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92
‘아니, 저놈들 분명 몇 달 전까지 레벨 90대 아니었어?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구출과 납치 사이(3)
어둠이 짙게 깔린 별궁 내부.
요정왕 로플란과 요정왕비 홀리 엔을 등 뒤에 둔 채 세 남녀가 당당히 서 있었다.
장창을 쥔 흑발의 미녀와 은발의 소녀, 그리고 적발의 마법사였다.
쳐들어온 아인스테일을 노려보며 아티스가 헛웃음을 흘렸다.
“거참, 알람 성능이 너무 좋은 거 아닌가, 이거?”
뇌제나 아크메이지가 홀리엔을 구출하려 할 거란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저들이 현재 가장 바라는 정보는 명확하다.
대체 어둠의 화신 측이 무슨 짓을 했기에 홀리엔이 패했냐는것.
왜 패배했는지 알고 싶다면, 패한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것이 제일 빠른 길 아니겠는가?
그래서 일부러 세이라로 하여금 라온델을 거두게 했다.
그토록 라온델에게 시달렸던 세이라였다. 그런 그녀가 과거의 망나니 주군을 일부러 곁에 두고 혹독하게 부려 먹는다?
홀리엔을 구출하려는 이들이라면 별 의심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좋은 미끼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라온델을 신뢰하지 않을 거란 점 역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누가 봐도 저거, 무능하니까.
그러니 라온델을 이용해도 정말 중요한 작전을 전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적당히 미끼로 쓰고 말겠지.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놈들의 작전이 ‘어떤 식이냐’가 아니다.
그게 ‘언제냐’ 하는 것이지.
“갑자기 돌변한 것만으로, 라온 델은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한 셈이지.”
장창을 겨눈 채 키비에가 눈을 빛냈다.
“덕분에 쥐새끼들을 깔끔히 소탕하게 되었군.”
호른스는 초조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인스테일의 최정예인, 평균레벨이 80에 육박하는 그의 수하들이 전원 바닥에 자빠져 신음만 홀리는 중이었다.
그나마 악타룬의 이계인들, 레벨 100대인 저들은 아직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다들 상처가 심하니 큰 기대는 할 수 없으리라.
“대체 어떻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호른스는 눈앞의 3인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갑자기 강해진 거지?”
검왕 펠라드의 동료로 알려진 저들 역시 상당한 유명인이었다.
강력한 화염 마법을 구사해 전장을 지배하는 아티스와, 천재 마검사 소녀 에피르.
키비에 역시 어둠의 화신이란 정체를 드러내기 전부터 발타라 여전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하나같이 레벨 90대의 상당한 강자들.
당연히 아인스테일은 저들의 움직임도 미리 확인했다.
심지어, 저들이 요정왕비를 몰래 지키고 있다는 사실도 예상하고 움직 였다.
“그래서 안심했거늘……
호른스 역시 레벨 90대의 마검사였으며, 무엇보다 레벨 100이 넘는 이계인을 다섯이나 대동하고 있었으니까.
“고작 몇 달 사이 레벨이 20넘게 올랐다고? 그게 말이 돼?
이계인도 그 정도는 아니야!”
억울하다는 듯 울부짖는 아인스테일의 부대장을 보며 에피르는 내심 공감을 느꼈다.
‘사실 이게 좀 반칙이긴 했지.’
딱히 저들이 무능했다고 할 수도 없다.
류한빈이나 레온하트, 둘 중 하나라도 행적이 파악되지 않았다면 아인스테일 역시 바로 작전 접었을 것이다.
‘레벨 90대의 만만한 상대’만 남은 걸 확인한 뒤 움직였는데, 그들이 실은 두세 달 만에 레벨 110 넘게 찍은 후였습니다?
이걸 대체 무슨 수로 예측하라고?
저게 가능할 정도면 첩보원 하지 말고 점집을 차리는 쪽이 더 나을 것이다.
어쨌거나 계획이 잘 풀렸으니 남은 건 제 발로 찾아온 놈들을 깔끔히 제압하는 것뿐.
쌍날을 길게 늘어트린 채 에피르가 권유했다.
“순순히 항복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레벨 차이가 이렇게 뻔한데.”
이계인들이 이를 갈며 덤벼들었다.
“젠장! 우린 여섯이야!”
“아무리 레벨이 높아도 숫자가 두 배인데!”
“설마 지기야 하겠어!”
아티스가 비웃으며 양손을 들어올렸다.
푸른 화염이 화르륵 피어올랐다.
