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91
구출과 납치 사이 (2) 모두가 잠든 깊은 밤.
……이라고는 해도, 사실 별궁에는 잠든 이보다 깨어 있는 이가 더 많았다.
이곳의 거주민은 폐위된 요정왕과 요정왕비 둘뿐, 저들을 보필할 시종이나 시녀는 본궁에서 출퇴근하는 형식이니 나머지는 모조리 감시 병력인 것이다.
오늘 밤도 검왕군은 철두철미한 경계 태세를 펼치고 있었다.
모든 출입구를 엄중히 통제하는 한편, 통로 곳곳에도 수많은 경계 병력이 두 눈 부릅뜨고 혹여 있을지 모르는 침입자를 경계한다.
이런 경우 흔히 볼 수 있는, 꾸벅꾸벅 졸거나 하는 경비병조차 없었다.
왜냐고?
잠이 안 오거든. 너무 잘 잤거지나치게 푹 자서, 졸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거든.
검왕군 사령관, 펠라드 빈의 강력한 정책 때문이었다.
“야간 경비병? 재워! 무조건 낮에 다 재워!”
군 시절 졸린 눈 비비며 초병서 본 경험이 있는 류한빈이었다.
그 시절의 고달픈 기억을 잊지 않은 그는, 심야 경비에 나서는 병력에게 무조건 8시간 강제 취침을 시켜 버린 것이다. 그것도 벌건 대낮에.
솔직히 뻘짓이었다.
저게 고달프다는 건 어디까지나 밤샘이라곤 게임이나 술 먹을 때 밖에 없다가 갑자기 군대 끌려간 20대 대한민국 청년들 기준이고, 평소의 삶도 팍팍한 라트나에선 딱히 그 정도는 아닌 것이다.
병력 운용 면에서 낭비나 다름없고, 체력 관리 측면에서도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알렌디아의 다른 군단장들은 난감해하는 태도를 보였다.
“아니,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시는 건지……
하지만 감히 반대하지는 않았다.
발안자가 무려 ‘검왕’인 것이다.
그것도 그냥 검왕도 아니고 ‘불세출의 전략가’라는 평판까지 듣고 있는 문무 겸비의 천재(?)였다.
그의 전략 전술로 인해 얼마나 놀라운 성과를 올렸는지 여섯 교단이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었으니, 당연히 기상천외한 뭔가가 있을 줄 알고 그냥 찬성표를 던졌다.
뭐, 낭비건 뭐건 간에 병사들 입장에선 매우 기꺼운 상황이었다.
잠잘 것 다 자고도 야간 수당받을 수 있었으니까.
덕분에 펠라드 빈에 대한 충성심이 더욱 높아졌지만, 이건 당장은 상관없는 문제.
어쨌거나 경계 태세가 상당히 철저하다는 점은 틀림없었다.
별궁 외곽의 어둠 아래, 한 무리의 사내들이 몸을 숨긴 채 속삭인다.
“우리끼리 잠입하려 했다면
“정말이지 답이 안 나왔겠군, 이거.”
“후후후……
시종의 예복을 걸친 엘프 청년이 차갑게 웃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맡겨 두시오. 내가 곧 길을 만들 테니.”
?
*
*
중장갑옷을 입고 창을 굳게 쥔 채 통로를 지키고 있는 두 병사들.
그들 앞에 누군가가 나타난다.
병사들이 절도 있는 태세로 외친다.
“멈춰라!”
“누구냐! 신분을 밝혀라.”
한 손에 광주리를 든 엘프 청년이 고개를 숙였다.
“세이라 공녀님의 시종, 라온델입니다.”
병사들이 경계를 풀고 창을 내렸다.
“아, 라온델 군?”
“여긴 어쩐 일로?”
“여러분의 노고에 답하고자, 공녀님께서 야식을 내리셨습니다.”
광주리에는 간단한 빵과 와인이 담겨 있었다.
병사들이 화색이 되어 광주리를 받아 들었다.
“이런 감사할 데가.”
“잘 먹겠소이다.”
경계 서는 인간이 대놓고 이런걸 먹을 순 없다.
먹고 싶다면 으슥한 곳이 필요하다.
히죽거리며 두 경비병이 통로 한편에 위치한 작은 창고로 향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라온델은 경멸의 표정을 지었다.
‘쯧, 겉보기만 번지르르하지 군기라곤 개판이군.’
경계를 서는 자가 그 와중에 술을 먹어?
제대로 된 군대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론 그리 강력한 군대도 아닌 주제에, 그저 검왕 펠라드의 비호 때문에 최강이라 불리는 자들.
‘어리석은 것들 같으니.’
