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97
캐슬 버스터(2)
결국 멜리벤 요새는 함락되었다.
요새를 지키던 칼드리스 제7군 단은 분루를 삼키며 굴욕적인 후퇴를 감행했다.
알렌디아군은 퇴각하는 칼드리 스군을 뒤쫓지 않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부숴! 싹 다 부숴 버려!”
호통을 치며 거구의 검사가 붉은 블레이드 오러를 휘두른다.
폭음과 함께 성벽이 무너지며 돌무더기가 우르르 굴러떨어진다.
콰아아앙
키비에와 에피르도 열심히 오러와 마검술을 날리는 중이었다.
류한빈처럼 한 방에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공격을 날릴 때마다 지진이 난 것처럼 대지가 흔들리며 성벽에 금이 쩍쩍 간다.
쿠쿠쿠쿵…….
그것을 레온하트와 아티스가 마무리.
-고유 영술 : 블러디 로즈!
“대지를 뚫고 솟구치는 심연의 불길! 마그마 브레이크!”
영술 장벽이 장미처럼 피어날때마다 금 간 성벽이 도미노처럼 붕괴되어 갔다.
붕괴된 성벽 사이로 수십 줄기의 불길이 솟구치며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알렌디아군 또한 놀고 있지 않았다. 모두가 힘을 합쳐 열심히 건물을 부수고 불을 질렀다.
멜리벤 요새가 로이안 요새의 전철을 밟는 데는 반나절이면 충분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부쉈지?”
완전히 폐허가 된 요새를 바라보며 류한빈은 유쾌한 미소를 띠었다.
“그럼 돌아가자.”
?
*
*
상부의 명에 따라 칼드리스 제3군단의 잔여 병력은 제8군단의 휘하로 흡수되었다. 패장인 데이나 역시 제이켈의 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전열을 정비한 뒤 드랙스의 제4군단과 제이켈의 제8군단은 곧바로 북상했다.
알렌디아 제1군단의 진격을 막아 내는 것이 이들의 임무였다.
“놈들은 현재 멜리벤 요새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오래 버티지는 못할 테지.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하네.”
사흘 밤낮을 달리고 또 달렸다.
상식적인 행군 속도가 아니었다.
체력 유지 면에서나 사기 유지 면에서나, 제대로 된 지휘관이라면 기피해야 할 행위였다.
당연히 병사들의 불만이 아우성쳤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멜리벤 요새까지 떨어지면, 정말로 위험해져.”
그렇게 겨우 요새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한번 봤던 광경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음, 어……
“또 싹 다 부수고 후퇴해 버렸네요?”
제이켈이 주름진 얼굴을 한껏 찡그렸다.
“놈들이 뭘 노리는지 알 것 같군.”
칼드리스 왕국으로 향하는 침공루트를 뚫을 생각이라면 굳이 요새를 부술 필요가 없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멀쩡히 함락시킨 뒤 등 뒤의 보루로 남겨 놓는 쪽이 안전하다.
“이건 공격을 가장한 방어 전술이야.”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며 국경일대의 칼드리스 요새만을 확실히 무너트린다. 그리고 더 피해를 보기 전에 본국으로 돌아간다.
이러면 칼드리스 왕국군은 보급선이 너무 길어지게 되는 것이다.
“자연히 알렌디아 국경을 공격하는 다른 군단들의 공세도 취약해지겠지.”
드랙스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처음 듣는 방식이군요. 전 저런 식의 전술은 배운 적이 없습니다만?”
제이켈이 나직이 대꾸했다.
“정석적인 군대 운용은 아니거든. 라트나 변경의 약소국에서나 간혹 사용하지.”
어쨌거나 뼈 빠지게 달려왔는데 또 허탕만 치게 되었다-세 명의 군단장 모두가 허탈한 표정으로 한때 요새였던 무참한 폐허를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저 멀리 펄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
“이 소리는
남쪽 하늘에서 인간을 태운 커다란 마물 한 마리가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에 말의 몸통을 지닌 비행형 마물, 히포그리프였다. 칼드리스 왕국의 비행부대, 히포그리프 기사단인 것이다.
히포그리프가 착륙하자 기사가 재빨리 뛰어내려 제이켈을 찾았다.
“제이켈 군단장님!”
“이번엔 또 뭔가?”
다급히 서류를 건네며 그가 상황을 요약했다.
