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33
(1)
개전 시 알렌디아군의 배치는 이랬다.
폴타론에 3천, 필드락스에 4천, 알시드에 3천을 주둔시킨 뒤 방어선을 형성하고 사빈 아실이 지휘하는 1만 2천의 본대가 방어 선을 오가며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것.
이에 칼드리스-마도왕국 연합군은 이런 식으로 움직였다.
삼각 방어선 인근에 본대 2만 2천을 주둔시킨 뒤, 후방 지원을 위한 3천을 따로 두고 별동대 8천을 폴타론으로 투입한 것이다.
이후 폴타론을 지원하려 남하한 사빈 아실의 군세에 맞서 토니트루스가 1만 4천의 군세로 화렌평야에서 맞붙었다.
결과는 양패구상으로 끝났다.
알렌디아 본대는 8천까지 깎였고 토니트루스의 군세는 9천 남짓까지 전력이 줄었다. 딱히 변수가 없는 전투였다 보니 병력 손실율도 비슷했다.
사빈 아실은 남은 군세를 이끌고 필드락스로 후퇴했고 토니트루스도 다시 방어선 밖의 본진과 합류했다. 그리고 후방 지원 역할이었던 3천으로 알시드를 견제하며 본대를 서서히 진군시켰다.
이로 인해 필드락스 요새의 전력은 1만 3천, 적측의 본대는 1만 7천이 되었다.
이후 폴타론이 무너졌다.
폴타론 주둔군은 사흘에 걸친 패주 끝에 300 정도의 사상자를 낳고 필드락스 요새에 입성했다.
필드락스 요새 사령관, 라크렐경이 전황을 건네 들으며 의외란 반응을 보였다.
“예상보다 피해가 적군요.”
레온하트가 씁쓸한 어조로 대꾸했다.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했으니 말입니다.”
그저 요새에 처박혀 마냥 폭격만 당하다가 도망쳤을 뿐이다.
사상자 대부분은 후퇴 도중 악타룬의 이계인들에게 당한 이들이었다.
사빈 아실이 눈살을 찌푸렸다.
“애매하군요. 이걸 작전 성공으로 봐야 할지, 실패로 봐야 할지.”
알렌디아 측 전략의 최종 목적은 결국 뇌제와 아크메이지를 제대로 유인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반대로 저쪽의 목표는 화신 일행의 거점을 점점 줄여 궁지에 모는 것.
그런 만큼 최대한 자연스럽게 후퇴할 필요가 있었다.
홀리엔 때와 달리 유인책이라는 점이 들켜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에피르의 공중 기동력으로 재미 보던 놈들이, 계속 같은 수작 벌이다가 된통 당했다는 형국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도 의심하지 않고 쫓아올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폴타론의 패전은 이보다 더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다.
정말로 패배했거든.
예상도 못 한 고룡들의 폭격 때문에 뭐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져 버렸다. 그리고 아군을 하나라도 더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발버둥 쳤다.
“결과만 보면 분명 작전대로이긴 한데……
라크렐 경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래서야 양쪽 모두 전략이 어그러진 셈이군요.”
폴타론에서 뇌제의 별동대를 절 반 이상으로 줄여야 했다. 설령 그 대가로 주둔군이 큰 피해를 입는다 할지라도.
그래야 차후 필드락스 요새 전투 시 보다 유리해진다.
그런데 거의 피해를 못 입힌 것이다.
기껏해야 악타룬의 이계인 몇 명을 죽인 것이 전부다.
그렇다고 작전 실패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저쪽도 이쪽에 거의 피해를 주지 못했으니까 말입니다.”
에피르를 이용한 초고도 폭격덕분에 적의 발목은 또 훌륭하게 잡았다. 덕분에 대부분의 병력이 무사히 필드락스로 후퇴할 수 있었다.
안젤리카가 혀를 내둘렀다.
“서로가 예상만큼 피해를 못 주고, 예상보다 손해를 피한 형국이군요. 진짜 애매하네요.”
이야기를 경청하던 류한빈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게 문제인가? 서로 피 볼 상황을 피했다는 건데 어쨌든 좋은 거 아냐?”
레온하트가 수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런 만큼, 앞으로 더욱 많은 피를 흘리게 될 거라는 소리도 되거든.”
“예센의 숨결이여, 정화의 힘을 내리소서.”
수인을 맺으며 세이라는 붉은 빛으로 부상자의 상처를 씻어 갔다. 바로 다른 영술사가 그에게 치유술을 걸었다.
레즐리 역시 바빴다.
영술부대원 사이에 끼어 열심히 치유술을 펼치고 또 펼친다.
규모에 비해 적다곤 해도, 족히 수백에 달하는 사상자가 나온 전투였다.
겨우 필드락스 요새 안으로 들어왔으니 더 늦기 전에 부상자들을 돌봐야 했다.
또 한 명의 부상자에게 영술을 건 뒤 세이라가 고함을 질렀다.
“붕대와 뜨거운 물을!”
금발의 엘프 청년이 대야를 들고 빠르게 뛰어왔다.