그렇게 경계가 풀린 틈을 타 아인스테일의 일원이 우르르 통로를 지나친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계속 이동하니 회랑 저편에 다시 경비병 두 명이 보였다.
아인스테일의 지휘관, 바칼에게 라온델이 귓속말을 했다.
“저들은 정예병이라 이런 속임수는 안 통할 겁니다.”
“그럼 어찌한단 말이오?”
라온델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제가 시선을 유도하겠습니다.
그 틈에 움직이면 됩니다.”
일부러 상대의 시야에 위치한 수풀로 향한다. 그리고 일부러 부스럭거린다.
당연히 병사들이 창을 꼬나 쥐고 달려왔다.
“누구냐!”
“모습을 드러내라!”
어색한 미소와 함께 라온델이 두 손을 들었다.
“세이라 공녀님께서 잃어버린 물건이 있다 하셔서 찾고 있습니다. 혹시 말씀 못 들었습니까?”
“그런?”
“못 들었는데?”
혀를 차며 병사들이 라온델을 타박했다.
“아무리 자네라도 조심 좀 하게.”
“이런 야밤에 움직이면 의심받기 딱 좋지 않나?”
전혀 의심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순순히 마저 찾으라며 손짓까지해 준다.
자신의 연기력에 만족하며 라온 델은 어둠 저편으로 향했다.
그곳엔 어느새 아인스테일 부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시선을 돌린 틈에 훌륭히 잠입한 것이다.
“잘했소, 라온델 공자.”
“마저 움직입시다.”
라온델이 어깨를 으쓱였다.
“만일의 경우 피를 볼 것도 각오하고 있었는데 순조롭군요.”
그리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교전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
*
*
마침내 별궁 제일 안쪽까지 도달했다.
이 회랑을 지나 안뜰을 통과하면 바로 로플란과 홀리엔이 유폐된 곳이다.
그 앞을 네 명의 병사가 지키고 있었다.
경장갑주를 걸친 마검사가 둘에, 후줄근한 로브를 걸치고 바위에 앉아 있는 마법사가 둘이었다.
라온델이 속삭였다.
“저놈들은 교대 따위 하지도 않소. 그냥 해 뜰 때까지 내리 저 위치를 고수하지.”
여기서는 피를 보아야 한다.
권위를 담아 그가 명령을 내렸다.
“자! 저들을 처리하시오!”
솔직히 라온델이 이들에게 명령을 내릴 위치는 아니다.
주제 파악 못한다며 화를 낼 법도 하지만, 아인스테일은 별말없이 움직였다.
두 그림자가 회랑 안쪽을 크게 돌며 어둠을 틈타 접근해 간다.
목표는 경갑을 걸친 마검사보다 훨씬 즉사시키기 쉬운 상대, 로브를 걸친 마법사들.
소리 없이 다가가…….
칼날을 찌른다!
팅!
단검이 튕겨 나갔다.
기습한 아인스테일 부대원의 표정이 굳었다.
‘윽!’
동시에 로브를 쓰고 있던 이가 몸을 일으켰다.
“후우우……
숨을 내쉬며 로브를 벗어 던진다.
마치 풍선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체구가 무시무시하게 늘어 나며, 머리가 성인 장정의 정수리 위로 불쑥 솟구친다.
그는 더 이상 마법사가 아니었다.
신장 190에 전신이 근육으로 뒤덮인 우락부락한 야만인 전사였다.
흉흉한 눈빛을 발하며 그가 모두를 내려다보았다.
“어서 오시게나, 침입자 여러분 ”
기겁한 라온델이 숨을 들이켰다.
“헉!”
절대 모를 수 없는 얼굴이었다.
“거, 검왕 펠라드?”
?
*
*
다른 마법사 한 명도 로브를 벗어 던졌다.
새하얀 코트를 걸친 금발의 잘생긴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과연, 그 역시 진짜 마법사가 아니 었다.
“기다리는 것도 은근히 지루한 일이더군.”
새로운 최강의 4인의 일원, 영술권사 레온하트 역시 이곳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라온델이 부들부들 떨며 물었다.
“서, 설마 눈치챘던 것이냐?”
“설마 그걸 눈치 못 챘겠소?”
대답한 이는 류한빈이나 레온하트가 아니었다.
그 대꾸는 라온델의 등 뒤에서 들려온 것이었다.
어느새 여러 병사들이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라온델의 표정이 더더욱 구겨졌다.
“네, 네놈들은!”
방금 전 야식 얻어먹은 놈, 라온델의 연기에 진심(?)으로 속아넘어간 놈들이었다.
“아, 빵 잘 먹었소.”
