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05
전쟁의 패러다임(3)
여신의 축복자와 마찬가지 로, 마신의 축복을 받은 이계인 역시 지속적으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심지어 제 수명 이상으로는 살수 없다는 부분조차 비슷했다.
이계인들 역시 수명이 다하면 젊은 상태로 죽어 버린다.
이 사실을 알아낸 제노비아가 얼마나 실망했었던가?
당시만 해도 가이드라인만 얻으면 남은 수명을 증가시킬 수 있을 줄 알았으니까.
문득 가르한이 조소를 머금었다.
‘하긴, 이계인 놈들도 모르고 있기는 마찬가지였지.’
라트나에 출몰하는 이계인들은 보통 20대에서 40대 사이의 연령층, 그리고 지정 수명은 라트나의 인간과 마찬가지로 대략 90?100살 사이다.
첫 이계인이 이 세계에 등장한 것이 40여 년 전이니, 아직 수명이 다해 죽은 사람이 나올 만큼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이다.
가이드라인이 알려 주지 않는 부분이라 이계인들이라 한들 스스로 알아차릴 방법이 없었다.
‘옴팔로스가 라트나의 균형을 생각해 줄 이유 따윈 없을 테니 처음부터 불로의 권능 자체에 일종의 제한이 있는 것일지도.’
하여튼, 검왕 펠라드가 이계인 일지도 모른다?
‘억측이란 생각도 들지만……
나중에 제노비아와 이야기 정도는 해 봐야겠군.’
지금은 눈앞의 문제부터 해결할 차례 였다.
가르한은 회의실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여전히 신하들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검왕 일행의 레벨이 너무 높은 것이 문제요.”
“검왕이나 영술권사만으로 전황이 좌지우지되니……
“그들을 막을 확실한 방법이 필요합니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면 이미 결론은 낸 후였다.
그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을 뿐.
검왕 일행의 방식 자체는 변경에서도 이미 써 온 전략이었다.
그렇다면 변경에선 저 수법에 어떻게 대처할까?
간단하다.
똑같이 대륙 중앙에서 강력한 기사를 초빙해 온다.
이쪽도 검왕 일행만큼이나 강력한 비대칭 전력을 투입하면 해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이미 칼드리스 왕국에는 그런 전력이 존재한다.
지상 최강의 마검사, 뇌제 가르한이!
‘그렇다고 신하 주제에 모시는 주군에게 직접 나가서 싸우란 말은 차마 못 하니까, 저리 말을 돌리고 있는 게지.’
속내가 뻔히 보이는 대신들을 바라보며 가르한은 빙그레 웃었다.
물론 저들의 뜻을 따라 줄 생각은 없었다. 아직은 기다려야 할 때였다.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다. 이만 물러가도록.”
신하들이 당황해 그를 돌아보았다.
“예?”
“하지만 아직 대책이……
“대책은 떠올랐다. 자세한 사항은 추후에 내리겠다.”
“그, 그러시다면야……
눈치를 보며 신하들이 회의실을 떠났다.
그렇게 회의를 파한 뒤 가르한은 수하를 불렀다.
한때 아트란사스 가문의 후계자였고 지금은 칼드리스 왕국의 식객인 로아셀이었다.
“어퍼 드래코니움과 악타룬의 이계인에게 알려라. 슬슬 밥값할 때가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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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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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왕국의 수도, 메디스 라타.
왕궁 상공에 형형색색의 드래곤들이 날아오른다.
전원 30미터가 넘는 거대한 고룡들로, 저마다 등 위에 열댓 명의 인간들을 태운 채였다.
그 숫자를 다 합치면 자그마치 600, 악타룬의 이계인 500에 칼드리스의 최정예 100이었다.
마흔 마리의 고룡들이 하늘 저편으로 멀어지기 시작했다 섭정궁의 테라스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가르한은 회심의미소를 지었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대신할 전력은 있지.”
아무리 고룡이라도 ‘칠흑의 악몽’ 같은 기동력을 내진 못한다.
그 와이번은 진짜 상식 밖의 괴물이다.
하지만 수송 능력만큼은 이쪽이 훨씬 우위다. 덩치부터가 훨씬 크니까.
드래곤 하나당 열댓 명 가까이 태울 수 있다.
게다가 레벨이 레벨이니만큼 비행 능력은 떨어져도 공중전에서 밀리진 않는다.
칠흑의 악몽이 최신예 전투기라면, 어퍼 드래코니움의 고룡들은 날아다니는 대형 전함인 셈이었다.
물론 실제로 공중전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곁에서 지켜보던 로아셀이 그 이유를 입에 담았다.
“괜찮은 겁니까, 가르한 각하?
