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24
Encounter (1)
메렌트 칼 관문 전투가 있은 지어느덧 60일째.
마침내 칼드리스와 마도왕국 연합군이 움직였다.
섭정공 뇌제 가르한이 6천의 군세를 끌고 친정에 나섰으며, 룬의 여왕 제노비아도 8천의 병력을 대동해 북으로 향했다.
이후 본진과 합류해 대군을 이끌고 알렌디아 국경으로 진군했으니, 그 총군세가 무려 3만에 달했다.
누가 봐도 무모하기 그지없는 총력전이 었다.
라트나 대륙에선 중세 지구처럼 일개 농민까지 병사로 뽑진 않는다.
개인의 무력 차가 너무 큰 세상이다 보니 평범한 이는 화살받이 조차 못 되는 것이다. 오히려 불필요하게 물자만 축낼 뿐.
그러니 저 숫자는 실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병력을 다 끌어모은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설령 전쟁에서 이긴다 해도 전후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며, 만약 패배하기라도 하면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운 수준이었다.
자칫하면 대륙3강의 지위를 잃고 약소국으로 굴러떨어지리라.
하지만 가르한도 제노비아도, 뒷일에 대해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건 어디까지나 평범한 전쟁일 때의 이야기지.”
지붕 없는 사륜마차에 탄 채 제 노비아는 실소를 흘렸다.
‘전후 후유증? 그딴 걸 걱정할 필요가 뭐가 있어?’
그땐 이미 자신과 가르한은 신격을 손에 넣은 후일 텐데.
그 힘으로 충분히 백성들을 돌볼 수 있다. 칼드리스와 마도왕국은 신과 여신이 직접 가호하는 나라가 된다.
변경의 약소국들이 위협이 될 리도 없었다. 그때쯤엔 이미 변경 자체가 사라진 후일 테니까.
인간의 위협은 존재할 수가 없고, 이계의 침공은 신력으로 막을 수 있다.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물론 패배할 경우엔 만사 끝장이겠지만……
성역에서 속세로 내려온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이젠 정말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녀는 슬쩍 마차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리고 골렘 스티드를 모는 중년 사내에게 물었다.
“가르한, 수명 얼마나 남았어?”
마치 내일 아침 뭐 먹을 것이냐는 듯한 여상스러운 말투였다.
가르한이 웃으며 답했다.
“2년 조금 안 되는군. 당신은?”
“2년 2개월 19일.”
“그걸 하루 단위로 계산하고 있었나?”
“마법사의 직업병이지, 뭐.”
그래, 전쟁을 하건 말건 어차피 죽음은 코앞까지 닥쳤다.
“2년이라. 남은 인생을 정리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제노비아는 서쪽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여신의 자리에 오르기엔 충분 한 시간이지.”
붉은 저녁노을이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있었다.
?
*
*
필드락스 요새 내성.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연무장에서 두 사내가 대련에 임하고 있었다.
붉은 블레이드 오러와 유백색의 권각이 연신 충돌한다. 그때마다 대기가 찢어지며 충격파를 낳는다.
류한빈은 오러의
일부만을 사용
하고, 레온하트는 전력을 다하는 중이 었다.
이리하면 서로의 역량이 비슷해 지니 순수하게 기술적인 면만을 겨룰 수 있는 것이다.
이어지는 공방 속에서 한빈이 눈을 빛냈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세로 베기!
붉은 빛이 작렬했다.
레온하트가 재빨리 양손을 돌려 블레이드 오러를 흘리며 모든 프라나를 끌어 올렸다.
“타아앗!”
포효와 포효가 뒤얽히며 공기가 일그러졌다. 순간 풍압이 터져 굉음을 터트렸다.
콰아아앙
뒤로 물러서며 레온하트는 양손을 매만졌다.
제대로 방어하며 공격을 흘렸음에도 양팔이 저리다.
“ 으음??????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의 충격 이 었다.
정확한 타이밍에 목표를 명중시켰다는 증거였다.
“훌륭하군.”
감탄하며 레온하트가 칭찬을 건넸다.
“타구검법과 검왕의 검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어.”
“정말 완벽한 거 맞아?”
기간트를 거두며 류한빈이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레온하트, 너도 보면 은근히 자주 틀리더라고.”
