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07
필드락스 대회전 (2)
전투를 알리는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중장갑주를 걸친 기사들이 일제히 말을 달린다. 육중한 골렘 스티드의 발굽이 땅을 박찬다.
대지가 요동치며 함성이 메아리 친다.
“칼드리스여, 영원하라!”
“여신이여, 룬의 여왕을 보우하소서!”
수천의 병사들이 뒤를 따른다.
화살과 마법이 푸른 늦가을의 하늘을 빽빽이 뒤덮어 간다.
“어리석은 자들에게 정의의 철퇴를!”
알렌디아-교단 성전군과 칼드리 스-마도왕국 연합, 라트나라는 이 거대한 대륙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세력들의 사활이 걸린 전투.
필드락스 대회전의 시작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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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병대, 일제 발사!”
지휘관의 명에 따라 룬의 마법사들이 지팡이를 휘둘렀다.
수십 개의 화염구가 필드락스요새의 성벽을 일제히 두들겼다.
콰콰콰쾅!
그 틈에 성벽 곳곳에 갈고리와 사다리가 걸리고 마법의 계단이 착착 달라붙었다.
칼드리스 왕국군이 개미 떼처럼 달라붙어 성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성벽을 장악하라!”
“룬의 여왕 폐하께서 약속하셨다!”
“제일 먼저 성벽에 오르는 병사에게 금화 천 닢을 내리실 것이다!”
불타는 애국심과 강철 같은 충성심보다 더욱 효과가 있는 것이 바로 반짝이는 금붙이인 법.
변경이라면 보나 마나 공수표남발이라 여기고 무시했겠지만, 칼드리스와 마도왕국은 대륙3강이다. 돈을 준다고 했으면 정말주는 나라였다.
물욕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성벽에 달라붙었다.
“으아아아!”
알렌디아군 역시 치열하게 맞섰다.
한빈 일행의 호탕한 외침 덕분이었다.
“물러서지 마라!”
“요정왕 소르멜 폐하께서 약속하셨다!”
“제일 오래 버티는 이들은 금화천 닢을 하사받을 것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돈에는 돈이 었다.
물론 소르멜이 이 말을 들었다면 ‘내가 언제 그런 약속을 했더라?’라며 의아했겠지만…….
‘뭐 어때? 달라면 설마 안 주겠어?’
남의 돈으로 신나게 생색내는 한빈 일행이었다.
덕분에 알렌디아군의 사기도 적들 못지않았다.
죽어라 창칼을 내리치고 오러와 포스, 마법을 이어 간다.
“으아아! 이 거머리 같은 것들!”
“더럽게 잘 달라붙네!”
“제발 좀 떨어져!”
정신없이 맞붙는 양측의 군세, 그 위로 계속 화염구가 쏟아지고 있었다.
‘저것부터 어떻게든 처리해야겠군.’
아티스가 염룡왕의 지팡이를 들었다.
“광폭한 화염의 용오름, 헬파이어 템페스트!”
불길의 폭풍이 수십의 화염구를 통째로 휩쓸어 갔다.
마법과 마법의 충돌로 인해 성벽 상공에서 연신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콰콰콰쾅!
마법의 속성을 맞춰 무효화시키는 쪽이 정석이긴 하지만, 더 큰 불로 맞불을 놓는 것도 효력이 나쁘진 않다.
‘어차피 난 화염계 말고는 쓰지도 못하고 말이야.’
그렇게 아티스는 계속 폭격에 대항해 화염 마법으로 방어해 갔다.
그 틈에 류한빈이 허리띠로 손을 가져갔다.
의아해하며 아티스가 물었다.
“어? 그거 벌써 쓰게?”
“어차피 하루에 한 번밖에 못쓰잖아. 차라리 지금이 적기래.”
말투를 보아하니 본인 생각이 아니라 레온하트가 시킨 짓인 것 같았다.
잠시 후, 눈부신 매직 애로우가 탑처럼 우뚝 솟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사기가 떨어지게 만드는 위용이었다.
“으악!”
“또 저 짓이냐!”
성벽 너머를 노려보며 한빈은 손가락을 튕겼다.
“1호기, 발사!”
웅장한 빛의 탑이 허공을 갈랐다.
목표는 화염구를 날려 대던 적진 후미의 마법부대.
날아드는 검왕표(?) 매직 애로 우를 본 마법사들이 비명을 터트렸다.
“저건 못 막아;”
“전원 대피! 대피하라!”
쿠우우웅!
굉음과 함께 대폭발이 일어났다.
크레이터가 움푹 파이며 사방으로 대지의 파편이 흩날렸다.
“하여튼 위력 하나는 정말 무식하게 세다니까.”
지켜보던 아티스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하지만 대인전용으로 쓰기엔 애매한 것 같군.”
