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38
결전(決戰) ⑴
류한빈의 기간트가 불을 뿜었다. 압축될 대로 압축된 파괴의 불길이 었다.
-가로 베기!
붉은 섬광이 모든 것을 쓸어 가며 날아들었다.
가르한이 자세를 낮추며 검을 대지에 찔렀다.
-마검식 : 혼천의 폭류!
검은 기류가 땅에서 솟구치며 장벽이 되었다. 동시에 한빈의 가로 베기도 간단히 막혀 버렸다.
쿠우웅!
중간에 위력이 죽은 탓이었다.
가로 베기의 범위에, 달려들던 다른 마물들도 휘말린 것이다.
장애물이 있었으니 그만큼 위력도 낮아질 수밖에.
“이래서야 네놈에게도 딱히 유리한 점은 없는 것 같구나?”
가르한의 반격이 이어졌다.
검극에서 아홉 머리의 뇌룡이 솟구쳐 허공을 갈랐다.
그러나 모든 뇌룡이 류한빈에게 향하진 않았다. 이 역시 도중에 마물들의 공세에 가로막힌 것이다.
“크아아악!”
“아아악!”
마물들의 비명을 뚫고 한빈에게까지 도달한 뇌룡은 세 마리뿐.
약화된 공세를 튕겨 내며 류한 빈이 반문했다.
“딱히 불리할 것도 없다만?”
서로 동등한 상황이라면, 그 자체로 이미 유리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귀찮은 군대 모조리 떼어 냈으니 충분히 남는 장사 했어.”
물론 이렇게 한다고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무조건 진다는 건 확실하다!
“확실한 패배를 여기까지 끌고 왔는데, 더 바라면 욕심이겠지!”
고함을 터트리며 한빈이 재차 몸을 날렸다.
붉은 오러와 푸른 뇌광이 정신없이 어우러졌다.
충격파가 연신 터진다. 파공음이 울려 퍼지고, 파괴의 여파가 주위를 사정없이 갈아엎는다.
콰콰콰콰쾅!
공방을 나누며 가르한은 안색을 굳혔다.
‘이거, 의외로 골치 아프군.’
상대의 공세에 집중하며 언제 등을 노릴지 모를 마물들 역시 신경 써야 한다.
물론 류한빈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다.
하지만 그와 가르한에겐 전적으로 다른 점이 있었다.
‘저놈, 맷집이 너무 좋아.’
정확히 말하면 맷집 자체는 가르한도 뒤처지지 않는다. 신체 능력도 포스도 별 차이가 없다.
그리고 기술적인 면이나 경험은 그가 훨씬 우위.
이게 문제였다.
가르한은 맞는 데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적의 공세를 전부 피하거나 막으려 한다. 그럴 재주도 충분하다.
그런데 저 무식한 발타라 전사놈은 그렇지 않았다.
“난 원래 맞아 가며 싸웠어!”
어지간한 마물의 공세는 그냥 몸으로 때워 버린다. 그리고 눈앞의 가르한에게 일격을 가하는 데만 집중한다.
“이제 와서 자잘하게 몇 대 더 맞는다고 딱히 달라질 것도 없다고!”
재차 가르한이 류한빈의 참격을 막아 냈다.
하지만 카운터를 날릴 겨를까진 없었다.
그 와중에 달려드는 마물들을 일일이 뇌격으로 지져 버리느라 타이밍을 놓친 탓이었다.
무시하는 쪽이 유리하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지나치게 오랫동안 수행해 온 육체가 알아서 반응해 버리는 것이다.
‘경험이 너무 많다는 게 약점이 될 수도 있군.’
게다가 이런 상황에선 적절하게 치고 빠지기도 힘들다.
후퇴하는 도중에도 주변의 마물들이 계속 덤벼들 테니까.
물론 놈들을 해치우는 건 매우 쉽다. 마검술을 발동하면 몇 초안에 죄다 불살라 버릴 수 있다.
하지만 그 몇 초는, 레벨 150에 달하는 검사가 뒤쫓아 와 필살의 일격을 날리기에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류한빈이 물러서려 하면 가르한이 바로 뒤를 노리겠지. 확실히 해치울 수 있는 기회니까.
이래서야 소싸움 하듯이 서로 정면으로 치고받을 수밖에 없다!
“무식하게 싸우는 놈이, 무식하게 싸우기 딱 좋은 판을 깔아 놓았구나.”
실소하며 가르한이 질문을 던졌다.
“전부 계획된 것이었나?”
기간트를 겨눈 채 한빈이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완전히 읽혀 버린 기분이 어떠신가?”
*
*
*
제노비아의 지팡이 끝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서지 템페스트!”
청색의 섬광이 회오리가 되어 사방 수십 미터를 쓸어 갔다.