처음에는 오러와 육체가 균형을 이루었다더니 뒤늦게 ‘미안, 알고 보니 균형 이룬 거 아니더라.’라고 말을 바꿨다.
그 후에도 단순 무식한 검술로 밀어붙여야 한다더니 홀리엔과의 전투 후 ‘미안, 알고 보니 너 개잡을 땐 섬세한 기술 잘 쓰더라-개 잡는 요령으로 사람 잡게 해줄게.’라며 또 말을 바꿨다.
“이거야 뭐, 믿을 수가 있어야지?”
물론 어디까지나 농담일 뿐이다.
한빈이 본격적으로 강해진 것은 레온하트, 그리고 다른 성전사장들을 만난 후부터였으니까.
아무리 뛰어난 신체 조건을 갖추고 있어도 제대로 된 스승이 없다면 발전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도 내내 감사하고 있다.
저린 손을 풀며 레온하트가 피식거 렸다.
“어쩔 수 없지 않나? 나도 완전하지 못한 인간일 뿐인데. 실수는 누구나 하는 법이다.”
옆에서 관전하던 키비에를 힐끔보며 류한빈이 납득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거하게 실수 저지르신 여신님도 계신 판이지.”
“왜 얌전히 있는 나한테 불똥이 튀는 거야?”
투덜대며 키비에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레온하트에게 물었다.
“어때? 지금이라면 뇌제나 아크메이지와의 전투에도 승산이 있을까?”
“그걸 단언할 수 있을 정도면이 고생 하지도 않았습니다.”
둘 다 감히 레온하트가 진짜 실력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하나는 단언할 수 있겠군요.”
한빈을 가리키며 그는 말을 이었다.
“예전에는 확실히 승산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 친구는 이제야 자신의 원래 스타일로 돌아온 셈이니까요.”
워낙 피지컬이 압도적인 데다 전투 방식 역시 패도적인 탓에 세인들 모두가 착각하는 부분이 있다.
류한빈의 주특기는 괴력을 앞세운 무지막지한 검술이라고.
하지만 바위산 시절, 그는 한번도 힘으로 밀어붙여 마견을 사냥한 적이 없었다.
애초에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항상 자신과 동급의 상대만 나타나는데?
바위산의 마견은 지성체라기보단 마물에 가까웠다. 지혜와 기술로 싸우기보단 본능으로 싸우는 쪽이란 소리다.
즉, 마견 쪽이 육체 능력은 류한빈보다 조금 더 높았다.
22년 내내.
“이 친구의 진짜 주특기는 밀리는 피지컬을 기술로 극복하며 강력한 카운터를 날리는 식이었다는 겁니다.”
이제까진 그 특기를 오직 거대 마견 형태의 마물에게만 써먹을 수 있었지만, 타구검법을 익힘으로써 다른 상대에게도 쓸 수 있게 되었다.
“다행이죠. 뇌제에겐 피지컬을 앞세운 공격 따윈 통하지 않을테니.”
뇌제 가르한은 레벨 152의 마검사, 신체 능력이나 4대력 면에서도 류한빈에게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조금 더 우위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기술적인 면에서도 수십 년씩 갈고닦은 뇌제를 저 친구가 앞설 거란 기대는 하기 힘들다는 건데……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다.
전략적으로 상황을 이끌어 승산을 올리는 수밖에.
“잘 풀리면 이길 것이고, 안되면 모두 망하겠지요.”
키비에는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보기에도 자신들은 모두 엄청나게 강해졌다. 그것도 상당히 단기간에.
“그런데도 여전히 외줄 타기를 해야 한단 말이지?”
“세상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라잖습니까? 외줄 타기를 할 수 있을 만큼이라도 강해진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합시다.”
키비에를 달래며 레온하트가 한 빈을 돌아보았다.
“투혼 발타란은 얼마나 완성되었나?”
잠시 가늠해 보더니 류한빈이 대꾸했다.
“90% 정도인 것 같군.”
키비에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도?”
“그 후로 영 진도가 안 나가더라고. 될 듯 말 듯 자꾸 막혀.”
사실 이쪽이 정상이긴 했다.
모든 무술이 그렇다.
첫 시작은 항상 쉽다. 완성은 언제나 멀고 험한 법이지만.
이해했다는 듯 그녀는 실소를을 렸다.
