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69
kill the queen(2)
홀리엔의 어깨 부상은 순식간에 아물었다.
흉터조차 남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배어 나온 핏물조차 도로 회수해 버린다.
남은 것은 그저 살짝 찢어진 코트 조각뿐.
류한빈은 태연했다.
‘뭐, 저 정도겠지.’
이 정도로 생사초월자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 거라곤 어차피 기대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건 절호의 기회를 위한 지속적인 수 싸움.
‘계속해서 상황을 만들어 간다!’
한빈이 다시금 에피르의 등을 떠나 몸을 날렸다.
“타아앗!”
레온하트의 영술 방패를 짓밟아가며 연신 블레이드 오러를 뿌린다.
찌르기, 가로 베기, 세로 베기가 허공을 연달아 수놓는다.
배후에선 레온하트가 협공을 가했다.
영술권을 펼쳐 홀리엔의 전후좌우는 물론 상하까지 공략하며 몰아붙인다.
그리고 기회를 잡아 최강의 일격을 날린다.
-흑암의 창!
콰콰콰쾅!
아지랑이 가득한 붉은 하늘 위로 세 줄기 섬광이 몇 번이고 교차하며 충격파를 터트렸다.
“적당히 놀아 줬더니……
공세를 막아 가던 홀리엔의 미간이 점점 일그러졌다.
“주제도 모르고 감히 기어올라?”
그녀의 양손이 교차하며 복잡한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방대한 프라나가 빛이 되어 뿜어지며 권능으로 화했다.
-고유 영술 : 흩어지는 파열의 낙일불길의 장막 아래 또 하나의 태양이 떠오른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이내 한 줄기 섬광으로 변해 허공을 꿰뚫어간다.
쿠우우웅!
신수 우투 크살릭의 일격조차 우스워 보일 만큼 어마어마한 파괴력이 었다.
막 찌르기를 날리던 한빈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윽!’
제한적인 상황에서의 강함만을 추구한 그였다.
모든 상황에 대응할 만큼 폭넓은 강함을 지니고 있지는 않았다.
이건 피할 수 없다.
그러니까, 류한빈 혼자였다면.
“이 야압!”
어느새 날아온 에피르가 한빈의 굵직한 종아리를 덥석 물고 뒤로 빠졌다.
아슬아슬하게 섬광이 비껴 나가 장막과 충돌해 굉음을 터트렸다.
콰아앙
거꾸로 매달린 채 류한빈이 감사를 표했다.
“고맙다, 에피르!”
빙그레 웃으며 에피르가 겸양을 표했다.
“읍읍읍읍!”
뭐, 한빈을 물고 있느라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지만.
“퉤!”
에피르가 재빨리 입에 문 류한 빈을 뱉어 도로 등에 태웠다.
레온하트도 영술 방패를 타고 넘으며 그녀의 등에 올라탔다.
날아가는 에피르를 노려보며 홀리엔은 전략을 바꿨다.
‘저 와이번부터 처리해야겠네.’
자고로 장수를 쓰러뜨리려면 말부터 쏘라고 했다.
그녀가 양손을 교차해 영술 투창을 날렸다.
-엑토플라즘 스피어!
수십 자루의 투창이 쇄도했다.
이번에도 에피르는 우아한 호선을 그리며 모조리 피했다.
아무리 빠르고 정확해도 직선적인 공격은 전부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상대와의 거리만 충분하다면.
“다시 갑니다!”
멀어진 와이번이 협곡 상공을 크게 돌며 홀리엔에게 접근해 갔다.
또다시 영술 방패가 허공에 생성되고, 류한빈과 레온하트가 발판을 밟아 가며 그녀를 공격했다.
“타아아앗!”
이번엔 홀리엔도 방어에만 집중했다.
아까처럼 반격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저 멀리 홀로 남은 은빛 갈기의 와이번을 노려본다.
지금의 그녀는 이계인처럼 상대의 레벨을 볼 수 있다.
저 잘도 날아다니는 와이번의 레벨도 진작 확인했다.
「종족 : 와이번. lv. 51J 인간 소녀의 형태일 땐 레벨 96의 강력한 마검사이지만, 와이 번일 땐 고작해야 중급 몬스터일 뿐이 다-마검술을 전혀 못 쓸 테니까.
물론 와이번치곤 엄청난 레벨이지만, 그래 봤자다–엑토플라즘 체인!
유도 기능이 딸린 영술 사슬이 에피르를 향해 길게 뻗어 나갔다.
