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39
결전(決戰) (2)
“프렐류의 권능이 내 발에 깃든다!”
바람을 타고 레온하트가 날아올 랐다. 그리고 길게 호선을 그리며 마물 무리 위를 질주한다.
목표는 붉은 로브를 걸친 금발의 흑인 미녀.
-엑토플라즘 스피어!
정면으로 은발의 소녀가 쌍검을 휘두르며 마물들 사이로 돌진한다.
-마검식 : 울부짖는 우레!
동시에 적발의 마법사 청년이 염룡왕의 지팡이를 휘두른다.
“매스 플레어 캐논!”
제노비아가 스태프 오브 더 월드를 까닥였다.
“모두 불타라.”
화염 폭풍이 불어닥쳤다.
그렇게 반경 수십 미터를 불태운 뒤, 지팡이 끝으로 땅을 톡친다.
“포스 필드.”
청록색의 장막이 제노비아의 주위를 감쌌다.
쏟아지는 유백색의 창과 작렬하는 뇌전, 날아들던 불길이 모조리 막혀 버렸다.
콰콰콰쾅!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다들 실망하지 않았다.
어차피 전력을 다한 공세도 아니었다.
마물들 사이로 파고들며 공격을 날리고, 주위 마물들을 불사르며 폭격을 해야 했다. 힘을 집중할 수 없기는 이들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물러나며 에피르와 아티스가 호흡을 골랐다.
‘우리 임무는 시간을 끄는 것!’
‘계속 이렇게만 하면 돼!’
그런 만큼 제노비아에게도 여유가 있었다.
저 멀리 분지 저편을 노려보며 중얼거린다.
“이해할 수가 없구나……
그녀는 한창 사투 중인 어퍼 드래코니움의 고룡들을 살피는 중이었다. 가르한과 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왜 비슷한 레벨인데도 이런 차이가 나는 거지?”
레온하트가 순순히 이유를 밝혔다.
“가이드라인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지.”
1초라도 더 버텨야 할 처지였다.
상대가 먼저 대화를 청했으니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분명 이계 마물들 입장에서 저들과 우리의 구별이 있을 리 없지. 다 똑같은 적일 뿐일 테니.
하지만 같은 레벨이더라도 인간과 드래곤의 레벨 파악 사정거리는 다르지 않은가?”
상대가 인간일 경우 가이드라인으로 레벨을 파악하려면 적어도 20미터 이내까지 다가가야 한다.
하지만 드래곤은 덩치에 따라 100미터 이상일 때도 파악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가이드라인의 레벨 측정 기능은 이계 마물들의 정기 파악 능력에서 비롯된 것.”
이 두 가지 특성을 연결하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마물들을 끌어들이는 범위가, 드래곤이 인간보다 다섯 배나 넓다는 의미지.”
즉, 똑같은 레벨 120이라 할지라도 이계 마물 입장에선 인간보다 드래곤이 훨씬 거대한 사냥감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게다가 저건 인식 범위가 다섯배라는 이야기다.
단순히 드래곤에게는 다섯 배의 마물이 덤벼든다는 소리가 아니다.
“면적은 거리의 제곱이니, 실제 숫자는 수십 배에 달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덕분에 한빈 일행에게는 적당히 주위를 경계하며 싸울 수 있는 마물들만 몰려들었지만, 고룡들에겐 아예 자기 한 몸 지키기 힘들 정도로 많은 마물이 동시다발적으로 덤비고 있다.
그래서 예전 키비에는 안티 폴리모프 네크리스의 숫자가 얼마가 되었건 별문제가 아니라 한 것이다.
“어차피 우리가 싸울 게 아니니까 말이지.”
물론 제힘을 발휘하는 고룡이 스물을 넘겨 버리면 아예 이곳까지 유인조차 못 할 만큼 전력 차이가 커졌겠지만…….
“다행히 그건 아니더군. 당신의 게으름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바요, 마도여왕이여. 후후훗.”
겉으론 조소를 보이면서 레온하트는 내심 쾌재를 흘렸다.
‘좋아, 시간깨나 끌었어!’
과연 제노비아는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런 것이었나……
확실히 그녀는 저런 부분까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라트나의 그 누구보다 가이드라 인을 철저히 연구했다고 자부했음에도.
“이거야 원, 정말 놀아났다고 해도 할 말이 없구나.”
쓴웃음과 함께 제노비아의 눈빛이 변했다.
“인정하지.”
방금 전까지 보이던 오만함이 싹 사라진다.
“내가 한 방 먹었다.”
진지한 얼굴로 그녀가 오른손을 들었다.
“프리스매틱 드라코 룬!”
