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72
kill the queen(5)
홀리엔은 왼손을 펼쳤다.
손바닥에서 검은 기류가 살짝 배어 나와 일렁였다.
메시지가 떴다.
「거의 완전한 옴팔로스의 축복(유니크 아이템)」
이번엔 오른손의 검은 수정 조각으로 시선을 옮긴다.
r완전한 옴팔로스의 축복의 파편(유니크 아이템)」
일부러 확인을 하긴 했지만, 사실 그럴 필요까지도 없었다.
보자마자 알 수 있었으니까.
“하하?…”
절로 실소가 흘러나왔다.
어이가 없었다.
대체 왜 저놈들이 이걸 지니고 있었던 걸까?
대체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기에, 무슨 우연이 겹치고 겹쳤기에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동시에 기뻤다.
더 이상 어둠의 화신도 필요 없었다.
마지막 조각이 자신의 손아귀에 있다.
이것만 취하면 그녀는 완전해진다.
완전한, 완벽한 영원불멸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하하하!”
흘러넘치는 기쁨 속에서 그녀는 웃었다.
더 이상 굴욕감이니 자괴감 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세상에…… 이렇게까지 일이 잘 풀릴 수도 있나?”
중얼거리며 홀리엔이 오른손을 움켜쥐었다.
검은 수정 조각이 자연스럽게 손바닥으로 스며들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래야 하는 것처럼.
메시지가 바뀌었다.
「완전한 옴팔로스의 축복(유니크 아이템)」
그 모습을 지켜보며 키비에는 절망에 빠졌다.
‘세상에, 일이 이렇게까지 어그러질 수도 있단 말이야?’ 류한빈을 돌아보며 그녀가 소리를 내질렀다.
“어떻게 된 거야! 왜 저걸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내게 안 했어?”
비틀거리며 한빈이 애써 반문했다.
“……저게 뭔데?”
그 역시 아티스와 같았다.
왜 이야기를 안 했냐고?
왜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데, 뭘 어쩌란 말인가?
키비에가 부들부들 떨며 목소리를 이었다.
“저게 바로 마지막 조각이야!
저들이 가지고 있던 유일한 빈틈이라고!”
그래도 모르겠다.
저 설명만으로는 도저히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다-하지만 하나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님프였던, 필멸자였던 저 푸른 머리칼의 여인이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홀리엔의 눈동자가 검게 물들어갔다.
전신의 프라나가 어둠의 신성과 융합하기 시작했다.
웅웅웅웅…..
눈부신 어둠이라는 모순이 그녀를 감쌌다.
감싸고, 타고 흐르며, 빛의 그림자이자 암흑 속의 광휘로 화한다.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닿지 않았던, 머나먼 여신의 힘이 손아귀에 들어온다.
다함이 없는 충만함 속에서 홀리엔은 확신했다.
이제 그녀는 프라나를 다루듯이 신성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생사초월자는 라트나에서 가장 프라나를 잘 다루는 존재!
“세계여, 밤의 주인이 명한다.”
황홀경 속에서, 새로운 ‘어둠의 신격’이 전 세계에 선언했다.
“더 이상 키브리엘은 없다! 내가 바로 어둠의 여신이다!”
통쾌한 웃음과 함께.
“아하하하핫!”
키비에는 이를 악물었다.
여신이 되었다고?
그야 본인은 그렇게 느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신성의 본질은 세상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
유리된 신성은 곧 라트나의 파멸로 이어진다!
‘안 돼……
홀리엔은 진정으로 타락한 여신이 되어 버렸다.
본인은 타락한 줄도 모르는, 추악하게 일그러진 허신이.
“??????안 돼!”
그때 였다.
류한빈의 눈에 느닷없이 메시지가 떠올랐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 효과가 발동됩니다.」
*
*
*
홀리엔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뭐야?’
전신에 가득 찼던 강대한 힘이 소멸하고 있었다.
한없이 어둡고 어두운 무엇인가가, 그녀의 어둠을 모조리 빨아먹으며 포효하고 있었다.
‘이게 뭐야?’
동시에, 그 어둠과 융합한 방대한 프라나 역시.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녀는 울부짖었다.
“내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힘이 사라진다!
