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82
유니크 아이템(1)
알렌디아 왕비궁은 텅 빈 상태였다.
이 난리가 났으니 시녀들도 싹다 도망가거나 어디 숨어 벌벌떨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속 편하게 한빈 일행은 왕비궁을 뒤질 수 있었다.
“분명히 비밀 금고가 이쪽에……
홀리엔의 설명에 따르면, 왕비의 서재 동쪽 벽에 놓인 책장 뒤에 은밀한 공간이 있어 비밀 금고를 놓아두었다고 했다.
이제 정해진 수순에 따라 마법결계를 해체한 뒤 정식 암호를 입력해 비밀 문을 열어야겠지만…….
“이거 부순다고 뭐라 할 사람 없지?”
기간트를 들어 올리며 한빈은 씨익 웃었다.
“쉽게 쉽게 가자고.”
콰아아앙!
잠시 후 류한빈이 커다란 비밀 금고를 들고 나왔다.
“찾았다. 이거군.”
블레이드 오러로 금고를 서걱도려내니 이내 내용물이 쏟아졌다.
잡다한 몇몇 서류와 화려한 장 신구들.
그중 가죽으로 만든 평범해 보이는 벨트가 있었다.
가이드라인이 그 벨트의 정체를 밝혔다.
「4대력 변환의 벨트(유니크 아이 템) 착용자가 보유한 오러, 마나, 프라나, 포스를 일시적으로 동급의 다른 속성으로 바꾸는 능력을 부여함. 유효 지속 시간 1시간. 재사용 대기 시간 하루.
사용 횟수 무한(無限). 사용 조건 무(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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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나 대륙에는 일반적인 마도구와 아티팩트 외에도 유니크 아이템이라는 특별한 물건이 존재한다.
옴팔로스의 총애를 받은 이계인에게만 특별히 주어진다는, 레벨에 전혀 구애받지 않아 어린애조차도 발동 가능한 악마의 도구.
이 유니크 아이템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30여 년 전의 일이다.
바람의 여신 프렐류를 노린 최악의 이계인 악당 집단, 그레이트 어스가 저 유니크 아이템을 이용해 대륙을 한껏 어지럽힌 것이다.
아티스나 에피르가 알고 있던지식은 딱 여기까지.
하지만 어둠의 교단은 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레온하트가 입을 열었다.
“유니크 아이템이 상식을 초월하는 권능을 지니고 있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무슨 하늘을 뚫고 바다를 가르는 식의 무기는 아니야.”
그저 라트나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온갖 기괴한 능력을 지니고 있을 뿐.
“현재 세상에 알려진 유니크 아이템은 총 일곱 개다.”
그중 용족과 관련된 것이 세 개였다.
에피르가 지닌 폴리모프 네크리스 그리고 사용자에게 용족을 지배하는 권능을 부여하는 ‘드라코임페리움 스태프’와 용족을 공포에 질려 도주하게 만드는 ‘안티드래곤 피어의 오브’가 그것이었다.
“이걸 이용해 과거의 그레이트어스는 라트나의 드래곤들을 상대했지.”
좀 더 개인적인 능력을 지닌 네 개의 유니크 아이템도 존재했다.
「링 오브 드랙(유니크 아이템) 착용자에게 개인의 성별을 바꾸는 능력을 부여함. 반지 착용 시상시 유지.」
「커스터마이징 브레이슬릿(유니크 아이템) 착용자에게 해당 종족 범위 내에서 외모를 자유롭게 바꾸는 능력을 부여함. 팔찌 착용 시 상시유지시
「4대력 변환의 벨트(유니크 아이 템) 착용자가 보유한 오러, 마나, 프라나, 포스를 일시적으로 동급의 다른 속성으로 바꾸는 능력을 부여함. 유효 지속 시간 1시간. 재사용 대기 시간 하루시
「스피시즈 체인지 펜던트(유니크 아이템) 착용자에게 일시적으로 라트나의 4대 요정족으로 의태하는 능력을 부여함. 유효 지속 시간 하루. 재人용 대기 시간 8일.」
“전부 사용 조건 없고, 사용 횟수 제한도 없는 물건들이지.”
설명을 듣던 류한빈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어째 익숙한 개념인데……
옴팔로스가 이 가이드라인 만들 때 뭘 참고로 했는지 잘 알 것 같았다.
‘무슨 유료 캐시템이냐?’ 딱 봐도 성별 변경권, 외모 변경권, 직업 변경권, 종족 변경권 아닌가?
“서버 변경권은 없대?”
당연히 못 알아들은 레온하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 소리야?”
하긴, 여신 살해하면 지구로 돌려보내 준댔으니 그게 바로 서버변경권인 것 같긴 하다.