“알렌디아 제2군단이 남쪽 국경을 치고 들어왔습니다! 도리아성채가 함락되었고, 현재 6군단은 사틸란 산맥을 기점으로 침공에 맞서 교전 중입니다!”
도리아 성채 역시 칼드리스가 자랑하는 강력한 남부 국경 요새 중 하나다.
그곳이 함락되었다고?
한숨을 쉬며 데이나가 물었다.
“왜? 또 초대형 매직 애로우라도 날아왔대?”
전령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
*
*
사틸란 산맥 초입, 낮은 수풀이 군데군데 우거진 나지막한 능선을 타고 두 왕국의 군세가 진을 치고 있었다.
올해로 230살이 된 드워프 기사 펠데록 경이 이끄는 알렌디아제2군단과, 레벨 89의 오러 유저그라스틸의 칼드리스 제6군단이었다.
각 군단의 병력은 각자 3천과 3,500.
전력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고 평균 레벨 역시 엇비슷하다.
전황만 보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 리라.
하지만 펠데록 경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돌격! 모조리 죽여라!”
그리고 그라스틸 역시, 패배를 확신하는 중이 었다.
“물러나라! 물러나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알렌디아 2군단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능선을 달린다.
기세등등하게 창칼을 휘두르며 눈앞의 모든 것을 베고 또 벤다.
“여신을 위하여!”
“천발을 받아라! 칼드리스 놈들!”
칼드리스 6군단은 계속 몰렸다.
그저 진영을 유지하는 데만 급급할 뿐 차마 역공을 걸 엄두를 내지 못했다.
2군단의 선두에 선 저 괴물 때문이 었다.
“허어업!”
우렁찬 포효가 전장을 뒤흔든다.
붉은 불길에 휩싸여 거구의 검사가 허공으로 솟구친다.
동시에 가공할 오러의 칼날이 포탄처럼 쏟아진다!
_가로 베기!
세계가 쪼개지는 듯한 환영과 함께 불길이 능선을 타고 질주했다. 대지가 갈라지며 소용돌이가 일어 올랐다.
휘말린 기사며 병사가 비명을 내질렀다.
“으악!”
“으아아악!”
이글거리는 붉은 대검을 쥔 근육질의 야만인 전사가 형형한 눈빛을 발했다.
“목숨이 아깝다면 알아서 도망쳐라!”
알렌디아 제2군단이 완전히 흐트러진 적진을 맹수처럼 급습해 갔다.
기사 중 하나가 흥분해 소리쳤다.
“보라, 저 검왕의 무위를! 절대의 무신이 우리를 가호한다!”
“검왕!”
“검왕 펠라드!”
사기충천한 알렌디아군은 그야말로 산맥을 태우는 불길이나 다름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칼드리스 왕국군의 시체가 늘어만 갔다.
알렌디아 2군단장, 펠데록 경이 헛웃음을 흘렸다.
“이거 진짜 전쟁 편하게 하는구만! 이 좋은 걸 그동안 제1성전군만 만끽하고 있었단 말이야?”
기존의 검왕군, 어둠의 교단 제 1성전군이 최강이라고 불린 이유는 그들이 다른 부대에 비해 레벨이 유독 높다거나 전투력이 엄청 대단해서가 아니다.
검왕 펠라드와 영술권사 레온하트, 그리고 그들의 동료인 절대 강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기 때문일 뿐이다.
즉, 검왕 일행이 부대를 옮기면 그 부대도 검왕군과 마찬가지의 무위를 보일 수 있다!
“크하하하!”
도끼창을 휘두르며 펠데록 경은 쾌소를 터트렸다.
“지금은 우리가 검왕군이다!”
? * *
이 전투에서도 키비에는 여전히 전차를 애용하고 있었다.
두 마리 골렘 스티드가 끄는 전차 위에 올라 그녀가 고함을 터트렸다.
“계속 진격하라!”
거칠 것 없이 달려가는 키비에를 막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레온하트에게 그토록 시달렸던 그녀였다.
‘이놈, 정말 나 섬기는 거 맞아? 말만 그렇게 하고 실은 악감정 있는 거 아냐?’라는 착각마저들 정도로 가혹한 수행이었다.
덕분에 실력은 쑥쑥 올랐다.
이제 레벨 120급의 모든 기량을 문제없이 발휘할 수 있다!
“타아앗!”
날카로운 창날을 통해 칠흑의 블레이드 오러가 무수한 궤적을 쏟아 낸다.
오러가 스치는 모든 것이 날려가고 파괴되며 굉음을 낳는다.
