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17
드래곤 파이트 (dragon fight)
⑵광룡 나크테리온의 전투법은 실로 전형적이었다.
“관통하는 파괴의 빛, 매스 스트라이크 임페온!”
연신 황금빛 섬광을 쏘아 내며 최대한 적의 접근을 막아 낸다.
공세를 피해 상대가 근접전을 시도하면 그땐 양 앞발을 휘둘러 다시 거리를 벌린다.
워낙 덩치가 크니 앞발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대지가 통째로 쓸려 나갔다.
뒤로 몸을 날리며 한빈은 생각했다.
‘뻔한 공격이군.’
거대 마견은 물론이고, 그동안 싸워 본 드래곤들 대부분이 사용하던 방식이었다.
‘그래, 분명 뻔하긴 한데……
동시에, 상당히 특이하다.
양 앞발은 어디까지나 견제일 뿐이고 주요 공격은 마법 쪽.
절대 다른 거대 괴수들처럼 이빨을 들이대거나 꼬리를 휘두르지 않았다.
철저히 정면만을 고수한 채, 머리와 등 뒤를 내주지 않는 것이다.
이러면 공격이 단조로워지는 대신 카운터를 맞을 위험도 대폭 낮아진다.
‘방어하는 방식도 좀 다른 것 같고.’
기회를 잡아 틈새를 파고든 류한빈이 기간트를 내리그었다.
-오러 블래스트!
나크테리온도 마나를 끌어 올리며 방어에 나섰다.
“가로막는 삼중의 방패, 트리니 티 아케인 실드!”
블레이드 오러가 세 겹의 방어막을 강타했다.
마력장이 연달아 깨져 나가며 참격이 상대의 비늘까지 닿는 순간이 었다.
“헙!”
나크테리온이 동체를 크게 비틀었다.
참격의 각도가 어긋나 블레이드오러가 비늘 위를 비껴 나갔다.
콰아아앙!
폭발 사이로 금빛의 고룡이 모습을 드러낸다.
“크으, 비껴 맞아도 꽤 아프구나.”
황금빛 비늘은 약간 긁히기만 했을 뿐 건재했다.
확인한 한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무리하게 공격 자체를 피하려 하지 않는군.’
회피와 방어 마법을 섞어 딱 필요한 만큼 위력을 흘리는 데만 주력한다.
주로 중장갑을 걸친 마검사들이 사용하는 방어법이었다.
저 전투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쪽도 이런 식의 싸움에 익숙하다 이거지?”
씁쓸한 듯 나크테리온이 대꾸했다.
“내게 있어 진짜 두려운 적은 용족이나 이계의 마물이 아니었으니까.”
류한빈이 거대 괴수와의 전투에 익숙하듯, 나크테리온도 작은 인간과의 전투에 익숙한 것이다.
“정말 연습 상대로는 딱이군.”
한빈이 재차 움직였다.
거대한 드래곤의 우측으로 파고들며 세로로 길게 참격을 날린다.
세계를 가를 듯한 붉은 섬광이 작렬한다.
“어림없다!”
이번에도 나크테리온은 회피 동작과 마법을 병용해 참격 대부분을 흘려 버렸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류한빈이 인상을 썼다.
‘아, 또 잘못 휘둘렀다.’
방금의 참격은 기존의 세로 베기일 뿐이었다. 타구검법의 묘리가 깃들지 않았다.
‘익숙한 상대일수록 더 쉬울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가?’
인간과 마견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래서 타구검법을 익히기 전의 류한빈은 인간 상대로는 도통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이 꼭 단점인 것만은 아니었다.
차이가 워낙 크니 문제점도 명확했다. 문제점이 명확하니, 보완해야 할 부분도 뚜렷이 보였다.
그래서 타구검법을 얻은 후 빠르게 자신의 단점을 메울 수 있었다.
반면 거대 마견과 드래곤은 지나치게 비슷한 상대였다.
타구검법을 익히기 전에도 상대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을 정도로.
그래서 오히려 더 힘들다. 차이가 사소할수록, 문제를 감지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문득 한빈이 실소를 흘렸다.
‘거참, 세상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다더니……
그 미소를 다른 의미로 해석했는지 나크테리온이 호통을 터트렸다.
“웃음이 나오는가? 여전히 건방지구나!”
고룡의 주위로 마법진이 떠올랐다.
세 줄기 불길과 일곱 줄기 섬광이 뒤섞여 쏟아져 나왔다.
콰콰콰콰!
공세를 피하며 류한빈은 정신을 가다듬었다.
“집중…… 또 집중……
바위산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 보다 확실하게 집중하기 위해 혼잣말을 이어 간다.
“저놈은 용이 아니다. 저놈은 용이 아니다. 저놈은 용이 아니다……
이미지트레이닝.