“우리가 그 고생 하면서……
에피르 역시 검을 휘두르며 가볍게 몸을 날렸다.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키비에의 장창이 흑색 오러를 길게 내뿜었다.
“네놈들에게 당할 것 같아?”
?
*
*
이변은 없었다.
잠입한 아인스테일은 모조리 제압되어 알렌디아 왕궁의 감옥 깊숙한 곳에 갇혔다.
악타룬의 이계인은 모조리 죽였다. 레벨이 레벨이니만큼 살려서 가두기엔 너무 위험했다.
모든 이계인의 시체는 사라졌고, 그저 걸치고 있던 옷가지며 무장만 남았다.
아쉬운 듯 키비에가 고개를 저었다.
“사실 죽이는 것도 영 께름칙하긴 한데……
고위 레벨 이계인이 죽었으니 또다시 저들의 정기가 옴팔로스에게로 향한 것이다.
그래서 살린 채 봉인한다거나, 마법으로 얼려 놓는 식의 수법도 떠올려 보긴 했다.
하지만 다른 성전사장들이 반대했다.
봉인을 확실히 걸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너무 위험합니다.”
“만일의 경우를 생각지 않을 수 없어요.”
“사소한 손해를 신경쓰다 큰 것을 잃을 순 없지 않겠습니까?”
이후, 사로잡은 아인스테일의 잔당을 심문했다.
저들도 훈련받은 이들이니 고문정도로 꺾이진 않는다.
그렇지만 키비에에겐 섀도 리딩이 있는 것이다.
신성 긁기(?)를 통해 섀도 리딩도 한층 강화되었다. 굳이 유혈을 동반한 고문을 하지 않더라도 어렵지 않게 정보를 캐낼 수 있었다.
칼드리스 왕국이 알렌디아에 심어 놓았던 첩자들이며, 사방에 깔아 놓은 다양한 정보 수집 루트 등을 대부분 파악해 색출했다.
상황을 전해 들은 류한빈과 레온하트는 즐거워했다.
“이제 놈들의 눈과 귀는 대부분 차단된 거지?”
“그래. 열심히 함정 파고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물론 마도왕국의 첩보망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마도왕국 룬은 타국 정보 수집에 그리 열정적이지 않았다. 칼드리스에 비하면 꽤나 수준이 낮은 편이었다.
“수준이 낮다고 해도 알렌디아정도는 되지만. 사실 그동안 다른 나라 정보 캐낼 일이 별로 없었거든, 우리 라트나에선.”
던전 마물이라는 명확한 적이 존재하다 보니 대부분의 자원이 그쪽으로 쏠린 것이다.
오랜 전통을 지닌 칼드리스 왕국 정도나 첩보망을 유지했을 뿌이제 한동안은 저쪽도 홀리엔 구출 시도를 꾀하지 못하리라.
“물론 자잘한 첩자들을 보내 계속 접촉은 꾀하려 하겠지만
“그 정도는 우리가 없어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지.”
설령 홀리엔과 몰래 접촉하려 할지라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본인이 이미 옛 친구들로부터 마음이 떠났으니까.
상황이 끝난 뒤 키비에가 홀리 엔을 슬쩍 떠보았다.
“아쉽지 않아, 홀리엔? 어쩌면 예전 힘을 되찾을 기회였을지도 모르는데.”
모든 프라나를 잃고 무능력해진 그녀였지만, 평생 익힌 영술의지식과 지혜, 깨달음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해도 예전보다는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터.
하지만 벌써 몇 달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레벨 1 이었다.
홀리엔의 프라나는 ‘완전한 음팔로스의 축복’을 촉매로 어둠의 신성과 융합되었다. 그리고 천상천하유아독존에 의해 억제되어 키비에에게 흡수되었다.
단순히 프라나가 소모된 것이 아니다.
정기를 4대력으로 바꾸는 체내의 길, 즉 영맥 자체가 뜯겨 나간 것이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연료통 자체를 잃은 셈이었다.
4대력의 근원이 되는 영맥을 잃었으니 아무리 방대한 지식과 깨달음이 있어도 프라나를 체내에 쌓을 수 없다.
그런 그녀가 다시 생사초월자가 되기 위해선 한 가지 방법뿐이었다.
“분명 신성이라면 제 영맥을 되돌려줄 수 있겠지요.”
홀리엔이 차분히 말을 이었다.
“정말 가르한과 제노비아가 신과 여신이 된다면, 그 정도 능력은 생길 테니까요.”
동시에 그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 졌다.
“하지만 그건 모든 상황이 끝난 후의 이야기입니다.”
