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7
붉은 머리의 마법사(1) 길드 하우스로 와 보니 한 사내가 류한빈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대가 에이릭 가룬인가?”
“그렇습니다만?”
나이는 대략 20대 초중반 정도?
단정한 이목구비에, 피부도 도자기처럼 밝고 매끈하다.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붉은 머리칼에 붉은 눈동자를 지닌 잘생긴 청년이었다.
적색의 로브를 걸치고 붉은 수정이 박힌 지팡이를 들고 있어 한눈에 마법사임을 알 수 있었다.
‘거 빨간색 되게 좋아하나 보네.’
잠시 실없는 생각을 하는 류한 빈을 청년이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힘 하나는 확실히 세 보이는군. 덩치도 충분히 크고.”
그리고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난 아티스 베니스터, 레벨 36마법사다. 에이릭 가룬, 그대를 정식으로 고용하고 싶다.”
아티스의 목적지는 사트 수림심층부라고 했다.
새로운 마법 연구를 위해 다양한 촉매들이 필요해졌는데, 그중에 사트 수림 깊은 곳에 서식하는 토종 몬스터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재료가 있다는 것이다.
마령석이라는 확실한 수익이 생기는 던전과 달리 토종 몬스터사냥은 별로 인기가 없다.
연구에 필요한 재료가 있다면 비싼 돈 주고 마법사 길드에서 구입을 하든가, 아니면 직접 나서야 한다.
“나 혼자서도 사냥은 어려울 것이 없다. 하지만 수집한 재료들을 옮기기가 힘들지. 워낙 부피가 크고 무거운 것들이거든.”
아티스의 말에 한빈은 쓴웃음을 지었다.
‘예상했던 대로군.’
함께 싸울 동료 헌터가 아니라 짐꾼을 원하는 것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버크만이 류한빈을 받아들인 이유는, 짐꾼 외에도 초보의 실력을 키워 쓸 만한 팀원으로 만들려는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티스가 원하는 건 순수한 짐꾼이다.
“그냥 잡일꾼들을 고용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왜 굳이 저를……?”
“그래서 토목 길드를 먼저 찾아 갔었다. 그랬더니 다들 당신을 추천하더군. 뭐라더라, 막노동계의 신성이라던가?”
‘ 그쪽이 었냐?’ 확실히, 그간 토목 길드에 류한 빈의 명성이 상당히 울려 퍼지긴했다.
“전투는 내가 전담한다. 그쪽은 짐만 나르면 돼. 위험도를 생각해 일당 100엑스를 지불하겠다.”
상당한 액수였다.
저 정도면 토목 길드에서 버는 돈보다도 많다.
‘어라? 꽤 후하게 쳐주잖아?’
알고 보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 몬스터가 들끓는 숲속에 마법사 한 명만 믿고 들어가진 않는 것이다.
하지만 한빈에겐 거부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다.
사트 수림의 몬스터 따위, 그에겐 한주먹 거리도 안 되니까.
바로 승낙했다.
“하겠습니다. 일당 계산이죠?”
아티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바로 출발하지.”
그리고 무뚝뚝한 어조로 말을 덧붙였다.
“안심해라, 에이릭. 책임지고 지켜 줄 테니까. 그대가 위험에 처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
*
온프로스
시를 줄발한 지
나흘
뒤, 두 사람은 사트 수림에 도달했다.
필요한 몬스터의 서식지를 미리 파악해 놓은 아티스는 거침없이 숲을 헤치며 사냥에 나섰다.
류한빈은 그저 그 뒤만 졸졸 따라다닐 뿐이었다.
거목들 사이로 한 무리의 몬스터들이 덤벼든다.
그.a eel
카아아!
두 개의 머리를 지닌 회색빛 늑대 무리였다.
나무 뒤에 숨은 류한빈의 눈에 놈들의 정보가 보였다.
「종족 : 하울링 울프. lv. 18j 레벨 36 마법사인 아티스에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과연, 그는 간단히 놈들을 해치웠다.
“바인딩! 홀드 오브젝트! 매스윈드 커터!”
족쇄 마법 바인딩으로 발을 묶고 홀드 오브젝트 주문으로 놈들의 머리를 허공에 고정시킨다.
그리고 바람 칼날의 마법으로 일일이 목을 베어 낸다.
