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26
Encounter (3)
가르한은 일단 골렘 스티드에서 내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상승하는 와이번과 그 위에 올라탄 한빈 일행을 노려보며 그가 물었다.
“계획대로 움직이나?”
제노비아가 고개를 저었다.
“아, 저 와이번은 지금 잡아 줘.
생포할 필요 없어. 해부할 거니까.”
“누가 마법사 아니랄까 봐, 또 연구 욕심이 발동했나 보군.”
“이봐, 내 연구 욕심 덕분에 우리 모두 안 뒈지는 방법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거든?”
별로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다.
가르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오른손을 들어 수도의 형태를 취했다.
“ 알았다.”
수도를 허공에 내리그으며 기수식을 펼친다.
-마검식 : 뇌전(雷電)의 길!
뇌성과 함께 하늘 전체에 복잡한 스파크가 난무했다.
마치 지도에 그려진 도로망 같은 어지러운 전격의 그물이었다.
펼쳐진 번개 위로 가르한이 발을 올렸다.
“그럼 잠시 다녀오지.”
땅에서 하늘로 번개가 쳤다.
우르릉!
솟구치는 번개를 보며 한빈 일행은 당황했다.
날아드는 뇌전 위로 태연하게 서 있는 중년 사내의 모습이 있었다.
“헉!”
“뇌제에게 비행 능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하늘을 난다는 게 저런 식이었어?”
엄밀히 말하면 비행은 아니다.
그저 번개를 밟고 서 있을 뿐.
멋대로 나부끼는 번개가 알아서 그를 목적지까지 보필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뇌제라는 칭호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쿠르릉!
굉음을 동반하며 가르한은 수백미터를 관통했다.
어느새 에피르와 같은 눈높이까지 올라와 중얼거린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 평범한 와이번이 아니구나. 기세부터가 남달라.”
레온하트는 경악했다.
지금 뇌제가 보인 움직임은 세간의 상식을 완전히 초월하고 있었다.
급가속도, 급제동도 없다.
정말 번개가 친 것처럼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나 버렸다.
‘맙소사! 저 수법은 관성마저 무시한다는 건가?’
파직거리는 전격을 땅처럼 디딘채 가르한이 검을 뽑았다.
“일단 떨어트리고 봐야겠지.”
검극에서 수백 줄기의 암흑이 피어올랐다.
흩어진 암흑이 저마다 응집하며 수백 개의 구로 바뀌어 사방으로 쏘아졌다.
-마검식 : 종언의 마탄!
확산된 마탄의 무리가 하늘을 뒤덮으며 크게 호선을 그렸다.
그리고 일제히 한빈 일행에게로 몰려들었다.
‘으아! 더럽게 많아!’
치를 떨며 에피르가 포스를 끌어 냈다.
좌우 앞날개 끝, 인간으로 치면 검지와 중지에 해당하는 부분이 빛을 뿜어낸다.
휘리릭!
포스의 분사력을 이용해 에피르는 몇 차례나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마탄 사이로 날았다.
수백 개나 되는 마탄이 모조리 비껴 나가 허공에서 폭발했다.
순간 가르한이 눈을 껌벅 였다.
‘저걸 저렇게 피해?’
효율이 극한에 다다른 나머지, 아름답게까지 느껴지는 움직임이었다.
“제법이군.”
그 틈에 에피르가 열심히 날갯짓을 했다.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어느새 뇌제의 번개가 그녀의 퇴로를 막고 있었다.
가르한 본인 역시.
‘으악! 벌써 따라잡혔어?’
뇌제가 재차 기수식을 펼쳤다.
“그럼 이것도 피해 보거라!”
-마검식 : 빗발치는 염화!
수많은 불줄기가 칼끝에서 쏘아져 수백 줄기의 채찍이 되었다.
불의 채찍이 하늘을 뜨겁게 달구며 쉴 새 없이 내리쳐졌다.
콰콰콰쾅!
그러나, 이번에도 효과는 없었다.
“흡! 차아! 호리얏! 토잇!”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속도에 완급을 주는 식으로 공세를 모조리 흘린 것이다.
불줄기 사이로 빠져나오며 에피르가 쾌재를 터트렸다.
“다 피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류한빈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에피르 너, 점점 기합 소리 이상해지는 거 아니?”
한편 가르한은 눈을 휘둥그레뜬 채였다.
‘진짜 대단하잖아!’
와이번이라는 종 자체를 아득히 초월한 것이다.
가르한의 두 눈에도 탐욕의 빛이 떠올랐다.
‘솔직히 탐나는군.’