“술 맛있더라.”
“그런데 자네, 연기 정말 너무 못하던데?”
“우리보다 연기가 안되면 그것도 문제 아냐?”
라온델의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쏟아지는 조롱 속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아무리 그라도, 이쯤 되었는데 상황을 못 알아챌 리는 없다.
“이 빌어먹을 천한 놈들이??????
중얼거리며 그는 뒷걸음질을 쳤다.
이리된 이상, 아인스테일밖에 믿을 곳이 없었다.
그런데 어째, 저들의 표정도 예상 밖이었다.
“후후후.”
다들 차가운 비웃음만 흘릴 뿐, 사방이 포위되었음에도 당황한 기색이 전혀 없다.
“검왕 펠라드, 영술권사 레온하트. 위명이 자자한 두 분을 뵙게 되어 참으로 영광이오.”
아인스테일의 지휘관, 바칼이한 발 앞으로 나섰다.
“예상대로 두 분 모두 이 자리에 나타나셨구려.”
라온델이 멍한 음성을 흘렸다.
“……예상대로라니?”
그를 무시한 채 바칼이 말을 이었다.
“설마 저 무능한 놈을 신뢰할만큼 우리가 멍청할 것 같았소?”
경악한 라온델은 한빈 측과 아인스테일을 번갈아 노려보았다.
“네, 네놈들이……
양쪽 모두, 그저 측은하다는 듯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분노에 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감히 이 몸을 농락한 것이냐!”
보고 있던 류한빈이 머쓱해하며 뺨을 긁었다.
‘어휴, 이쯤 되니까 좀 불쌍하긴하다……
포위된 아인스테일 부대원들이 의기양양하게 한마디씩 던졌다.
“우린 미끼였을 뿐이다.”
“진짜 아인스테일의 정예는 이미 홀리엔 왕비를 구출하고 있지!”
“우리의 수장인 호른스 님은 레벨 90이 넘는 강자, 그리고 레벨 100이 넘는 악타룬의 이계인도 다섯이나 포진시켜 놓았다.”
“그들을 막을 검왕과 영술권사도, 다른 성전사장들의 행적도 이미 파악되었으니……
바칼이 차분히 말을 맺었다.
“이미 상황은 끝났다, 검왕이여.”
그 모습을 빤히 보던 류한빈이 피식 웃었다.
“지금 일부러 떠드는 거지?”
순간 놈들의 안색이 굳었다.
“홀리엔 왕비는 이미 확보했으니까 굳이 너희를 죽일 필요는 없다고 어필하고 있는 거잖아?
살려 놓고 정보 캐내라고.”
“물론 캐낼 만한 정보도 별로 없겠지.”
레온하트가 어깨를 으쓱였다.
“애초에 미끼 역할이었으니까.”
정곡을 찔린 바칼이 신음을 흘렸다.
“ 으음….”
그렇다.
아무리 목숨 바쳐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굳은 각오로 뭉친 이들이라지만, 그래도 살고는 싶었던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상황을 주절주절 떠들어 댈 필요가 있을까?
그냥 입 다물고 한빈 측이 성공했다고 여기게 하는 편이 더 작전 성공률이 높을 텐데?
“어, 어쨌건 네놈들은 이미 실패했다!”
당황하며 바칼이 고함을 질렀다.
“네놈들에겐 우릴 막을 전력이 없어!”
“막을 전력이 없다라……
기간트를 쥔 채 한빈이 슬쩍 앞으로 나섰다.
“뭐, 틀린 말은 아니야.”
그리고 안쓰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분명히 예전엔 없었지.”
쌍검이 부러지며 흑발의 청년이 뒤로 날려 갔다.
“커 억!”
피를 한 사발이나 토하며 비틀비틀 몸을 가눈다.
청년, 데이비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입가를 훔쳤다.
무려 20년 가까운 세월을 악타룬에 갇혀 마냥 레벨만 올린 그였다.
덕분에 마의 장벽이라는 레벨 100마저 뚫고, 레벨 102의 마검사가 될 수 있었다.
그런 자신이 이렇게까지 상대가 안 될 줄이야?
하지만 당연한 결과였다.
이계인인 그는 눈앞의 적, 쌍검을 쥔 저 은발의 소녀가 얼마나 높은 레벨인지 명확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종족 : 인간. 마검사 lv. 115j저 소녀뿐만이 아니었다.
양손에 화염을 머금은 채 느긋하게 자신들을 오시하는, 검왕의 동료로 알려진 저 적발의 마법사.
그 역시 예전과 달리 레벨이 너무 높았다.
「종족 : 인간. 마법사 lv. 11l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