놈들에겐 폴리모프 네크리스가 있습니다만.”
“문제없어.”
여전히 가르한은 태연했다.
“다 감안하고 시킨 짓이다.”
마흔 마리나 되는 거대한 고룡이 일제히 하늘을 날아가는 그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단 한 마리만으로도 세상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 존재가 무려 수십, 라트나 역사 속에서도 다시없을 웅장한 광경임이 틀림없는 것이다.
“으악!”
“저게 뭐야!”
“맙소사, 여신이시여.”
비행경로상의 모든 라트나인들이 날아가는 고룡 무리를 보았고, 경악해 입을 쩍 벌렸다.
당연히 한빈 일행도 그 정보를 접했다.
“어퍼 드래코니움의 고룡 무리가 북상 중인 알렌디아 2군단 쪽으로 향한다고?”
“뭐 하자는 거지?”
“이쪽에 폴리모프 네크리스가 있다는 걸 뻔히 알 텐데?”
의아해하면서도 일단 출격했다.
저들을 그냥 내버려 두면 알렌디아 2군단은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몇 시간 뒤.
날아가는 드래곤 무리 앞에 칠흑의 악몽이 출현했다.
고룡들이 중얼거렸다.
“어? 저게 그건가?”
“진짜 와이번이네?”
“그런데 뭔 와이번이 저렇게 크고 빨라?”
곧바로 온갖 마법이며 마검술, 오러를 난사해 에피르를 노렸다.
물론 이번에도 그녀는 간단히 피해 버렸다.
지상이라면 모를까, 공중에선 고룡의 공격이라도 그리 두려운 대상이 아니다!
“죄다 떨어뜨려 주지!”
강제 인간 의태의 권능이 어퍼드래코니움의 대열을 누비고 지나갔다.
아무리 고룡이라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하늘 가득 벌거벗은 인간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큭!”
“역시 폴리모프 네크리스로군!”
“이거 원래 알레한드로가 쓰던 거 맞지?”
그럼에도 대부분 침착했다.
이렇게 될 줄 알고 미리 대비를 한 후였다.
인간이 된 고룡들은 곧바로 공간 주머니에서 의복을 소환해 몸부터 감쌌다. 그리고 침착하게 마법과 영술, 마도구를 발동했다.
“저속 낙하, 페더 폴.”
“프렐류의 바람이 이 몸을 띄우리라!”
-발동, 부유의 날개!
함께 추락하는 악타룬의 이계인과 칼드리스 기사들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오러 아머!
-오러 가드!
-마검식 : 폭염익!
인간화된 고룡이라도 레벨이 70대는 된다. 동반한 칼드리스 기사들도 비슷한 수준이다.
악타룬의 이계인은 제일 낮은 레벨이 80대이며 고위 레벨은 100이 넘는다.
다들 이 정도 높이에서 추락해도 제 한 몸 정도는 충분히 추스를 수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류한빈이 기간트를 뽑았다.
“흥! 누가 그렇게 내버려 둔 대‘?”
낙하 중인 적들 사이로 에피르가 날아들었다.
시뻘건 블레이드 오러와 영술의 창, 화염 마법과 와이번 브레스가 놈들을 덮쳤다.
아무리 고위 레벨이라도 운신이 제약된 공중에서 제대로 대응할 순 없다. 그저 방어에만 전력을 다할 수밖에.
“크억!”
“으아악!”
공세에 휘말린 이계인이며 고룡이 우수수 피를 흘리며 추락했다.
그렇게 두어 번 더 공격을 가하고 나니 남은 놈들 대부분이 착륙을 끝냈다. 공중에 더 이상 해치울 적들이 남지 않게 되었다.
지면의 상황을 살피며 아티스가 혀를 찼다.
“기대했던 것보다 피해를 주진 못했군.”
부상자는 수십에 다다랐지만 즉 사한 이는 고작 대여섯 정도였다. 놈들도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이었으니까.
착륙한 고룡과 이계인, 칼드리 스 기사가 대열을 짜고 전투준비를 갖춘다.
류한빈은 눈살을 찌푸렸다.
“저기 뛰어드는 건 아무래도 위험하겠지?”
레온하트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럴 필요가 없지. 이미 목표는 달성했는데.”
폴리모프 네크리스에 당했으니 어퍼 드래코니움의 고룡들도 내일까진 드래곤 폼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돌아가자고.”
미련 없이 기수를 돌렸다.
힐끔 뒤를 보며 한빈이 고개를 갸웃거 렸다.
“저것들, 대체 왜 온 거야?”
?
*
*
다음 날, 또다시 소식이 전해졌다.
예의 그 ‘웅장한 광경’이 또 펼쳐졌다고.
