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47
강림(降臨) (4)
류한빈은 숨을 고르며 정신을 집중했다.
다행히 육체는 완치되었다. 오러도 넘쳐흐른다.
키브리엘의 권능은 그에게 완벽한 컨디션을 되돌려주었다.
레온하트와 에피르, 아티스가 무모하게 덤벼 준 덕분에 잠시간의 틈도 얻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다!
-투혼 발타란!
모든 오러가 일점으로 압축되어 무한으로 퍼져 나갔다. 90퍼센트에 달하는 투혼이 거대한 불길이 되어 전신을 휘감았다.
“크윽!”
멀쩡해진 한빈의 피부가 다시 갈라지며 핏물이 배어 나왔다.
10퍼센트의 잔여 오러가 제어할 수 없는 파괴력이 되어 전신을 강타한 탓이 었다.
옴팔로스가 혀를 찼다.
“아프겠구나, 그거.”
어쩔 수 없었다.
류한빈 자신은 분명 최상의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4대력 변환의 벨트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는 마신의 권능으로 창조된 마도구, 라트나의 여신이라 할지라도 관여할 수 없다. 이미 가르한과의 싸움에서 사용해 버렸으니 사용 대기 시간이 지나지 않는 한 무용지물이다.
‘천검은 못 쓰겠군.’
그럼에도 키비에가 자신들을 일부러 자유롭게 해 준 것에는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밀리는 와중에도 따로 힘을 써가면서 말이지.’
눈앞의 사내를 향해 한빈이 고함을 터트렸다.
“어이, 거기! 졸라 세고 졸라 말 많은 양반!”
순간 옴팔로스가 실소를 흘렸다.
“그런 개성적인 호칭을 들어 본것은 처음이군.”
기간트가 마신의 화신을 겨누었다.
“당신, 신이지?”
무슨 소릴 하고 싶은 것이냐는 듯 옴팔로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빈의 외침이 이어졌다.
“말인즉슨, 온몸에 신력이 펑펑넘친다는 거 아냐?”
류한빈의 거구가 땅을 박찼다.
콰앙!
정신을 집중해 투혼섬을 날린다.
진홍의 섬광이 허공을 가른다.
보이지 않는 권능이 오러의 집중을 통해 확실히 활성화되었다.
완벽하게 펼쳐진 절대자 스킬이었다.
– 천상천하유아독존!
옴팔로스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그리고 가볍게 오른손을 들었다.
신의 손가락과 검왕의 검이 교차했다.
투혼섬이 허무하리만치 쉽게 가로막히며 한빈의 몸이 붕 떴다.
“크, 크윽……!”
허공에 뜬 채 류한빈이 신음을 흘렸다.
어느새 빛이 사슬이 되어 그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분명 신성 억제의 권능은 옴팔로스의 화신을 뒤덮었다.
놈이 지닌 신력 역시 억제되었다.
그러니까…… 한 0.1 초 정도?
뭐 해 볼 틈도 없는 아주 짧은 시간인 것이다.
옴파로스가 잠시 흔들린 것은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위력 때문이 아니 었다.
“네놈, 적합자였나?”
류한빈을 올려다보며 잠시 뭔가를 고민하더니, 더더욱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상하군. 목록에 없는데?”
당연히 라트나인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자세히 살펴볼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확인해 보니 확실히 가이드라인을 지니고 있다.
바로 옴팔로스 자신의 권능을.
“단순히 누락된 건가? 하지만 그런 것치곤 가이드라인 상태도 좀 이상하고.”
하지만 의문은 길지 않았다.
마신의 화신은 이내 신경을 껐다. 지극히 사소한 일일 뿐이었다.
빛의 사슬이 한빈의 목을 더더욱 거칠게 조르기 시작했다.
“컥! 커억!”
버둥대는 그를 뒤로한 채 옴팔로스가 키비에를 돌아보았다.
“뭘 기대한 겁니까? 내가 내려준 능력이 설마 내게 통할 줄 알았습니까?”
키비에가 씁쓸하게 웃었다.
“통하긴 했잖아?”
그렇다.
아주 짧은 시간일지언정 통하긴했다.
대장장이가 만든 검이 대장장이를 찌를 수 있듯, 여신을 배신한 자들이 여신의 이름으로 영술을 쓰듯, 옴팔로스의 힘이라 해서 그 주인에게 완전히 면역은 아니다.