언어를 통해 스스로를 다잡음으로써 확고한 그림을 뇌리에 그린다.
“저놈은 개다. 저놈은 개다. 저놈은 개다……
나크테리온의 면상이 흉측할 정도로 일그러졌다.
‘감히 이 몸을 개라고 불러?’ 물론 류한빈은 굳이 오해를 고쳐 주지 않았다.
적이 발끈해서 나쁠 건 없지.
평정심이 흐트러진다는 소린데?
“뼈도 안 남기고 녹여 주마!”
분노한 나크테리온이 연달아 화염 마법을 쏟아부었다.
수십 자루가 넘는 불길의 창이 대지를 연달아 두들겨 댔다.
폭격 사이를 교묘히 빠져나가며 한빈이 기간트를 허리 뒤로 늘어뜨렸다.
‘중요한 건 이미 체득한 자신의 검술 속에 새로운 무의 이치를 녹여내는 것!’
그의 오른손이 파괴의 빛을 토해 냈다.
-가로 베기!
웅장한 참격이 날아드는 화염의 융단폭격을 모조리 뒤덮어 갔다.
모든 화염 창이 일제히 터져 나갔다.
..
나크테리온의 안색이 변했다.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공격은 아까와 뭔가가 달랐다.
‘뭐지?’
한빈은 만족하지 않았다.
‘아직이다. 이 정도가 아니야.’
계속 파고들며 스텝을 밟아 간다.
신체 중심을 연달아 옮기며 그에 맞춰 오러를 올바르게 인도한다.
전신 근육과 오러를 동시에 제어하며 육체와 정신을 하나로 합일시 킨다.
다시 한 번 기간트가 적광을 뿜었다.
-가로 베기!
섬광이 나크테리온의 동체를 길게 그었다.
폭음과 함께 황금빛 비늘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어깨 부위가 찢어지며 용혈을 토했다.
“크, 크아아악!”
류한빈의 안면 가득 뿌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거다, 이 감각이 정답이야!’
마견 잡는 가로 베기와 사람 잡는 가로 베기, 그리고 타구검법의 묘리가 완전히 합일되었다.
이것이야말로 만물을 수평으로 베어 내는 참격!
피를 흘리며 나크테리온은 주춤주춤 물러섰다.
다행히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볼 수준도 아니 었다.
“이 무슨 파괴력인가……
기가 찬 듯 황금의 고룡이 혀를 내둘렀다.
“역시 그 괴물의 후예답구나.”
지룡 크라놀로스가 꼬리를 들며 양 날개를 비틀었다.
“크아아아!”
그 역시 스피아논처럼 포스 드래곤이었다.
인간으로 치면 마검사인 셈.
방대한 포스가 정해진 흐름대로 움직이며 권능으로 화했다–마검식 : 염계의 불기둥!
일곱 줄기의 불길이 레온하트를 덮쳐 갔다.
하늘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에피르는 눈을 빛냈다.
‘아하, 드래곤은 저런 식으로 마검술을 쓰는구나?’
역시 백 번 들어 봐야 한 번 보는 것만 못했다.
아무리 고민해도 풀리지 않던 부분이 조금씩 해결이 된다.
포스 드래곤인 흑룡 스피아논과 지룡 크라놀로스는 실로 훌륭한 스승이 었다.
‘나중에 연습해 봐야지.’
드래곤과 와이번의 차이가 있으니 바로 적용하긴 무리겠지만.
하늘을 활공하며 그녀는 동료들의 전투를 살펴보았다.
‘다들 괜찮으신가?’
아티스는 흑룡 스피아논을 상대로 박빙의 승부를 이어 가고 있었다.
구사 가능한 고위 레벨 마법이 화염계뿐이라는 약점이 있지만, 챙겨 둔 마도구가 워낙 다양한 아티스였다.
마도구로 보조해 가며 주력인 화염 마법을 뿌려 대니 레벨 118의 고룡을 상대로도 용케 버티는 중이었다.
그리고 레온하트의 경우에는…
“람니아나의 은총이 나를 지키리라!”
오히려 정면 대결에서 지룡 크라놀로스를 능가한다!
푸른 빛으로 전신을 감싸며 레온하트는 연달아 정권을 뻗었다.
펀치 하나하나가 섬전이 되어 지룡의 거체를 두들겨 댔다.
신음하며 크라놀로스가 몸을 떨었다.
“큭! 뭐, 뭐가 이리 세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에피르는 혀를 내둘렀다.
‘레온하트 님, 그새 더 강해지셨네?’
레벨 115가 된 후 슬슬 레온하트를 따라잡았다고 자부하던 그녀였다. 당시엔 레온하트도 레벨 115였으니까.