막 출격할 준비를 하던 류한빈이 혀를 찼다.
“에잉, 또 저기부터 다녀와야 하나?”
원래는 남쪽 국경을 따라 올라오는 마도왕국군을 공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저쪽을 손보지 않으면 아군이 큰 피해를 보겠지.
“뭐,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대수롭잖게 여기고 동쪽으로 향했다.
후다닥 날아가서 후드득 떨어트린다.
또다시 고룡들이 인간이 되어 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크엑!”
“또 이거냐!”
“옷 입어! 옷!”
“옷이 문제야? 저속 낙하부터 걸어!”
어제의 상황이 한 번 더 재현되었다.
대략 십여 명 정도의 사상자를 뒤로한 채 어퍼 드래코니움과 악타룬의 이계인들이 재정비에 나섰다.
그리고 눈을 부라리며, 날아다니는 한빈 일행을 노려본다.
“내려오기만 해 봐라!”
물론 내려갈 생각 따윈 눈곱만큼도 없다.
에피르의 등 위에서 류한빈이 물었다.
“자, 그럼 이제 원래 가려던 남쪽으로 향하면 되나?”
그제야 레온하트의 안색이 굳었다.
“무리다. 이미 시간을 많이 허비했어.”
아무리 레벨이 올랐다 해도 에피르의 체력은 무한하지 않다.
이미 몇 시간이나 날아온 후였다. 매일같이 강행군을 한 상황이라 피로도 꽤 쌓여 있었다.
“일단 돌아가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영술로 기력을 잠시 회복시켜 줄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피로는 휴식으로만 풀 수 있다.
적들을 뒤로한 채 한빈 일행은 일단 자리를 떠났다.
“무슨 수작인지 알겠군.”
정황을 파악한 레온하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제법인데, 가르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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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퍼 드래코니움의 고룡들은 매일 날아올랐다.
그리고 매번 알몸의 인간이 되어 떨어졌다.
얼핏 바보 같아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의외로 효과적이었다.
저들을 막기 위해 한빈 일행도 매일 출격해야 했으니까.
오늘의 전투를 끝낸 뒤 임시 근거지로 돌아가며 레온하트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완전히 발이 묶였군.”
드래곤은 일반적인 비행형 마물과 달리 레벨이 굉장히 높다. 심지어 와이번 모드의 에피르보다도.
기동력이나 비행 속도야 그녀를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지구력만 따지면 월등히 우위인 것이다.
그런 놈들이 자유롭게 풀려나면 이동 중인 알렌디아 남부군을 박살 내 버릴 게 뻔하다.
상대적으로 병력이 적은 알렌디아 입장에선 뼈아픈 손실이리라.
그래서 한빈 일행은 아예 놈들 근처에 따로 근거지를 마련해 수시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덕분에 에피르의 피로도 역시 많이 감소했다.
문제는, 저들의 발을 묶고 나면 다른 쪽을 마저 칠 수가 없다는 점 이 었다.
지도를 살펴보며 아티스가 고개를 저었다.
“거리가 너무 멀어.”
현재 칼드리스 왕국군와 마도왕국군은 마치 새가 날개를 펼치듯 북쪽과 남쪽에서 크게 돌아 필드락스 요새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부에서 요새를 향해 직선으로 이동 중인 어퍼 드래코니움과 악타룬의 이계인들.
이 상황에서 양쪽을 치려면 일단 중부에서 고룡들과 싸운 다음, 남부나 북부까지 날아가 또 전투를 치른 뒤 늦기 전에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다음 날 또 놈들의 준동을 막을 수 있다.
“아무리 에피르 너라도 탈진해 버리겠지?”
“근성으로 버텨 보겠다고 하고는 싶지만, 현실적으론 아무래도……
류한빈과 에피르의 대화를 지켜보던 레온하트가 결정을 내렸다.
“우리도 이대로 놈들의 발만 묶도록 하세.”
어차피 알렌디아군은 거의 집결이 끝났다. 충분히 원하는 바를 성취했다.
“아쉬울 때야말로 멈출 때라는 말이 있지. 과한 욕심을 부릴 필요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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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빈 일행과 고룡 및 이계인의 연합 별동대가 서로의 발을 묶는 사이, 결국 양측의 군사 이동이 끝나 버렸다.
1만 7천의 알렌디아-교단 연합군이 필드락스 요새를 주축으로 방어진을 펼치고 결전에 대비했다.
6만 5천의 칼드리스-마도왕국연합군 역시 요새를 빙 두르며 넓은 포위망을 완성시켰다.
양측을 합쳐 자그마치 8만이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군세.
라트나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도 보기 드문, 대규모 전투의 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