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32
약속된 패배의 길 (4) 칼드리스-마도왕국 별동대의 행렬이 이어지는 숲속.
갑자기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앙!
행군 중이던 병사들이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뭐여?”
그럴 만했다.
폭발 장소가 행군 대열에서 50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강 건너 불구경에 가까운 위치였다.
물론 이내 정신을 차렸다.
어쨌거나 공격을 받았다는 건, 적이 가까이 있다는 의미니까.
“적습이다!”
“전군 방어 태세!”
기사들은 오러와 포스로 전신을 보호하고 병사들은 방패를 들어 방진을 짰다. 마법사는 지팡이를 들어 반격 태세를 갖추고 영술사는 방어 장막을 펼쳤다.
“적의 위치를 찾아라!”
채 찾기도 전에 폭발이 이어졌다.
콰콰콰콰쾅!
상당히 중구난방으로 터지는 폭발이 었다.
어떤 건 100미터 밖에서, 어떤건 10미터 안쪽에서, 어떤 건 행군 대열 바로 머리 위에서 터지기도 한다.
별동대의 행렬이 워낙 길고 넓었기에 절반 정도는 명중을 했다.
그럼에도 피해는 여전히 전무했다.
폭발의 위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나무줄기조차 부러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냥 가지가 좀 꺾이고 불이 붙은 정도?
상황을 살피며 가르한이 고개를 갸웃거 렸다.
“이 정도면 잘해 봐야 레벨 20대 폭렬 마법인데?”
일개 병사, 심지어 취사병이나 행정병조차도 레벨 40은 넘는 것이 대륙3강의 군대다.
방어진은 고사하고 일개 병사들의 방패조차 부수지 못하는 위력인 것이다.
제노비아도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 이 었다.
“화공을 쓰려는 걸까?”
“설마? 이게 무슨 변경의 전투도 아니고.”
확실히 숲에 불을 지르면 쫓아오는 추격대의 발을 묶을 수도 있을 것이다.
불이 번지도록 추격대가 손 놓고 지켜봐 준다면 말이지만.
강력한 마법사나 영술사라면 어지간한 산불은 간단히 제압할 수 있다. 그리고 라트나에서 저 ‘강력함’의 기준은 대충 레벨 50 전후다.
대륙3강의 마법병단과 영술부대 중, 레벨 50도 못 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이다.
“불 끄겠습니다.”
그냥 마법사 몇 명이 가볍게 지팡이를 흔드는 것만으로 불길은 간단히 잡혔다.
하지만 방어진을 풀 순 없었다.
그 후로도 계속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콰콰콰쾅!
지휘관들의 안색이 점점 굳어갔다.
“이거 대체 적이 어디 있는 거지?”
가르한과 제노비아도 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마법 덫을 파묻어 놓은 걸까?”
“우리 행군로를 어떻게 예측하고? 설마 이 일대 전체에 덫을 깔진 못했을 것 아닌가?”
대륙3강의 예산을 다 동원해도 그런 미친 짓은 못 한다.
“잠깐 확인 좀 해 볼게.”
제노비아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이내 그녀의 손에 뭔가가 잡혔다. 어린아이 주먹만 한 작은 금속구였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마나로 끌어온 것이다.
「라텔의 폭뢰(매직 아이템) 발동 후 다른 사물과 접촉 시레벨 22 폭렬 마법, 로우 익스플로전을 시전하게 해 주는 마도 폭탄입니다.
사용 제한 lv. 25.j
실은 굳이 가이드라인으로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길드 제품이잖아?”
싱커즈에서 제작한 마도 폭탄이었다.
“얼마 전 대량으로 발주했다는 보고는 받았는데 이게 그거였나……
“적들에게 무기를 팔았단 말인가?”
“애초에 무기도 아니거든? 당연히 나도 신경을 안 썼지.”
원래는 전투 병기가 아니라 토목공사 용도였다.
투덜대며 제노비아가 숲 저편을 노려보았다.
“저놈들, 아무래도 투석기 같은 걸로 이걸 던지고 있었던 모양인데.”
가르한이 미심쩍어하며 반문했다.
“.숲속에서?”
투사각이 제대로 나올 리도 없고, 설치가 제대로 될 리도 없다.
“그렇지만 위에서 떨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제노비아는 정신을 집중해 상공을 살폈다.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았다.
‘아니, 잠깐.’
마나 감지가 아닌 원견의 마법을 발동한다. 그렇게 시선을 더 더욱 멀리 보낸다.
