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14
지상 최강의 드래곤 (2) 류한빈의 외침을 듣자마자 에피르는 막사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녀의 정체는 기밀이니, 변신 장면은 아군에게도 보여서는 안되는 것이다.
잠시 후 막사 뒤쪽에서 검은 와이번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은 사람들은 본진을 지켜!”
한빈이 잽싸게 에피르의 등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빠르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크아아아!”
검은 날개를 곧게 펴고 허공을 질주한다.
바람을 가르며 둘은 단숨에 나 크테리온 근처까지 날았다.
류한빈이 가이드라인을 발동했다. 워낙 덩치가 크니 멀리서도 레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종족 : 드래곤. 광룡(光龍)
lv. 145 J
전해 들은 에피르가 흠칫 놀랐다.
“레벨 엄청 높네요?”
나크테리온 역시 다가오는 와이 번을 발견했다.
“저것이 칠흑의 악몽인가?”
황금빛 드래곤의 주위로 수십개의 마법진이 떠올랐다.
빛의 마법진이 온갖 마법을 쏘아 냈다.
눈부신 섬광이 연신 둘을 노리고, 불길이 치솟으며, 얼음 창이 쇄도하고, 독무가 사방으로 퍼져간다.
빛과 폭풍과 불꽃과 냉기,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이적이 드래곤을 중심으로 끝없이 쏟아진다.
콰콰콰쾅!
폭발을 피해 회피 기동을 이어가며 에피르는 기겁했다.
“우, 우와아아!”
공격 속도도 위력도, 이제까지 만난 고룡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조금만 방심해도 일격에 나가떨어질 것이 뻔했다.
“으아, 살 떨린다아……
남의 속도 모르고 류한빈이 피식 웃었다.
“지금은 와이번이잖아, 너? 살이 아니라 비늘이겠지.”
“그러게요. 인간 형태에 너무 익숙해졌나?”
뭐, 그래도 용케 잘 피하고 있었다. 긴장한 와중에도 농담을 받아칠 정도로.
난사하는 마법을 피해 계속 접근하는 에피르를 보며 나크테리 온이 홍채를 가늘게 좁혔다.
‘듣긴 했지만 직접 보니 정말 신기하군. 와이번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했어.’
황금빛 드래곤이 무심코 웅장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겉보기엔 귀여운 소녀인데 비행 솜씨는 아주 흉악하구나.”
순간 한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겉보기 엔?’
인간일 때야 누가 봐도 귀여운 소녀 맞지만, 지금은 완전 무섭게 생긴 와이번인데?
‘역시 용족의 미적감각은 뭔가 많이 다른가?’
그러는 동안에도 에피르는 날아드는 마법을 피하며 나크테리온의 주위를 돌고 있었다.
크게 호선을 그리며 점점 거리를 좁혀 간다. 검은 날개 끝에서 대기가 요란하게 찢어지며 굉음을 낸다.
새애애액!
결국 그녀와 나크테리온의 거리가 20미터 이내가 되었다.
-발동 : 폴리모프 네크리스!
빛이 나크테리온을 덮쳤다.
그리고…….
“안됐구나, 바오톨트의 후예여.”
황금빛 드래곤은 여전히 웅장한 거체를 허공에 띄운 채 날고 있었다.
“이 몸은 위대한 마도여왕의 가호 아래 있음이니……
폴리모프 네크리스의 빛이 분명 적중했음에도 전혀 먹히지 않은 것이다.
“그대의 사이한 술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당당한 목소리와 함께 나크테리 온이 입을 벌렸다.
서광이 깃든 열두 뿔이 눈부시게 발광했다.
금빛의 광채가 하늘을 길게 찢었다.
콰아아아아아!
“헉!”
류한빈의 안색이 순간 굳었다.
에피르가 날개를 접으며 소리쳤다.
“꽉 잡으세요!”
날개를 완전히 동체에 붙인 채 꼬리를 길게 펴며 급강하, 그리고 한쪽 날개만 펼치며 나선으로 회전한다.
아슬아슬하게 황금의 브레스가 그녀를 비껴 나가 하늘을 관통했다.
웅장한 폭발과 함께 충격파가 연신 빛의 파문이 되어 퍼져 나갔다.
쿠구구구궁…….
간신히 자세를 제어하며 에피르가 나크테리온을 노려보았다.
“안 통하네요, 폴리모프 네크리 A ”
? ??
