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198
캐슬 버스터(3)
멜리벤이나 도리아와 달리 필드락스 요새는 알렌디아 국경과 인접해 아군 영토 쪽으로 돌출된 형태였다.
위치상 알렌디아 국경 요새와의 연계가 쉽다는 의미다
“필드락스 요새는 현 요정왕국의 전력으로도 충분히 거점으로 삼을 수 있어.”
아군 요새로 삼으려면 류한빈의 저 무식한 마법으로 날려 버릴 순 없었다.
한빈이 실망하며 물었다.
“그럼 그냥 예전처럼 공략하는 거야?”
“그렇다.”
성벽 타 넘으면서 성문을 여는, 정석적인 공성전으로 나갈 계획이라는 것이 레온하트의 설명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아티스가 말했다.
“현재의 전력 차라면 아군의 피해도 그리 크지 않을 테니 충분히 승산이 있겠군.”
갑자기 류한빈이 손을 들었다.
“아, 그럼 난 이번 공성에서 빠질게.”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엥?”
“어째서요?”
한빈이 양손을 펼치며 씩 웃었다.
“이 기회에 후방 지원 좀 해 보게.”
어이없다는 듯 키비에가 되물었다.
“……칼잡이가 무슨 얼어 죽을 후방 지원이야?”
?
다음 날 아침, 공성전이 시작되었다.
필드락스 요새를 포위한 알렌디아군이 세 부대로 나뉘어 성벽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갈고리를 걸어!”
“마법부대! 성벽 외벽에 마법계단을 만드시오!”
“궁병대! 일제사격!”
기사들이 갑옷과 방패로 몸을 감싼 채 용맹하게 성벽을 타고 오른다. 그 뒤를 상대적으로 가벼운 복장을 한 보병부대가 따른다.
필드락스 주둔군도 가만히 당해 주진 않았다.
“막아라!”
“기름을 끼얹어!”
“돌을 던져라!”
손에 잡히는 건 일단 다 던지고 열심히 화살을 쏜다.
앞장서 성벽을 오른 절대 강자들, 레온하트며 키비에, 에피르를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고 용감무쌍하게 창칼을 들이댄다.
“으아아!”
“제발 좀 죽어!”
상대도 필사적인 만큼 공략이 쉽지는 않았다.
양측 모두 사상자가 늘어만 갔다.
채 성벽을 오르지 못하고 굴러떨어지는 이들을 위생병이 재빨리 후방으로 운송했다.
알렌디아 소속 영술부대가 바쁘게 움직였다.
“이쪽으로 눕히시오!”
“치유술을 펼치겠소!”
특히 두각을 드러내는 이는 역시 세이라와 레즐리였다.
영술부대장인 세이라는 다른 이들보다 높은 레벨의 치유술을 구사할 수 있었다.
게다가 레즐리는 무려 레벨 70대의 영술사다. 사실 레벨만 보면 세이라보다도 높은 것이다.
“눈앞의 위기는 넘겼습니다. 그럼 다음 부상자를……
류한빈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으로 무장한 레즐리는 그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부상자가 오는 족족 프라나를 아끼지 않고 퍼부으며 생명을 살리고 또 살린다.
세이라가 묘한 눈빛을 그녀에게 보냈다.
“당신이 이렇게 열심히 협력할 줄은 미처 몰랐어요.”
레즐리가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폈다.
“지금 제 주인은 펠라드 님이시니까요.”
정말이지 신기한 변화였다.
요정왕비의 심복이었던 이가 이렇게까지 변하다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어쨌건 지금은 믿음직한 아군이었다.
문득 세이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펠라드 님은?”
류한빈은 아직 전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후방 지원한다느니 뭐니 하면서 내내 막사 안에 처박혀 있을 뿐이었다.
‘뭐 하고 계신 거지?’
그러던 중이었다.
막사 휘장이 젖혀지며 거구의 검사가 밖으로 나왔다.
“아, 준비 이제야 끝났다. 이거 진짜 오래 걸리네.”
순간 두 여인은 흠칫 놀랐다.
“엑
“설마‘?”