하울링 울프의 눈알이 필요한 재료인 탓에, 머리통에는 일부러 상처를 입히지 않는 것이다.
크에엑!
크아아악!
몬스터를 몰살시킨 뒤 아티스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다친 곳은?”
“없습니다.”
“좋다.”
한빈은 내심 어이없어했다.
‘너무 과보호하는 거 아닌가, 이거?’
몬스터가 나타나면 바로 숨게 시킨다.
혹시 등 뒤에서 다른 놈들에게 습격을 당할까 봐 은신 마법도 일일이 걸어 준다.
이래서야 다칠 일이 생길 수가 없다.
그 표정을 읽었는지 아티스가 거만한 말투로 말했다.
“난 그대의 안전을 책임진다고 약속했다, 에이릭. 약속은 지켜야 하는 법이지.”
그러더니 쓰러뜨린 하울링 울프의 눈알을 일일이 파내기 시작한다.
이건 워낙 세심한 손놀림이 필요하기에 마법에 문외한인 류한 빈이 도울 수 없었다.
멀뚱히 구경하며 한빈은 속으로 의아해했다.
‘의외로 괜찮은 사람이잖아?’
워낙 표정이 차갑고 말투도 고압적이라, 꽤나 성격이 나쁠 거라 어림짐작했다.
그런데 막상 같이 다녀 보니 좀 달랐다.
오는 내내 아티스는 류한빈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몬스터와 전투가 벌어질 때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그냥 남들 대하는 게 서툰 타입인가?’
아티스가 한빈에게 손짓을 했다.
“그럼 다음 목표로 가겠다. 따라오도록.”
‘손가락만 까닥거려 사람 부르는 거 보면, 분명 건방진 건 맞는데 말이지.’ 하긴, 딱히 그가 신경 쓸 이유는 없다.
어차피 스쳐 지나갈 사람일 뿐인데.
배낭을 짊어진 뒤 류한빈도 걸음을 옮겼다.
“네, 갑니다.”
?
꽤나 오랜 시간 숲속을 헤집고 다녔다.
재료를 담은 류한빈의 배낭도 두둑해졌다.
솔직히 한 사람이 들 무게는 진작 넘었다.
무뚝뚝하던 아티스조차도 살짝 걱정스러운 기색을 내보일 정도였다.
“괜찮은가? 무게가 상당할 텐데?”
“이 정도는 문제없습니다.”
막노동할 때 옮긴 흙 자루가 이보다 몇 배는 무거웠다.
“진짜 힘은 좋군.”
작게 감탄하며 아티스는 주위를 살폈다.
어느덧 숲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역시 깊은 숲속이다 보니 해가 빨리 진다.
“오늘 사냥은 이쯤에서 끝내겠다. 안전한 곳을 찾아 야영 준비를 하도록 하지.”
사트 수림처럼 몬스터가 들끓는 곳에선 야영지도 신중히 골라야 한다.
“어디가 괜찮을까……
중얼거리며 아티스는 계속 근처를 수색했다.
그러던 중이었다.
갑자기 그가 눈을 찌푸렸다.
숲 저편에 웬 목책으로 둘러싸인 산채가 하나 보였다.
겉보기엔 평범한 사냥꾼 마을 같지만, 장소가 이상하다.
인간이라면 이렇게 사트 수림깊숙한 곳까진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구조도 굉장히 조잡했다.
인간의 손길이 닿았다기에는, 전체적으로 너무 허술한 목책이었다.
“뭔가 심상치 않아. 확인해야겠다.”
아티스가 산채로 접근해 갔다.
한빈도 얌전히 뒤를 따랐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 바로 다가가지는 않는다.
대신 산채를 중심으로 멀리 돌며 지형이 높은 곳으로 향한다.
산채가 내려다보이는 위치까지 간 뒤, 커다란 나무 뒤에 몸을 숨긴 채 두 사람은 목책 너머를 내려다보았다.
대충 상황이 보였다.
들개처럼 생긴 머리에 원숭이처럼 생긴 몸통을 지닌 마물들이 조잡한 무장을 한 채 산채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숫자는 대충 서른 마리 정도?
아티스가 어이없어하며 중얼거렸다.
“코볼트?”
코볼트는 마물이면서도 제법 지능이 높아 도구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아마 저 조잡한 산채도 저놈들이 직접 만들었을 것이다.