“네, 세이라 공녀님!”
세이라의 시종, 라온델이었다.
그새 두 팔이 완치된 덕에 다시 시종 일을 시작한 것이다.
“또 할 일이 있습니까?”
“레즐리 쪽도 좀 도와줘.”
“알겠습니다.”
예전과 달리 그는 능동적으로 세이라의 명령에 따르고 있었다.
칼드리스 왕국에 대한 증오가 그 원천이었다.
‘이 간악한 놈들!’
두 팔이 잘렸음에도 라온델은 본국으로 후송되지 않았다.
현재 강력한 영술사는 전부 알렌디아군에 차출된 상황이었다.
차라리 세이라와 레즐리 옆에 붙어 있는 쪽이 나았던 것이다.
아무리 쌓인 게 많다 해도 두 팔을 잃은 중상자를 그냥 내버려 둘 정도로 세이라가 냉혈한은 아니었다. 열심히 치유술을 펼쳐주었다.
그렇다고 라온델이 감사를 느끼고 마음을 고쳐먹을 정도로 인성이 된 엘프도 아니긴 했지만, 그 럭저럭 예전보다 반감이 둔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두 팔이 잘린 채 침상에 누워 끙끙 앓으며 하염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왜냐? 대체 왜 날 노린 거냐!’
한빈 일행이야 라온델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작자라 그 새 뇌리에서 지워 버렸다지만 본인 심정이 어디 그런가?
‘대체 왜 날 죽이려고 했느냔 말이다!’
결국 그럴싸한 이유를 떠올렸다.
놈들은 칼드리스 왕국의 특작부대였다. 그리고 칼드리스엔 그의 큰형, 로아셀 엘리 아트란사스가 거하고 있다.
‘형님이 날 죽이려 했구나!’
예로부터 권력은 비정한 것이라했다.
아트란사스 가문을 손에 넣기 위해 경쟁자인 자신을 죽이려 한 것이 분명하다!
‘두고 보자, 로아셀!’
복수를 다짐하며 라온델은 열심히 부상자들 사이를 뛰어다녔다.
“저 엘프 총각이 왜 저렇게 변한 건지는 알겠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며 레즐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로아셀 공자가 저자를 죽이려 한 걸까요?”
세이라가 콧방귀를 뀌었다.
“관심이나 있을지도 의문인데요?”
망해 버린 가문에 뭐가 남았다고 권력의 비정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로아셀은 예전에도 전혀 라온델을 경계하지 않았다.
뭐, 위협이 될 만한 건덕지가 있어야 경계를 하건 말건 하지?
“정말이지, 여전히 현실 파악못하긴 마찬가지지만……
세이라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내버려 두죠. 덕분에 말은 잘 듣잖아요?”
?
다음 날 아침, 뇌제와 아크메이 지가 이끄는 별동대가 본대와 합류했다.
이로써 필드락스 요새 공략군의 병력은 2만 5천이 되었다.
총사령관 토니트루스가 정중히 무릎을 꿇고 둘을 맞이했다.
“적들은 현재 요새 안에서 전투를 준비 중입니다. 총공세를 가하오리까?”
필드락스 요새군의 전력은 1만 5천 남짓.
2만 5천이나 되는 병력에 뇌제, 아크메이지의 무력까지 합쳐진다면 저 정도 규모의 요새는 초가 집처럼 무너지리라.
그러나 가르한은 고개를 저었다.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제노비아가 차가운 미소를 머금었다.
“원래 남의 방 들어갈 땐 노크를 하는 게 상식이잖니?”
*
요새 남쪽을 장악한 적의 본진에서 5천의 군세가 분리되어 진군을 시작했다.
성벽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류한빈이 인상을 썼다.
“어째 익숙해 보이는 포진인데?”
키비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폴타론 요새에서 했던 짓을 반복할 셈이네.”
과연, 군대의 중심에서 빛이 솟아올랐다.
형형색색의 섬광이 거대한 존재로 화한다. 우렁찬 포효가 대기를 찢어발긴다.
크아아아!
네 마리의 고룡이 군대의 호위를 받으며 대지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요새와 본진의 중간쯤에 딱 멈추더니 입을 크게 벌렸다.
콰콰콰콰콰콰!
네 줄기 브레스가 요새로 날아들었다.
레온하트가 바로 수신호를 보냈다.
“방어 태세!”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터라 반응도 빨랐다.
마법병단의 광범위 실드가 브레스를 훌륭히 막아 냈다.
아티스가 코웃음을 쳤다.
“흥! 이번엔 그렇게 쉽게 당하지 않을걸.”
폴타론 주둔군은 고작 3천이었다. 그만큼 영술부대와 마법병단의 수도 적었다.
그래서 고룡들의 순차적 원거리 폭격에 채 10여 분도 버티지 못하고 후퇴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병력이 무려 다섯 배.
“반면 고룡의 숫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잖아?”
놈들이 1시간이 넘도록 폭격을 해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
“폴타론 요새에서처럼 아무것도 못 하고 당하진 않아!”