눈에 보이는 것만큼 적의 피해가 크진 않았다.
룬의 마도부대는 평균 레벨 60이상, 다들 재빨리 공세를 피해 버린 것이다. 반응이 늦은 이들만 부상을 입었을 뿐이다.
류한빈의 매직 애로우는 분명 강력했다.
하지만 궤도가 너무 뻔하고 느려 터졌다.
성벽처럼 고정된 물체를 파괴할 때나 쓸모가 있지, 발 달린 과녁상대로는 부적합한 것이다.
그래서 공성전 때에도 정작 성벽 위의 병사들은 별로 해치우지 못했다. 매직 애로우 떨어지기도 전에 다들 성벽에서 뛰어내려 멀리멀리 피했으니까.
그러나 한빈은 개의치 않았다.
“난 경험치 안 먹어서 오히려 좋은데?”
뻔히 알면서도 굳이 매직 애로 우를 날린 건 살상이 목적이 아니다.
“저기까지 공격이 닿는다는 어필을 했으니, 저쪽도 함부로 마법사를 한자리에 모으진 못하겠지.”
흩어진 룬의 마도부대가 사방으로 산개하고 있었다. 한 방에 몰살당할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반대로 말하면, 한데 모여 화망을 형성하기 힘들다는 소리도 된다.
마법 폭격의 밀도가 크게 낮아진 것이다.
“그럼 또 간다!”
신이 난 류한빈이 또 매직 애로 우를 준비했다.
딱히 성채 같은 것이 아니더라도 공격 대상은 존재한다.
바로 적들이 밤새 구슬땀을 흘리며 설치한 진지와 전진 방어용 목책들.
“2호기, 발사!”
수백 채에 달하는 막사들이 일제히 폭발에 휘말려 너덜너덜 걸레가 되었다.
오늘 밤 저기서 자야 할 병사들은 꽤 눈물이 날 것이다.
“3호기, 발사!”
들판 곳곳에 위치한 임시 방어 목책 역시 싹 쓸렸다.
공성 중에 체력 회복을 위해서는 저런 전선 중간 부분의 셸터가 필수다. 어쩔 수 없이 전력 일부를 뒤로 빼 목책을 재건한다.
적들의 반응을 살피며 한빈이 쾌재를 터트렸다.
“잘 먹히고 있구만!”
옆에서 보던 아티스는 혀를 내두를 뿐.
“너, 진짜 그거 재미 들렸구나……?”
“만날 칼질만 하다가 딴거 하니까 솔직히 재미는 있더라.”
문득 궁금해져 아티스가 물었다.
“그러고 보니 마검술은 안 익혔냐? 마검술도 스크롤 만들 수 있잖아.”
“그것까지 익힐 시간은 없었어.
내가 워낙 진도가 느려서.”
류한빈이라고 딱히 시간이 남아도는 처지는 아니었다.
없는 시간 쪼개 가며 익히다 보니 마법과 영술만으로도 벅찼다.
“게다가 뭐, 크게 필요도 없더라고.”
하위 레벨 마검술은 사실상 오러 스킬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어차피 오러로 전부 할 수 있는 것인데 굳이?
“그 하늘 날아오르는 마검술 같은 건 탐나지만 레벨이 너무 높고.”
“하긴, 에피르가 있으니 딱히 헛짓할 필요는 없겠군.”
“어쨌거나 여기까지 해야겠네.”
한빈은 아이템 발동 효과를 풀었다. 전신의 마나 역시 오러로 변환되었다.
“너무 힘을 낭비해도 곤란하지.”
육중한 거구가 깃털처럼 가볍게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미 밑에선 한 무리의 기사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앞에 서서 기간트를 뽑아든 뒤 웅장한 블레이드 오러를 끌어낸다.
“그럼 가 볼까!”
이글거리는 붉은 오러의 불길을 본 기사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검왕!”
“검왕 펠라드!”
반응을 본 류한빈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 이 짓거리도 완전히 익숙해져 버렸네. 예전엔 무슨 프로 레슬러 입장하는 것 같아서 되게 쪽팔렸었는데…….;흥분한 이들을 이끌고 한빈은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뒤를 따르며 기사들이 소리 쳤다.
“성문을 열어라!”
“검왕 출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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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구의 야만족 검사가 전장을 가로지른다.
흐트러진 머리칼 사이로 흉흉한 안광이 연신 빛난다.
터질 듯한 전신 근육을 약동하며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고 또 휘두른다.
“타아아앗!”
붉은 돌풍이 되어, 한빈은 적진 속을 쉴 새 없이 불어닥쳤다.
스치는 바람결마다 비명이 메아리 쳤다.
“으아악!”
“사람 살려!”
한빈의 가공할 무위에 힘입어 알렌디아 기사들은 남쪽 성벽 일대를 계속 제압해 갔다.