“하긴, 그럴 때도 됐지.”
둘 다 크게 당황하거나 하진 않았다.
“지상 최강의 마법사가 뒤에 붙어 있는데 천년만년 통할 거라 기대했다면 그것도 도둑놈 심보겠지.”
“뭘까요? 마도구? 아니면 아크메이지의 부여 마법?”
“글쎄다, 일단 살펴보고는 있는 데……
한빈은 인상을 썼다.
나크테리온의 덩치가 너무 컸다.
무려 40미터가 넘는 거체인 것이다.
가이드라인으로 확인을 하려 해도, 대체 어디에 마도구가 붙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럴 줄 알았다며 에피르가 말했다.
“반지 삼아 끼고 다니진 않을 테니까요.”
예전의 그녀는 와이번 변신 시폴리모프 네크리스를 앞 발가락에 반지처럼 끼고 다녔다. 그러나 아티스의 조언 때문에 위치를 옮겼다.
-폴리모프 네크리스는 너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제일 취약한 약점이잖아? 앞 발가락만 잘려도 만사 끝장이야. 인간일 때야 어쩔 수 없다지만 본체일 때는 숨겨 둘 곳도 많은데 그럴 필요가 없지.
그래서 지금은 폴리모트 네크리스를 등 쪽 비늘에 얽어서 걸어 놓고 있었다.
“저쪽도 그럴 가능성이 높죠.”
한빈은 계속 나크테리온을 유심히 살폈다.
못 찾겠다. 건초 더미 속에서 바늘 찾는 기분이다.
결국 포기했다. 그리고 기간트를 뽑아 들었다.
“에라, 굳이 찾을 필요 뭐 있냐!”
상대는 거대한 드래곤이다.
네발 달렸고, 날개 달렸고, 덩치 크고, 입에서 불 뿜는다는 소리다.
“타구검법 익히기 전에도 이건 내 전공이었어!”
기다렸다는 듯 에피르가 나크테리온의 머리 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휙 몸을 뒤집었다.
“다녀오세용!”
대검을 쥔 류한빈이 황금빛 드래곤의 등 쪽으로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황당해하며 나크테리온이 눈을 치 켜 떴다.
‘이놈이 미쳤나!’
두 발 달린 인간 주제에 감히 날개 달린 드래곤과 하늘에서 싸우려 하다니?
“어리석구나!”
비웃으며, 나크테리온은 떨어지는 한빈을 향해 마법을 펼쳤다.
열두 마법진이 뇌격과 불꽃을 쏘아 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일격에 모조리 박살 나 버렸다.
-가로 베기!
붉은 섬광이 날아드는 모든 마법을 베어 내고 나크테리온의 등짝까지 강타했다.
강인한 용의 비늘이 유리처럼 깨져 가며 피가 튀었다.
“크, 크억!”
예상 못 한 고통에 나크테리온은 눈을 부릅떴다.
‘저런 불안정한 자세에서도 이정도의 파괴력이 나온단 말인가?’
동시에 류한빈이 드래곤의 등짝에 두 발을 디뎠다.
기간트를 크게 돌리며 그대로 내리친다!
“덩치 크면 찌를 곳도 많지!”
또 피가 튀었다.
드래곤의 크기를 생각하면 기껏 해야 바늘에 찔린 정도일 텐데, 상처가 지나치게 크게 벌어졌다.
한빈의 블레이드 오러가 자그마치 10미터 가까이 길게 늘어난 것이다.
“으어어억!”
당황하며 나크테리온은 격하게 날개를 펄럭였다. 그리고 몸을 좌우로 흔들며 류한빈을 떨어트리려 했다.
“이 빈대 같은 놈이!”
떨어지긴 고사하고 미끄러지지도 않았다.
“난 안장도 없이 와이번 타고 다니던 놈이거든! 이렇게 넓은 발판에서 떨어질 것 같아?”
아주 작정하고 한빈은 블레이드오러를 난사했다.
사방이 과녁이니 빗나가려야 빗나갈 수도 없었다.
거대한 드래곤의 등짝이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어 갔다.
“크억! 컥! 크어억!”
안되겠다 싶어 나크테리온이 풍계 마법을 발동해 자신의 등짝에 내리쳤다.
“뇌진의 폭풍, 블레이드 타이 푼!”
수십 줄기 바람의 칼날이 황금빛 드래곤의 등에 작렬했다.