그런데 지금 보니 확실히 레벨 120 이상이다.
정기 흡수 능력이 있는 아티스나 에피르보다도, 오히려 인간인 그가 진도가 더 빠른 것이다!
‘레벨이 너무 높아지면 차라리 깨달음 한번 얻는 쪽이 더 효과적이라더니……
최근 레온하트에게 훌륭한 스승이 생긴 덕분이었다.
지상 최강의 영술사였던 생사초월자 홀리엔.
그녀의 지식과 지혜를 물처럼 흡수하며 결국 막힌 벽을 넘어선 것이다.
새로운 깨달음, 지속적인 전투와 이어진 혹독한 전쟁.
거기에 여신의 축복자로서 한창 때의 젊음과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으니 기회만 주어지면 초월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계속 아티스와 레온하트를 살피며 에피르는 내심 안도했다.
‘무리하지만 않으면 두 분 모두 크게 위험해지진 않겠다.’
그리고 키비에의 경우에는…….
“와, 저긴 정말 아무 일 없겠네.”
키비에는 레벨 121의 청룡 카피노티아를 상대하고 있었다.
거대한 푸른 드래곤이 프라나를 끌어내 영술의 권능으로 바꾼다.
-엑토플라즘 휩!
수십 줄기의 영기 채찍이 촉수처럼 뒤엉켜 흑발의 미녀를 뒤덮어 갔다.
빠져나갈 틈이라곤 전혀 없는, 그야말로 천라지망에 가까운 거대한 그물이었다.
키비에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러 스트라이크!
일단 오러탄을 쏘아 내 그물의 모서리를 부숴 구조를 약하게 한뒤…
-오러 스플래시!
곧바로 장창을 휘둘러 칠흑의 블레이드 오러를 뿜어낸다!
콰콰콰쾅!
빛의 창날이 엑토플라즘 휩을 동강 내며 산산이 흩어져 갔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카피노티아가 당황하며 중얼거렸다.
“마치 내 공격을 모조리 예측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아까부터 이런 식이었다.
약속 대련이라도 하는 것처럼, 어떤 공격을 준비해도 죄다 사전에 가로막혀 버린다.
키비에가 빙그레 웃었다.
“너희를 창조한 게 키브리엘인데, 왜 모르겠니?”
청룡의 안면이 더욱 일그러졌다.
“거짓 화신 주제에 감히!”
분노하며 영술을 계속 날린다.
공세를 피하며 키비에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 이 푸른 비늘의 고룡은 진심으로 그녀가 화신을 참칭한 가짜라고 믿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퍼 드래코니움 소속이라고 속사정을 전부 알고 있는 건 아니란 소린가?’
오러를 휘둘러 공격을 걷어 내며 키비에가 질문을 던졌다.
“뇌제나 아크메이지가 그대들을 속이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보았느냐?”
“어이가 없구나! 그분들이 뭐가 아쉬워서 그런 하찮은 속임수를 쓴다는 거냐?”
‘얘도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네.’ 이것이 그동안 여섯 교단이 최강의 3인의 진짜 죄악을 세상에 공표하지 못한 이유였다.
세인들은, 무릇 최강의 4인 정도 되는 최강자들이라면 목숨 따윈 초개처럼 여기며 오로지 신념과 목표를 위해 흔들리지 않고 달려간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저들이 한 분야의 극에 다다르고, 세상을 구하고, 대륙을 지배하고, 모두의 숭배를 받는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해지는 거랑 영웅이 되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인데 말이지.’
덕분에 여섯 교단은 마신과의 결탁, 혹은 타락이라는 애매한 개념으로 저들을 벌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 모든 이들이 오해 없이 진실을 이해할 거란 기대를 할 수 없으니까.
650년 넘게 살아온 드래곤조차도 이렇게 나오는 걸 보면, 확실히 잘한 판단인 것 같다.
“감히 드래곤 앞에서 용족의 창조주를 사칭한 죄!”
푸른 비늘의 고룡이 수많은 영술 장창을 허공으로 띄웠다.
유백색 엑토플라즘 스피어가 하늘을 가득 뒤덮었다.
“죽음으로도 갚지 못할 것이다!”
입을 삐죽이며 키비에는 장창을 역수로 쥐었다.
“지들이 언제부터 키브리엘을 그렇게 생각해 줬다고? 제대로 섬긴 적도 없는 주제에.”
그동안 꼬박꼬박 기도 올리고 제물 바쳐 온 건 대부분 인간족혹은 요정족이었다.
쏟아지는 화살 비를 향해 어둠의 화신이 칠흑의 오러를 길게 흩뿌렸다.
“두고 봐! 나중에 힘 되찾으면 이놈의 용족, 싹 다 기강 한번 잡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