황금빛 회오리가 솟구쳐 허공을 찔렀다. 그리고 다시 일곱 줄기의 빛으로 바뀌며 대지를 내리쳤다.
폭음과 함께 반경 100여 미터의 모든 마물이 폭사했다.
순식간에 제노비아 앞에 오직 레온하트 일행만 남게 되었다.
쿠쿠쿠쿠…….
굉음과 함께 대지가 형형색색의 광룡을 토한다.
빛의 용이 사방을 넘실거리며 파동을 발한다.
“그대들은 실로 무시할 수 없는 적수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예우를 다해야겠지!”
광룡이 일제히 레온하트 일행을 급습했다.
모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헉!’
집중도도 파괴력도,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기겁하며 레온하트와 에피르가 몸을 날렸다. 아티스도 사력을 다해 방어막을 펼쳤다.
콰콰콰쾅!
간신히 범위 밖으로 벗어나며 에피르가 울상을 지었다.
‘아이고, 인정 안 해 주셔도 되는데!’아티스의 안색도 굳었다.
‘젠장, 허세를 너무 떨었나?’
조금 전과는 전혀 태도가 다르다.
과하게 힘을 써서라도 주위 마물들을 모조리 물린 다음, 눈앞의 레온하트 일행에게 전력을 다하려는 것이다.
이러면 제노비아도 더욱 지치겠지만, 그만큼 자신들의 위험도도 높아진다.
진지해진 지상 최강의 마법사를 상대로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 몸을 여기까지 몰아붙인 그 대들의 기책에 경의를 표하며……
지팡이를 겨누며 제노비아가 차가운 눈빛을 발했다.
“이 자리에서 모조리 죽여 주*
*
*
“크아아아!”
마나키라스의 앞발이 대지를 강타했다.
지면이 갈라지며 검붉은 오러가 간헐천처럼 터져 나왔다.
쿠쿠쿠쿠!
일부러 상대를 빗맞히는 척하며 후속타를 날리는, 라트나의 오러드래곤들이 주로 쓰는 수법이었다.
물론 키비에는 뻔히 읽고 있었다.
“홍!”
미리 대비하고 있으면 대응은 어렵지 않다.
오러가 솟구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공중제비를 넘어 범위 밖으로 빠진 후였다.
동시에 창날 끝에서 칠흑의 블레이드 오러를 뿜어낸다.
-오러 스매시!
바사라다류의 비의가 깃든 참격이 마나키라스의 앞발을 강타했다. 비늘이 깨지고 용혈이 튀어 올랐다.
“크윽!”
신음하며 그녀는 주춤 뒤로 물러 섰다.
그리고 놀랍다는 듯 눈앞의 작은 미녀를 노려보았다.
“……내 수법을 완전히 읽고 있군.”
“이제 알았니?”
여유를 보이며 키비에는 장창을 크게 돌렸다.
상대가 레벨 140대의 고룡임에도 예상 이상으로 상대하기 쉬웠다. 전부 플라테르의 보조 덕분이었다.
‘순수하게 영술사의 기량만 보면 레온하트보다도 낫잖아?’
영술사 주제에 직접 적을 두들겨 패겠다는 레온하트의 전법은 물론 강력하다. 하지만 그만큼 보조로서는 실격인 것이다.
‘그렇다면……
키비에는 제노비아 쪽을 힐끔 살폈다.
아까와 달리 다들 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역시 아크메이지가 작정하고 힘을 쓰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어서 이 아이를 처리하고 우리도 저쪽으로 합류해야겠어!’
결판을 내기 위해 키비에가 장창을 고쳐 쥘 때였다.
마나키라스가 갑자기 긴 목을 동그랗게 움츠렸다.
“그대는 정말 드래곤을 상대하는 데 능숙하군.”
그뿐 아니라 등을 바짝 세우고 앞발을 가슴께로 가져간다.
“하지만 나 역시 밑천을 전부 드러낸 것은 아니라서 말이지!”
키비에는 당황했다.
처음 보는 자세였다.
그녀가 아는 드래곤은 절대 전투 시 저런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저건 드래곤이라기보다는…….
‘얘가 왜 독 오른 고양이 흉내를 내지?’
마나키라스가 고함을 터트렸다.
“드래곤이 인간을 상대하는 방법을 보여 주마!”
수십 미터에 달하는 드래곤의 거체가 좌우로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웅장하게 쿵쿵 발을 내딛는 게 아니다. 발끝을 들고 꼬리를 빳빳하게 세워 중심 추 역할을 하며 도도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크아아아아!”
우렁찬 포효와 함께 앞발을 들어 가볍게 탁탁탁탁!
거대한 앞발이 순식간에 몇 차례나 키비에를 노리고 또 노렸다.
