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36
트 릭 오어 트랩 (trick or tr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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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알렌디아의 2천 군세를 노려보며 지휘관들은 이를 갈았다.
“같은 실수를 두 번 할 것 같으냐!”
이번엔 자신의 위치부터 파악한 뒤, 일부는 별동대를 뒤쫓고 일부는 와이번을 향해 공중 포격을 가한다.
흠잡을 데 없는 대응이었다.
그때 였다.
본진으로부터 형형색색의 불꽃이 솟구쳤다. 제노비아의 마법이었다.
적색, 자주색, 푸른색의 화염탄.
해석하면 이런 뜻이다.
-전군, 제자리를 지키며 포위망을 유지하라.
‘이대로 유지하라고?’
‘그래도 되는 건가?’
쉽게 말해서 적을 그냥 놓아주라는 의미였다.
당황하면서도 지휘관들은 명령에 따랐다. 덕분에 남은 알렌디아군마저 완전히 놓쳤다.
남은 것은 오직 은빛 갈기의 와이번과 화신 일행뿐.
전장 상공을 선회하며 에피르가 의아해했다.
“너무 쉽게 풀리는데요?”
아티스도 마찬가지였다.
“추격조차 안 한다고? 아무리 인간들이 욕심이 많다지만 이 정도는 아닌데.”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흔들리던 기류가 이내 휘몰아치며 수십 줄기의 소용돌이로 화한다.
회오리가 강철의 기둥이 되어 하늘 곳곳에 솟구친다.
콰콰콰쾅!
저 회오리에 휘말리면 보나 마나 추락이었다. 레온하트가 다급히 지시를 내렸다.
“아크메이지의 마법이다! 범위 밖으로 빠져!”
“넵!”
에피르가 재빨리 회오리 사이를 지그재그로 날았다.
동시에 적의 본진에서 거대한 빛이 터져 나왔다.
파아아앗!
이내 거대한 흑룡이 모습을 드러 냈다.
너무 거리가 멀어 가이드라인으로 확인은 안 되지만, 기세만 봐도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저 정도의 기운을 발하려면 레벨 140은 되어야 한다.
뇌제와 아크메이지가 흑룡의 등 위로 올라탔다.
가르한이 입을 열었다.
“네 차례다, 마나키라스.”
검은 고룡이 날개를 활짝 펼쳤다. 칠흑의 거체가 광풍을 일으키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쫓아라.”
미칠 듯이 회오리가 몰아치고 뇌성이 울려 퍼지는 폭풍의 권역.
그 속을 와이번 한 마리가 날렵하게 빠져나간다. 그리고 거대한 흑룡이 뒤를 쫓는다.
힐끔 뒤를 돌아보며 류한빈은 의아해했다.
“이번엔 자신들만 쫓아올 셈인가?”
흑룡의 등 위엔 뇌제와 아크메이지만 타고 있었다. 딱히 다른 부하들은 보이지 않았다.
레온하트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지.”
과연, 그의 말대로였다.
지상에 잔뜩 포진한 칼드리스와 마도왕국의 연합군.
그 광범위한 영역 곳곳에서 연속으로 빛이 솟구쳤다.
파아아아앗!
수십의 빛줄기가, 수십 마리의 거대한 드래곤으로 화했다.
어퍼 드래코니움에 속한 고룡들이 죄다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크아아아!”
포효와 함께 드래곤들이 날개를 바닥에 깔았다.
미리 연습해 둔 듯, 연합군 기사들이 재빨리 고룡의 등 위로 올라탔다.
저마다 이삼십 명씩 태운 드래곤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수십 마리의 고룡들이 폭풍 속을 날갯짓하며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실로 웅장한 광경이었다.
제노비아가 흡족해하며 웃었다.
“저들을 괜히 놀려 둔 줄 알아?
다 이유가 있었다고.”
쓸 만한 병력을 일부러 대기시키는 이유는 정말 필요한 곳에 투입시키기 위해서다.
이걸로 1천의 최정예 병력을 태운 ‘비행 함대’가 완성되었다!
수십의 드래곤이 함대를 구성해 폭풍의 권역 속을 날아간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사방에 굉음이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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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5=1
목표는 지금도 빠르게 전장의상공을 이탈 중인 와이번 한 마리.
사방에서 밀려오는 고룡의 군세를 보며 에피르가 눈을 빛냈다.
“저들이 전부 안티 폴리모프 네 크리스를 지니고 있는 건 아니죠‘?”
그렇다면 대부분 도로 인간화시킬 수 있을 터!
막 에피르가 선회하려던 차였다.
레온하트가 다급히 그녀를 제지했다.
“안 돼!”
“네?”