그때 레온하트가 굳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그것도 문제다.”
“ 응?”
의아해하며 아티스는 레온하트를 돌아보았다.
그의 안색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버텨도 문제라고.”
계속해 고룡들의 폭격이 이어졌다. 수십 분 가까이 이어지는 무자비한 폭격이었다.
알렌디아군의 모든 마법사와 영술사가 이를 악물며 마나와 프라 나를 끌어 올렸다.
“버텨!”
“버티기만 하면 된다!”
“집중을 잃지 마!”
마침내 폭격이 그쳤다. 결국 고룡들의 공격을 완전히 막아 낸 것이다.
드래곤의 모습이 도로 사라지며 5천의 호위대가 본진으로 귀환한다.
제노비아는 빙그레 웃었다.
“열심히 노크했는데도 문을 열어 주지 않네?”
그리고 스태프 오브 더 월드를 움켜쥐었다.
“그럼 직접 열어야지.”
네 알의 빛의 씨앗이 대지로 파고들었다. 곧바로 빛의 나무가 자라나 아름드리 거목이 되었다.
가르한이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걸 또 쓰는 건가? 조잡하다더니.”
폴타론 요새에서 봤던 바로 그 마법 이 었다.
“마력 운용이나 효율은 분명히 조잡한데……
제노비아가 무심히 말을 이었다.
“형태는 의외로 나쁘지 않더라고. 혹시 지구에도 비슷한 병기가 있나?”
빛의 거목 네 그루가 초대형 매직 애로우의 형태로 변화한다.
그녀가 지팡이를 위로 튕겼다.
“가라, 빛의 거목이여. 파괴의 가지를 드리워라!”
굉음과 함께 4기의 ‘탄도미사일’이 공중으로 솟구쳐 날아올랐다.
콰아아아앙!
“아오, 이번엔 네 방이나 쏘냐?”
신경질을 내며 류한빈이 기간트를 뽑아 들었다. 에피르가 바로 그를 태우고 날아올랐다.
일단 제일 선두의 매직 애로우 쪽으로 향한다.
블레이드 오러를 끌어 올리며 한빈이 인상을 썼다.
“이거 또 그때처럼 쪼개지겠지‘?”
오러가 빛의 기둥을 갈랐다.
대폭발과 함께 3기의 초대형 매직 애로우가 재차 모습을 드러냈지만…….
“알고 있으면 막을 수 있어요!”
외침과 함께 에피르가 속도를 높였다.
남은 3기를 향해 붉은 섬광이 작렬했다.
-가로 베기!
3기가 동시에 폭발했다.
물론 예전의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또 쪼개져 각자의 마법이 될 것이다.
거기까지 대비하며 한빈이 한번 더 블레이드 오러를 쏘아 냈다.
_연속 가로 베기!
두 줄기 섬광이 순차적으로 날아들며 갈라지려는 매직 애로우의 배후를 노렸다.
연속 폭발과 함께 대기 전체에 충격파가 터졌다.
콰콰콰콰쾅!
“어머? 제법이네.”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제 노비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분명 제법이긴 하지만……
그리고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아직 3발이나 남았는걸?”
엄청나게 많이 터트린 것 같지만, 실은 최초의 4기 중 1기를 처리했을 뿐이다.
나머지는 여전히 요새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저건 다 못막……
혼잣말을 잇던 제노비아의 말문이 순간 막혔다.
갑자기 검왕과 그 와이번이 괴상한 짓을 저지른 탓이었다.
“에피르! 연습했던 거 하자!”
“셍!”
검왕이 허공으로 몸을 솟구쳤다. 동시에 검은 와이번이 동체를 홀랑 뒤집더니 두 발로 그의 발을 붙잡았다.
그리고 허공에서 몸을 뱅뱅 돌리면서 무슨 프리스비처럼 날아간다!
“자이언트 스윙!”
뭐랄까, 끝에 무게 추를 단 원반이 하늘을 나는 듯한 모습이었다.
제노비아는 물론이고 가르한조차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저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동작이었어?”
“그, 글쎄. 일단 날개 달린 짐승이 할 짓은 아닌데……
원심력이 정점에 올랐을 때 에피르가 류한빈을 던졌다.
“가세용!”
에피르의 최고속에 원심력에 의한 가속까지 붙었다. 실로 무시무시한 속도로 한빈의 거구가 매직 애로우의 뒤를 바짝 쫓았다.
그 와중에도 계속 정신을 집중하고…….
‘저건 마법이 아니다. 저건 마법이 아니다. 저건 마법이 아니다……
또 집중한다.
‘저건 개다. 저건 개다. 저건 개다…
개는 개 패듯이 팰 수 있다!
-검왕류 타구1식, 마구 베기!
순간 수십 줄기의 블레이드 오러가 허공을 어지럽게 수놓았다.
거대한 오러의 그물이 하늘 가득 펼쳐진 듯한 광경이었다.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천라지망.
제노비아의 모든 매직 애로우가 일시에 폭발했다.
콰콰콰콰콰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