콰콰콰콰콰쾅!
“ 아으으으.
신음하며 나크테리온은 상황을 살폈다.
다행히 자해한 보람이 있었다.
공세를 피해 몸을 날린 류한빈이 지상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그래, 제아무리 레벨이 높아도 날개가 없는 이상……
안심하던 골드 드래곤의 표정이 팍 일그러졌다.
휘이익?!
주위를 선회하던 와이번이 어느새 한빈을 도로 태워 날아오른 것이다.
류한빈을 등에 태우고, 자세 잡고, 날개 펼치고, 활공해서 수직상승하는 모든 과정이 순식간에 진행된다.
그야말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또 갈게요!”
머리 위를 장악한 은빛 갈기의 와이번을 바라보며 나크테리온은 깨달았다.
‘공중전은 안 돼!’
이쪽은 등짝이 피투성이가 되어 가며 겨우 한 번 떨어트렸다. 그런데 저놈들은 너무도 간단히 재공격 태세를 갖춘 것이다.
이대로라면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할 판이었다.
‘차라리 지상전이 더 유리하겠군.’
그렇다고 당장 착륙할 수도 없었다.
지상엔 알렌디아의 대군이 기다리고 있다. 다른 화신 일행과 함께.
‘포위되면 아무래도 혼자선 위험하다.’
어차피 목표는 달성했다. 안티폴리모프 네크리스의 효과를 확인했다.
고통 속에서도 나크테리온은 차분히 상황을 판단했다.
‘오늘은 이만 물러설 때!’
물론 저 와이번의 스피드를 생각하면 후퇴라고 쉬울 리 없었다.
‘어떻게든 버텨 가며 관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크테리온은 이를 악물고 기수를 돌렸다.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관문으로 날았다.
예상했던 대로, 류한빈도 에피르도 그를 그냥 보내 주지 않았다.
등 돌린 나크테리온의 후미로 연신 붉은 섬광이 날아들었다.
폭음이 콩 볶듯 요란하게 이어졌다.
“커 캑! 크억! 억!”
열심히 두들겨 맞아 가면서도 용케 메렌트 칼 관문까지 후퇴했다.
관문 너머로 착지한 금빛의 드래곤이 이내 인간으로 변신해 모습을 감췄다.
상공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에피르가 안색을 굳혔다.
“놓쳤네요.”
한빈이 손을 저었다.
“어차피 이대로 죽일 수도 없었어. 계획 꼬이니까.”
“아, 그렇죠, 참.”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상대는 무려 레벨 145의 고룡이었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했다지만, 에피르의 등 위에선 한빈도 전력을 다하긴 힘든 것이다.
“지금이야 상황이 워낙 좋아서 일방적으로 두들겼지만, 제대로 붙으면 분명 만만찮은 싸움이 되겠지.”
류한빈이 와이번의 은빛 갈기를 톡톡 쳤다.
“돌아가자. 대책을 마련해야겠어.”
*
?
?
진군하던 알렌디아군은 공성을 포기하고 얌전히 물러섰다.
나크테리온이라는 변수가 나타났으니 기존의 작전이 어긋나 버린 것이다.
어차피 이쪽이 전투 시기를 정할 수 있는데 굳이 무모한 짓을 할 이유가 없었다.
양측 모두 소강상태로 하루가 그냥 지나갔다.
그동안 한빈 일행은 막사에 모여 회의 중이었다.
“어때? 아무래도 저게 그거 같지?”
류한빈의 질문에 레온하트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뇌제와 아크메이지의 노림수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저 레벨 145의 고룡은 저들이 마련한 일명 ‘진짜 실력 측정용’임이 분명하다.
“공중전은 피해야겠군.”
그동안 지나치게 전술적으로만 승리를 거두다 보니 아직 일행의 진신 실력을 제대로 보이지 못했다.
“한 번은 제대로 싸워야 해. 그래야 덫에 걸려들게 만들지.”
괜찮을 거라며 에피르가 대꾸했다.
“오늘 한번 겪어 봤으니 저쪽도 공중전은 피하겠죠.”
문제는 예상했던 것보다 상대의 레벨이 너무 높다는 점.
아티스가 류한빈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길 수 있겠어? 레벨 145인데.”
“어차피 저거 못 이길 정도면 뇌제나 아크메이지도 못 잡아.”
주먹을 들어 보이며 한빈이 호기롭게 대꾸했다.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운에 맡기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