레온하트와 에피르, 아티스가 재빨리 대응에 나섰다.
“알티아여, 가호의 빛을 내리소서!”
-마검식 : 전광의 장막!
“화염의 방벽, 플레임 실드!”
산산이
박살 나는 마물들 사이로 건재한 세 사람이 재차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을 향해 제노비아가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말도 안 돼! 이 모든 게 전부 의도된 것이었다고?”
고룡의 순차 폭격도, 어퍼 드래코니움의 비행 함대도 라트나의상식에서 한참 벗어난 전술이었다. 틀림없이 상대를 농락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은 자신들이 놈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었단 말인가?
“쯔쯔, 마도여왕이여.”
레온하트가 조소하며 말을 이었다.
“지상 최강의 마법사라고 전략전술까지 밝지는 않은 것 같더구려?”
에피르와 아티스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덕분에 여기까지 끌고 올 수 있었죠.”
“착착 계획대로 진행되는데 좋아하는 티 안 내느라 힘들었지, 크크큭!”
제노비아의 안색이 더더욱 굳었다.
이렇게까지 노골적인 비웃음을 당해 보긴 난생처음이었다.
“이, 이놈들이 감히!”
방대한 마나가 폭발하며 수십에 달하는 얼음 창이 되어 쏘아졌다.
평범한 얼음이 아니라 저마다 아케인의 파괴 마력이 깃든 공세였다.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이 확실했다.
다들 사색이 되어 몸을 날렸다.
‘으아!’
‘역시 아크메이지!’
‘더럽게 세네!’
그래도 용케 피하거나 막아 냈다. 제노비아의 겨냥이 정확하지 않은 덕이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며 집중력도 떨어진 것이다.
영술 방패
내심 안도의
뒤에서 레온하트가
한숨을 쉬었다.
‘어휴, 허세 떨길 잘했지, 진짜.’
실은 세운 계획마다 주야장천빗나갔다.
드래곤 순차 폭격으로 그렇게 가차 없이 밀릴 줄도 몰랐고, 설마 고룡을 비행 함대로 이용해 쫓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매번 어긋나는 상황을 어떻게든 임기응변으로 때워 가며 간신히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이걸 굳이 알려 줄 필요는 없잖아?
안 그래도 일행끼리 미리 약속한 바가 있었다.
-일단 전투 벌어지면, 무조건 허세 떨어!
잘난 놈들일수록 자신들이 놀아났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는 법이다.
아크메이지는 분명 심적으로 꽤나 흔들리는 중이었다.
덕분에 희박하던 승산이 조금이나마 올라갔으니 이 점을 포기할 이유는 없었다.
‘뭐, 아주 거짓말도 아니긴 하고.’
어쨌거나 결과만 보면 계획대로 되긴 했다.
‘원래 계획이란 건 절반만 들어 맞아도 대성공인 법이지!’
레온하트가 양손을 들어 올렸다. 알티아의 빛과 키브리엘의 어둠이 주먹에 맺혀 넘실거렸다.
“죗값을 받을 시간이다, 역천의 죄인들이여!”
?
* *
가르한이나 제노비아와 달리, 마나키라스는 딱히 마물들의 공세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녀에겐 보다 확실한 무기가 있었으니까.
“꺼져라, 귀찮은 것들!”
레벨 140에 달하는 가공할 드래곤 피어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레벨 80?90대의 마물들로서는 감당키 어려운 위력이었다.
덤벼들던 마물들이 공포에 질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캬아아악!”
순식간에 주위가 텅 빈 공터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마나키라 스가 유리한 것만도 아니었다.
“이거 편하게 되었군요, 키비에.”
텅 빈 공터 앞에 흑발의 미녀와 70대의 노인이 서 있었다.
레벨 120대인 키비에와 플라테르에겐 레벨 140의 드래곤 피어도 통하지 않는 것이다.
아티스처럼 아예 무시할 정도는 아니지만 정신력으로 충분히 버틸 수 있다.
“미혹에서 벗어나게 해 주마, 마나키라스!”
키비에가 몸을 날렸다.
그녀의 전신에서 검은 오러가 피어났다.
-오러 아머! 오러 부스트! 오러헤일로!
신체 방어도를 높이고, 육체 능력을 강화하고, 검은 불꽃으로 전신을 감싼다.
만전의 태세를 취한 키비에가 장창을 길게 내리쳤다.
-오러 스플래시!
마나키라스도 거체를 움직였다.
“크아아아!”
포효와 함께 검붉은 오러를 뿜어낸다. 용의 비늘 사이에서 빛이 터져 나와 창이 되고 화살이 된다.
콰콰콰쾅!
순식간에 몇 차례나 되는 공방이 이어졌다. 무수한 빛의 꽃이 허공 가득 흐드러지게 피었다.