콰콰콰쾅!
막아서는 기사들 대부분이 일합에 나가떨어졌다.
병사들은 감히 가까이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단순히 키비에가 너무 강해서만은 아니었다.
“헉!”
“저 발타라 여전사는……
“어둠의 화신!”
여섯 교단은 저 흑발의 미녀를 어둠의 화신이라 칭하며 라트나 전역에 그 사실을 선포했다. 병사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자연히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저 여인이 휘두르는 창이 곧 여신의 천벌인가?’
그리고 라트나인들은, 천벌받아 죽은 놈은 에누리 없이 지옥행확정이라고 믿고 있다.
“피, 피해야……
물론 칼드리스 왕국과 마도왕국룬의 발표에 따르면 저 여인은 거짓 화신이니 천벌이고 뭐고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개 병사 입장에서는 긴가민가하지 않을 수 없지.
반격이 소극적이니 더더욱 거리 낄 것이 없다.
키비에가 이끄는 알렌디아 2군 단 600의 병력이 칼드리스 6군 단을 좌측에서부터 깊숙이 돌파해 갔다.
반대쪽에선 류한빈이 우측으로부터 전장을 돌파 중이었다.
“타아앗!”
대지를 딛고 날아오르며 붉은 오러의 칼날을 연신 쏘아 댄다.
그렇게 길을 만든 뒤 다시 땅을 박차고 질주한다.
그 모습은 왕년의 검왕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검왕 바오톨트도 전장에서 항상 두 다리로 뛰어다녔으니까.
말보다 더 잘 뛰는 인간이 굳이 말 탈 필요가 뭐가 있을까?
“과연 전설의 발타라 전사!”
그 위용에 감탄하며 알렌디아군도 열심히 한빈의 뒤를 따랐다.
골렘 스티드에 오른 수십의 기사들과 수백의 보병들이 적들을 베어 넘기며 나아갔다.
우측에서부터 길게 전장을 가로지르니, 또다시 적진이 반으로 갈라졌다.
결국 칼드리스 6군단은 키비에와 류한빈의 좌우협공으로 인해네 조각으로 쪼개졌다.
이를 레온하트와 에피르, 아티스의 부대가 차례대로 각개격파했다.
“으아악!”
“으아아악!”
결국 6군단에게 남은 길은 하나 밖에 없었다.
“퇴각! 퇴각하라!”
간신히 패잔병을 수습해 힘겨운 퇴로에 올랐다.
이번엔 한빈 일행도 적군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맹렬한 추격이 뒤를 따랐다.
엄청난 피해를 낳으며, 6군단은 간신히 필드락스 요새까지 후퇴했다.
그제야 알렌디아군도 공세를 멈추고 진영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만신창이가 된 몰골로 성벽 아래 기대어 숨을 몰아쉬며 그라스틸 경은 암담한 표정을 지었다.
“하아, 이제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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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락스 요새로부터 조금 떨어진 알렌디아군의 진지.
대형 막사에 모인 한빈 일행에게 세이라가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현재 6군단의 잔존 병력은 1,500 정도로 예측됩니다. 필드락스 요새 주둔군 1천과 합류했어도 2,500 정도, 전력 면에선 아군이 우위에 있습니다.”
보고를 올리는 그녀의 표정은 꽤나 밝았다.
아무리 비관적으로 상황을 계산해 보아도 자신들이 패할 일이 없는 것이다.
“현 아군의 전력이라면 요새 점령에 반나절이면 충분할 거예요.”
실제로 필드락스 요새의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다른 국경 요새가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지 잘 알고 있는 탓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성문도, 높고 두터운 성벽도 저 검왕이라는 괴물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그 빌어먹을 초대형 매직 애로우 한두 방이면 깔끔히 날아가 버리겠지.
호랑이가 쳐들어왔는데 수수깡문짝 붙잡고 벌벌 떠는 기분이랄까?
안 그래도 류한빈은 벌써부터 자신의 벨트를 매만지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날릴까?”
표정을 보아하니 마법 날리는데 꽤 재미를 붙인 듯했다.
하기야, 멀리서 펑펑 쏴 대는데 재미가 없을 리 없다.
레온하트가 고개를 저었다.
“초 쳐서 미안한데, 이번엔 그 마법 금지야.”
“어? 왜?”
“되도록 성채를 멀쩡히 접수해야 하거든. 언제까지 치고 빠지 기만 계속할 순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