그레이트 어스는 저 유니크 아이템들을 이용해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자신의 외모나 성별, 종족을 바꾸어 숨어 다니며 라트나인들을 거짓으로 희롱하고 고룡을 지배해 사람들을 학살하는 등등.
“그러다 결국 최강의 4인에 의해 대부분 몰살당했지.”
이후 저 유니크 아이템들은 가르한과 제노비아, 홀리엔에게 넘어 갔다.
“어? 검왕은?”
“발타라 전사인 그가 마신의 도구를 건드릴 리가 없잖아. 라트나산 마도구도 안 쓰는 판인데.”
레온하트를 대신해 키비에가 입을 열었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설명할게.
홀리엔에게서 들은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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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3인이 유니크 아이템을 취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마신의 권능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딱히 사용하려는 목적은 아니었다.
“저게 참 대단한 능력인 건 사실인데, 최강의 3인쯤 되는 절대 강자에겐 별 쓸모가 없거든.”
모두가 현재의 자기 자신에게 지극히 만족하는 이들이었다.
“자아가 확고한 이들에게 성별이나 외모, 종족이 바뀌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폴리모프 네크리스처럼 타인도 바꿀 수 있다면 쓸모가 많겠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에 국한된 능력이다.
“요정족으로 바뀌며 수명도 늘어난다면 혹했겠지만, 어디까지나 의태일 뿐이라 본질적인 수명은 그대로였다더라.”
아티스가 인간 의태를 한다고 인간처럼 나이를 먹진 않는 것과 같은 이치.
4대력 전환도 마찬가지였다.
비유하면 직업 변경권이라는 거지, 진짜로 전직할 수 있다는 소리는 아니다.
“4대력의 속성만 바뀔 뿐 머릿속까지 바뀌는 건 아니니까. 평생 오러만 익힌 전사가, 갑자기 오러 사라지고 마나가 그 자리를 대신하면 뭘 하겠어? 마법 관련지식은 하나도 없을 텐데. 매직애로우 하나 못 쏘겠지.”
키비에의 말에 에피르가 질문했다.
“그럼 이계인들에게도 쓸모없긴 마찬가지 아닌가요?”
이건 오히려 게임 좀 해 본 류한빈이 쉽게 이해했다.
“걔들은 버튼 눌러서 스킬 쓰잖아. 지식 따위 필요 없지.”
그래도 용족 관련 유니크 아이 템은 그럭저럭 쓸모가 있었지만, 여러모로 단점이 많았다.
“일단 드라코 임페리움 스태프의 경우엔 한 번에 한 개체밖에 지배할 수 없어.”
또한, 용족을 지배하기 위해선 일단 상대를 제압하고 특정한 의식을 진행해야 했다.
그냥 지팡이 툭 대면 지배되는 식이 아니었다.
굳이 저런 귀찮은 짓 안 해도 이미 최강의 3인은 무수한 고룡들을 실효 지배 중인 것이다.
“안티 드래곤 피어의 오브는 전혀 쓸 필요가 없고.”
최강의 3인이라면 저딴 거 없어도 얼마든지 드래곤을 공포에 질리게 할 수 있다.
“폴리모프 네크리스의 경우엔 사정거리가 너무 짧은 게 단점이지. 이건 다들 알지?”
폴리모프 네크리스의 유효 사정거리는 대략 20여 미터.
그래서 류한빈이 예전에 알레한 드로를 태우고 날아다니던 에티르를 어찌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최강의 3인이 드래곤을 인간으로 변신시키고 싶으면 굳이 폴리모프 네크리스도 필요 없지.”
그냥 한 방에 제압한 뒤 물어보면 된다.
-죽을래, 알아서
인간으로 변신
할래?
여러모로 진정한 강자에겐 쓸모가 없는 물건들이었다.
그렇다고 함부로 수하들에게 하사할 수도 없었다.
유니크 아이템은 금기 중의 금기 이 니 까.
라트나인에게 존재를 알려선 곤란하다.
“그래서 신생 그레이트 어스에게 필요할 때마다 던져 주고 부려 먹었다더군.”
최강의 3인쯤 되니까 저게 쓸모없는 거지, 상대적 약자들에겐 여러모로 유용한 것이다.
“그 와중에 저게 우리 손에 들어온 거였나?”
에피르의 목걸이를 보며 류한빈이 쓴웃음을 지었다.
키비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홀리엔이 보관하고 있던 거였어.”
최강의 3인은 입수한 유니크 아이템들을 각자 나눠 가졌다.
뇌제가 안티 드래곤 피어의 오브와 커스터마이징 브레이슬릿.
아크메이지가 드라코 임페리움스태프와 링 오브 드랙, 스피시즈 체인지 펜던트.
생사초월자가 폴리모프 네크리스와 4대력 변환의 벨트.
“홀리엔의 말에 따르면 현재 라트나에 존재하는 유니크 아이템은 이 일곱 개가 전부야.”