홀리엔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이번엔 대신 막아 주지 못하겠지?’ 과연, 류한빈이나 레온하트는 어찌하지 못했다.
대신 와이번 스스로 수를 썼다.
“오잇차!”
요상한 기합과 함께 에피르가 날개를 접고 뚝 떨어졌다.
동시에 인간의 모습으로 확 바뀌었다.
알몸의 소녀가 허공에서 기수식을 펼친다.
-마검식 : 비산하는 뇌광!
십여 자루 전격의 창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 날아드는 영술 사슬을 일제히 파괴해 버렸다.
파지지직!
레벨 51의 와이번은 엑토플라즘체인을 막지 못하지만, 레벨 96의 마검사는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변신!”
그러더니 퐁 하고 와이번으로 돌아와 도로 날아오른다.
홀리엔이 황당한 듯 입을 벌렸다.
“??????엥?”
와이번 상태에서 마검술 사용을 터득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온 에피르였다.
그럼에도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
아무리 그녀가 천재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더라도, 새로운 길의 개척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길이 막혀 답답해하며 에피르가 끙끙대고 있을 때였다.
무심코 류한빈이 한마디 던졌다.
“꼭 와이번 상태에서 마검술을 써야 하는 거야‘?”
“마검술을 쓰지 못하면 하늘을 날아다닐 때 너무 취약해진단 말이에요.”
“어쨌거나 전투 중에만 쓸 수 있으면 되는 거잖아?”
라트나인이 아닌 류한빈은 그만큼 라트나의 선입견에서도 자유롭다.
상식 밖의 헛소리라도, 진지하게 떠들 수 있는 재주가 있다는 의미다.
“그냥 인간으로 변신해서 마검술 쓰고, 도로 와이번으로 변신하면 안 되니?”
“??????아?”
*
*
*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황당해하며 홀리엔은 계속 영술공격을 날렸다.
그때마다 에피르는 계속 피했다.
인간 됐다가, 와이번 됐다가, 류한빈 태웠다가, 레온하트 태웠다가…….
“오잇차!”
오락가락하며 끝없이 비행과 마검술을 교차한다.
어찌나 타이밍이 절묘한지, 그냥 와이번 상태로 마검술 쓰는거나 다름없을 지경이었다.
레온하트가 감탄을 흘렸다.
“역시 얘는 내가 뭘 가르칠 게 없어. 혼자서도 알아서 잘한다니까!”
에피르의 활약에 힘입어, 류한 빈과 레온하트는 지속적으로 홀리엔을 방해해 갔다.
덕분에 결계를 뚫고 나간다는 그녀의 계획도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아무리 생사초월자라도 공중에서의 전투는, 사자가 물속으로 뛰어들어 피라냐와 싸우는 형국인 것이다.
물론 홀리엔은 평범한 사자가 아니지만, 에피르도 평범한 피라 냐가 아니다.
‘나 참, 붙잡기만 하면 한번에 으깨 죽일 수 있는데 붙잡을 수가 없나?’
게다가 지상 쪽도 문제였다.
결계를 조작하며 아티스가 시동어를 외친다.
“타올라라, 염룡왕의 불길이여!”
거대한 드래곤 형상의 불길이 용틀임하며 솟구쳤다.
인상을 쓰며 홀리엔은 손을 휘저어 화룡의 불길을 걷어 냈다.
그리고 지상을 내려다보며 투덜거렸다.
“이거 원래 이 정도까지 강력한 결계가 아닌데……
아무래도 우투 크살릭의 마령석덕분에 위력도 대폭 오른 듯했다.
지상의 공세는 비단 아티스만 날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키비에와 다섯 성전사장들도 저마다 협곡 여기저기에 위치해 결계 조작을 돕고 있었다.
“받아라, 이단자여!”
“발동! 염룡왕의 불길!”
아티스의 것을 포함해 도합 일곱 줄기의 화룡이 허공을 마음껏 누비며 열기의 파동을 발했다.
파동과 파동이 서로 겹치며 홀리엔의 프라나와 공명하기 시작했다.
웅웅웅웅!
홀리엔의 안색이 점점 더 굳어갔다.
“ 으음….”
공명이 이어질수록 영술의 위력이 지속적으로 낮아진다.
데아 엑스 아포칼립시스, 대파 멸겁화진의 가공할 권능이 그녀의 프라나에 간섭해 효율을 떨어트리는 탓이었다.
“어쩐지 어둠의 화신이 자신 있게 모습을 드러낸다 싶더라니……
상대가 와이번 한 마리뿐이라면 간단히 붙잡을 수 있다.