거의 1킬로미터가 넘는 상공까지 원견 영역을 넓히니 그제야 뭔가가 보였다.
작은 금속구를 연신 뿌려 대고 있는 은빛 갈기의 와이번이었다.
“저기 있네.”
어처구니가 없어 그녀가 실소를 흘렸다.
“맙소사, 저 높이에서 폭탄을 뿌리고 있었던 거였어?”
아득히 높은 상공을 활강하는 에피르의 등 위.
레온하트와 아티스가 열심히 포대에 마도 폭탄을 옮겨 담고 있었다.
포대가 가득 찰 때까지 옮겨 담은 다음, 둘 다 손을 갖다 대며 중얼거린다.
“로우 익스플로전.”
“로우 익스플로전.”
이걸로 포대의 모든 마도 폭탄이 전부 활성화되었다.
그다음엔?
“뿌려!”
그냥 포대째 뒤집어 탈탈 턴다.
세 자릿수에 달하는 마도 폭탄들이 모조리 지상으로 투하된다.
한참 후, 지상 곳곳에서 무수한 불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퐁퐁퐁퐁퐁!
물론 이 높이라서 작게 보이는 것이지, 실제론 꽤나 그럴듯한 폭발이다.
아티스가 싱글벙글 웃었다.
“잘 터지고 있구만.”
레온하트도 마찬가지였다.
“발도 잘 묶이고 있고.”
아크메이지의 마법은 압도적으로 사정거리가 길다. 그래서 에피르가 채 가까이 가기도 전에 먼저 휘말려 버린다.
덕분에 그간 재미를 보았던 공중전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아니, 되었다고 생각했다.
류한빈이 무심히 한마디를 던지기 전에는.
-그냥 엄청 높이 올라가서 폭탄 같은 거 던지면 되지 않으려나? 폭탄 비슷한 건 이 세계에도 있잖아. 전에 막노동할 때 봤어.
그렇다.
그냥 위에서 던지기만 하는 것이라면 거리고 뭐고 아무 상관이 없어지는 것이다. 중력이 알아서 떨어트려 주는데?
그럼에도 레온하트는 처음엔 저 제안을 거절했다.
-의미 없는 짓이다. 그까짓 마도 폭탄은 일개 병사라도 막을 수 있어.
-그야 물론 막을 순 있겠지. 그런데 막아 가면서 계속 행군하는 게 가능해? 아무리 그래도 공격받는 중인데.
당시의 일을 떠올리며 레온하트는 새삼 감탄을 흘렸다.
“한빈 그 친구는 가끔 그럴싸한 생각을 참 잘 떠올린단 말이지.”
둘은 계속해 폭탄 자루를 탈탈 털었다.
수백에 달하는 융단폭격이 이어졌다.
당연히 명중률은 개판이었다.
이 높은 위치에서 제대로 겨냥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떨어트릴 뿐이다. 오차 범위가 족히 수백미터는 된다.
하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적군의 대열도 수백 미터니까.
“대충 던져도 어딜 맞건 맞겠지.”
“빗나간다 해도 크게 문제없고.
어차피 폭발만으로도 위축은 되는 법이다.”
퐁퐁퐁퐁퐁!
지상 곳곳에서 불꽃이 피고 또 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에피르가 문득 중얼거렸다.
“굳이 두 분이 오실 필요까진 없었지 싶어요. 사실 마도 폭탄 발동은 아무나 할 수 있잖아요?”
레벨 25만 넘으면 맡을 수 있는 임무였다. 그렇다면 레온하트와 아티스는 아군을 지키는 쪽에 투입되는 게 옳지 않았을까?
아티스가 고개를 저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야지. 뇌제나 아크메이지가 직접 나서면어 쩌 라고?”
저 둘을 상대로 도주라도 제대로 하려면, 한빈 일행 중 둘 정도는 에피르와 붙어 있어야 한다.
“물론 그럴 확률은 거의 없지만.”
레온하트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쉽게도 저쪽은 바보가 아니거든.”
*
*
*
콰콰콰쾅!
“또 터졌다.”
콰콰쾅!
“또 터졌네.”
콰콰콰콰쾅!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거지?”
이어지는 폭격 속에서 별동대는 계속 방어만 굳히고 있었다.
처음에야 꽤나 긴장했지만, 이젠 다들 표정마저 느긋하다.
워낙 폭탄의 위력이 약했다. 숫자만 많을 뿐이다.