“별 소용은 없었지만 말입니다.”
옴팔로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설령 상대가 라트나의 여섯 여신이었다 해도 어차피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신성 억제의 권능은 신살(神殺)을 보장하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오히려 연약하기 그지없는 실낱같은 일격이다.
무수한 사투 끝에 가장 확실한 기회를 붙잡고, 기적과 행운을 기대하며 시도해야 겨우 성공할 수 있는 능력.
“그걸 노골적으로 대뜸 날렸으니 먹힐 리가 있겠습니까?”
문득 키비에의 표정이 변했다.
“아니, 충분했어.”
쓴웃음에서, 회심의 미소를 머금은 그것으로.
“역시 한빈이야. 믿음직하다니까?”
키비에의 발치에서 무수한 그림자가 뻗어 나갔다.
콰콰콰콰콰!
수십, 수백, 수천의 어둠이 데류분지를 치달리며 사방을 뒤덮었다.
그림자가 한빈 일행은 물론이고 어퍼 드래코니움의 고룡들과 1천기사들에게까지 닿았다.
어둠이 저들을 속박하던 마신의 빛을 깨트렸다.
“앗!”
“우, 움직여진다!”
분명 천상천하유아독존이 먹힌 것은 찰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키비에에게는 충분히 시간이기도 했다.
아주 잠시의 빈틈을 통해 마신의 광휘를 걷어 내고, 라트나의 어둠을 심는다.
심긴 어둠이 그림자가 되어 모두를 연결한다.
모두를 연결한 그림자가 세상의 밤과 연동되어 기나긴 행로로 이어진다!
“이건??????
옴팔로스가 인상을 썼다.
“……그림자의 길?”
어둠과 어둠을 이어 만물을 소통시키는 위대한 키브리엘의 권능.
“확실히 지금의 내게 네놈을 어찌할 힘은 없어, 옴팔로스.”
힘겨운 어조로 키비에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 아이들을 피하게 할 순 있지!”
데류 분지가 거칠게 요동쳤다.
그림자에 연결된 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여신.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며, 공평무사하게 모두를 대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소중한 이들일수록 뒤로 미룬다.
가장 밉살스러운,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는 어퍼 드래코니움의 고룡들이 제일 먼저 그림자의 길을 통해 사라졌다.
칼드리스와 마도왕국의 1천 기사들. 그들 역시 어둠을 미끄러지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러고 나서야 소중한 동료들을 챙긴다.
플라테르, 아티스, 에피르, 레온 하트.
이들 역시 분지를 떠나 세상의 어둠 속으로 미끄러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이는 둘뿐.
가장 소중하기에 최후까지 미뤄진 류한빈과 키비에, 자신뿐이었다.
“그렇게는 안 되지!”
내내 제자리에 서서 입술만 달싹이던 옴팔로스가 직접 나섰다.
순식간에 키비에의 눈앞으로 쇄도한다. 강대한 마신의 힘이 그녀의 어둠을 삽시간에 제압해 버린다.
“다른 건 몰라도 그대만은 놓칠 순 없지요. 분명 귀찮아질 테니까.”
빛의 사슬이 키비에의 목을 휘감아 번쩍 들어 올렸다.
“으윽!”
고통 속에서도 키비에는 애써 남은 힘을 집중했다.
간신히 그림자의 길이 류한빈의 발치에 닿았다.
‘됐어! 이걸로 전부 떠나보냈……
그때 였다.
한빈이 폴짝 뛰어 그림자를 피해 버렸다!
“으랏차!”
덕분에 기껏 준비한 그림자의 길도 날아갔다.
어이가 없어 키비에가 고함을 질렀다.
“야! 네가 피하면 어떡해!”
눈을 부라리며 류한빈도 마주소리쳤다.
“나까지 떠나면 넌 어떻게 되는 건데?”
“지금 내 걱정 할 때가 아니잖아!”
“지금 널 걱정 안 하면 뭘 걱정하라고?”
기간트를 쥔 채 한빈이 몸을 날렸다.
“타아아앗!”
류한빈도 인정하고 있었다.
옴팔로스와 그의 격차는 엄청나다. 정상적으로 붙어 답이 나올리 없다.
그러니 대뜸 이걸로 간다!
– 천상천하유아독존!