문득 류한빈은 의아해했다.
“잠깐. 유니크 아이템이란 거, 마신의 총애를 받는 특별한 지구인이 하사받는 물건이라며?”
그동안 라트나에 떨어진 이계인은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악타룬 출신들은 레벨도 꽤나 높다.
“그럼 그들도 유니크 아이템을 얻었을 가능성이 있지 않아?”
키비에가 대답했다.
“그렇진 않을걸. 유니크 아이템은 습득 조건이 따로 있거든.”
?
*
*
라트나에 떨어진 이계인들이 유니크 아이템을 획득하는 방식은 이렇다.
열심히 레벨 올리며 쾌락 살인을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메시지가 뜬다.
「축하합니다! 숨겨진 보상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그리고 유니크 아이템이 허공에서 뚝 떨어진다.
마치 류한빈이 바위산 시절, 기본 무장인 롱소드를 얻었을 때처럼.
이계인들도 대체 자기가 뭘 잘해서 얻은 건지 전혀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마신의 총애를 받아서라고 대충 알려진 거겠지.”
그러나 오랫동안 가이드라인을 연구한 최강의 3인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유니크 아이템의 습득 조건은, 라트나의 여섯 지성 종족 중 한 종의 취득 경험치 총합이 30억을 넘기는 거야.”
겉보기엔 그냥 게임처럼 퀘스트달성했더니 아이템이 주어졌다?
인 것 같지만 잘 뜯어보면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현실은 원인 없이 결과가 나오진 않는다.
유니크 아이템이라는 특별한 결과물이 생기려면, 특별한 재료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계 마물이나 토종 몬스터와는 다르게 여섯 여신의 지음을 받은 라트나의 정명한 주인들.
저 각 지성 종족의 순수한 생명력을 농축한 것이 바로 유니크아이템의 재료였다.
“그걸 아이템 형태가 될 때까지 충분히 모은 수치가 바로 30억인 거지.”
용족만을 죽인 경험치 총합이 30억이 넘을 경우 생기는 유니크 아이템이 폴리모프 네크리스와 드라코 임페리움 스태프, 안티 드래곤 피어의 오브.
“마찬가지로 인간만을 죽인 경험치 총합이 30억을 넘을 때 생기는 유니크 아이템이……
“네 가지 유료 캐시템이라는 거지?”
한빈의 요약에 아티스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유료 캐시템이 뭔데?”
“아, 그러니까 그 성별이나 외모 변경권 같은 거.”
“외모 변경권? 뭐, 복잡한 진짜 명칭보다 외우기 쉬워서 좋긴 하군.”
에피르가 슬쩍 질문을 던졌다.
“저기요, 키비에 언니. 그럼 요정족은요?”
지금 나온 항목만으로 현존한다는 유니크 아이템 일곱 개가 다 차 버렸다.
“엘프나 님프, 드워프와 실프는 죽여도 유니크 아이템이 안 생긴단 말인가요?”
“그건 아니야.”
4대 요정족 역시 조건은 같았다.
단지…….
“요정족은 워낙 숫자도 적고 폐쇄적이잖니? 그러니 경험치 30억을 다 채울 만큼 많이 죽이질 못한 거지.”
인간은 라트나 대륙 전역에 퍼져 있다.
숫자도 압도적으로 많고 온갖 고위 레벨의 강자들도 즐비하다.
인구가 많으면 죽일 일도 많은 법, 덕분에 유니크 아이템이 네 개나 만들어졌다.
드래곤은 숫자는 적지만 워낙한 개체의 평균 레벨이 높다. 한 마리만 죽여도 얻는 경험치 양이 엄청나다.
더구나 드래곤 외에 와이번이나 드레이크, 히드라 등 토종 몬스터로 치부되는 이들도 일단은 라트나의 용족이었다.
저들도 분명히 지성은 지니고 있는 것이다.
서너 살짜리 아이의 지성이라서 문제지만.
“하위 용족을 죽인 경험치도 합산되니 세 개나 되는 유니크 아이템이 만들어졌지.”
하지만 요정족은 엘프, 드워프, 실프, 님프를 전부 합쳐도 총인 구가 인간의 1/100도 안 될 지경이다.
“인간보다 평균 레벨은 높지만, 그렇다고 드래곤처럼 높은 것도 아니고.”
워낙 경험치 먹기 힘든 종족이라 요정족 살해에 해당하는 유니크 아이템은 여태 한 개밖에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마저도 세상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지만.
류한빈이 혀를 찼다.
“오히려 경험치 채운 놈이 있다는 게 더 대단하다. 일부러 작정하고 그 종족만 죽였단 소리잖아? 대체 누굴 죽이고 그만큼 채운 거래?”
키비에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 앉았다.
“ 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