둘 다 영술사이니만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엄청난 프라나의 기운이 류한빈의 전신에서 철철 흘러넘치고 있는 것이다!
“마법을 쓸 수 있는데……
한빈이 양손을 들어 가슴께로 모았다.
“영술이라고 못 쓰겠어?”
그리고 느릿느릿 손가락을 꼬기 시작했다.
한참 후에야 세이라와 레즐리는 깨달았다.
‘아, 저거.
‘뭔가 했더니 수인 맺고 계신 거였구나.’
‘손가락 쥐 나서 푸시는 건 줄 알았네.’
멀쩡한 영술사가 보기엔 복장뒤집어질 정도로 느려 터진 수인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동작과 흐름은 이치에 맞는다.
그리고, 그 바탕이 되는 것은 자그마치 레벨 140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의 프라나!
“많은 돈은 많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법이지!”
류한빈은 어둠의 교단 예산을 펑펑 써 가며 전용 마법 스크롤을 만들어 매직 애로우를 익혔다.
그렇다면 같은 방식으로 전용 영술 스크롤을 못 만들 이유도 없지 않겠는가?
우우우웅!
방대한 프라나가 주위의 공기를 진동시켜 소음을 발했다.
“여기서 영술을 쓰시려고요?”
“이 거리에서요?”
저 멀리 떨어진 성벽 아래 전장과 알렌디아군의 진지, 양쪽을 번갈아 보며 세이라와 레즐리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회심의 미소를 지은 채 류한빈이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해 보니까, 되더라고.”
응집된 프라나가 정해진 흐름을 따라 움직이며 권능으로 화했다.
-치유 영술 : 회복의 산들바람!
미풍이 불었다.
희미한 푸른빛을 띤 산들바람이 성벽 아래 쓰러진 알렌디아군의 부상자들을 어루만진다.
“.아?”
“이건?”
쓰러진 부상자들이 하나둘 눈을 떴다. 고통이 조금씩 가시고 있었다.
“치유술인가?”
경험 많은 병사들이 몸 상태를 점검하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기초적인 치유술인가 보군.”
강력한 치유술은 일시에 모든 상처를 지우고 전신의 기력을 일깨워 주며 더러워진 육신을 깨끗이 돌린다.
반면 레벨 2의 기초 영술, 회복의 산들바람은 그렇지 않았다.
간신히 상처를 메워 지혈을 하는 수준, 기력은 좀 돌아왔지만 여전히 힘들고 지친 상태였다.
“그래도 이게 어디야?”
“누군지 모르지만 고마운 일이군.”
부상자들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감사를 표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원래 영술부대는 어지간히 위험하지 않은 이상 전투에 직접 투입되지 않는다.
치유술사는 전장에서 1순위로 살해되기 마련이니까.
그러니 누군가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왔다는 소리인데…….
“아무도 없잖아?”
치유술은 펼쳐졌는데, 치유술사가 보이질 않는다.
병사들이 당황할 때였다.
미풍이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
미풍에서 약풍, 약풍에서 강풍, 강풍에서 태풍으로!
웅웅웅웅!
더 이상 산들바람이 아니었다.
휘몰아치는 청광의 폭풍이 되어 성벽 아래의 알렌디아군을 뒤덮어 간다!
“헉!”
“엑? 뭐야, 이거!”
분명히 효과만 보면 기초 영술이었다.
지혈과 기력 회복, 끝.
그런데 범위가 무지막지하게 넓은 것이다.
푸른빛의 바다가 필드락스 요새 성벽 끝에서 끝까지 펼쳐진다.
그 속에서 수백에 달하는 부상자들이 몸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다들 신음하며 절뚝거리고 있었다.
고작해야 레벨 2의 하위 영술, 지혈과 기력 회복이 주 효과이다 보니 상처가 완전히 낫진 않는다.
그런데 또 어이없게도, 지혈과 기력 회복 효과만큼은 몇 배나 뻥튀기되었다!
“뭐 이래?”
“아픈데…… 더럽게 아픈데
“몸은 또 움직여지네?”
움직일 수 있다면 싸워야 한다.
병사들이 창칼을 도로 쥐고 성벽 위를 노려보았다.