평생 쌓아 온 프라나가! 가장 신뢰했던 자신의 권능이!
팔다리가 잘린들 이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을까?
사랑하는 이를 모두 잃어도 이보다 더 허무할 수 있을까?
무한의 공허함 속에서 홀리엔은 비명을 터트렸다.
“아아아악!”
절망한 표정을 짓고 있던 류한 빈이 무심코 중얼거렸다.
“어, 그렇구나……
생사초월자는 여신이 되었다.
아주 그냥 신성이 철철 넘치는.
그런데…… 저 천상천하유아독존이 뭘 억제하더라?
‘그렇다면!’ 한빈은 이를 악물며 몸을 일으켰다.
“으아아아!”
이미 오러를 발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신체 능력 하나만 믿고, 손에 쥔 기간트를 힘껏 던진다!
“제발 좀 죽어!”
거대한 대검이 쏜살같이 날았다.
물론 고위 레벨에게 ‘쏜 화살’따위는 느려 터진 투사체일 뿐이다.
생사초월자 정도 되는 절대자에겐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홀리엔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 막을 수가……
그녀가 진정한 여신이었다면 설령 신성이 봉인되었다 해도 모든 힘을 잃지는 않았으리라.
아무리 옴팔로스의 권능이 강대해도 한계가 있으니, 적당히 필멸자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내려지는 것이 고작이었겠지.
하지만 제대로 된 여신이 아니라면?
지상 최강의 영술사에게서 프라 나를 빼고 나면 대체 뭐가 남을까?
「종족 : 님프. lv. lj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기간트는 홀리엔의 심장을 향해 날았다.
최후의 발악으로 그녀가 악을 썼다.
“발동, 청월신광!”
코트는 발동하지 않았다.
그 대신, 빌어먹을 가이드라인 이 그녀의 사인(死因)을 명확히 밝혀 주었다.
「레벨이 모자랍니다.」
“이런 젠……
굵은 칼날이 가녀린 님프 여인의 몸통을 잔혹하게 관통했다.
몸통이 꿰뚫린 여인이 피를 토한다.
선혈과 함께 희미한 신음을 홀려 댄다.
“……아, 아아……
죽어 가는 그녀를 바라보며 류한빈은 문득 레온하트의 잔소리를 떠올렸다.
‘정말이지, 행운은 기대했던 형태대로 찾아오지 않는 법이군.’ 홀리엔의 눈동자가 빠른 속도로 빛을 잃어 갔다.
죽음을 앞에 두고 애써 입을 여는 것도 어지간히 강건한 전사들이나 가능한 짓이다.
모든 힘을 잃은 평범한 님프 여인에게 그럴 기력이 남아 있을 리 없다.
아무런 유언조차 남기지 못한 채, 지상 최강의 영술사는 죽음을 맞이했다.
곧이어 그림자가 새어 나와 허공에 응집하기 시작했다.
눈부신 암흑, 흑요석처럼 찬란한 칠흑의 응집체.
여신, 키브리엘의 어둠의 신성이었다.
‘저것이 진짜 여신의……
어둠을 향해 류한빈이 잠시 경외의 시선을 보낼 때였다.
갑자기 홀리엔의 시체가 사라져 버렸다.
텅그렁!
그녀가 걸쳤던 청월신광의 코트와 꽂혀 있던 기간트만을 남긴 채.
“어?”
순간 한빈은 당황했다.
라트나인인 홀리엔의 시체가 사라진다고?
설마 진짜 지구인이었단 말인가?
‘그럴 리가! 아예 인간도 아닌데!’
지구엔 님프 같은 종족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다.
채 의문을 풀 틈도 없이 가이드라인이 메시지를 띄웠다.
「lv. 155 영술사 퇴치. 경험치 33,486,495,000을 획득했습니다.」
「현 경험치 :
101,408,175,200/98,171,466,200j신수 우투 크살릭 정도는 아니지만 과연 레벨 155답게 경험치 습득량이 어마어마했다.
남은 경험치 요구량을 모조리 채울 정도로.
「필요 경험치가 충족되었습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j 레벨이 펑펑 올라가며 무수한 스킬들이 일제히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한빈은 기뻐하지 않았다.