“어쩐지 다이어트랑 비슷하네.
초반에는 살 쭉쭉 잘 빠지지만 마지막 몇 킬로그램은 죽어라 안빠지는 것처럼.”
“어, 라트나에도 다이어트라는 개념이 있었어? 이 세계는 현대 지구처럼 음식이 남아돌지 않던데.”
“한빈, 너 이해하기 쉬우라고 한 소리야. 그리고 우리 세계에서도 귀부인들은 살에 민감하다고.”
“하긴, 중세 지구에서도 귀부인들은 허리 가늘어 보이려고 온갖짓 다 하긴 했다더라.”
어쨌든 90%의 투혼 발타란이라면 사실 전투에는 큰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자폭에 의한 부상도 그리 크지 않고, 신체 피로도 약간 격전을 겪은 정도.
하지만 완성은 아니다.
천검 디아스티마.
하늘에 닿는 저 불가해의 일격을 움켜쥐기 위해선 완전한 투혼이 필요하다.
“뭐, 어떻게든 해 봐야지. 레온 하트도 말했잖아?”
손에 든 기간트를 까닥이며 한 빈이 태연스레 말했다.
“잘 풀리면 이길 것이고, 안되면 망하는 거지.”
?
*
*
3만의 칼드리스-마도왕국 연합군은 실로 위풍당당하게 서쪽으로 진군해 갔다.
그간 연이어 패전을 겪었으니 사기가 말이 아닐 법하건만, 의외로 병사들의 기세는 꽤나 높았다.
“이젠 우리 쪽에도 최강의 4인 이 있다!”
“훗, 놈들이 아무리 강해 봤자 가르한 님과 제노비아 님 앞에서?는** ?????.”
같은 최강의 4인이라면 아무래도 신참보단 경력자가 믿음직한 법 아니겠는가?
오랜 세월 절대자로 세상을 군림하던 저들이 직접 나섰으니, 연승 가도를 달리던 알렌디아라도 더 이상 승산이 없으리라!
그렇다고 알렌디아의 사기가 낮아진 것도 아니다.
“흥! 언제 적 최강의 4인이냐!”
“우리 쪽엔 새 시대의 새 최강의 4인이 있다고!”
검왕과 영술권사는 그동안 자신의 강함을 충분히 보여 주었다.
연이은 승리로 전략 역시 뛰어남을 증명했다.
병사들이 할 일은 그저 믿고 따르는 것뿐!
“우리가 이긴다!”
높은 사기를 바탕으로 알렌디아군은 필드락스, 알시드, 폴타론의 세 요새에 철통같은 방어선을 완비한 후였다.
양쪽 모두 팽팽한 국면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었다.
물론 모두가 이렇듯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만은 아니었다.
전투에 잔뼈가 굵은 나이 든 헌터들이며 고참 병사들은 앞으로 닥칠 일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뇌제에 아크메이지인가……
“최강의 4인이 서로 싸우게 된단 말이지?”
“맙소사,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톤 단위로 나오겠군.”
“……왜 고래가 싸우는데 새우등이 터집니까?”
“몰라. 이계인들이 저런 식으로 말하던데? 나 어릴 땐 알고 지내는 이계인들도 제법 있었거든.”
칼드리스-마도왕국 연합군의 행군은 알렌디아의 삼각 방어선 바로 앞에서 멈췄다.
이후 저들은 인근 평야에 본진을 마련하고, 8천의 별동대를 꾸려 남부의 폴타론으로 향했다.
알렌디아 국경 요새, 필드락스요새의 회의실.
정보를 접한 레온하트가 말했다.
“별동대로 폴타론을 압박하고, 본진의 2만 2천 전력으로 필드락스와 알시드에서 올 원군을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로군요.”
라크렐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왕도적인 움직임입니다. 누구라도 이 상황에선 이렇게 군대를 운용했겠지요.”
이 말은 곧, 한빈 일행도 저들이 저렇게 나올 거라 이미 예상했다는 의미다.
아티스가 말했다.
“분명 별동대는 뇌제와 아크메이지가 직접 지휘하고 있겠군.”
에피르가 몸을 풀며 일어났다.
“비행 준비할게요.”
류한빈도 기간트를 등에 차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자, 아티스, 레온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