칼드리스 왕국군으로서는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대로라면 성벽 공략은 고사하고 아군 진지까지 박살 날 판이다.
제8군단장, 제이켈이 기수를 향해 소리쳤다.
“신호 깃발을 올려라!”
잠시 후 본진에서 스무 명의 별동대가 골렘 스티드를 타고 맹렬히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때를 대비해 출진시키지 않고 체력을 비축시킨 비장의 전력, 악타룬의 이계인들이었다.
“역시 저들이 나서는군.”
류한빈은 재빨리 가이드라인으로 놈들의 레벨을 확인했다.
‘레벨 100대가 다섯에 80대와 90대가 열다섯인가?’
예전의 그였다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 리 라.
레벨 100대 이계인 여섯 명과 싸우고도 꽤나 벅찼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실전에서는 무술적인 기량이나 전투 능력 이상으로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익숙함과 노련함.
저 레벨의 마견 스무 마리가 상대라면 너무도 노련하게 싸울 자신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제 인간도 마견처럼 팰 수 있게 되었다!
‘아, 진짜 타구검법 최고야. 이름만 빼고.’
실실거리는 류한빈을 둘러싸며 이계인들이 살기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살기와 달리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 젠장.”
“팔자도 더럽지.”
“왜 저런 괴물과 싸워야 하나?”
“어쩌겠어? 싸워도 죽고, 안 싸워도 죽는데.”
이들도 아는 것이다, 스무 명정도로는 승산이 희박하다는 것 쯤은.
기간트를 휘두르며 류한빈이 몸을 날렸다.
“개처럼 패 주마!”
이계인 검사가 블레이드 오러를 발하며 정면으로 쇄도했다.
동시에 스킬을 발동!
-천무열파참!
명칭이야 마신이 멋대로 붙인 것이겠지만 동작이나 위력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다섯 줄기의 참격이 류한빈을 노렸다.
“흥!”
코웃음을 치며 한빈은 오히려 한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기간트를 역으로 들어 손잡이로 올려 쳤다.
타앙!
그 순간 손잡이에도 오러가 휘감겨 적의 블레이드 오러를 튕겼다.
동시에 복부를 향해 깊숙이 킥을 날린다!
“커 억!”
일격에 상대가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졌다.
‘레벨 80대 정도야 간단하지.’
쓰러진 동료를 뒤로한 채 두 명의 이계인이 마검술을 펼치며 접근해 왔다.
“젠장, 매튜가!”
“역시 저놈은 괴물이야!”
이번엔 둘 다 레벨 100이 넘는 놈들이었다. 단순히 걷어차는 정도로는 물러서지 않을 터였다.
그래서 류한빈도 과감히 앞으로 나섰다.
“헙!”
전진과 동시에 타이밍을 방해한다. 그리고 타구검법의 묘리에 맞춰 좌우의 공세를 교묘히 흐트러트린 뒤…….
-가로 베기!
순식간에 놈들의 허벅지 아래가 잘려 나갔다. 네 개의 다리가 여기저기 흩어졌다.
피를 보진 않았다. 베는 순간 오러로 상처를 지져 버린 것이다.
덕분에 출혈로 인해 죽진 않고, 그저 고통의 신음만 이어 간다.
“으아악!”
“으어어!”
데굴거리는 이계인들을 스쳐 지나가며 한빈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죽일 생각은 없지만, 자를 생각도 없는 건 아니거든!’
레벨이 낮으면 모를까, 레벨 100쯤 되면 안 죽이고 패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박살 난 뼛조각이 근육에 촘촘히 박혀 버리는데, 이 경우 라트나의 영술로도 치유가 쉽지 않다.
차라리 사지를 한 방에 잘라 버리는 쪽이 확실했다.
‘죽진 않잖아. 죽지는.’
물론 엄청나게 고통스럽겠지만, 거기까지 챙겨 줄 필요는 없지.
딱히 자비심이 철철 넘쳐서 이러는 게 아니라, 굳이 죽여서 옴팔로스에게 라트나의 자원을 넘기고 싶지 않을 뿐인데?
계속해 적들에게 파고들며 류한 빈은 참격을 날려 댔다.
“타앗! 헙! 타앗!”
그때마다 이계인들의 사지가 펑펑 떨어져 나갔다.
잘린 사지가 탄화되며 매캐한 냄새를 풍겼다.
“아아악!”
“크어어억!”
실로 끔찍한, 살인에 중독된 이계인들조차 공포에 질릴 정도의 참상이 었다.
“저, 저 잔인한 놈!”
“아무리 야만족이라지만……
“저리도 잔혹할 줄이야!”
“개처럼 팬다며? 왜 써는데!”
여전히 한빈은 떳떳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다.
“거 좀 참아. 다 네놈들 살려 주려고 하는 짓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