“선회하면 그만큼 속도가 떨어져! 뇌제와 아크메이지에게 따라 잡힌다!”
지금도 가르한과 제노비아를 태운 마나키라스는 전속력으로 에피르를 쫓고 있다. 그리고 저들은 반경 수 킬로미터 이내를 폭풍의 권역으로 깔아 지속적으로 그녀의 비행을 방해하는 중이다.
딱히 에피르와 마나키라스 사이에 속도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폴리모프 네크리스의 사정거리는 20미터.”
거리를 유지한 채 뒤쫓으며 가르한이 중얼거렸다.
“그걸 써먹겠다고 가까이 와 주면 우리야 고마울 뿐이지.”
저 목걸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제노비아는 마법적인 방어가 가능한 마도구를 따로 만들었다.
그러나 가르한의 발상은 달랐다.
“쓸 상황 자체를 없애 버리면, 위력이 세건 말건 무슨 상관인가‘?”
이 상황에서 한빈 일행의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레온하트가 외쳤다.
“계속 도망쳐! 지금은 그 방법밖에 없다!”
달과 별이 반짝이는 청명한 밤하늘.
갑자기 하늘 가득 먹구름이 끼고 돌풍이 인다. 소용돌이가 연신 솟구치고 뇌광이 번뜩이며 무수한 폭발이 이어진다.
콰콰콰쾅!
그 속을 한 마리 와이번이 외롭게 날고 있었다.
“우아아악!”
치를 떨며 에피르는 정신없이 날갯짓을 했다.
제노비아는 흑룡 마나키라스에 올라탄 채 그녀를 쫓는 중이었다. 즉, 제노비아가 펼친 폭풍의 결계 역시 계속해 쫓아오는 것이다.
폭풍 속을 날아가려니 아무리 에피르라도 제 속도를 내기 힘들다.
반면 어퍼 드래코니움의 고룡들은 똑같이 폭풍 속을 날고 있음에도 비교적 큰 지장을 받지 않았다.
드래곤은 워낙 거체에, 중량도 무겁다. 그래서 레벨이 높음에도 불과하고 에피르보다 빠르게 날지 못한다.
그 대신 바람의 영향에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이다.
가벼운 쾌속선은 빠르게 바다를 누빌 수 있지만 그만큼 파랑에 흔들리는 법.
그러나 대형 범선은 어지간한 풍파는 자체적인 중량만으로 헤쳐 나갈 수 있다.
뒤를 따르는 수십 마리의 고룡들을 힐끔거리며 제노비아가 중얼거렸다.
“실은 아무리 그래도 쾌속선이 좀 더 빠르긴 하지.”
그녀의 주위로 마법진이 떠올랐다.
“뒤에서 뭐가 날아오지 않는다면 말이야.”
폭풍우 사이로 쉴 새 없이 폭염과 섬광이 날아들었다. 한 방만 스쳐도 격추되기 충분한 위력이었다.
“으아??????
계속 공세를 피하며 에피르가 투덜거렸다.
“기분 탓인가? 요새 저만 유독고생하는 것 같은데요.”
다른 일행이 열심히 그녀를 달랬다.
“기분 탓 아냐.”
“고생하는 거 맞아.”
“그런데 안 하면 죽어.”
“……달래 주는 거 맞아요?”
투덜대면서도 에피르는 더더욱 포스를 끌어 올렸다.
안 하면 죽는다는데 뭔 반론을 꺼내리?
“이야아아압!”
?
*
*
팔짱을 낀 채 가르한은 혼잣말을 뇌까렸다.
“언제까지 도망칠 수 있겠느냐?”
홀리엔의 사례를 답습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미끼가 탐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계속 인내해 왔다.
그렇다고 마냥 닭 쫓던 개처럼 지붕만 쳐다볼 생각도 없긴 마찬가지 였다.
어쨌건 어둠의 화신을 붙잡으려면, 쫓기는 해야 할 것 아닌가?
“이 정도 병력이면 무슨 함정을파 놓았다 하더라도 걱정할 것이 없지.”
레벨 110이 넘는 드래곤이 무려 사십여 마리, 그 위에 올라탄 병력이 1천에 달한다.
심지어 그냥 1천이 아니라 최하레벨 80 이상이었다.
칼드리스와 마도왕국의 최정예만을 골라 모조리 끌고 온 것이다.
악타룬의 이계인은 일부러 빼놓았다. 이렇게 중요한 사안에, 확실한 충성심을 기대할 수 없는 놈들을 데려올 정도로 이들은 어리석지 않았다.
“어때?”
가르한의 질문에 제노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와이번, 점점 피하는 데 여유가 없어지고 있어.”