류한빈 이 나 레온하트뿐이 었어 도간단히 붙잡을 수 있다.
저 하찮은 마법사나 여신의 화신, 성전사장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하나는 분명히 별거 아닌데, 판 다 깔아 놓고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유기적으로 돌아가며 각자의 장단점을 보완하니 정말 상대하기 쉽지 않다.
“확실히 준비는 제대로 했구나.”
홀리엔은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겸허하게 인정했다.
방심했다가 제대로 한 방 먹었다는 것을.
“좋아, 결계를 부수는 건 포기하지.”
데아 엑스 아포칼립시스 믿고 의기양양한 모습이 꼴 보기 싫어 저것부터 부수려 했는데, 아무래도 무리다.
“지상에서 확실히 끝내 주마!”
그녀가 날개를 접고 하강하기 시작했다.
류한빈이 눈을 빛냈다.
‘이제야 내려가나?’
에피르가 빠르게 지상으로 내려앉았다.
한빈이 그녀의 등에서 훌쩍 뛰어내 렸다.
드디어 무대가 완성되었다.
오로지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벼려 낸, 파괴의 칼날이 춤출 시간이 었다.
콰앙!
폭발과 함께, 선혈과 붉은 오러가 동시에 솟구쳐 올랐다.
-투혼 발타란!
피를 흘리며 류한빈이 홀리엔에게 돌진해 갔다.
기세가 실린 참격이 호선을 그리며 블레이드 오러를 길게 내뿜었다.
-오러 스플래시!
등뒤로 레온하트도 영술권을 펼치며 파고들었다.
영기가 깃든 펀치와 킥이 폭풍을 일구며 몰아닥쳤다.
“알티아의 가호가 내 손에 임하는도다!”
앞뒤로 몰아치는 파괴의 폭풍을 지켜보며 홀리엔은 싸늘한 조소를 날렸다.
“훗!”
그녀는 영술사. 아무리 레벨이 높아도 무인들처럼 초월적인 움직임을 보일 순 없다.
그래서 비행 중일 땐 그저 모든 공격을 제자리에서 막기만 했다.
하지만 지상이라면?
-고유 영술 : 천변만화의 성채!
그녀 주위로 거대한 빛의 성이 솟구쳤다.
이 위에 서 있는 것만으로 성채가 알아서 변화하며 그녀를 이동시켜 주고, 공격을 대신 막아 준다.
빗나간 두 사람의 공세가 빛의 성벽을 대신 때렸다.
콰콰쾅!
하지만 류한빈도 레온하트도, 당황한 기색은 없었다.
“이건 우리도!”
“이미 알고 있는 수법이지!”
폭발 사이로 솟구치며 성벽 위를 질주한다.
변화하는 성채 속에서도 전혀 균형을 잃지 않은 채 재차 거리를 좁혀 간다.
분명히 비행 중일 때의 홀리엔은 평소의 기량을 전부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공중에서 기량을 전부 발휘하지 못하는 건 류한빈 쪽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리고 지상전이라면, 홀리엔의 수를 읽을 수 있다.
생사초월자의 전투 방식은 꾸준히 연구해 왔으니까.
“예센의 징벌이여!”
화염을 두 발에 실어 레온하트가 이단 돌려 차기를 날렸다.
뜨거운 불길이 변화하는 성채를 부수며 홀리엔의 시야를 잠시 가렸다.
“지금이다, 펠라드!”
레온하트의 신호에 맞춰 류한빈이 기간트를 길게 누였다.
투혼의 힘을 한 점에 집중해, 전심전력을 다해 나아가며…….
-투혼섬!
붉은 섬광을 길게 베어 간다!
“윽!”
홀리엔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번엔 미처 성채가 반응하지 못했다.
급한 김에 직접 영술을 펼쳤다.
-영술 방패 : 소론디의 철벽!
아홉 겹의 방패가 붉은 오러와 충돌하며 순차적으로 깨져 갔다.
무려 일곱 개의 방패가 박살 나 고서야 한빈의 기세가 꺾였다.
흩어져 사라지는 프라나의 파편을 본 홀리엔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건 진짜 위험해……
과연 검왕 바오톨트의 양대 절기 중 하나인 투혼 발타란.
조금 전과는 위력이 천양지차였다.
‘아직 완성시키지 못한 걸 보니 천검 디아스티마까지 쓰진 못하겠지만……
투덜대며 그녀가 코트 앞섶을 움켜쥐었다.
“아, 이것까지 쓸 생각은 없었는데.”
그리고 시동어를 외쳤다.
“발동, 청월신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