간신히 피한 뒤 그녀가 입을 쩍벌렸다.
“엑? 이게 뭐야?”
분명 그녀가 아는 드래곤의 전투법엔 절대 이런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처음 보는 형태도 아니었다.
저건 바로 고양이가 쥐 잡을 때 취하는 자세가 아닌가?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생전 처음 보는 수법이라 반격도 불가능하다. 간신히 피해 내는 것이 전부다.
숨을 헐떡이며 키비에가 기가 막혀 소리쳤다.
“너 미쳤니! 드래곤의 품위는 어디 가고 고양이 흉내를 내는 거야?”
마나키라스는 여전히 당당했다.
“무릇 진정한 현자라면 아이에게도 배울 점이 있는 법!”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외침을 이어 간다.
“이는 드래곤이 작은 인간을 상대하는 가장 효율적인 전투법이다. 무엇이 부끄럽겠는가!”
흑룡의 앞발이 재차 허공을 갈랐다.
역시나 빠르게, 잘게, 탁탁탁탁!
“크윽!”
키비에의 미간에 식은땀이 흘렀다.
분명히 자세만 보면 웃긴데
‘이거 진짜 상대하기 힘들잖아?’
실제 위력은 결코 우습지 않다.
작정하고 인간과 ‘동등하게’ 싸우기 위한 전법만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아니, 드래곤이 뭐가 아쉬워서 인간과 동등하게 싸운다고?’
의아해하던 키비에는 이내 스스로 해답을 얻었다.
“아, 최강의 4인……
마나키라스가 고소를 머금었다.
“한때 어리석었던 이 몸이 제노비아 님을 노리고 만든 수법이었지.”
이 ‘특기’가, 그녀가 다른 고룡을 제치고 레벨 업의 대상이 된 이유였다.
인간이 상대라면 마나키라스는 어퍼 드래코니움의 그 누구보다도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는 것이다!
“크아아아아!”
마나키라스가 본격적으로 덤벼들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앞발 잽(?)의 공세에 키비에의 안색이 한껏 구겨졌다.
‘이, 이건 읽을 수가 없어!’
? * ?
검왕과 뇌제, 두 절대 강자가 전투를 이어 간다.
붉은 불길이 마구 타오른다. 푸른 전격이 사방으로 나부낀다.
“크에에엑!”
“으아아악!”
마물들의 처절한 비명이 쉴 새없이 울렸다.
거대한 두 마리 고래의 사투 속에서 무수한 새우들의 등이 터지고 있었다.
물론 집중할 대로 집중한 류한 빈에겐 그저 시끄러운 배경음일 뿐-가로 베기!
참격을 뿌리며 그는 연신 가르한의 사방을 공략해 갔다.
공격과 방어를 6 대 4의 비율로 나누며, 언제라도 몸을 지킬수 있도록 오러를 보전한다.
‘조금이라도 더 수법을 파악해야 해.’
투혼 발타란은 일단 발동해 버리면 시간 제약이 생긴다. 그러니 다른 동료들이 버텨 줄 동안 최대한 가르한의 정보를 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승산을 더 올릴 수 있는데…….
“네놈의 속셈이 짐작이 간다.”
공방을 나누며 뇌제가 태연하게 뇌까렸다.
“레온하트에게 잘 배우긴 했군.
그 친구의 전술이 원래 이런 식이지.”
이쪽의 정보를 최대한 읽어 내고, 빈틈을 노려 확실한 승리를 따내는 것.
점점 류한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가르한은 여전히 철벽이었다?
몇 번이나 참격을 날렸지만 이도 들어가지 않았다.
주위 마물을 일일이 신경 쓰면서도 류한빈을 상대할 만큼 그의 검술은 교묘하고 세밀했다.
도저히 수를 읽을 수가 없다.
다른 동료들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아까까진 꽤나 선전하는 것 같더니 지금은 다들 위험한 상황이다.
‘이러다간 투혼도 못 쓰고 지겠어!’
류한빈이 거리를 벌렸다. 그의 전신에서 이글거리는 불길이 피어올랐다.
기세를 느낀 가르한이 한쪽 눈을 치켜떴다.
“음? 벌써 투혼을 쓰느냐? 아직 시기상조일 텐데?”
오러를 응축하며 한빈이 대꾸했다.
“때로는 무턱대고 밀어붙이는 게 더 낫더라고!”
방대한 오러가 한없이 모이고 모인다. 그야말로 무한히 한 점으로 수렴하며 거대한 파괴의 씨앗이 된다.
길어 보이지만 실은 찰나의 순간.
씨앗이 발아하며 권능으로 화했다.
-투혼 발타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