20이라는 레벨 격차에도 불구하고 키비에는 마나키라스와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지나치게 상성이 좋은 탓이었다.
그녀는 용족의 창조주인 키브리 엘의 화신.
마나키라스의 공격은 거의 다 피할 수 있고, 빈틈은 대부분 노릴 수 있다.
‘역시 드래곤은 뻔히 읽힌다니까?’
물론 아무리 상성이 좋아도 레벨 격차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다. 워낙 기본적인 능력 차가 크다 보니 조금씩 밀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때마다 플라테르의 영술이 작렬한다.
“프렐류의 바람이 내 손에 임한다!”
지칠 만하면 키비에의 기력이 회복되었다.
“람니아나의 눈물이여, 치유의 힘을!”
다칠 만하면 키비에의 상처가 아물었다.
그의 전투 방식은 레온하트와는 전혀 달랐다.
‘어차피 난 전투 센스 따위는 없다. 그런 거 배운 적도 없고.’
평생 학자로만 살아왔다. 실전에 임한 기억도 벌써 수십 년 전의 일이다.
그런 그가 함부로 전투에 끼어들어 봤자 오히려 방해만 될 뿐.
그래서 플라테르는 학자가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도움 될 건 다 걸어 주고, 거북이처럼 실드 안에 틀어박힌다!’
인상을 쓰며 마나키라스가 노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과연 영술사의 존재는 귀찮구나……
무수한 이빨 사이로 칠흑의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다.
콰콰콰콰콰콰!
플라테르가 수인을 맺으며 프라 나를 끌어냈다.
“소론디의 장벽이여, 철옹성이 되어라!”
검은 불길이 분지 일대에 긴 흉터를 할퀴었다.
잠시 후 전신을 흑갈색의 실드로 감싼 노인이 재차 모습을 드러 냈다.
“이래 봬도 세이지니스의 수장이니라! 브레스 한 번 정도를 못막을 것 같으냐!”
거꾸로 말하면, 두 번은 못 막 는다는 소리도 된다.
그러나 플라테르는 근심하지 않았다. 키비에가 가만히 두고 볼리가 없으니까.
-오러 브레이크!
칠흑의 블레이드 오러가 재차 브레스를 날리려는 흑룡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마나키라스가 분노를 터트렸다.
“크윽! 이 벌레 같은 인간 놈들이!”
늙은 영술사가 콧방귀를 뀌며 되받아쳤다.
“우습구나. 느려 터진 둔재 종족 주제에 인간을 벌레라고 부르는 게냐?”
기간트를 움켜쥔 한빈의 양팔 힘줄이 선명히 돋아났다. 오러가한 점에 맺혀 관통의 일격으로 화했다.
?찌르기!
일점으로 파고드는 공격에 가르한은 숫자로 맞섰다.
-마검식 : 울부짖는 뇌우!
수십 줄기의 뇌전이 그물을 짜며 붉은 블레이드 오러를 순차적으로 막아 냈다.
그렇게 둘은 한참이나 검을 주고받았다.
양쪽 모두 치명타를 날리진 못했다. 그러기엔 주위에 장애물이 너무 많았다.
가르한은 눈살을 찌푸렸다.
원래대로라면 이 귀찮은 ‘장애물’들은 그의 군세가 알아서 처리해야 할 몫이었다.
‘그런데 기껏 데리고 온 놈들이 죄다 무용지물이 되었으니..
1천의 병력도 수십의 고룡도, 다들 제 앞가림하기만도 벅차다.
마나키라스만이 드래곤 피어로 주위의 마물을 쫓아 버릴 뿐, 다른 고룡들은 똑같은 드래곤 피어로도 여력이 모자라 다른 마물의 공세를 허용하고 있었다.
이해는 간다. 아무리 드래곤 피어라도 레벨 120 정도로는 무리겠지.
그때 가르한은 의문을 느꼈다.
‘잠깐? 이건 좀 이상하군.’
젊은 검왕이야 그렇다 치고, 다른 한빈 일행은 레벨 120 정도다. 본체로 돌아간 어퍼 드래코니움의 고룡들과 비슷한 수준인 것이다.
그런데 저들은 주위 마물들의 공세를 신경 쓰면서도 제노비아나 마나키라스와 전투를 이어 가는 중이었다.
반면 어퍼 드래코니움의 고룡들은 오직 제 한 몸 지키기만도 바쁘다.
이유는 간단했다.
몰려드는 마물의 숫자가 너무 차이가 컸다. 거의 수십 배에 달했다.
한빈 일행에겐 고작 수십의 마물들만 몰려오는 반면, 어퍼드래코니움의 고룡들에겐 마리당 수백씩 덤벼드는 것이다.
‘왜 저런 차이가 나는 거지? 레벨은 분명 엇비슷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