홀리엔은 자신의 친우들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저들에게 구출 ‘당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왜 패배했는지 알고 나면 전 더 이상 쓸모가 없습니다. 오히려 둘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불안한 정보원일 뿐이지요.”
그녀는 단언했다.
“그들은 저를 죽일 겁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요.”
놀란 키비에가 반문했다.
“그래도 친구였는데,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바오톨트도 친구였지요.”
권력자의 우정이란 참으로 얄팍한 것이다.
“일단 죽이고, 신성을 얻은 뒤 도로 부활시키겠지요. 신성의 저장 용기로써.”
최강의 3인은 어둠의 신성을 셋이서 나눠 가졌다.
단독으로는 그 방대한 권능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에.
그러니 저들이 키비에를 취해 여신의 지혜를 얻어 신격에 올랐다 해도, 단둘이서 그 신성을 제어하긴 힘들다.
분명 키비에에게 내재된 마신의 권능과 여신의 신성을 다시 홀리 엔에게 이식하겠지.
그렇게 되면…….
“생사초월자가 아닌 제가 그 힘을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지요.
제 인격은 사라지고 꼭두각시 인형만 남을 겁니다.”
그 또한 죽음이나 마찬가지.
그래서 순순히 모든 것을 포기하고 협력한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으니까.
“힘을 잃은 시점에서, 제겐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홀리엔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저 필멸자의 삶이라도 무난히 끝마치는 것 외에는요.”
?
* *
부유도 아발타의 최심부, 레벨 110이 넘는 최악의 마물들이 들끓는 마경 중의 마경.
한 폐허에 무수한 마물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피로 물든 고대 유적에 서서 가르한이 투덜댔다.
“곤란하군. 아인스테일이 실패해 버렸어.”
그냥 실패도 아니고, 기껏 깔아놓은 알렌디아의 첩보망까지 싹다 날아갔다. 뼈아픈 실책이었다.
“무슨 수를 쓴 건지 모르겠지만, 잘도 이쪽 정보를 캐내어 갔다.”
제노비아가 걸어오며 대꾸했다.
“별 능력 안 남았을 거라고 무시했는데 은근히 만만찮네, 어둠의 화신도.”
그녀의 등 뒤로도 마물 산더미가 왕창 쌓여 있었다.
가르한이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의문은 풀지 못했군.”
대체 새로운 검왕이 어느 정도 강자인지, 무슨 수를 썼기에 생사초월을 지닌 홀리엔을 제압할 수 있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실망한 가르한을 향해 제노비아가 달래듯 말했다.
“어쨌거나 시간은 벌었잖아? 우리가 손해 본 건 없어.”
그리고 등 뒤로 손짓을 했다.
“그렇지, 나크테리온?”
거대한 금빛의 드래곤이 폐허 너머로 모습을 드러냈다.
“크 e a 己 ”
目 ?
거대한 마물의 산을 향해 드래곤이 입을 벌렸다.
눈부신 빛의 숨결이 마물들에게 작렬했다.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마물들이 일제히 불타 재가 되었다.
고룡, 나크테리온을 바라보며 가르한이 말했다.
“레벨은 충분히 오른 것 같군.”
원래 나크테리온은 드래곤일 때 레벨이 122 정도였다.
어퍼 드래코니움의 고룡들 중엔 최강이었지만, 새롭게 검왕이 된 ‘펠라드 빈’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손색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종족 : 드래곤. 광룡 lv. 145」
지난 몇 달 내내, 지상 최강의 마검사와 지상 최강의 마법사 그리고 어퍼 드래코니움의 고룡 수십 마리가 동원되어 오로지 나크테리온 하나만을 위해 정기를 몰아주고 또 몰아준 것이다.
문득 가르한이 아쉬워했다.
“모든 고룡을 전부 이렇게 강화시킬 수 있으면 참 편할 텐데.”
“할 수 없잖아? 드라코 임페리움 스태프는 한 개체밖에 지배할 수 없으니까.”
어퍼 드래코니움의 금제는 제노비아의 마력 폭탄으로 인한 것.
고룡의 레벨이 너무 높아지면 금제도 풀리게 된다.
하지만 나크테리온만큼은 얼마든지 레벨을 높여도 문제가 없다.
라트나의 술법이 아닌, 마신의 유니크 아이템으로 완벽하게 지배된 상태니까.
덕분에 레벨 145의 절대 강자가 생겼다.
여기에 어퍼 드래코니움과 악타룬의 이계인까지 동원한다면?
“새 검왕이란 놈의 실체를 파악하기엔 충분하겠지.”
만족스러운 얼굴로 제노비아가 뇌까렸다.
“자,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