끌어 올렸다.
“알티아의 빛이여!”
영술 장벽이 솟구쳐 두 사람의 진로를 막았다.
아쉬워하며 류한빈과 레온하트가 몸을 틀었다.
홀리엔은 눈을 가늘게 떴다.
‘더 이상 여유 부릴 상황이 아니네.’
아까까지는 영술 방패 정도로도 저 둘의 공격을 손쉽게 방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데아 엑스 아포칼립시스가 펼쳐진 상태.
결계 탓에 영술의 위력이 대폭 낮아져 버렸다
‘일단 이 결계부터 어떻게 해야……
이 정도로 강력한 결계를 내부에서 부술 수는 없다.
일단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녀는 힐끔, 하늘에 펼쳐진 열기의 장막을 올려다보았다.
엑토플라즘 스피어는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프라나를 직접 전신에 휘감고 꿰뚫는다면, 그럭저럭 관통할 순 있을 것 같았다.
“프렐류의 날개가 내 등에 깃들 지니!”
홀리엔의 등 뒤로 빛의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푸른 섬광이 되어 그녀의 전신이 협곡 상공으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 날아오르나?’
그 모습을 본 류한빈이 소리쳤다.
“에피르! 연습한 거 써먹을 시간이다!”
“네!”
대꾸와 동시에 은발의 소녀가 공중제비를 넘었다.
입고 있던 경갑옷이 훌렁훌렁벗겨지며 단숨에 알몸으로 바뀐다.
“비기! 광속 탈의!”
이 속도를 내기 위해 얼마나 부단한 노력을 했던가?
그야말로 비기라는 이름에 손색이 없다!
덕분에 알몸의 미소녀가 불구덩이에 서 있는 묘한 광경이 잠시 연출되 었다.
물론 오래가지는 않았다.
곧바로 거대한 와이번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에피르! 발진합니다!”
대지를 박차며 에피르가 활개를쳐 날아올랐다.
류한빈과 레온하트도 재빨리 점프해 그녀의 등에 올라탔다.
에피르의 은빛 갈기를 한 손으로 붙잡은 채 류한빈이 혀를 내둘렀다.
“발진이란 단어는 또 어디서 배운 거야?”
?
*
*
협곡 전체를 뒤덮은 짙은 열기의 붉은 돔.
상공의 장막을 향해 홀리엔은 계속 상승했다.
이대로 전력으로 불길의 장막을 뚫고 통과하면 결계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처럼 간단하진 않았다.
“어림없다, 홀리엔!”
뒤에서 류한빈과 레온하트가 쫓아오고 있었다.
비행 속도는 그쪽이 아무래도 조금 더 빨랐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레온하트가 영술의 창을 날렸다.
-엑토플라즘 자벨린!
이대로라면 등을 내줄 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비행 궤도를 튼뒤 홀리엔이 영술의 창을 튕겨냈다.
그 틈에 에피르가 더더욱 가까이 날았다.
“펠라드 님!”
“알아!”
허벅지에 힘을 줘 자세를 고정하며 류한빈이 기간트를 높이 쳐들었다.
블레이드 오러를 최대한 끌어내며 옆으로 크게 벤다!
-오러 스매시!
10여 미터나 되는 붉은빛의 칼날이 홀리엔을 뒤덮어 갔다.
그녀가 인상을 썼다.
“고작 이따위로?”
-영술 기류 : 람니아나의 가호!
푸른 회오리가 일어나 붉은 오러를 모조리 흩어 놓았다.
레벨 100의 이계인을 일격에 즉사시킨 한빈의 초장거리 블레이드 오러조차도 그녀에겐 적당한 수준의 참격.
힘이 억제된 지금도 이 정도쯤은 막을 수 있다.
문제는 그러는 동안에 비행 속도가 팍 느려진다는 것이지만.
“지금이다, 레온하트!”
외침과 동시에 류한빈이 에피르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레온하트가 수인을 맺으며 영술을 펼쳤다.
-영술 방패 : 소론디의 철벽!
흑갈색의 빛의 방패 네 개가 허공에 생성된다.
한빈이 방패를 밟아 가며 허공을 박찼다.
“으랏차!”
일반적인 용법과 달리, 레온하트의 영술은 방어를 위한 것이 아니 었다.
발판용이었지.
류한빈의 거력으로 에피르를 박찼다간 그냥 척추 나가는 것이다.
공격 좀 하겠답시고 애먼 아군을 잡을 수야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건 마음껏 밟을 수 있지!’
콰아앙
영술 방패가 박살 나며 류한빈이 한 줄기 섬광이 되어 홀리엔에게 쇄도했다.
접근과 동시에 이중 사선 베기를 날린다!
“타아앗!”
레벨 6이 되어 얻은 가이드라인 스킬이 아니라, 한빈 본인이 직접 터득한 사선 베기였다.
수십 년간 영혼에까지 각인된 세 검기와 달리 ‘사선 베기 스킬’은 얻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이제 와서 레벨 6짜리 스킬 써봐야 별 위력이 없는 것이다.
차라리 수십 년간 직접 수행한 검술이 훨씬 뛰어나다.
뭐, 뛰어나다고 해 봐야 홀리엔에게 통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영술 방패로 간단히 사선 베기를 가로막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기술과 기술의 연결!’
성전사장들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한빈은 곧바로 연격을 이었다.
빈틈을 파고들며 그토록 이 갈리게 연습한 일격을 가한다!
-가로 베기!
붉은 섬광이 번뜩였다.
홀리엔이 주춤거리며 뒤로 밀렸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
어깨에서 서서히 핏물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사소한, 하지만 전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입은 진짜 상처.
그녀의 얼굴에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
“이 하찮은 것들이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