이미 한번 겪은 일이니까.
과연 예상대로였다.
「부적절한 레벨 상승이 감지되었습니다.」
레벨이 펑펑 내려가고 무수한 스킬들이 일제히 취소되기 시작했다.
한빈은 실망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이미 한번 겪은 일이 니 까.
그래서 오락가락하는 가이드라인은 무시한 채 딴생각에 잠겼다.
‘이걸 보면 분명히 홀리엔이 지구인인 건 아닌데.’
그녀가 이계인이라면 경험치도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홀리엔은 어떻게 ‘이계인’처럼 상대의 레벨을 알아보았고, 왜 ‘이계인’처럼 시체가 사라진 걸까?
고민하는 동안, 생난리를 치던 가이드라인이 도로 잠잠해졌다.
「필요 경험치가 충족되었습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동체 시력 1, 반사 신경 1, 순발력 1 상승.」
「‘올려치기’ 스킬이 활성화되었습니다.Jr류한빈 : 검사(劍士) lv. 7보유 스킬 : 찌르기, 가로 베기, 세로 베기, 사선 베기, 올려치기, 언어 소통근력 27(+1,364), 체력 23(+1,364), 회복력 17(+682), 방어력 18(+1,364), 동체시력 8(+341), 반사 신경 10(+341), 순발력 ll(+341)j 있으나 마나인 쓰잘데기없는 스킬이 하나 더 생겼고, 느낌도 안올 정도로 눈곱만큼 능력치가 더 올라갔다.
“아, 의미 없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가이드라인을 끄려던 차였다.
「적합자의 자격이 충족되었습니다.」
「절대자 스킬, ‘천망회회소이불실’이 활성화됩니다.」
한빈의 표정이 바뀌었다.
“이건 또 뭐야?”
*
*
*
“진짜로 뭐 하나 더 주네?”
호기심 속에서 류한빈은 새로운 절대자 스킬에 대한 설명을 켰다.
물론 별 기대는 하지 않고.
“또 보나 마나 글자 깨지겠웬일로 이번엔 메시지가 멀쩡했다.
「천망회 회소이 불실 (天 網 t灰’!灰疏而不失) : 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 성긴 듯하나 결코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억제한 디바인 파워에 ‘천망’을 펼쳐 제압한 신성을 손실 없이 수거하십시오.
습득 조건 : 라트나의 디바인 파워 억제 성공발동 조건 : 라트나의 디바인 파워 제압 상태」
쉽게 말해서, 천상천하유아독존이 신성 억제 스킬이라면 천망회회소이불실은 신성 흡수 스킬이란 소리.
“아니, 그냥 신성 억제, 신성 흡수 이렇게 부르면 되지 뭘?”
설명을 읽어 보며 한빈은 황당해했다.
“옴팔로스 이 새끼는 무슨 청학동 서당 출신인가, 기술 이름들이 왜 이따위야?”
정말 서당 출신이면 아주 개판으로 배웠음이 분명하다.
원래 의미는 싹 무시하고 멋대로 갖다 붙였을 뿐이 아닌가?
“이러다 나중엔 내로남불 같은 것도 나오는 거 아냐?”
혀를 차며 류한빈은 고개를 돌렸다.
‘어쨌거나, 이 절대자 스킬을 쓰면 신성을 흡수할 수 있단 말이지…
그리고 허공에 떠 있는 암흑의 신성을 바라보았다.
‘저걸 취하면 나도 신의 힘 일부를 얻을 수 있는 거고?’
일견 앞뒤가 맞았다.
라트나의 여섯 여신을 모두 살 해하려면 그만큼 이계인도 강해질 필요가 있을 터.
그러니 가이드라인에 여신 살해 후 그 힘을 홉수하는 기능이 있다는 건 꽤나 자연스러워 보인다.
순간 탐욕이 류한빈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신의 힘을…… 얻을 수 있다?’
어쩌면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빌어먹을 마신 놈에게 복수할 힘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실로 매력적인 유혹이었다.
한빈은 갈등했고…….
‘에이, 사람이 그렇게 살면 안되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저 어둠에는 진정한 주인이 따로 있었다.
지금 저 멀리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는 흑발의 미녀가.
“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