상황을 살피던 레온하트가 기가 차 중얼거렸다.
“와, 저게 되네?”
저 정도로 어마어마한 광역 영술은 왕년의 생사초월자 정도나 가능한 일이었다.
‘나도 저렇게까지 원거리에서 광범위하게 영술을 쓰진 못하는 데……
물론 효능만 보면 비교가 안 된다.
당장은 일어나 싸울 수야 있겠지만 잠시일 뿐, 추후에 제대로 치유술을 펼쳐 상처를 다스려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현 상황에선 굉장히 유용했다.
수백의 부상자가 단숨에 수백의 전투원으로 바뀐 것이다!
레온하트가 병사들을 독려하며 고함을 질렀다.
“보라! 여신께서 우리를 가호하신다!”
일어서는 아군의 모습에 알렌디아군의 사기가 다시 한번 올랐다.
물론 개중엔 합리적인 의문을 지닌 이도 있었지만…….
“그 여신님, 저기 성벽 위에서 싸우고 계신데?”
“저 빛은 뒤에서 날아오지 않았어‘?”
“아무리 봐도 이 자리에 없는 검왕이 뭔가 했지 싶은데……
“근데 저거 영술 아냐? 역시나 검왕이란 양반이 할 짓은 아닌 것 같……
“알 게 뭐야? 어쨌든 만세!”
병사들은 쉽게 의문을 버렸다.
이미 겪어 본 상황이라 두 번 못 할 것도 없었다.
그저 눈앞의 기적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계속 나아간다!
“돌격! 돌격!”
반면 칼드리스 왕국군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놈들이 도로 일어났다!”
“맙소사!”
“어찌 이런 일이?”
다들 경악해 눈을 크게 떴다.
손발이 절로 떨려 창칼을 휘두르기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미친??????
라트나에서 치유술은 굉장히 보편화된 능력이다.
전장에서 쓰러진 이들이 다시 일어났다 해서 이렇게까지 놀랄 이유는 사실 없다.
이들이 경악한 이유는 일어선수백의 알렌디아군의 몰골 때문이었다.
류한빈의 치유술은 오직 지혈과 기력 회복 효과밖에 없다. 그저 그 효과가 몇 배나 강력할 뿐이다.
그래서 부상자들은 절뚝거리며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지혈만 되었을 뿐 상처는 남아 있어 제대로 움직이기 힘드니까.
그런데 또 기력은 넘쳐 난다.
그래서 절뚝거리면서도 괴력을 발휘해, 적들을 상대로 검을 휘두르고 창을 찔러 가고 있었다.
피투성이에, 전신에 상처가 남아 있는 이들이,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인데 이상하게 힘은 넘쳐 나 계속해 달려드는 형국인 것이다.
이게 과연 적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언데드다!”
“죽은 자들이 도로 일어났다!”
“오! 여신이시여! 어찌 저런……
칼드리스 병사들 눈에는, 사이한 수법으로 일어선 수백의 좀비떼가 달려오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
“으아아악!”
겁먹은 병사들이 창칼을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물론 좀비 취급받은 알렌디아군은 격분.
“뭐래?”
“우리 안 죽었어!”
“이 잡것들이!”
아군은 분노로 인해 사기가 오르고 적군은 본능적 공포로 인해 위축된다.
그 광경을 지켜본 알렌디아 2군 단장, 펠데록 경은 새삼 감탄했다.
“허! 새로운 검왕이 불세출의 전략가라더니……
단순히 아군의 전력을 늘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전장 전체의 심리를 좌지우지하기까지 하다니!
“나 같은 범부는 상상도 못 할 전술이 아닌가!”
레즐리와 세이라 역시 감탄하긴 마찬가지 였다.
“대단하세요, 주인님!”
“저런 효과는 영술사인 저도 상상도 못 했어요!”
문제는, 류한빈도 감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게? 나도 상상 못 했는데.”
U
“어, 어쨌건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거 아냐?”
머쓱해하며 한빈은 4대력 변환의 벨트를 도로 해제했다.
프라나를 오러로 치환하며 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슬슬 움직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