아군의 방어막 속에만 있으면 절대 다칠 일이 없는 것이다.
“거참, 쓸데없이 돈만 낭비하고 있군.”
“차라리 폭탄보다 돈을 뿌리는 게 더 효과적인 거 아냐?”
“그러게. 그거 줍느라 다들 정신 팔릴 테니까.”
“에이, 그렇진 않겠지. 우리 레벨에 동전 몇 푼 줍느라 대열을 벗어난다고?”
대륙3강의 군대쯤 되면 봉급도 상당하다. 눈앞에 돈 떨어졌다고 군 기강 흐트러트릴 정도로 가난하진 않은 것이다.
금화를 뿌리면 아무리 그래도 눈이 돌아가겠지만…….
“확실히 금화보단 폭탄이 싸지.”
한가한 병사들과 달리 가르한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거 생각보다 골치 아픈 상황이군.”
분명 방어만 잘하고 있으면 절대 피해 볼 일이 없다.
즉, 거꾸로 말하면 방어를 무시하고 움직일 경우 피해를 본다.
“우리의 발목 자체는 훌륭히 잡고 있지 않나?”
혀를 차며 그가 제노비아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놈의 마도 폭탄, 대체 얼마나 팔아넘긴 거야?”
제노비아가 어색하게 웃었다.
“5톤 정도?”
순간 욕이 나오려는 걸 애써 참으며 가르한이 말을 이었다.
“아니, 그래도 그걸 전부 쏟아부을 수는 없겠지.”
아무리 칠흑의 악몽이라 해도 와이번인 이상 적재하중엔 한계가 있을 터였다.
설마 5톤이나 되는 폭탄을 전부 들고 날 수 있을 리가 없다.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해도 400킬로그램 정도가 한계겠지. 그렇다면 이 폭격도 그리 오래 지속하진 못할 터다.”
나름 합리적인 추리를 하는 가르한을 보며 제노비아가 더더욱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게, 그럴 것 같진 않은데……
“어째서?”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가 어깨를 으쓱였다.
“공간 압축 주머니도 같이 팔았거든. 그래야 배송이 편해서.”
결국 욕설이 터졌다.
“야, 이 XXX!”
?
*
*
상대의 폭탄이 고갈되길 기다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면 두고 볼 순 없지.”
가르한이 골렘 스티드에서 내렸다. 그리고 뇌전의 길을 발동했다.
순식간에 가르한이 300미터 이상 날아올랐다.
아티스가 기겁하며 외쳤다.
“뇌제가 온다!”
폭탄 자루 걷고 레온하트와 아티스가 재빨리 에피르의 등에 찰싹 붙었다.
그녀가 선회하며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튑니당!”
추격은 없었다.
상공에서 에피르를 쫓아 보낸 뒤 가르한은 도로 지상으로 돌아갔다.
뇌전의 길을 거두며 그가 투덜거렸다.
“이건 미봉책일 뿐이야. 우리가 행군하기 시작하면 놈들도 다시 나타날 거다.”
“할 수 없잖아.”
제노비아가 혀를 찼다.
“유인책인 줄 뻔히 알면서 걸려 줄 수는 없으니까.”
단순한 노파심이 아니었다. 충분히 근거가 있었다.
놈들의 수법 자체가 증거였다.
“저 수법은 전투 시에는 아무 쓸모가 없어.”
폭탄의 위력 자체는 결코 강하지 않다.
공성 전투에서 적의 본진에 폭격을 해 봐야 생채기도 못 낸다.
그렇다고 들판에서의 회전(會戰)에 써먹자니, 적과 아군이 뒤섞여 있어 무용지물.
“저건 오로지 후퇴 시 적의 추격을 막는 데만 써먹을 수 있는 수법이잖아?”
이 말은 곧, 놈들이 후퇴할 걸 미리 상정해 두고 이 수법을 준비해 두었다는 의미가 된다.
“처음부터 폴타론은 버릴 생각이었다는 거지.”
*
같은 시각, 에피르의 등 위에서 아티스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번에도 안 쫓아오네. 최강이란 칭호 달고 뭐 저리 소심해?”
“저건 소심한 게 아니라 신중한 쪽이지. 하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군.”
대꾸하며 레온하트는 머릿속에서 두 번째 유인책을 지웠다.
“이번에도 실패인가.”
지금은 추격대의 발을 묶은 걸로 만족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필드락스에서 결판을 낼 수밖에 없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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