누누이 말하지만, 전용 탈것은 사내의 로망인 법.
이제까진 제노비아의 부탁 때문에 적당히 제압하려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그냥 본인이 갖고 싶다!
‘사로잡아야겠다.’
가르한의 전신에서 스파크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파지지지직!
-마검식 : 전광폭뢰!
방대한 영역에 걸쳐 번개의 그물이 드리워졌다. 그물 아래로 뇌성이 울리며, 수많은 소용돌이가 전격을 일으키며 날아들었다.
파지지지직!
검은 와이번의 비늘이 모조리 곤두섰다.
‘엑? 저건!’
에피르도 뇌격 속성의 마검술을 제일 좋아하기에 잘 알고 있었다.
이건 아무리 자신이라도 못 피한다.
물론 그렇다고 얌전히 맞아 줄수도 없는 노릇, 울상을 지으며 그녀가 필사적으로 몸을 빼냈다.
“이 잉!”
예상대로 뇌광이 회오리치며 그녀의 퇴로를 막았다.
류한빈과 레온하트가 검과 권을 들었다.
“괜찮아!”
“우리가 막는다!”
붉은 블레이드 오러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뇌광을 부쉈다. 유백색의 섬광이 연타로 날아들어 회오리를 모조리 분쇄했다.
덕분에 에피르도 무사히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가르한이 혀를 내둘렀다.
“……그래, 자네들이 있었지.”
원래 목표는 저쪽이었는데, 눈앞에 너무 탐나는 탈것(?)이 있어 잠시 주객이 전도되었다.
번개에 오른 채 따라잡으며 가르한은 레온하트에게 미소를 건넸다.
“오랜만이군, 어둠의 성전사장이여.”
그리고 류한빈을 돌아보며 태연하게 물었다.
“그쪽은 처음이군. 그대가 바오톨트의 제자인가?”
류한빈은 말없이 가르한을 노려보았다.
거리가 충분히 가까워진 덕분에 가이드라인 탐색 기능이 발동한다.
「종족 : 인간. 마검사 lv. 156j한빈이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말이 다르잖아? 레벨 152이라더니!’물론 홀리엔이 뇌제와 아크메이 지를 마지막으로 본 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다.
그동안 한빈 일행도 레벨을 상당히 올렸으니 저들이라고 더 강해지지 말란 법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홀리엔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 했다.
아무리 여신의 축복으로 젊음과 전성기를 유지한 채 꾸준히 강해질 수 있다 해도, 높은 경지로 올라갈수록 성장은 더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4레벨이나 더 올렸다고?
‘정말 세상일이란 건 편하게 돌아가는 법이 없구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작전대로 움직일 수밖에!’
류한빈이 대뜸 에피르의 등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허공에 몸을 던지며 곧바로 고함을 터트린다.
“발판!”
재빨리 레온하트가 수인을 맺었다.
-영술 장벽 : 소론디의 방패!
가르한과 한빈 사이에 십여 개의 영술 방패가 수평으로 떠올랐다.
연신 방패를 밟아 가며 류한빈이 거리를 좁혀 갔다.
“대뜸 칼부터 들이대는 건가?
성격 급한 건 제 사부랑 판박이일세.”
혀를 차며 가르한도 기수식을 취했다.
자세를 낮추며 안광을 빛낸다.
발검과 동시에 번개의 칼날이 창공을 가른다.
-마검식 : 뇌광의 참격!
우렁찬 기합과 함께 한빈도 기간트를 내리찍었다.
-세로 베기!
뇌광과 섬광이 서로 작렬했다.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하늘을 흔들었다.
순간 두 사람 모두 뒤로 밀려났다.
콰아앙!
휘말린 에피르가 순간 비행 제어를 놓칠 정도로 강력한 파동이었다.
팔랑거리며 그녀가 비명을 터트렸다.
“캬오오!”
밀려난 류한빈이 에피르의 다리를 붙잡고 몸을 크게 돌렸다.
그 힘으로 에피르도 자세를 다시 잡고, 한빈이 그녀의 등 위로 올라탔다.
겨우 자세를 잡으며 한빈은 인상을 썼다.
‘ 강하다
번개 위로 미끄러지며 가르한도 손목을 까닥거렸다.
예상했던 것보다 충격이 더 컸다.
“투혼을 쓰지 않고도 이 정도인가?”
홀리엔을 꺾을 정도이니 당연히 만만치 않을 줄은 알았지만…….
“정말 잘 배웠구나. 죽은 바오톨트도 만족하겠어.”
가르한의 감탄에 한빈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진 않을 것 같은데?”