보이지 않는 힘이 옴팔로스를 덮쳤다.
물론 통하지 않는다는 건 안다.
하지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0.1 초면 충분하댔지?’
실패였다.
이번엔 그 찰나조차도 옴팔로스는 허용하지 않았다.
“두 번 통할 리가 없잖느냐?”
‘그렇다면!’
한빈은 포기하지 않았다.
“직접 팬다!”
“벤다가 아니고? 검은 분명 베는 도구일 텐데?”
“닥쳐, 좀! 새끼, 진짜 말 더럽게 많네!”
타구검법의 묘리가 실린 검왕류가 기간트를 통해 맹렬히 쏟아졌다. 무수한 참격이 마신을 베어갔다.
옴팔로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여전히 막지도, 피하지도 않는다.
그저 모든 것을 몸으로 버텨 낼뿐콰콰콰콰쾅!
폭연 속에서 멀쩡한 마신의 화신이 손가락을 저었다.
“소재는 좋은데 안에 든 것이 영 멍청하구나, 쯧쯧.”
“아직 끝나지 않았어!”
비록 천검은 쓰지 못하지만 아직 그에겐 비기가 남아 있었다.
“으아아아!”
투혼 삼검이 동시에 펼쳐진다.
오로지 류한빈, 자신의 힘만으로 갈고닦은 연격이 마신의 심장을 노린다!
-삼중십자격, 크로스 임팩트!
이번에도 옴팔로스는 피하지 않았다.
그저 비웃으며…….
“용쓴다.”
붉은 십자가를 받아 낼 뿐.
‘아아……
한빈은 절망했다.
결국 기간트의 칼날은 상대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신의 위업 앞에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씨발??????
오랜만에 한국의 욕설이 흘러나올 때였다.
무심코 그의 오른손이 움직였다.
한빈의 이성은 포기했으되, 단련될 대로 단련된 그의 육체와 정신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무심히 검을 들어 무심으로 뻗어 낸다. 평범한 참격이 옴팔로 스의 정수리를 노린다.
갑자기 기간트가 사라지다 말았다.
기간트를 쥔 오른팔도 사라지다 말았다.
류한빈 자체도 사라지다 말았다.
존재하는 것은 영롱하게 빛나는 은하의 검과, 이를 쥔 사내의 환영뿐.
순수해야만 발동되는 하늘의 검이 온갖 불순물을 가득 담은 채 쏘아졌다.
천검 디아스티마.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있는, 다른 의미에서 이해가 안 가는 일격이었다.
문제는 옴팔로스가 피하지도 막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에?”
아무리 그라도 이 상황까진 예상치 못한 모양이었다.
광검의 바다가 펼쳐지며 옴팔로 스가 수십 미터 가까이 뒤로 밀려 났다.
한빈은 당황했다.
‘이게 뭐야? 이게 왜 나가?’
천검 연습은 수도 없이 해 왔지만 여태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다.
밀려난 마신이 손을 들어 뺨을 만졌다.
옅은 상처가 생겨 광혈이 흐르고 있었다.
‘뭐지, 이건?’
고작해야 작은 생채기에 불과하지만, 분명 신체(神體)에 피해를 입었다.
덕분에 빛의 사슬이 깨지며 키비에도 잠시 놓쳐 버렸다.
‘잘은 모르겠지만……
황급히 허리를 튕겨 일어나며 키비에가 재차 그림자의 길을 펼쳤다.
“고민은 나중에!”
순식간에 그림자가 류한빈의 발치까지 뻗어 갔다.
“도망치자, 한빈!”
이번엔 그도 피하지 않았다.
어둠이 둘을 감싸며 밤하늘로 스며들었다.
류한빈과 키비에의 모습이 데류분지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홀로 남은 옴팔로스는 인상을 썼다.
“이런, 놓쳤군.”
신기한 놈이었다.
적합자에게 제공한 가이드라인에는 저런 능력이 존재치 않는다.
하지만 그는 다시 표정을 풀었다.
이미 목적한 바는 달성했다.
여신을 놓쳤다 해서 딱히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조금 더 귀찮아질 뿐.
“뭐, 큰 문제는 아닌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계의 신은 흐뭇하게 웃었다.
“오라, 나의 아이들아.”
거대한 균열이 수많은 천사들을 토해 내고 있었다.
“너희를 위해 예비된 땅이 있도다 ?”