그녀뿐 아니라 다른 고룡들도 순차적으로 원거리 공세를 가하는 중이었다. 덕분에 와이번 주 위로 실로 어마어마한 탄막이 형성되고 있었다.
콰콰콰콰쾅!
“솔직히 여태 피한 것만으로도 기적이지.”
결국 공세를 피해 와이번이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날개를 접고 지상으로 내려간다. 수십 마리의 고룡 부대도 뒤를 따른다.
어둠이 짙게 깔린 산맥 사이, 움푹 파인 분지 지형이 구름 사이로 드러났다.
가르한이 피식 웃었다.
“함정 파기 딱 좋은 지형이군.”
무슨 함정을 파 놓은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찌 되건 상관없다.
주위의 드래곤들을 향해 그가 신호를 보냈다.
“쫓아간다.”
화신 일행이 분지 안쪽으로 모습을 감췄다.
뒤를 따라 하강하며 어퍼 드래코니움의 고룡들도 산개하기 시작했다.
일단 분지 안쪽에 1천의 병력을 내려놓고 다시 날아오른다. 그리고 분지 외곽의 하늘을 천천히 선회한다.
이 일대 전체에 지상과 공중의 이중 포위망을 구성한 것이다.
제노비아는 흡족해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이리된 이상, 저들이 어떤 책략을 구사하고 어떤 강력한 함정을 준비해도 소용없다.
내내 라트나의 모든 마법과 결계를 연구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마법을 통틀어, 이 정도 전력 차를 뒤엎을 수 있는 수법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상 최강의 마법사의 명예를 걸고 단언할 수 있었다.
“뭐, 상대가 여신의 화신인 만큼 필멸자에게 허용되지 않은 지혜를 동원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 역시 없었다.
왜냐고?
“정말 그런 수법이 있었으면 굳이 이 상황까지 왔겠어? 그냥 전 면전으로 밀어붙였겠지.”
완전하면서도 완벽한 포위망.
그 사이로 레벨 141의 고룡이 천천히 내려온다.
흑룡의 거체가 분지 중앙에 안착하고, 뇌제와 아크메이지가 사뿐히 지상에 발을 디딘다.
분지 중앙에는 허름한 산촌이 위치해 있었다.
불빛은 전혀 없고 어둠이 짙게 깔린 것이, 꽤나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듯했다.
그 마을 어귀에, 화신 일행의 모습이 보였다.
가르한과 아크메이지, 마나키라 스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점차 양측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마침내 밤의 어둠 속에서도 서로의 얼굴이 보일 정도의 거리가 되었다.
저들 사이에 서 있는 흑발의 미녀를 보며 제노비아가 차가운 눈빛을 발했다.
“키브리엘.”
*
*
*
“가르한, 제노비아.”
진중한 어조로 키비에가 입을 열었다.
“결국 이렇게 다시 만나는구나,”
가르한은 의아했다.
화신의 표정이 예상과는 좀 달랐다. 적어도 궁지에 몰려 절망한 얼굴은 아니었다.
“보아하니 뭔가 준비를 해 두긴 했나 본데……
호기심이 일었다.
“이제 뭘 어떻게 할 거지?”
저들 앞에 서 있는 이는 인세의 절대자인 뇌제 가르한과 아크메이지 제노비아, 그리고 레벨 141의 고룡.
조금 떨어진 곳엔 안티 폴리모프 네크리스를 지닌 고룡 네 마리가 각자 레벨 80?90대의 최정예 병력 1천을 이끌고 사방에서 포위 중이다.
그 너머론 무려 사십여 마리의 고룡들이 분지 하늘을 선회하며 물샐 틈 없는 포위망을 펼치고 있다.
“진짜 궁금한 건데, 대체 여기서 뭘 하면 우리가 질 수 있는 거냐?”
비아냥거리는 가르한을 노려보던 키비에가 문득 딴소리를 꺼냈다.
“그동안 고민을 참 많이 했지.”
“어떻게 해야 네놈들만을 따로 유인할지, 그래서 함정에 빠트릴지를 말이야.”
교단의 현명한 이들을 동원해 머리를 쥐어짜며 온갖 궁리와 계책을 세워 보았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 없더군.”
그런 계책은 애초에 존재할 수 없었다.
이미 작정하고 대비하고 있는 자들을 대체 무슨 수로 꾀어낼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니 한 가지는 확실하더라고.”
순간 키비에의 입가에 회심의미소가 떠올랐다.
“군대를 대동한 상황에서는, 뻔히 알면서도 함정에 빠져 줄 것이라는 점!”
섬뜩한 눈빛과 함께 지상에 강림한 어둠의 여신이 장창을 들어올렸다.
“드디어 붙잡았다, 이 배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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