듣도 보도 못한 놈이 제자 사칭하고 다니는데 만족할 리가 있나?
“하긴, 그 친구는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었지. 역시 제자답게 스승을 잘 알고 있군.”
“좋을 대로 생각하시지.”
어쨌거나 이걸로 거리는 어느 정도 벌렸다.
류한빈이 눈신호를 보냈다.
‘에피르!’
‘넵!’
그녀가 대뜸 몸을 반회전하며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급가속하며 반대편으로 날기 시작했다.
‘작전상 후퇴!’
아주 작정하고 내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가르한은 뒤를 쫓지 않았다. 그저 뇌전의 길 위에 선채 흥미로운 눈으로 응시할 뿐이었다.
힐끔 뒤를 돌아보며 아티스가 중얼거렸다.
“역시 안 쫓아오나?”
“첫술에 배부를 리 없지 않은가?”
한참 멀어진 전장을 노려보며 레온하트가 침착하게 대꾸했다.
“좀 더 밑밥을 깔아 놓아야지.”
번개 위를 미끄러지며 가르한은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다.
“미안하군. 놓쳤다.”
한빈 일행을 놓친 것에 대한 사과는 아니었다.
지금은 어둠의 화신이 동행하지 않았다. 그런데 저들을 해치워버리면 혼자가 된 어둠의 화신은 또다시 모습을 감출 터.
오히려 놓아줘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가 사과한 건 다른 쪽이었다.
“와이번이 생각보다 빠르더군.
생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응? 생포할 필요 없다고 했잖아?”
제노비아는 의아해했다.
해부할 거라고 설명까지 했는데 굳이 생포하려 했다고?
“……당신도 탐났어?”
“진짜 잘 날더라고.”
딴청을 피우며 가르한이 하늘저편을 바라보았다.
제노비아는 한숨을 쉬었다.
“해부는 포기해야겠군.”
저 인간이 저렇게 초롱초롱한 눈으로 뭔가를 탐낸 게 대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최대한 멀쩡하게 연구 끝내고 넘길게.”
“고맙군.”
제노비아가 화제를 돌렸다.
“그래, 바오톨트의 제자는 어땠어?”
“강하다. 홀리엔이 당한 것이 충분히 이해가 가더군.”
고작 한 번 검을 교차한 것뿐이니 기술적인 면은 아직 확인을 못 했지만, 육체 능력만 보면 바오톨트의 아래가 아니었다.
“이걸 얻기 전이었다면……
가르한이 오른손을 슬쩍 들었다.
“꽤 위험했을지도 모르겠어.”
손바닥을 통해 검은 기류가 새어 나와 꿈틀거린다.
「거의 완전한 옴팔로스의 축복(유니크 아이템)」
“이게 벽을 넘게 해 주진 못하지만..
빙그레 웃으며 제노비아도 어둠을 슬쩍 꺼냈다.
“벽에 달라붙게 해 주긴 하니까 말이지.”
가르한의 가이드라인에 그녀의 레벨이 비쳤다.
「종족 : 인간. 마법사 1V. 155j전장을 벗어난 한빈 일행은 계속 서쪽, 폴타론 요새로 날아가고 있었다.
심각한 어조로 에피르가 중얼거렸다.
“앞으로 공중전은 피해야겠네요.”
이제껏 그녀는 비행에서 밀린 적이 없다. 그러나 뇌제의 방식
“뭐랄까, 아예 궤가 달라요.”
번개로 길을 열고 그 위를 타고 움직인다.
뭘 어떻게 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 위에선 관성조차도 무시 된다.
허공에서 직각 기동이 가능한 것이다.
아무리 에피르의 솜씨가 뛰어나다 해도 중력과 관성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만큼, 순식간에 따라 잡혀 버린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직선 이동은 아직 제가 좀 더 빠르다는 건데..
최고속이 된 에피르가 속도 자체는 조금 더 나았다. 그러니 그 럭저럭 도주는 가능할 것이다.
“그것도 장거리가 되면 따라잡힐 거예요. 지구력에서 밀릴 테니까.”
레온하트가 달래며 말했다.
“그 정도는 괜찮을 거다. 그렇게까지 멀리 도망쳐야 할 일은 없을 테니까. 그보다 뇌제가 레벨 156이라고? 틀림없나?”
“확실히 확인했다.”
한빈의 단언에 레온하트의 안색이 굳어졌다.
“이제 우리도 꽤나 강해졌으니 슬슬 승산이 보인다고 생각했는 정황상 아크메이지 역시 비슷한 수준일 거라 봐야 한다.
“무슨 짓을 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