드볼크나 고블린 같은 하급 몬스터라서, 아티스 같은 상급 헌터에겐 사실 큰 위협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코볼트는 라트나의 토종 몬스터가 아니라 던전에서 출현하는 마물이 었다.
“어째서 던전의 마물이 이런 곳에 있지?”
아티스가 심각해하는 이유를 이해 못 한 한빈이 대수롭잖다는 듯 대꾸했다.
“인근 던전에서 도망친 놈들인가 보죠.”
“이 근처에는 그럴 만한 던전이 없다.”
두 사람이 서 있는 이곳, 사트수림 심층부엔 현재 출현이 파악된 던전이 없다.
그리고 평야의 던전에서 나온 놈들이라면 여기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적다.
그 전에 사트 수림의 토종 몬스터에게 몰살당하는 것이다.
레벨은 토종 몬스터들이 훨씬 높으니까.
“아무래도 알려지지 않은 새 던전이 사트 수림에 출현한 모양이군.”
그제야 한빈도 상황을 이해했다.
코볼트 자체는 별문제가 아니지만, 이대로 새 던전을 계속 열어두면 더 강한 마물들이 쏟아져 나오게 될 것이다.
그가 심각해할 만도 하다.
잠깐 고민하던 아티스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저대로 내버려 둘 순 없겠군.”
“사냥할 겁니까?”
“그렇다.”
일단 토벌하고, 몇 놈 살려 둔 뒤 심문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출현한 던전의 위치를 알아낸 뒤 마법사 길드에 신고하겠다고.
“별문제 아니다. 고작해야 코볼트 따위, 숫자도 얼마 안 되니 위험할 리 없지. 문제는 에이릭, 그대인데……
저런 하급 몬스터라도 레벨 5검사에겐 충분히 위협적이다.
“잠시 이 근처에 숨어 있으면 내가 알아서 처리를…… 아니다, 이런 숲에서는 혼자 있는 쪽이 더 위험하겠군.”
잠시 후 아티스는 결정을 내렸다.
“함께 움직이는 게 낫겠다. 코볼트 서른 마리 정도라면 충분히 그대를 지키면서 싸울 수 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뭐가 어찌 되었건 류한빈이 위험할 일은 없다.
사실 혼자 놔두는 게 속 편하기도 하다.
정체 들킬 걱정 없이 마음껏 힘을 쓸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딱히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아티스가 앞장섰다.
“그럼 간다. 서너 발자국 정도 떨어져 내 뒤를 따르도록.”
두 사람이 조심조심 코볼트의 산채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어둠이 깔린 숲속에 목소리가 울렸다.
“응시의 섬광, 레이 오브 플레임!”
한 줄기 열선이 날아와 목책을 직격했다.
폭발과 함께 화끈한 열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콰아아앙!
놀란 코볼트들이 무기를 들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으르르?”
“습격!”
“적이다!”
목책이 불타며 사방을 밝혔다.
붉은 화염 사이로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앞장선 아티스가 허공을 휘저으며 마법을 이었다.
“라이트닝 애로우!”
전격의 화살 네 개가 전방으로 날아가 코볼트 네 마리에게 명중했다.
“깨갱깽!”
비명과 함께 감전된 놈들이 발라당 자빠졌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걸 보니 그대로 즉사한 모양이었다.
역시 레벨 차이가 너무 컸다.
그럼에도 코볼트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컹! 컹컹!”
“왈왈왈왈!”
한껏 으르렁대며 창칼을 내세워 둘을 포위하고 울부짖는다.
“멍청한 마물 놈들!”
비웃으며 아티스가 수정 지팡이를 들었다.
“폭풍이여, 불어라! 윈드 월!”
바람의 벽을 세워 접근을 일시적으로 차단한 뒤 바로 공격 마법을 잇는다.
“아이스 애로우!”
얼음의 화살이 쏘아지며 또 서 너 마리의 코볼트들이 비명에 갔다.
“깨에에엑!”
제대로 저항도 못한 채 코볼트들은 차례로 죽어 갔다.
자신들이 둘러놓은 목책 때문에 도망갈 길도 없었다.
결국 서른 마리가 넘었던 코볼트 무리 대부분이 몰살당했다.
바인딩 마법으로 두 놈을 생포하며 아티스가 빙그레 웃었다.
“던전의 위치를 알아내려면 몇 놈은 살려 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